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우주에서의 일어나는 모험, 전투, 전쟁 등의 활극을 소재로 하는 이 장르의 명칭은 과거에는 소프 오페라 (Soap Opera) 혹은 호스 오페라 (Horse Opera)에 빗댄 비아냥에 가까운 용어였습니다. 이후 ‘스타워즈’의 대성공 등 해당 장르가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SF의 하위 장르 중 하나로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으며 마치 SF의 대명사처럼 불리우게 되었습니다. (일부 하드 SF 팬들은 스페이스 오페라가 SF의 하위 장르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장르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영화나 드라마로 유명한 스타트랙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를 비롯하여 래리 니븐의 ‘링월드’ 시리즈 (새파란상상),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씨앗을뿌리는사람)., 데이비드 웨버의 ‘아너 해링턴’ 시리즈 (폴라북스, 행복한책읽기), 댄 시몬스의 ‘히페리온’ 시리즈 (열린책들), 이언 뱅크스의 ‘컬쳐’ 시리즈 (열린책들), 제임스 S. A. 코리의 ‘익스팬스’ 시리즈 (아작), 앤 래키의 ‘라드츠 트릴로지’ (아작), 이윤하의 ‘제국의 기계’ 시리즈 (허블), 존 스칼지의 ‘상호의존성단’ 시리즈 (구픽)와 ‘노인의 전쟁’ 시리즈 (샘터사),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 시리즈 (디앤씨미디어)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양영순 작가의 ‘덴마’ 등 웹툰이나 만화를 제외하면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는 작품조차 거의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그래비티북스에서 “우주아이돌 배달작전 (손지상 著)”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시현과 은령 두 명으로 이루어진 우주 택배기사팀인 플라이하이가 5인조 우주아이돌 ‘체인’을 배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종족과 관계를 맺게 되고 결국 전 은하계를 지배하려는 판타므 교단과 갤컴의 음모를 쳐부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번에 출간한 “우주아이돌 해방작전 (손지상 著, 그래비티북스)”에서는 우주의 평화를 이루어낸 플라이하이 팀의 활약상 이후 약 10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전작이 흥미로운 온갖 값진 재료에도 불구하고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맛을 보여줬다면 본 작품은 전작의 주제와 이야기를 보다 발전시켜 전작에 비해 훨씬 정제되고 균형 잡힌 맛과 재미를 훌륭하게 선사해 줍니다. 또한 공감을 바탕으로 한 연대를 통해 우주적 부조리를 바로 잡아 내려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n번방으로 대표되는 여혐 범죄를 비롯해 우리가 현실에서 처한 사회적, 문화적 부조리에 대한 은유이자 저항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하드 SF 팬 중 이게 무슨 SF냐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스페이스 오페라는 엄밀한 과학 법칙보다는 (최근에는 엄밀한 과학법칙을 적용한 스페이스 오페라도 나오기는 합니다. 제임스 S. A. 코리의 ‘익스팬스’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이야기와 오락성에 중심을 둔 장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손지상 작가의 ‘우주 아이돌’ 시리즈는 시리즈 전체로 볼 때 장르적 특성을 제대로 살린 준수한 작품으로 보고 싶습니다.
Ps. 최근 SF의 르네상스라고 하지만 쉽지 않은 도전임에도 국내 SF 작가의 책을 꾸준히 출판해주고 있는 그래비티북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Ps. 작품 내에 아이돌 팬덤 문화를 레퍼런스로 한 각종 패러디가 많이 나오는데 제가 이쪽은 문외한이라 손지상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부분이 있어 상당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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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