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 - 인류세가 빚어낸 인간의 역사 그리고 남은 선택
사이먼 L. 루이스.마크 A. 매슬린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는 홀로세 (Holocene) 중에서 인류(호모사피엔스, Homo sapiens)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부터를 별도로 일컫는 지질시대 개념입니다. 아직까지는 비공식적인 지질시대이지만 많은 지질학자들은 조만간 공인세(公認世)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질 시대란 지구가 생성된 이후 지질학적 주요 사건, 소행성 충돌, 초대형 화산, 지각 이동 등 우주적, 지질학적 거대 사건들을 기준으로 나뉘기 때문에 그동안 생명체의 단일종 혹은 소수 개체로는 지질 시대를 구분 지을 수 없었습니다. 



(지질시대 연대표, 출처 : 위키피디아)



하지만 인류는 지구에 나타난 생명종 중 지질시대를 구분 지을 만큼 막대한 영향을 끼친 최초가 되었습니다. 또한 많은 학자들은 6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멸종의 대상이 되는 객체가 스스로 멸종을 일으키는 독특한 양상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바로 그 멸종의 객체이자 주체가 바로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들입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지질 시대를 인류세라 칭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류세와 관련하여 그 역사와 향후 전망을 다룬 책이 출간되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 (사이언 L. 루이스, 마크 A. 매슬린 共著, 김아림 譯, 세종서적, 원제 : The The Human Planet: How We Created the Anthropocene)”이 바로 그 책입니다.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이라고 말은 많이 들었는데 도대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까요?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으로 압축하면 최초의 인류는 자정이 되기 4초 전인 23시 59분 56초에 등장했습니다. 45억년에 달하는 지구의 역사에 불과 0.46%만 차지하는 아주 짧은 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 인류는 75억이라는 숫자로 불어났으며 지구의 육지 대부분에 정착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들이 만들어낸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의 형태로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물과 음식에 포함되어 있고 콘크리트의 총량은 지구 전체를 덮고도 남을 만큼의 양이라고 합니다. 또한 프리츠 하버(Fritz Haber, 1868-1934)에 의해 질소 고정법이 개발된 이래로 우리는 대기에서 질소를 제거하고 있으며,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온실 효과를 일으켜 빙하 시대를 지속적으로 이연시키고 있으며 전 세계의 바다를 산성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인류는 지구의 생명 역시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데 농경이 시작된 이래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무 총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으며 연간 1억 6천만톤의 어류를 식량과 사료 등으롯 소비합니다. 이러한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척추동물의 개체수는 지난 40년간 58%에 가까운 수가 줄어들어 멸종 속도를 1000배 넘게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육지에 사는 대형 포유류의 단 3%만 야생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75억 인류의 생물량 (biomass)이 약 30%를 차지하며 나머지 67%는 인류가 사육하는 가축의 생물량입니다. 


더욱 암담한 현실은 이러한 인류의 개체수가 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최초 10억에 달할 때 걸렸던 시간은 무려 20만년이었지만 60억에서 70억으로 같은 개체수가 증가하는 데에는 불과 12년이 걸렸을 뿐입니다. 

인류가 일으킨 지구적 규모의 변화는 지구가 형성되고 생태계가 생성된 수십억 년 동안의 변화보다 인류가 등장한 수 만년에 의한 변화의 폭이 더 크며 일부 학자는 지구의 자정 작용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연 인류는 지속적이며 기하급수적 성장을 통해 결국 붕괴할 수 밖에 없는 정해진 시나리오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요?


이 책은 인류세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위해 지질 시대와 그 지질 시대의 일부인 인류세에 대해 알아보고 인류세의 시작단계부터 최초의 에너지 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 농경, 두번째 에너지 혁명인 화석 연료의 영향들을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문명의 붕괴와 멸종 시나리오를 지질시대적 관점에서 총망라한 것으로 그동안 인류의 지속적이며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대량 소비, 오만과 근거 없는 낙관으로 말미암은 지구 환경 및 생태계에 대한 악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류는 화석연료의 사용과 엄청난 인류 생물량의 팽창으로 말미암아 지구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은 분명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를 지배하는 호모 도미나투스 (Homo dominates, 지구를 지배하는 인간)으로서 지구 환경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본주의와 소비주의 팽창으로 결국 생태계와 문명의 붕괴로 말미암아 인류의 문명 네트워크는 멸종의 길로 접어들게 될 수 밖에 없는 미래만이 존재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유발 하라리는 유인원에 불과했던 호모 사피엔스의 다음 진화 단계로 호모 데우스(Homo deus, 신으로서의 인간)를 정의하였지만 CoVID-19로 대표되는 감염병의 확산, 이로 인해 촉발되는 문명 네트워크의 단절 등의 뉴노멀 시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의 상시화, 인류와 인류 연관 생물 이외 생물량 감소 및 멸종으로 인한 생태계 및 경제 체제 붕괴 등을 예상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인류세에 대한 이해를 올바르게 하고 개인적 차원의 노력과 정치적 선택의 우선순위에 대한 근거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피엔스가장악한행성, #사이언L루이스, #마크A매슬린, #세종서적, #김아림, #인류세, #문명의붕괴, #멸종시나리오, #컬처블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