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빌리티 교양수업 : 역사 속 위대한 여성 - 나는 알고 너는 모르는 인문 교양 아카이브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사라 허먼 지음, 엄성수 옮김 / 토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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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로 역사를 기록한 것은 대부분 남성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남성이 젠더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야에서 여성의 업적은 자연스레 지워져 왔습니다. 


어렸을 적 읽었던 위인전을 한번 떠올려봅니다. 100권, 200권을 자랑하는 위인전 전집 대부분은 남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성 위인은 마리 퀴리 (그것도 퀴리 부인이라고 되어 있지 마리 퀴리라고 이름을 명시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신사임당, 나이팅게일 정도만 기억나네요.

하지만 5천년에 가까운 역사 시대에서 위대한 여성이 정말 열 손가락에 들 정도로 얼마 없었을까요? 아마도 아닐 것 같습니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최초로 촬영한 로절린드 플랭클린은 확인된 사실에 의하면 노벨상을 받은 왓슨과 크릭에 의해 업적이 지워졌습니다.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미처 만들어지지도 않은 찰스 배비지의 해석기관을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인류 최초의 프로그래머가 되었습니다.

세실리아 페인은 태양이 수소로 이루어졌고 우주에는 수소가 가장 많은 원소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녀의 박사논문을 통해 발표하지만 다른 남성 천문학자들에게 무시를 당했습니다. 심지어 지도 교수인 헨리 러셀은 논문을 발표하지 말라고 권유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이 여성들을 30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 속에는 얼마든지 위대한 여성이 있었지만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거나 숨겨져 있어 지금까지 기억되지 못하고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매우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역사 속 위대한 여성들을 발굴하는 출판 작업이 자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 역사 속 위대한 여성 (사라 허먼 著, 엄성수 譯, 토트, 원제 : Who Knew: Women in History)”도 그런 작업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이 책은 세계사에 큰 자취를 남긴 103 분의 위대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200여 페이지에 백 여분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각각의 여성에 대해서는 아주 짧은 아티클이 될 수 밖에는 없습니다. 한 분의 업적을 이야기하는 데 한 권의 책으로도 모자라겠지만 그래도 한 분 한 분 우리가 몰랐던 위대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는 데 의의를 두어야 하겠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03명의 위대한 여성 중 세 분의 이야기만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리제 마이트너 (Elise Meitner)입니다. 그녀는 핵분열을 발견한 최초의 과학자이며 독일에서 정교수에 오른 최초의 여성이었지만 나치 독일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은 분입니다. 아시다시피 핵분열은 이후 원자폭탄, 핵발전소 등에 사용되는 주요 원리로 인류의 과학적 발견 중 매우 중요한 발견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노벨 위원회는 그녀에게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고 그녀의 공동 연구자인 오토 한에게만 단독 수상을 안겨 줌으로써 노벨상의 불공정성을 만천하에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리제 마이트너는 이러한 노벨 위원회를 두고 “(핵분열이) 어떻게 발생하는 것이고 왜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인지를 밝히는 것은 (오토) 한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빌리 진 킹 (Billie Jean King, 1943~)입니다. 빌리 진 킹은 무려 39개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위대한 테니스 선수입니다. 또한 성차별 반대론자였던 빌리 진 킹은 스포츠계의 성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여자 테니스 연맹 (WTA)를 결성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남성과 똑 같은 상금을 쟁취하였습니다. 

그녀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윔블던 우승자인 바비 릭스 (Robert Larimore Riggs, 1918~1995)와의 세기의 대결입니다. 이 과정은 3만7천여명이 관람하여 가장 많은 관중이 모인 단일 테니스 경기로 약 40년 가까이 기록되었으며 TV로는 무려 9천만명이 지켜본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는 훗날 엠마 스톤 주연의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원제 : Battle of the Sexes)”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참고로 남녀 그랜드 슬래머 간의 대결은 여성인 빌리 진 킹이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분은 바로 헤디 라마 (Hedy Lamar, 1914~2000)입니다.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고 ‘삼손과 데릴라’의 데릴라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입니다. 당시 헐리우드에서는 그녀를 두고 ‘백설공주의 현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등으로 칭송하였지만 그것은 그녀의 관능적인 미모만을 염두에 둔 성고정적인 칭송이었습니다. 

사실 그녀가 칭송 받아야 했던 것은 위대한 배우이기도 했지만 탁월한 과학자이자 발명가였다는 점입니다. 특히 그녀의 발명 특허 중 하나인 ‘주파수도약’ 기술(책에서는 비밀통신 시스템으로 기재함)은 독일 잠수함에 의해 영국 여객선이 격침되자 발명한 기술로 그녀가 무상으로 미 해군에 양도하기도 하였으나 반려당합니다. 그러나 이 기술은 나중에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의 근간이 되어 무선 전화에서 활용되고, WIFI, 블루투스, GPS 등에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한참 뒤인 2014년 그녀는 발명가 명예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이제 조금 더 나아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딸들에게 여성으로서 자긍심을 고양하기 위한 독서를 위해 필요한 책들은 “역사 속 위대한 여성”을 비롯해 이제는 우리들의 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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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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