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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부족주의 -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에이미 추아 지음, 김승진 옮김 / 부키 / 2020년 4월
평점 :
에이미 추아(Amy Lynn Chua, 1962~)는 예일대학교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국의 미래 (이순희 譯, 비아북, 원제 : Day of Empire: How Hyperpowers Rise to Global Dominance and Why They Fall)”, “불타는 세계 (윤미연 譯, 부광, World on Fire: How Exporting Free Market Democracy Breeds Ethnic Hatred and Global Instability)” 등의 정치사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타이거 마더(황소연 譯, 민음사, 원제 :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라는 육아, 교육책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한 “정치적 부족주의 (김승진 譯, 부키, 원제 : Political Tribes: Group Instinct and the Fate of Nations)”에서 저자는 그동안 부족적 동학(動學)을 놓치고 있었으며 급속히 정치적 부족주의가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에게 누구나 부족 본능이 있으며 이러한 부족 본능은 클럽, 팀, 동아리, 가족 등 유대감과 애착을 얻을 수 있는 소속 본능이며 또한 외부자에 대한 배제 본능이기도 하다고 설명하면서 집단에 소속되고 나면 정체성이 해당 집단에 고착되는 현상을 부족주의라 정의합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강대국 중 유일하게 슈퍼 집단(저자가 정의하기를 구성원의 자격이 인종적, 종교적, 민족적, 문화적 배경에 대해 모두 열려 있으며 하위 집단의 정체성을 버리거나 억압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포괄적인 상위 집단 정체성에 강하게 통합하면서 하위 집단 정체성 또한 이어지도록 허용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이다 보니 슈퍼 집단이 아닌 부족적 정치 집단과의 외교정책에서 많은 실책을 범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 전쟁은 자유주의 대 공산주의의 대결보다 중국계 자본에 대한 민족적 분노가 더욱 근본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이해가 부족했으며, 이라크의 경우에도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프카니스탄, ISIS, 베네수엘라 등에서 벌어진 부족주의를 이해하지 못해 실패한 미국 외교의 사례를 저자는 하나 하나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역시 과거에는 슈퍼 집단이 아니었고 오랜 내부적 투쟁을 통해서야 달성할 수 있었던 만큼 저자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슈퍼 집단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면서 최근 들어 배타적 인종주의 운동, 기득권 계층에 대한 반발, 소수집단에 대한 반발 등 정치적 부족주의가 미국 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그 결과, 아니 과정 중에 나타난 것이 바로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정의한 ‘정치적 부족주의’와 ‘부족’에 대한 적확한 조어에 감탄했습니다. ‘부족’은 조상이나 언어, 종교 등이 같은 소규모 생활공동체를 의미하지만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말하는 부족은 민족이나 국가와 같이 큰 개념이 아니라 개인이 정서적, 감정적, 본능적인 소속감을 느끼는 정체성에 기인하므로 매우 주관적입니다. 사회의 주류에 해당하는 사람은 미처 느끼지 못하는 감정일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중국계 미국인이다 보니 백인 주류 학자에 비해 이에 대한 감수성이 유독 도드라졌기 때문에 발견하였을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는 정치적 부족주의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미국 정치, 외교의 실패와 함께 불평등이 야기한 미국 내 모든 정치적 ‘부족’이 이제는 모두 소수자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면서 내부적으로는 뭉치고, 외부적으로는 폐쇄적, 방어적, 징벌적이 되어가고 있다는 정치적 부족주의를 설명하는데, 분명 미국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한국의 상황에 대한 기시감이 떠올랐습니다.
한국 역시 불평등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령에 따라, 성에 따라, 소득에 따라 개인이 모두 소외당하고 있다는 소수자성을 느끼고 있으며 정치적 부족화가 되어가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부족은 국가가 통합을 강조만 한다고 해서 파괴적 성격을 제어하거나 극복할 수 없고 다양성을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현상을 적시하고 이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강구할 때만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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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