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을에서 소설을 쓰는 법
우시목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서평]<그 마을에서 소설을 쓰는 법>_우시목_바른북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우시목 작가님은 미스터리한 분이다. 왜냐고? 그 분에 대한 정보가 없다. 사진도 없고 인적사항이 없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왠지 이름이 필명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겠다는 거. 찾아봤는데도 책에 나온 것이 전부였다. 누구신지 궁금했다. 혹여 나의 서평을 읽는 출판사 분들이나 작가님이 보신다고 크게 뭐 신경 쓸 일도 아니겠지만. 신비주의가 이 소설을 더 빛나게 하는 것인가, 싶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설은 곱고 아름다웠다. 첫 장편 소설을 출간하셨다니 축하하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초반부터 몰입이 되었던 건 주인공이 소설을 쓰는 오덕근이란 이름의 작가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작가이기도 했다. 굳이 밝힐 필요는 없었지만. 신춘문예 당선한 그런 작가도 아니요 단편 소설 몆번 쓴 풋내기 작가다. 아무튼 현실에서는 그리 흔하지는 않은 소설가인 남자 오덕근과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여자 윤솔의 만남이었다. 거기다 그녀는 그의 소설을 다 읽은 찐팬이기도 하다. 그 두사람의 만남 또한 기가막힌 우연이다. 재미있는 건 윤솔이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이 소설의 그림을 그리신 분이였다는 거. 검색을 해보니 닉네임이 같았다.

소설가 오덕근은 신작 출판이 반려되었다. 이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는데 동창이며 절친이자 출판사 편집자이기도한 상식의 권유로 한적한 바닷가의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한달간 새로운 소설을 쓰기 위해 머무르게 된다. 거기서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되는 미모의 여인 윤솔과의 만남. 버스정류장에서의 첫 만남은 너무 아름다웠다. 조용히 스며드는 빗 속에서의 장면이 일러스트로 그려져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쓴 문장에서 더 나아가 글로 그림을 그려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비가 잔잔하게 내리는 한적한 바닷가의 풍경. 장마철의 분위기. 비로 인해 회색 빛으로 물든 세상과 마주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고요하다. 떨어지는 빗방울과 촉촉히 젖어가는 옷과 더불어 오감을 자극하는 묘사는 현실감이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독자들이 느끼기에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개념적인 설명과 부사적 표현이 가미 된 문장은 자칫 전개의 속도가 느려져서 웹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에겐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대사의 양이 적어서 그런 경향이 있다. 대사가 적어서 흐름이 끊기고 몰입이 안되서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고, 캐릭터에 감정이입 하기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분히 순문학적인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과하진 않았다. 작가가 쓰는 문장은 섬세함이 있었고, 담담하면서도 감정을 꾹 눌러담은 절제미가 있었다. 도시의 삭막함에서 벗어난 덕근을 통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바닷가는 예술이 되었다. 나는 일종의 고요한 힐링 효과를 느꼈다. 흐린 날씨를 좋아했고 비가오는 회색빛 풍경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작가님의 소설을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엔 어벤져스 타노스급 적대자는 등장하지 않지만 덕근을 고뇌하고 일탈하게 만든 것이 있다. 그는 출판사로부터 신작 소설이 반려가 되었다. 그로인해 새로 써야할 소설이 갈등 요소였다. 책의 제목처럼 그 마을에서 소설을 써야 했다. 그리고 덕근과 윤솔 두 남녀는 과감함과 불타는 강렬한 로맨스는 없었지만 절제하는 관계 속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감정선이 매력있었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 방해하지 않는 삶.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건 감정의 동요가 없는 행동들.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소소한 반전은 있었다. <스며든다> 라는 것은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쓴 단어였는데 비슷한 성격의 특성을 은근히 드러내 보였다. 그 사이를 잇는 문학적 가교역할 같았다. 사실 이 단어는 일상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적이었다. 두 사람이었지만 마치 한사람처럼 묶여져 있는.

덕근이 느끼는 삶의 무미건조함과 익숙함에 관해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았지만 나 또한 절제함을 가진 채 감정적인 언급은 자제하기로 한다. 이십대가 느끼는 익숙함과 삼십대가 느끼는 것의 간극차는 분명히 있다. 나는 이십대의 덕근을 보며 후자쪽에 가까운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여서 공감이 잘 안되었다. 그래도 윤솔의 동생, 중학생 윤봄의 새침하고 짓굳은 감초같은 언행은 재미있었고,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었던 두 자매의 아빠는 듬직하고 농익은 인생이야기를 통해 소설을 더 풍성하게 했다.

남자와 여자의 뻔한 로맨스는 자칫 익숙한 클리셰로 인해 소설의 재미를 반감하게 만든다.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의도가 흐려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노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완전한 로맨스가 아니였기에 전개가 조심스러운 느낌이었다. 완전한 희극도 아닌, 그렇다고 비극은 아닌 애매함. 어쩌면 독자들마다 해석이 달리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일종의 소설적 장치가 아닐까.

여러모로 매럭적인 부분이 많은 소설이다. 나는 소설 속의 주인공 덕근에게 감정 이입을 하여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그의 인생을 따라가 보며 고요한 삶을 관조하는 것도 하나의 문학적 일탈이 될 것이다. 각 등장 인물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인생의 경험과 조각들을 다시 되새겨 본다. 
   






p45
재밌게 읽었다는 말이었으면 무덤덤했을 것이다. 지겹게 감상평을 늘어놨어도 시시했을 것이다. 두 번 읽었다는 말은 달랐다. 왠지 모르게 스며드는 말이었다.

p87
이십 대에 사귄 친구와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십대 혹은 그 이전에 사귄 친구와는 과거를 이야기 한다. 저 멀리 창가 넘어, 횡단보도 끝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친구와 이야기할 때면 내가 과거 어떤 사람이었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했는지 또한 떠오른다. 그것이 좋았다.

p101
독자들이 인정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베스트셀러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그저 내가 읽고 싶은 소설을 만들기로 했다.

p108
서울에선 옆에 상식이 있었다. 작품에 대한 의격을 주고 받으면 의도치 않게 새로운 영감이 떠오른다.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있어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옆에서 들어주는 상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법이었다.

p125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귀를 닫는 법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의 작품에 대한 고집이 있어야 한다. 타인의 말에 작품의 주관이 흔들린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p135
"뭘 그렇게 주저해. 소설 쓰듯이 해. 흘러가 듯."
그는 나에게 담배 한개비를 건넸다. 그것을 아주 잠시 동안 응시했다. 이윽고 시선을 거두었다. 고개를 돌리자 밤바다가 시야에 들어왔다. 고개를 들자 밤하늘이 시야에 들어왔다.

"끊었어 한동안은."
피식 웃음을 나뱉는 상식에 반응에 곧바로 되물었다. 그것이 비웃음이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뭐가?"
"그냥 재밌어서. 소설도 그렇고 이것저것."

p160
"저한테 글은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고, 또 언제든지 시작 할 수 있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거고요."
"낭만주의 혹은 이상주의적이네요. 작가님이라서 그런가."
"전 그냥 저만의 기준이 있는 거에요."
그는 피식 웃으며 시선을 다시 바다 쪽으로 옮겼다. 스스로의 기준을 갖고 사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사회가 만든 행복, 성공의 기준에 맞추어 살기 마련이다. 

p213
"사람은 갈림길에 선 순간, 어떤 선택을 하던 후회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은 미련에 대해 후회하는 것보단, 그 사람과의 추억을 그리면서 때때로 아파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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