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멸의 인류사 -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경덕 옮김 / 부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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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학교에서 사람과 동물의 차이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은 언어가 있고, 도구를 사용하지만 동물은 그렇지 못하다라는 것이 그 차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 성과를 보면 그 때 사람과 동물의 차이로 배웠던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고래, 까마귀 등은 자신들만의 언어가 있고 의사소통을 합니다. 또한 식물들도 화학적 수단을 활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므로 언어가 있다고 봐야겠지요. 도구 역시 많은 동물들에 의해 사용되어 집니다. 침팬지나 오랑우탄들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까마귀들도 도구를 사용합니다. 또한 파나마에 서식하고 있는 ‘흰머리카푸친’이라는 영장류가 석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모습을 최근 독일 연구진이 밝혀낸 바도 있습니다. 


그러면 인류로 통칭되는 사람은 동물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니 인류라는 존재가 특별하기는 할까요? 왜 인류 중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 한 종만 살아남았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이런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힌트를 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절멸의 인류사 (사라시나 이사오 著, 이경덕 譯, 부키)”입니다. 저자인 시라시나 이사오(更科 功, 1961~)는 분자고생물학자라고 하는데 그의 저서 중 “폭발적 진화 (조민정 譯, 생각정거장)”이 이전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인류는 부족하고 불리했기에 살아남았다는 주장을 고인류학적 증거들을 통해 펼치고 있습니다. 인류는 다른 포유류에 비해 강인하지도, 추위에 강하지도 않았지만 그렇기에 개인의 역량이 아닌 사회적 관계를 통해 생존을 도모했으며, 옷과 같은 도구나 불을 다루는 방법들을 발전시켜 추위에 대항하는 능력을 키워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책에서 시종일관 이러한 도발적 주장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류종은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25종이 넘고 라틴어로 된 학명은 하나하나 외우기에도 벅찹니다. 보통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정도만 친숙할 뿐이죠. 그러므로 도발적인 주장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유지시키면서 인류의 진화 과정 전반과 동인을 설명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안데르탈인의 경우 호모 사피엔스와 비교하여 지적으로, 사회적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성과에 대한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그들이 멸종한 이유는 현재도 큰 미스터리 중 하나이고 앞으로도 정확하게 알 수 없겠지만 (저자는 출산율의 차이가 원인의 하나였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멸종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 호모 사피엔스만으로 이루어진 지금의 인류와는 다르게 좀더 풍성한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자산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류의 기원과 진화의 과정을 밝혀내는 고인류학이라는 학문 자체는 문자로 된 기록으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적, 화석 등을 통해 유인원에서 분리된 인류종을 복원하는 학문이다 보니 이론의 많은 부분이 추론을 통해 정립된 학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들을 통해 합의된 과학적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는 사실을 이 책과 “인류의 기원 (이상희, 윤신영 共著, 사이언스북스)”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인류가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떻게 진화하여 왔는지 좀더 이해를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s. 진화와 관련한 책을 읽다 보면 마치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생명체가 의지를 통해 “진화”를 이루어낸 듯한 서술을 볼 때가 있습니다. 글이라는 한계상, 그리고 쉬운 표현을 하다 보니 나타나는 오류(?)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진화는 의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개념을 유념하여 이런 부분들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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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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