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익스체인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2
최정화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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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억”은 무엇일까요? 기억에 대한 질문은 고대로부터 자아와 연계하여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면서 그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시도하였던 철학적 질문입니다. 또한 최근 들어 정보 이론과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학적 질문으로 발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고 정의하는데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그것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의 정체성을 정의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기억인지 신체인지를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도대체 인간에게 “기억”이란 무엇일까요? 언젠가는 그 정체를 밝혀내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어떤 분야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답을 구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를 그려내지 않고 극단화함으로써 답을 이끌어내는 장르인 SF입니다.

최정화 작가는 “흰 도시 이야기 (문학동네)”에서 기억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SF라는 장르 기법을 차용한 바 있습니다. 작가는 또다시 “기억”에 대한 질문을 들고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바로 “메모리 익스체인지 (현대문학)”입니다. 120여 페이지 남짓한 중편이지만 현대문학에서 내놓은 핀 시리즈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구가 태양계에서 벗어나 방랑자 행성이 될 위기에 처하자 지구인들은 화성으로 이주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미 화성에는 화성인들이 살고 있으며, 이 화성인들은 지구인에 대해 생명체를 대하는 최소한의 존중을 하지 않고 혐오와 차별 의식을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지구인에게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메모리 익스체인지를 통해 화성인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설정을 축으로 이 책에서 작가는 니키와 반다, 그리고 니키와 반다가 하나로 합쳐진 존재의 서사를 통해 기억과 차별, 혐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고 존중받는 데” 필요한 것은 그 사람이 화성인인지, 지구인인지, 부자인지, 가난한 사람인지, “사람들이 어떻게 대하는”지가 아니라 바로 “인간”이라는 조건 하나 뿐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난민 문제가 매우 심각한 국제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이를 “인간”의 문제가 아닌 “이득”의 문제로 바라보면서 혐오와 차별, 극우 사상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으며 인류를 ‘양대 대전’과 ‘홀로코스트’ 이후 얻은 문명인으로서의 교훈을 잊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작가의 주제의식에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Ps. 작중에서 어떻게 화성인들이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습니다만 아마 몇 세대 전에 지구인이 화성을 식민지로 삼고 테라포밍하였지만 지구의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어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지구로부터 독립한 세력이 아닐까 하는 추측은 할 수 있습니다.

Ps.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성인들이 메모리 익스체인지를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구인들은 화성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지만 화성인들에게는 전혀 이득이 없는 행위인데 말이지요. 작중에서는 두 명의 기억이 한 몸에 존재한다는 암시가 있으므로 신체 강탈도 아니더군요. 명시적인 설명은 아니더라도 독자들이 유추할 수 있도록 이야기 속에 충분히 녹여낼 수 있었을텐데 이야기의 중요한 축임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모르고 넘어가게 한 점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메모리익스체인지, #최정화, #현대문학, #핀시리즈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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