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물리학 특강
제프리 베네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비행기로 여행할 때, 모르는 길을 찾을 때 GPS의 도움을 받습니다.


둘, 킵 손(Kip S. Thorne, 1940~,)은 거대질량 블랙홀의 시각화를 위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협업하여 태양질량의 1억 배가 넘는 거대질량 블랙홀을 모델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14년, 우리는 영화 ‘인터스텔라’를 통해 스크린으로 강착 원반이 압도적인 거대질량 블랙홀 가르강튀아 (Gargantua)를 보게 됩니다. 


셋, 2015년 라이고 (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에서 최초로 블랙홀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검출합니다. 이는 중력파가 실재함에 대한 최초의 직접 증거였습니다. 이의 공로로 레이너 바이스 (Rainer Weiss), 킵 손 (Kip S. Thorne), 배리 배리쉬 (Barry C. Barish) 세 사람은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합니다. 


넷, 2019년 인류는 드디어 M87 처녀자리A 은하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거대질량 블랙홀(태양질량의 약 65억배)의 모습을 촬영하는데 성공하고 같은 해 4월 10일 공개합니다.



이 네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증거하는 관측 혹은 활용 사례들입니다. 우주와 자연을 설명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론 중 하나가 상대성 이론이고 이러한 상대성 이론은 발표된 지 100여 년이 지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들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제프리 베네트 著, 이유경 譯, 처음북스)”은 이러한 상대성 이론에 대한 입문서로 독자들에게 보다 쉽게 상대성 이론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한 책입니다. 기본적으로 책을 읽어나가는 데 있어 많은 대중이 어려워할 수 있는 수학적 접근은 최대한 지양하고 사례와 원리 위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 역학의 경우 우주와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이지만 인간이란 직관과 상식에 지배 받고 있으며 그것을 활용하여 스스로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주와 자연은 인간의 직관과는 다른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과학자들을 포함한 인간은 그 동안 이런 우주와 자연에 대한 오해하여 왔고 이런 오해를 조금씩 벗겨낸 것은 100여년에 불과합니다. 

직관과 상식에 벗어난 우주와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조금 다르게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과학 서적을 읽을 때 과학을 전공한 분들에게 가장 부러운 점은 바로 그들은 그런 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수학이죠. 

그러므로 과학 작가가 상대성 원리를 설명하면서 수학적 접근을 지양한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도구를 포기하고 대중을 이해시키려는 무모한 시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프리 베네트는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시도를 성공적으로 해냅니다.



그는 매력적인 천체 중 하나인 블랙홀을 통해 궤도 운동, 도플러 효과, 시간 지연 등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설명을 모두 해내면서 독자의 흥미를 붙드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면서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들을 콕콕 집어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을 해줍니다. 


특히 시간과 공간을 통합한다는 아인슈타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이자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핵심 아이디어를 통해 우리가 우주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줍니다. 



과학은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해 만들어진 학문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과학적 업적을 다른 과학자가 그 위에 조금씩 덧붙여 쌓아 올린 학문입니다. 그렇기에 뉴턴은 ‘내가 더 멀리 본 것은 내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역시 인류가 가진 최고의 천재이긴 하지만 그 이전의 과학적 업적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인슈타인을 통해 지금 바라보고 있는 우주의 비밀을 엿볼 수 없었을 지 모릅니다.




제프리 베네트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는데 이 책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이 없더군요. 다른 대중과학서는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해 과학적 사실에는 위배되지는 않지만 과학적, 수학적 증거는 없는 SF적 상상력(ex. 웜홀, 워프 항법 등)을 가미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반해 (그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상상력에는 제한이 없으니까요. SF적 상상력을 결합한 대중 과학서 저자의 대표 주자인 미치오 가쿠 역시 훌륭한 과학 작가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증거가 확보된 엄밀한 과학적 사실 위주로 설명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2013년 과학커뮤니케이션상 수상자라고 하더니 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우주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s. 책을 읽는 내내 다소 거슬리는 비문과 오역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허용 범위 안쪽이라 그냥 읽고 있는데 1g를 1그램으로 번역한 것은 너무 심했습니다. 가속도의 단위가 그램일 수 없죠. 보통은 그대로 1g라고 쓰는 것이 맞습니다. 아무리 과학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번역가를 썼다고는 하지만, 초판이 2014년인데 6년 가까이 잡아내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다음 판본에는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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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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