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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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매우 크게 오해했습니다. 전통 민담 + 판타지라는 기본 소개만 보고 해님 달님 이야기를 패러디한 이야기를 경쾌한 문체로 전개할 것이라고 생각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이 오해는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요?) 하지만 ‘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著, 황금가지)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다소 어두운 소설입니다.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벼운 민담 패러디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모현의 희망과 회현의 한을 뒤섞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장아미 작가의 세련된 솜씨에 읽는 내내 모현을 응원하면서도 회현을 차마 미워하지 못하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책을 읽어 나갔고 그리 짧은 분량의 소설은 결코 아니지만 길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할 정도로 몰입하였습니다. 또한 홍옥의 진중함과 명의 경쾌함 등은 긴장된 독서를 다소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주어 너무 무겁지만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등 작가의 노련함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우리에게 맞지 않고 겉돌거나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설정의 장르 소설들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정말 우리 것이라 생각할 만한 소재와 설정의 소설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 혹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촌스러운 구호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장르 문학이 진정으로 우리 문학 생태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이러한 현상은 최근 한국 장르문학계에 어디에 내놔도 남부끄럽지 않은 멋진 글을 쓰는 분들이 많이 나타나는 원인의 하나도 그동안 우리 것이 되어가는 ‘축적의 시간’이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모로 생각할 바가 많겠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책들이 많아 행복하고 좋은 작가들의 신간을 기다리는 마음에 또 행복합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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