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10시 30분이면 개그콘서트를 보는 시간이죠?
저희 부부는 '역사저널 그날'을 챙겨본답니다.
역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평소에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줄줄 풀어서 해주거든요.
머리속에 막~막~앎의 즐거움으로 채워지는 기분이 너무 좋아요.
진행자분의 프로필을 찾아봤더니
최원정아나운서가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를 나오셨더라고요.
옆지기하고 보면서 역시 정외과를 나오니 말을 잘하는 구나..
라고 이상한 논리를 주절주절 거리며 봤었어요.
근데 여기에 출연해서 역사에대해 거침없이 말씀하시는것 보며
많이 부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도 학창시절때 좋아하는 무언가에 저렇게 빠져서
전문가가 되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과 후회도 많이 느끼고요~
잘 보다가도 막내녀석이 아직 어린지라 자다가 저를 찾으면
중간중간 맥이 끊겨서 섭섭할때가 많았는데요~
이제는 책으로 읽을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
집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읽고 싶었는데...

큰아이가 며칠 아프더니
눈이 너무 심하게 부어 응급실을 가게 되었답니다.
피검사에 ct까지..
아이는 염증으로 눈이 붓고
저는 하도 울어서 눈이 붓고
응급실 간 날밤 두 모자가 눈이 부어 입원실에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입원을 해있었는데
일주일이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아이가 차츰 나아지고 있을때쯤
옆지기가 퇴근후 필요한 짐을 가져다 주었는데
저와 큰아이 책을 싸왔더라고요..
어찌나 반갑던지..
그다음날부터 우리 두 모자는 말없이 책만 읽었지요~
입원해 있는 동안 좋았던건
우리 둘다 원없이 책을 읽었다는 거에요~^^
집에 있으면 살림해야하고
아이들 간식에, 식사를 차려줘야 책을 손에서 놓아야했지만
병원 입원실은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그렇게 병원에서
아이에 대한 걱정을 잠시 잊게해주고
나의 무료함을 달래주었던
<역사저널 그날>은 어떤 책인지 잠시 알려드릴께요.
물론 읽는 이의 기분이나 기본 배경지식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거 아시죠?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사실과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대화형식으로 되어있어요.
역사를 다룬 글이라면
뺵뺵한 글들의 향연일텐데
대화형식으로 사실과 자신들의 소견을 주거니받거니하는 형식이랍니다.
<세자빈 권씨, 단종 낳고 죽던 날>편
그날 근데 세자빈이 어떤 잘못을 했기에 폐출까지?
신명호 실록을 보면 문종이 어릴 때 좋아했던 여성이 있는데요. 효동하고 덕금이라는
여자에요. 이름에 효자하고 덕자가 들어가는 걸 보면 아마 예쁘면서도 지성과
품성을 두루 갖춘 여자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암부튼 문종은 아버지가 짝을 지어
줬으니 마지못해 부부 생활을 하지만 마음은 효동과 덕금이에게 줬다는 거에요.
세자빈은 당연히 질투가 나겠죠. 그래서 문종의 마음을 자기한테 돌려 보려고
희한한 비술 같은 걸 써요. 세자빈이 '다른 여자한테 간 사랑을 나한테 옮겨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하고 물으니까 '그 여자가 신는 신발을 몰래 훔쳐다가
태우고, 그 재를 술에 타서 남자에게 먹이면 그 남자가 당신을 좋아할 거다'이랬다는
거에요. ,,,,<중략>
그날 방법들이 굉장히 구체적인데요. 좀 묘하기는 해도 못 구할 것도 아니잖아요.
신병주 휘빈 김씨도 쉬운 방법을 선택한 겨죠. 효동하고 덕금이 신발은 몰래 훔쳐
올 수 있잖아요. 그걸 몰래 가지고 있다가 태워서 문종한테 먹이려고 했는데
미수에 그치죠. 제가 봤을 때는 문종이 그 걸 먹었다고 해도 사랑이 생기진 않고
그냥 암 걸릴 것 같아요.
실록의 사실과 더불어 암걸릴 것 같다는 빵터지는 유머까지~
정말 말씀들을 달게 잘하시는 것 같아요..
바로 그 페이지에 세종실록의 일부를 바로 담아서
위글들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답니다.
실록을 바로바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까지~
두고두고 곁에 두고 싶은 책이에요.
전 아이들이나 신랑에게 곧잘 이야기 해주는걸 좋아하거든요.
신랑이 장거리 운전할때는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는데
곧 책을 달달 외울것같아요..
문종이 세번 결혼한 사실은 우리가 잘 알고 있죠.
두번째 부인은 동성애를 해서 폐출된것은
드라마나 이야깃거리로 많이 접한 사실이죠~
순빈 봉씨의 폐출 원인, 동성애
그날 봉씨의 폐출 원인이 굉장히 의외에요. 동성애라면서요?
신명호 시어머니가 감시망을 동원해서 자기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 있어요.
세종도 무서운 시아버지에요. 세자빈의 입장에서는 조심해야 하는데 답답하지요.
그걸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남편의 사랑인데 남편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겁니다.
그럴 때 세자빈이 답답한 속을 풀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둘뿐입니다. 입궐할 때
데리고 들어간 유모하고 시녀. 그들은 본방나인이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한테
하소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본방나인들을 밤낮으로
자기 옆에 있게 해요. 거의 집착에 가까웠죠. 근데 이게 동성애라는 거죠. 고려 말에는
원나라 풍습 때문에 성에 대해서 매우 자유분방했거든요.
그날 아, 그런 일들이 빈번히 있었던 건가요?
신명호 그렇죠. 조선 건국하면서 왕은 바뀌었지만 고려 말 궁중 시녀들이나 환관들을 그대로
조선 왕실로 이어지니까요. 고려 말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선 초에 그대로 있죠.
그걸 바꾸려는 분이 세종인데 궁녀도 아니고 장차 왕비가 될 세자빈이 동성애를
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래서 바로 쫓아냅니다.
<중략>
그날 어떻게 보면 왕실의 치부일 수도 있는데 그에 대한 기록이 이토록 소상하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네요.
신명호 세종의 개성이라고 할까요? 사관이 별별 이야기를 다 기록해도 봐주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사실 이런 일 때문에 며느리를 쫓아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내막을
이야기해 주고 대외적으로는 칠거지악을 페출의 이유로 들었는데, 사관이 그 과정을
전부 기록해서 실록에 남긴 거죠. 있는 그래로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의 권리를
인정해 준것도 세종의 위대한 면이라고 할 수 있죠.
읽으면 읽을수록 시간이 가는지 모르고 술술 넘어가는
역사책이 있다면 바로 <역사저널 그날>이 아닐까 싶어요.
두권의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도 참 흥미로운데요.
<1권>
1. 정도전, 이성계를 만난 날
2. 이성계, 500년 왕조의 서막을 열던 날
3. 왕권인가 신권인가, 왕자의 난
4. 세자 양녕, 폐위된 날
5. 조선, 왜구와의 전쟁을 선포하다 : 대마도 정벌
6. 세종, 집현전을 열던 날
7. 1430년 조선, 첫 국민투표 하던 날
<2권>
1. 세자빈 권씨, 단종 낳고 죽던 날
2. 하룻밤의 승부, 계유정난
3. 수양대군, 옥새를 받다.
4. 세조와 공신들, 피로 맹세한 날
5. 남이 장군, 혜성과 함께 사라지다.
6. 인수대비, 며느리에게 사약을 내린 날
7. 연산군, 어머니의 복수를 시작한 날
개인적으로는 2권이 더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3권 4권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얼마전 가족끼리 식사를 하는데
제가 옆지기와 아이들에게 물어봤어요.
"내가 모으는게 있는게 두가지가 있는데 뭘까요~?"
바로 짠듯이, 이구동성게임하는지 알았어요.
"가방~"
헉..그래 그리고?
"금?"
옆지기가 대답하더군요.
아니..내가 금이 얼마나 있다고..
참내..모을만큼 사주셨는지..
IMF금모으기도 아니고 내가 무슨 금을 모았다고...
아니라고 하니까
"귀금속?"
또 몬소리얌...아니 모을만큼 사주셨는지 묻고 싶더군요...
그것도 아니라고 하니까
"아~책!!"
참내.. 이 대답을 원한거였는데 힘들게 나오더군요.
어릴적 <책방>하는게 소원이였고
책이 그득한 도서관에 가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오래된 책에서 나오는 종이냄새도 좋아서
이상하게 책에 집착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을 재워놓고
책들을 쭉~보며 몇년전, 몇달전 읽었던 책을 꺼내
읽곤하는데 그 시간이 제게는 유일한 제시간이자 편안한 시간이랍니다.
<역사저널 그날>은 제가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보고픈
책장칸에 두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큰아들녀석이 얼른 자라서 읽고
함께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할 날이 기대되네요..
<이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쓰여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