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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입니다. ‘슬기로운 사람’, ‘지혜가 있는 사람’, ‘현명한 사람’으로도 번역이 되는 이 학명은 인간의 특징을 그대로 나타냅니다. 바로 겸손함을 모르는 특징 말이지요. 사실 지능에 대한 정의만 봐도 학자마다 의견이 다 다르고 최근에야 비로소 비인간 지성체 (Non Human Intelligence) 혹은 비인간 인격체 (Non Human Person)에 대해 깨달아 가는 것을 생각해보면 인간만을 지능, 지성을 가진 존재라 상정하고 만든 학명이니 이 얼마나 오만한 표현입니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뇌가 그렇게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그 작은 뇌로 빛조차 느리게 보일 정도로 거대한 우주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양자 세계까지 탐험해내는 것을 보면 그럭저럭 쓸 만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사실 우리의 뇌는 그렇게 생겨먹지 않았습니다. ‘진화라는 과정은 영리함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거든요. ‘멍청할 뿐만 아니라 아주 고집스럽게 멍청’합니다. 진화는 ‘지금 당장 이익이 되는 특성’이 자연 환경에 의해 선택되는 우연의 산물의 누적이므로 인간의 뇌는 ‘최고의 사고 기계’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패턴 인식을 통한 휴리스틱(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의 기술)에 최적화된 엉성한 기계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 긴 생존의 시간 동안 정말 많은 바보짓을 저질러 왔습니다.
그런 바보짓의 역사를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 바로 “인간의 흑역사 (톰 필립스 著, 홍한결 譯, 윌북, 원제 : Humans: A Brief History of How We F*cked It All Up)”입니다.
이 책은 인류 최초의 조상 중 하나이며 가장 유명한 유인원인 루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랜시스)의 바보짓으로 그 서막을 열고 있습니다. 바로 유인원임에도 불구하고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거든요. 하지만 루시는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덕분에 유명해졌을 뿐 아니라 그간 오랜 논쟁이 되었던 인간과 유인원 간의 미싱 링크를 증명했으니 용서해 줄 만한 바보짓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수 천만을 죽인 전쟁, 수억을 죽인 식민주의, 나라를 멸망시킨 외교, 모든 생물을 절멸시켜 가고 있는 기후 변화 등등 용서 못 할 만한 엄청난 바보짓들도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구 역사상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단일 생명체’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토머스 미즐리가 단돈 3센트를 벌자고 수많은 사람들을 납중독에 빠뜨리고 지구의 오존층을 파괴했다는 바보짓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면 인간의 바보스런 뇌에 대해 절망하게 됩니다. (토머스 미즐리에 대한 이야기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도 나옵니다.)
그럼 인간은 이제 바보짓을 그만 두고 있을까요? 아니요! 인간은 여전히 지금도 이러한 기후변화, 혐오범죄, 전쟁과 테러 등 바보짓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데 꽃놀이 가는 것도 작은 바보짓 중 하나겠지요. 이러다 아마 스스로의 탐욕으로 인해 멸종해버린 최초의 지성체가 될 것인지 정말이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생인류는 그 장구한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종입니다. 앞서 책에서 언급한 현재의 바보짓을 계속해 나갈 경우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물론 없습니다만 그래도 살아남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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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