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로버트 휴 벤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메이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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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7년 새뮤얼 모스에 의해 전신기가 발명되고 1844년 세계 최초로 전신이 개통됩니다. 이후 굴리엘모 마르코니가 1896년 무선 전신 기술을 개발합니다.


1848년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에 의해 자본주의적 착취와 모순으로 인해 멸망의 불가피성을 피력한 ‘공산당 선언(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을 통해 기독교적 세계관과 구 유럽으로 대표되는 교황, 황제나 왕을 정점으로 하는 봉건 체제, 부르주아 등을 적으로 규정하며 계급 투쟁을 선동하게 됩니다. 


"유럽에 유령이 출몰하였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구 유럽의 모든 세력들, 즉, 교황과 짜르, 메테르니히와 기조, 프랑스의 급진파와 독일 경찰이, 이 유령을 쫓아내려고 신성 동맹을 맺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다. "


출처 : 공산당 선언 (홍익희 著, 유페이퍼)


이후 자본의 생산 과정을 통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자본론(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Ökonomie)’이 1867년 출간됩니다.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개량한 전화기를 기반으로 1878년 세계 최초의 전화 교환국을 설립합니다.


1879년 토머스 에디슨에 의해 백열등이 상용화되며 이의 보급과정에서 전력 체계가 구축되는 등 전기 문명이 싹트는 시기가 됩니다.


1900년 체펠린 백작이 만든 세계 최초의 경식 비행선 LZ1이 처음으로 하늘을 날게 됩니다. (LZ1은 비행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추락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후 1907년 LZ3이 비행에 제대로 성공하게 됩니다.) 


1904~1905년까지 러시아와 일본이 한반도, 만주 등지에서 전쟁을 벌였고, 일본이 승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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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노사의 굴욕(1077년)으로 대표되는 강력했던 교황권은 18~19세기에 접어들면서 세속적 정치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로 전락하게 됩니다. 또한 신본주의 중심의 철학이 르네상스부터 점차 인본주의로 주도권이 넘어가게 되고 산업혁명 이후 과학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종교의 영향력은 급속하게 쇠퇴하게 됩니다. 또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후부터 제 1차 세계 대전 발발 이전까지의 기간 (1871~1914년)은 유럽에서는 역사상 예외적으로 긴 평화의 시기를 누리면서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에 대한 식민 지배로 인한 경제적 발전, 과학 기술의 발달, 문화적 발전이 이루어지며 인본주의 사상이 발달하고 사회주의의 세력이 확장됩니다. 이후 이 시기를 아름다운 시절을 의미하는 벨 에포크 (Belle Époque)라 부르게 됩니다.


이렇게 인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종교의 위기를 당시 사제들은 매우 심각하게 느꼈을 것입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종교적 영향력은 점차 감소할 수 밖에 없었고 향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겠지만 당시 종교인들은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제였던 로버트 휴 벤슨(1871~1914)이 이러한 고민을 소설의 형태로 나타낸 것이 바로 “세상의 주인(로버트 휴 벤슨 著, 유혜인 譯, 메이븐)”입니다. “세상의 주인”에서는 작가의 종교적 고민을 상징하는 퍼시 신부와 이의 대적자로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평화를 이끌어내면서 세계 대통령에 등극한 후 대대적으로 종교를 탄압하는 줄리언 펠센버그를 등장시켜, 이의 갈등을 통해 앞서 설명한 종교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위기 의식을 극대화하여 보여줍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순교를 통한 ‘승리’의 장면인지 아니면 펠센버그가 지향하는 인본주의의 ‘승리’인지 알 수 없게 함으로써 작가의 고민을 더욱 깊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상의 주인”은 출간 당시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소설이었겠지만 지금에서 보면 대체역사물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현대의 종교적 영향력은 소설이 출간된 당시와 비교하더라도 엄청나게 낮아진 상황에서 종교적 영향력의 정점에 있는 교황으로서는 마치 이 책이 예언서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와 교육 체계 구축, 세속정치에 있어 종교의 배제 등 현대에서 선이라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악”으로 묘사했던 장면들이 작가의 생각만이 아니라 당시 종교인들이 가지고 있던 지배적인 생각이었다면 그 동안의 몰락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위선적인 시대를 풍요롭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당대 종교인으로서의 고민이나 반성도 없고, 자신들의 식민 지배 대상이었던 아시아에 대한 근거 없는 인종적 차별의식(황화론)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당시 종교인의 한계를 느꼈고, 신은 인간과 화해할 때만이 비로소 종교의 가치가 나타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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