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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들 - 허용오차 제로를 향한 집요하고 위대한 도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문명의 시작과 함께 인간들은 무언가를 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정주문명에 있어 토지의 경우 과세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이집트, 중국, 메소포타미아 등 고대문명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토지나 산출물에 대한 측량하는 방법이나 그 결과를 기록하거나 그린 여러 고대 유물들이 발굴되기도 합니다. 진시황이 전국 시대의 중국을 통일하여 제국을 건설하면서 가장 먼저 시행한 정책이 도량형, 화폐, 문자의 통일이라는 점은 측량과 계측이 문명이 기초가 된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측량, 계측은 인류의 문명과 함께 시작되어 왔고 이것을 조금 더 정밀하고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수단과 단위를 개발하여 발전시켜 왔습니다.
“교수와 광인(공경희 譯, 세종서적)”으로 유명한 사이먼 윈체스터의 신작 “완벽주의자들(공경희 譯, 북라이프, 원제 : The Perfectionists: How Precision Engineers Created the Modern World)”은 측량과 계측의 역사에 대해 들려주는 과학기술사 관련 서적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과학기술사이면서 측량과 계측의 미시사를 재미있으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양 항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선체? 엔진? 승무원? 음식과 물? 물론 이러한 것들도 중요하지만 위도와 경도를 측정하는 장치가 가장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망망대해에서 배의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바로 승선지와 목적지를 최단 시간에 항해할 수 있는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배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위도와 경도를 알아내야 하는데 위도는 사실 천체의 위치를 통해 비교적 쉽게 측량해낼 수 있었던 반면 경도는 정밀한 시계로만이 측정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원양 항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계였습니다. (지금은 위성항법장치가 있어 쉽게 위경도를 알아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항해시대 이후 거의 3-4백년 동안 인류는 경도를 측정해내지 못합니다. 바로 존 해리슨이 그것을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특히 그가 만들어낸 H4는 147일 간의 항해를 통해 1분 54.5초의 오차만이 발생하여 18세기 기술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정확도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정밀한 해상 시계를 통해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존 해리슨의 시계 에피소드를 포함해, 바로 이러한 문명의 기초가 되는 측량과 계측을 위한 도구와 기본 단위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러한 고도로 발달한 현대 문명에 기여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16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 26차 도량형총회(CGPM)에서 국제단위계(SI)의 기본 단위 7개 중 킬로그램(kg), 암페어(A), 켈빈(K), 몰(mol)의 정의를 2019년 5월 20일부터 바꾸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킬로그램의 경우 실물을 기준으로 정의된 바 있는데 이러한 실물을 킬로그램 원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물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질량이 변했기도 하고 향후 분실, 망실 등의 위험(원기 문제)이 있기 때문에 불변의 물리량을 기준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켈빈 역시 기준 물의 의존도에서 벗어나 상수로 정의되는 등 기존에 재정의한 SI 기본 단위인 초(s), 미터(m), 칸델라(cd)와 함께 모든 SI 기본 단위가 불변의 물리량을 기반으로 모두 재정의되어 한층 더 정밀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완벽주의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 더 정밀하고, 정확하게 계측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찾아 조금 더 ‘완벽주의자’가 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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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