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기억 - 한국의 자본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이태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물질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행위는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보니, 이를 다루는 경제에 대한 역사, 즉 경제사는 인류와 인류 사회의 변천을 연구하는 역사에 있어 중요한 분야이면서 경제학과 역사학에서 모두 연구하는 분야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많은 경제사 관련 대중서의 대부분이 세계사적 관점에서 서술하다 보니 한국의 경제사는 소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이 세계 경제사의 전면에 나타난 것은 최근이다 보니 아무래도 당연한 결과겠지요. 한국 경제는 세계 최빈국에서 출발하여 불과 6-70년 사이에 GDP 기준 세계 12위 (2019년 IMF 추정치)까지 성장하였으며, 1인당 GDP(PPP 기준)는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을 추월하기 직전입니다. (인구 2천만명 이상 국가 중 우리나라보다 1인당 GDP 높은 나라 역시 몇 나라 되지 않습니다.)


“시장의 기억 (이태호 著, 어바웃어북)”은 이러한 한국 경제 성장을 떠받친 자본 시장의 역사를 저널리스트 관점에서 통시적으로 서술한 경제사로 학문적인 접근을 통해 정리한 책은 아닙니다. (학문적으로 정리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 재미와 얻을 수 있는 지식 면에서는 오히려 뛰어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사학자나 경제학자가 아닌, 경제 분야 전반을 경험한 저널리스트인데, 직업적 전문성을 살려 일제 강점기 쌀 선물(futures) 시장의 흥망, 대한증권거래소의 설립, 증권파동, 사채 동결 조치, 건설주 파동, 여의도 증권가 시대 개막, 자본시장 개방, 국가 부도의 순간, 닷컴 버블 붕괴, 부동산 광풍, 리먼브라더스 파산 및 금융 위기, 저축은행 사태, 기준금리 0%대 진입 등 20세기초부터 최근까지의 자본 시장을 뒤흔든 주요 사건의 흐름을 에피소드 중심 9개의 챕터로 구분하여 정리하였습니다. 

시장의 기억은 실패의 기억이자, 개미가 흘린 눈물의 기억일 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처절함과 자본 시장에서 상수로서 정부의 역할을 확인하는 독서였으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건도 있고, 자세히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를 두텁게 한 독서였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 책의 장점은 한 권으로 구성된 “아카이브”라는 점입니다. 특히 권두 스페셜로 구성한 인포그래픽과 뒷표지의 연표는 궁금한 부분이 생길 때마다 지속적으로 이 책을 꺼내들 게 만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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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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