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램의 무게
임제훈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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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1그램의 무게_임제훈_북레시피

이건 마약을 소재로 한 한국 실화 소설 장르의 미래를 이끌어 갈 작가님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서 블록버스터급 할리우드 미스터리의 아성을 무너뜨릴 작품이 한국에서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더군다나 넷플릭스나 웨이브 같은 OTT가 주목 받는 시대에 드디어 장르 문학에 더 다양한 도전을 하며 좋은 대우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그동안 한정적인 소재를 벗어나 자유롭게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작가가 부쩍 늘어난 추세인 듯 보인다. 정말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런 현상이 누구에겐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걱정하게 하지만 좀 더 진보적인 성향이 지금 시대에는 맞는다고 본다.

문장의 느낌이나 구성 또한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잘 쓰인 이 소설은 밥상 위에 잘 차려진 오색빛깔 반찬처럼 맛있게 읽혔다. 요즘 소설은 이래야 잘 팔리고 인기를 얻을 것 같다. 물론 순문학의 전통성과 순수성을 지켜나가려는 시도들도 있지만 대중을 생각해서 작가도 진지하게 고민하며 쓸 것 같다.

이 소설은 정말 보석 그 자체였다. 예쁜 무채색 표지와 추상적이게 그려진 그림이 긴장감을 준다.

'1그램의 무게. 마약 범죄로 4년간 수감생활을 한 저자의 실화소설 “나는 마약 밀수 및 판매책이었다.”

마약 제조, 운반, 판매에서부터 교도소 내 일화까지 리얼하게 그려낸 다큐 소설.'

소설은 처음부터 강렬한 장면을 연출한다. 우울하면서도 깊고 빗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축축하게 젖은 대지 위에 마약 냄새가 코를 스미는 것 저럼 설레게 했다. 낯선 이들의 만남에서 급하게 치닫는 수사 과정은 묘한 매력이었다. 그렇게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전개가 흥미로웠다.

사실 큰 기대를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개연성을 크게 따지는 한국 독자에게 마약 소재는 정말 쉽지 않은 장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를 생각한다면 이런 도전이 결코 무모하다곤 보지 않는다. 국내는 그렇다 쳐도 해외는 또 이런 걸 선호하는 독자층이 꽤나 많다.

이 소설을 읽으며 참신한 발상과 실화적 탄탄함을 동 시에 느꼈다. 작가만의 노련함이 느껴졌으며 마치 일반 소설 같이 보이면서도 특유의 심각함을 교묘하게 비껴갔다. 역시 재미를 주었고 더 많이 읽히며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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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 우울
이준영 지음 / 좋은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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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단편적 우울_이준영_좋은땅


오늘도 나는 살아가고 있다.

삶은 무엇일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이십 대 시절이 지나 나이가 무르익어 사그라들어 가고 있는 지금, 그냥 산다고 말하고 싶다. 단순하게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이젠 복잡한 게 싫다. 살아가는 것에 익숙함을 느끼고 더 나아가 귀찮다. 그건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놀라운 건 사람마다 삶을 사는 방식은 다르지만 심리적인 면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단편적 우울'

이준영 작가의 시집 제목이었다.

그저 살아가는 대로 내가 느끼는 대로 살면 될 것 같다. 내 삶을 투영하기도 싫고 강요하고 이해받고 싶은 것도 더더욱 아니다. 그냥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나는 죽고 싶을 정도로 우울한 적이 있고, 정신과 상담을 심각하게 고민했고, 아프지 않게 죽는 법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보기도 했는데 결론은 없었다. 안락사라는 것도 당사자가 겪을 고통은 어떤지 누구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잠을 자다가 죽는 것도 복이라는데, 그 또한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결국은 포기했다. 그래도 잘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공허하고 우울할 한 청년 작가분의 시집을 읽으며 공감해 주고 싶다.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까.

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

-오희숙

이 말처럼 차마 쓰지 못했던 말들은 책에 쓰여 있는 글자 외에 빈 공간 속에 빼곡히 채워져 있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은 마음으로 느끼면 된다. 슬픔, 우울, 고통, 괴로움. 아픔을 고칠 수 있는 건 결국 삶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 시집을 쓰면서 느끼고 깨달았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잘 치유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해줄 말이 많이 없는 건 조금은 조심스러움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삶을 살아온 건 아니기에 그저 바라보며 공감해 줄 뿐이다. 솔직하게 담아 넣은 이 책으로 한 작가의 인생의 단편을 슬며시 느껴 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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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라키의 머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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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나도라키의 머리_사와무라 이치_아르테


표지 그림이 괴기스럽다. 검은색 배경에 가장 위에는 물고기가 그려져 있고 중간엔 마치 핼러윈 호박처럼 눈, 코, 입이 그려진 수박과 가장 아래엔 녹아내리는 촛불을 그렸다.

한눈에 봐도 호러 소설인 줄 알겠다.

『나도라키의 머리』

‘어떻게 할 거야? 보았고, 들었잖아?’

‘일본 호러소설 대상 만장일치 대상 수상 작가. 『보기 왕이 온다』 사와무라 이치의 최신 공포 단편집. 제72회 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문 수상작 수록’

1979년에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호러 작품을 좋아했던 작가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려 3년 만에 ‘보기 왕이 온다’라는 작품으로 만장일치 일본 호러 소설 대상을 수상한 작가였다.

총 6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으며 나중에 알았지만 기존 작품에 등장하는 히가 자매랑 노자키가 나와서 세계관이 연결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역자는 전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이 내용은 책의 뒷부분에 나와서 읽으면서 보게 되었다. 아무튼 호러 문학의 대가답게 각각의 단편소설은 비슷한 게 없이 개별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치밀한 서사와 깨끗한 결론이 흥미로웠다.

사와무라 이치의 호러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사회적인 이슈가 담겨 있다. 이 작품에도 각각 상사의 갑질 문제와 학교 내의 따돌림 문제 등이 등장한다.

둘째, 애절함과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 있다. 그의 호러에는 찝찝함이나 꺼림칙함이 없다. 단지 애절함과 안타까움이 있을 뿐.

셋째, 약자를 위한 마음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그의 호러를 읽으면 그가 사회적 약자를 얼마나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술자리 잡담』이 가장 좋았다. 마지막에 반전이 놀라웠고 전문가적인 대담 형식의 진행인데 비즈니스 주점에서 이루어진 다는 점도 특별했다. 주인공과 그 주위 사람들로부터 여성 비하적인 발언을 들으면서도 고급스럽고 짜릿하게 복수하는 여성이 통쾌했다.

호러 문학의 명가 아르테 출판사에서 나온 사와무라 이치의 단편집은 호러 문학 마니아들에게 큰 재미를 줄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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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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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투명인간_하버트 조지 웰스_새움

고전소설은 언제나 신선한 재미로 문학적 기쁨을 주어서 좋아한다. 이번에 ‘새움 출판사’에서 나온 ‘투명 인간’은 한국 최고의 번역가 이정서 님의 바른 번역으로 독자들이 여태까지 읽어왔던 미국판이 아닌 원작 영국판으로 번역되었기에 그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사실 직역된 번역이라 문장의 딱딱함은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의역이 들어가면 읽기엔 편할지 몰라도 작가의 진정한 의도를 잘못 이해할 수 있기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투명 인간’은 SF 소설에선 대표적인 고전이라 할 수 있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무려 4번이나 오른 명작이었다. 작가 하버트 조지 웰스의 대표작이면서 지금 시대에도 ‘투명 인간’ 이리고 하면 작가는 몰라도 그게 있다는 건 모두 안다. 사실 그동안 원작 소설은 읽어 보지 못했다. 그저 각색된 영화나 만화만 봐왔는데 진짜 매력은 소설에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됐다.

‘투명 인간’은 그리핀이라고 하는 천재 과학자가 본인이 투명 인간이 된 실험 결과물이었다. 놀랐던 건 단순히 어느 날 갑자기 변한 게 아니라 나름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적절히 픽션과 섞여서 개연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요즘 나오는 소설은 그런 물리 과학적 접근 없이 갑자기 툭 바뀌어서 그냥 그런 줄 알고 이해해야 했다. 하지만 과학 전공인 저자의 전문적 지식이 더해져서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주인공은 투명 인간으로 살며 결국 범죄를 저지르게 되지만 그 이면에는 그럴 수밖에 없어서 알몸으로 그 추운 겨울에 거리를 돌아다녀야 했다. 따듯한 옷이 필요했고, 배를 채워야 했으며 잘 곳이 없었다. 물론 최초 연구했던 공간이 주거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투명해진 몸을 당장 누군가에게 보이기는 힘들었다. 그러다가 절도하여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었고, 간신히 머물렀던 모텔에서 한 인간에게 자신의 존재를 밝히며 동맹을 시도했지만 배신당하여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책도 잃게 된다. 거기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인물 켐프에게도 배신당해서 도망자 신세가 되고 복수하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미국 번역판은 주인공에 대해 완전한 범죄자로 치부했다는 것이었고 영국판은 그나마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어서 치욕스러운 면을 가려주었다. 결국 그리핀도 과학자이고 불쌍한 인간이었기에 해석의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투명 인간’은 정말 놀라운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새움 출판사에서 바른 번역으로 더 다양한 문학을 독자에게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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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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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키루스의 교육_크세노폰_현대지성


키루스는 정확히는 키루스 2세로 인류 역사상 최초의 거대 제국을 건설한 군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아케메네스 제국의 초대 황제를 칭한 5대 군주며 일명 키루스 대왕 혹은 키루스 대제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키루스의 교육’은 군인이자 저술가였던 크세노폰이 키루스 2세의 일대기를 정치학적으로 그린 전기였으며 실질적인 역사와는 다르게 각색된 소설이었다.

이를테면 중국의 ‘삼국지’와 ‘삼국지연의’의 차이 같아 보였다. 그런데도 위대한 정복 왕 알렉산더 대왕이 보물함에 보관할 정도로 아끼던 책이었다고 전해진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에서 제시한 가장 이상적인 군주 키루스 대왕.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극찬한 동서양 최고의 리더십 고전. 2400년 동안 사랑받아온 불명의 리더십 교본.’

단순하게 한 왕의 전기였다면 심심했을 내용이었지만 당시 정치학에 접목하여 쓰인 책이었고 문장 자체도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서 소설처럼 읽혔다.

물론 인물 간의 대사가 없어서 학술서같이 전문적이기도 했지만 그 부분은 뒤에 해석 면을 보면 역사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잘 정리해 놨다.

‘리더의 성품과 태도, 자기관리, 인간관계 조직경영 등 동서고금을 초월한 참된 지도자의 덕목을 모두 담아내다.’

보통 군주가 나라를 정복하면 피의 숙청과 약탈이 자행되는데 키루스 왕은 정복엔 냉정했으나 백성만큼은 따뜻하게 대했던 왕으로 보였다. 내용을 보면 아테네 포로도 풀어줘서 적국으로부터 인정받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었다.

이 책을 저술은 크세노폰 또한 현대 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그의 애제자였던 플라톤의 이상 정치과 다소 이상적이었던 철학과는 다르게 현실적인 왕의 모습과 실리적인 정치가 어떤 건지 이 책에서 키루스 왕을 통해 전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정치 이념을 이 책을 한 번 읽었다고 해서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서민들에게 추앙받는 착한 왕이었다는 건 분명했고 그를 추앙하며 기록한 크세노폰의 열의가 느껴졌다.

현대 정치 청학에 관심 있고 전쟁과 더불어 진정한 왕의 자세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분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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