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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ㅣ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221/pimg_7569491162771819.jpg)
[서평]<제3도시>_정명섭_북하우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참 잘 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소재도 아니고 남과 북을 주제로 한 것이라 그런지 정서적 공감도 잘 된다. 나는 추리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는 거의 외국 소설을 읽게 되는데 사건 전개나 인물 간의 심리적 갈등 또는 외적인 액션들은 머릿속에 영상화가 잘 된다. 그러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아무래도 외국이기도 했고 우리 역사가 아니어서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실체를 확인해보긴 한다.
<제3도시>는 소설 안에서의 장소 설정이 참 탁월했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개성공단지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건과 함께 그곳을 <제3도시>라고 했다. 북한의 땅이지만 남한의 자본력으로 이루어졌고 결국 서로가 자본주의 이권을 갖기 위한 곳이기도 했다. 북은 땅을 제공함과 동시에 노동의 대가로 달러를 벌 수 있고, 남한은 비교적 저렴한 노동 생산비로 매출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평화적 이미지를 만든다. 결국 통일 협력이라는 것이 국민 정서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정명섭 작가님은 2013년 직지 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실력파이다.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크리에이터 상도 받으셨고 한국 대표 미스터리 작가 모임에도 활동을 하며 다양한 작품들을 다수 썼다. 대기업 샐러리맨, 바리스타까지 하는 다재다능하고 다양한 직업을 갖고 계신다. 영화제 때문인지 몰라도 <제3세계>는 정통 추리소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영화 시나리오 같았다. 그 점이 대중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거기다 남북문제를 다룬 것까지 이건 완전 명작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번외 편처럼 매력적이었다. 물론 이 책은 추리 소설이었다. 그 드라마랑 배경적 소재가 같다고 했을 뿐. 로맨스나 막장 요소는 없었다. 그래서 추리 소설 마니아분들에게 이 소설을 더 추천해 주고 싶다.
우리나라는 탐정이 아직은 낯설다. 경찰이 아니고서야 국제 문제에 개입하여 수사하는 사건은 공감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예전에 <민간 조사학> 세미나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하자면 2020년이나 돼서야 탐정을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명칭을 이제서야 직업이 된 것이다. 그 이전은 다들 알다시피 <흥신소> 였고, 비밀스럽고 퇴폐적인 느낌이 강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들이 의뢰받아서 맡는 일은 경찰 기관에 신고할 수 없는 불륜 관련 정보를 캐내는 것과 기업의 금전 관련 추적을 해주는 게 주요한 것이었다. 이 부분은 직접 들었던 것이다. 90프로 이상 이랬다. 그러나 이 책에선 남북의 사업적 교량 역할을 하는 개성공단지구 안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다루었고 주인공 강민규는 헌병 수사대 출신의 사설탐정이었다. 여기서 독자들이 궁금한 건 어떻게 국제 문제를 수사할 수 있었냐는 건데 두 국가 사이에 있는 개성공단에서는 어느 쪽도 완전한 법적 개입이 힘들다는 점이었다. 북한 땅이지만 남한의 자본과 인력도 있었기에. 사건이 벌어지면 수사를 진행하는 것도 두 나라가 협의를 해야 했고 가뜩이나 예민한 문제인데 서로 조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탐정이 들어갔다. 참 탁월한 설정이었고 재미있었다. 생각 보다 탄탄한 전개에 놀랐고,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스케일이 좋았다. 또한 이 소설이 흥미로웠던 건 사건 추리에 있었다. 관련 인물을 인터뷰하며 알리바이 성립을 확인하고 범인을 특정하며 추적하는 과정이 유머러스하면서도 때로는 과감하다. 주인공 강민규와 오재민 소좌가 콤비가 되었다. 탐정이 북한의 군부 절대권력자를 등에 없고 함께 수사하는 과정도 볼만하다. 서로 반말을 하며 농담도 주고받는 모습이 때로는 웃기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사건의 전개를 기록하면서 주인공과 함께 범인을 추적하면 좋을 것 같다. 작가가 트릭을 숨겨 놓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책을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서 구차하게 얘기를 안 할 것이다.
어느 소설이건 백 퍼센트 완벽할 수는 없다. 읽다 보면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고 인물 간의 관계가 공감이 안될 수 있으며 소설 안에 존재하는 남북 간의 상황이 감정이입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소설이라고 보고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는 편이다. 이것 때문에도 호불호가가 갈리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분량을 좀 더 늘여서라도 남녀 간의 로맨스가 있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았다. 굳이 이 소설의 단점을 꼽자면 그랬다. 강민규에겐 사랑이 없었다. 미모의 북한 비서와 로맨스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웠다 만약 그랬다면 소설 자체가 느낌이 달라졌겠지만 말이다. 예를 들면 007 영화의 본드걸이 없어졌다고 할까. 그리고 남북문제에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간의 국가 간 개입이 있었다면 더 스케일이 커져서 긴박감이 있고 볼 만했을 것이다.
이 모든 건 감수하고서라도 작가님은 정통 추리 소설의 재미를 위해 애쓰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범인을 못 맞췄다. 작가님의 트릭에 완전히 속았기 때문이다. 여러분들도 제3도시를 읽으며 추리 소설의 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