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 사람 주의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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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겪는 고독과 불안,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미세한 균열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이다. 등단 30주년을 맞은 조경란 작가의 아홉 번째 작품으로, 2024년 이상문학상과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작을 포함한 7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과 변주되는 설정을 통해 하나의 연작처럼 읽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극적인 사건의 전개보다는 일상 속에서 감지되는 작은 변화와 관계의 단면에 주목한다. 사라진 사람을 찾거나, 누군가의 유서를 접하거나, 관계의 가능성을 마주하는 상황들은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계기로 작용한다. 반복되는 고독과 불안 속에서도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를 과장된 감정이나 낙관 없이 절제된 문장으로 풀어낸다. 이러한 서술은 결국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책에 실린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그녀들>은 대학 강사 영서의 일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서는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게 하지만 이 과정이 일부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받아 들여지며 인권위원회에 신고를 당하게 된다. 강의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영서는 면담을 거치고, 결국 학생들 앞에서 해명과 함께 수업을 이어가기로 한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그는 학생들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게 되고 수업은 점점 부담과 긴장의 공간으로 변해간다.

이후 영서는 공황 증상을 겪을 정도로 불안이 심화되고 강의와 일상 모두에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집에서는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각자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과거 가까웠던 사람과의 관계도 단절된 상태로 남아 있다. 소설은 이러한 상황을 통해 영서의 내면에 이미 자리하고 있던 균열을 드러내며 그가 왜 이처럼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는 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기며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후 전개에서는 영서의 현재와 과거가 겹쳐지며 그가 관계 속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 과정이 드러난다. 윤선배의 연락을 계기로 그는 자연스럽게 시인 오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한때 가까웠던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흐트러졌는 지를 되짚는다.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기대던 사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미묘한 거리감이 생기고, 특히 자신을 제외한 채 이어진 관계는 영서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남겼다. 이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그는 타인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하고 일정한 선을 유지해왔던 자신의 태도 또한 인식하게 된다.

현재의 영서는 여전히 타인과의 만남 앞에서 쉽게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약속을 앞두고도 망설이고 결국 자리에 나가면서도 끝까지 불안과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족과의 관계 역시 가까이 있으면서도 충분히 닿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다. 특히 그는 스스로 감정을 구분하고 통제하려 애써 왔지만, 실제로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한 번 시작된 감정은 이어지고 겹치며 점점 커져가고 그 속에서 영서는 점점 더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그가 왜 관계 속에서 머물지 못하고 계속해서 멀어지게 되었는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이처럼 소설은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결을 보다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영서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책임감과 피로, 연민과 거리감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가까워지려 했던 시도들이 오히려 균열로 이어지는 과정을 겪는다. 특히 어떤 순간에는 상대의 부재가 상실이 아니라 해방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감정의 양가성은 영서의 내면을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이후 영서는 자신의 감정을 다시 짚어보며 그것이 단순한 분노라기보다 잃어버린 관계에서 비롯된 슬픔과 애착에 가까웠음을 인식하게 된다. 타인을 향해 기울였던 마음이 있었기에 그만큼의 흔들림도 뒤따랐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서로를 충분히 이해한 끝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서거나 멀어지는 관계도 존재할지 모른다. 이러한 인식은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시키며 소설이 남기는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불안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차분히 돌아보게 만든다. 작품 속 인물들은 끝내 완전히 회복되거나 단단해지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리면서도 타인을 향해 시선을 두고, 사소한 말과 행동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가까스로 이어간다. 가까운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은 한편으로는 불안을 키우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삶을 계속 이어가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관계가 지닌 여러 층위의 의미를 보여주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결국 우리를 버티게 하는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마음을 내미는 순간들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완전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로소 형성되는 연결의 감각이야말로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은 삶의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에서 흔들리는 우리에게,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갈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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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인간의 태도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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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띠지 속 “아낙시만드로스가 과학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라는 문장이 특히 눈에 띄는데 문장 그대로, 고대 그리스 밀레토스의 자연철학자가 어떻게 신화적 설명에서 벗어나 자연 현상을 스스로의 법칙으로 이해하려 했는지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아낙시만드로스를 단순한 철학자가 아닌 비판과 관찰을 통해 세계를 설명하려 했던 최초의 과학자로 조명하며 그의 사유가 현대 과학의 출발점이 되었음을 강조하고 있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특히 신이 아닌 자연 자체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발상은 당시 세계관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는 비판적 사고와 자연주의라는 과학의 핵심 태도로 이어진다. 이 책은 아낙시만드로스의 사유를 따라가며 우주, 지구,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려 했던 초기 시도를 살펴보고, 그러한 지적 전환이 왜 고대 그리스에서 가능했는 지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학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에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책은 고대 인류가 공유하던 신화적 세계관에서 출발하여 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려 했던 전환의 과정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문명이 하늘과 땅, 그리고 그것을 떠받치는 존재를 상정했던 것과 달리 아낙시만드로스는 지구가 아무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우주 공간에 떠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인식은 단순한 우주관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자연을 설명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며 기존의 믿음을 의심하고 스스로 설명하려는 태도 속에서 새로운 사고방식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아낙시만드로스는 현대 물리학과 지리학, 기상학, 생물학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 평가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기존 세계관을 비판적으로 사고한 최초의 인물이라는 데 있다. 그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확실성을 거부하고, 의심과 탐구를 지식 형성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러한 태도는 이후 과학이 발전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원리로 이어졌으며 과학은 완전한 진리를 제시하는 체계가 아니라 인간의 무지를 자각하고 더 나은 설명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나아가 저자는 과학의 본질을 확실한 답이 아니라 끊임없는 질문과 수정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아낙시만드로스의 사유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과학적 사고의 기원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아낙시만드로스의 저서인 <자연에 관하여>는 오늘날 남아있지는 않지만, 자연과 우주의 기원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그는 모든 존재가 아페이론(apeiron)이라는 무한하고 불확정적인 근원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으며 이로부터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분리되며 세계가 형성되었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지구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독립된 천체이며, 태양과 달, 별은 일정한 질서를 따라 움직인다고 보았다. 이러한 우주관은 세계를 신이 아닌 자연적 원리로 이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더 나아가 그는 기상 현상과 생명의 기원 역시 자연적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비는 물의 증발과 순환으로, 천둥과 번개는 구름의 충돌로 발생한다고 보았으며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되어 환경 변화에 따라 육지로 진화했다고 추측했다. 또한 최초의 지도 제작과 관측 도구 활용 등 경험적 탐구에도 기여했다. 비록 그의 이론은 현대 과학의 기준에서 완전하지 않지만 자연현상을 신화가 아닌 자연 자체로 설명하려 했다는 점에서 과학적 사고의 출발을 보여주는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아낙시만드로스가 자연현상을 바라본 시각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는 비, 바람, 천둥, 지진과 같은 현상을 신의 의지가 아닌 태양의 열, 공기의 흐름, 지표의 변화와 같은 자연적 원인으로 설명하려 하였다. 물론 그의 설명은 오늘날의 기준에서 보면 일부는 정확하고 일부는 한계를 지니지만 중요한 점은 자연 현상을 자연 그 자체로 이해하려 했다는 데 있다고 본다. 당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자연 현상을 신의 작용으로 여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기존의 사고방식과 뚜렷이 구별되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이러한 자연주의적 관점은 생명과 인간의 기원에 대한 사유로까지 확장된다. 그는 생명의 기원이 바다에 있으며 환경과 기후 조건의 변화에 따라 생물이 육지로 올라와 적응해 나갔다고 보았고, 나아가 어떤 생물이 진화하여 인간이 되었는지에 대해서까지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는 훗날 다윈의 진화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설명되기 전까지는 쉽게 제기되지 않았던 관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더 나아가 그의 설명이 완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연 현상의 원인을 자연 내부에서 찾으려 했다는 태도 자체는 이후 과학적 탐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책은 아낙시만드로스를 중심으로 신화에 의존하던 설명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 자체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어떻게 과학적 사고로 발전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사유는 당대에는 낯설고 불완전한 가설로 받아들여졌지만 시간이 흐르며 과학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로 자리 잡았다. 특히 기존 이론을 비판하고 수정해 나가는 태도는 과학이 축적되는 방식과 맞닿아 있으며 지식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아낙시만드로스의 시도가 단순한 고대의 사유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의 질문과 태도는 오늘날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이 책을 통해 과학이 특정한 이론의 집합이 아니라 세계를 지속적으로 새롭게 이해하려는 과정임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고, 그 출발점에 서 있는 최초의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가 지니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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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만두 한 판이요! 창비아동문고 351
송혜수 지음, 란탄 그림 / 창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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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 그림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바닷가 마을 시장에서 만둣집, 달인만두를 운영하던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만두 장인을 꿈꿔 온 열세 살 소년 황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복싱 선수를 꿈꾸다 집을 떠났던 아버지가 돌아와 가게를 이어받으면서 뜸이의 일상은 흔들리게 된다. 단골손님들은 예전과 달라진 만두 맛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할아버지가 남긴 비법 공책은 가장 중요한 마지막 장이 찢어진 채 발견된다. 위기에 놓인 달인만두를 지키기 위해 뜸이는 사라진 비법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는 단순히 요리 비법을 되찾는 문제를 넘어한 소년이 자신의 꿈을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 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시장 상인들의 다양한 사연과 먹거리 가득한 풍경은 바닷가 소도시의 활기를 생생하게 전하며 전통 시장이라는 공간이 지닌 공동체적 정서를 드러내고 있는 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특히 이번 책은 송혜수 작가 특유의 경쾌하고 익살스러운 문체는 서사의 리듬을 살리고 란탄 화가가 그린 만두 모양 머리의 뜸이는 인물의 개성을 또렷하게 부각하여 이야기 자체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이야기는 달인만두의 단골손님인 다포장 할머니가 만두를 맛본 뒤 고개를 젓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할아버지 생전에는 세 끼를 먹어도 질리지 않던 만두였지만, 이제는 “맛이 변했다”는 말이 이어진다. 복싱 선수를 꿈꾸다 뒤늦게 가게를 이어받은 아버지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지만, 오랜 단골들은 구체적인 설명 대신 예전 맛이 아니라는 반응만을 보인다. 정확히 짚어 말하기 어려운 이 미묘한 차이가 곧 달인만두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된다.

황뜸 역시 그 변화를 느끼고 있다. 짜거나 싱거운 문제가 아니라 분명히 어딘가 빠진 듯한 맛이다. 손님이 남기고 간 만두를 치우며 뜸이는 가게의 현실을 체감한다. 할아버지의 만두는 남는 법이 없었다는 기억과 지금의 상황이 대비되면서 위기는 더욱 또렷해진다. 할아버지의 비법 대로 만들었지만 달라진 만두 맛 앞에서 뜸이와 아버지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만두 맛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뜸이와 아버지는 가게 문을 일찍 닫고 다시 처음부터 만두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할아버지가 남긴 비법 공책을 펼쳐 놓고 재료의 비율과 숙성 과정, 반죽의 상태까지 하나하나 점검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두 사람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낸다. 비법 공책의 마지막 장이 찢겨 나가 있고, '제일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그게 뭐냐면……'이라는 문장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던 것이다. 가장 핵심이 될 부분이 통째로 사라진 상황에서 달인만두의 위기는 더욱 분명해지며 이야기에 완전 몰입하게 만든다.

설상가상으로 유언장을 통해 달인만두 2대 달인으로 할아버지가 자신이 아닌 아버지가 지목되었다는 것 역시 뜸이의 마음은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가게를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고민하던 끝에 뜸이는 비법 공책이 아닌 사람에게서 답을 찾기로 한다. 할아버지에게 직접 만두 빚는 법을 배운 이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떠올린 것이다. 그 인물은 바로 12년 동안 우정을 이어 온 친구 양자강의 아버지로 중식당, 양자강 중화요리를 운영하며 과거 할아버지에게 만두 기술을 배운 적이 있다. 사라진 마지막 장의 단서를 찾기 위해 뜸이는 결국 자강을 찾아 나서게 된다.


비법의 단서를 좇던 뜸이는 친구 자강과 함께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 나선다. 자강의 아버지가 과거 뜸이 할아버지와 인연이 있었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기대하지만 부모 몰래 장부를 확인하던 자강은 오히려 아버지가 감춰 온 사정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뜸이 또한 뚜렷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돌아선다. 시장의 변화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켜봐 온 두 아이에게 두 가게의 흔들림은 단순한 매출 감소가 아니라 가족과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문제로 다가온다.

이후 두 아이는 과거 할아버지와 함께 장사를 했던 작은 할아버지를 찾아 인천으로 향한다. 그러나 작은 할아버지는 수익과 효율을 중시하는 사업가적 태도를 보이며 뜸이 할아버지와는 다른 장사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만남은 뜸이로 하여금 자신이 지키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가게를 이어 온 힘은 특별한 기술 한 줄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성실함,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붙드는 태도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편 자강은 아버지와 화해하지만 뜸이와 아버지의 갈등은 오히려 깊어진다.

“나한테는 달인만두가 꿈이에요. 아빠처럼 억지로 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뜸이의 말은 두 사람 모두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질문과 마주하게 하는 순간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뜸이와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비법을 찾아 위기에 놓인 달인만두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책은 사라진 비법을 둘러싼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결국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특별한 한 줄의 비결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노력과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시도하는 용기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여기에 더해 작품은 ‘뜸’의 의미를 통해 메시지를 한층 분명하게 전한다. 음식을 익힌 뒤 바로 뚜껑을 열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처럼 인생 역시 서두르지 않고 제 몫의 시간을 견뎌야 비로소 속까지 단단히 익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두를 빚는 과정과 삶의 과정을 겹쳐 놓은 구성과 이야기들은 이러한 성장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만들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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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도사 고미호 2 - 숨겨진 힘을 깨워라 구슬 도사 고미호 2
다영 지음, 모차 그림 / 창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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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손꼽아 기다려 온 <구슬 도사 고미호> 시리즈 2권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이번 권에서는 천 년 요괴 불개에 맞서기 위해 물의 구슬을 찾아 나선 고미호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사막과 해저, 미래 도시와 우주를 잇는 은하수 열차’ 등 확장된 세계관 속에서 이야기는 더욱 박진감 있게 전개되며 고미호는 모험을 거듭할수록 스스로의 잠재된 힘을 자각하고 성장해 간다. 정의로우면서도 능청스러운 고미호와 유머러스한 햄도사의 호흡은 긴장감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며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이번 2권은 현직 초등 교사이자 교과서 연구위원, 영재 교육 전문가인 다영 작가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에 맞춰 설계한 과학 판타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본다. 퀴즈를 해결해야 다음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성은 독자가 능동적으로 사고하도록 유도하며 물리학 개념을 상황 속에서 적용하게 만들어 더욱 유익하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 지식을 모험 서사 안에 자연스럽게 배치함으로써 과학적 탐구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 점이 바로 이 책의 큰 매력이라 하겠다.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에 앞서 책은 '은하수 열차 지도'와 등장인물 소개, 앞 이야기를 수록하여 이야기의 이해를 돕고 있다.


2권의 이야기는 고미호가 요괴에게 붙잡힌 스승 햄도사와 동료 라이거를 구출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수용소 잠입 작전을 펼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둠귀에게 끌려가는 두 사람을 눈앞에서 놓친 뒤, 고미호는 은하수 열차 안에서 상황을 수습할 방법을 찾는다. 시공간 이동 터널의 특성상 이미 지나온 역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식물계 칸의 관리자 무화과나무로부터 수용소로 향하는 다른 경로를 전해 듣는다. 수용소는 어둠귀 열차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으며 정확한 시각에 열차 지붕을 건너 타야 한다는 위험한 계획이 제시된다.

고미호는 어둠귀의 복장을 갖춰 입고 자정에 맞춰 열차 밖으로 나간다. 강풍과 속도, 추락의 위험을 감수하며 지붕 위로 올라선 뒤 반대편 철로를 달려오는 어둠귀 열차로 몸을 던진다. 계산된 타이밍과 담대한 실행이 요구되는 장면으로 이야기 초반부터 긴장감을 높이며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과연 고미호는 무사히 어둠귀 열차에 잠입하여 스승 햄도사와 동료 라이거를 구할 수 있을까?

2권의 이야기는 고미호가 요괴에게 붙잡힌 스승 햄도사와 동료 라이거를 구출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수용소 잠입 작전을 펼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둠귀에게 끌려가는 두 사람을 눈앞에서 놓친 뒤, 고미호는 은하수 열차 안에서 상황을 수습할 방법을 찾는다. 시공간 이동 터널의 특성상 이미 지나온 역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식물계 칸의 관리자 무화과나무로부터 수용소로 향하는 다른 경로를 전해 듣는다. 수용소는 어둠귀 열차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으며 정확한 시각에 열차 지붕을 건너 타야 한다는 위험한 계획이 제시된다.

고미호는 어둠귀의 복장을 갖춰 입고 자정에 맞춰 열차 밖으로 나간다. 강풍과 속도, 추락의 위험을 감수하며 지붕 위로 올라선 뒤 반대편 철로를 달려오는 어둠귀 열차로 몸을 던진다. 계산된 타이밍과 담대한 실행이 요구되는 장면으로 이야기 초반부터 긴장감을 높이며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과연 고미호는 무사히 어둠귀 열차에 잠입하여 스승 햄도사와 동료 라이거를 구할 수 있을까?

고미호가 위기를 거듭하며 스승 햄도사와 라이거를 구출해 가는 과정 자체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이 책이 더욱 눈길을 끄는 지점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배치된 과학 퀴즈에 있다. 맨 처음 제시되는 질문은 “하늘로 곧장 쏜 총알은 어떻게 떨어질까?”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 문제는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후 전개될 물리학적 사고의 방향을 미리 보여 주는 듯하다. 퀴즈는 별도의 설명 코너처럼 분리되지 않고 사건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물리학 개념은 이론 중심의 설명 대신 상황과 연결되어 제시되고 있다. 속도와 중력, 힘의 방향과 같은 요소들이 실제 장면과 맞물려 등장하면서 독자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시에 과학 원리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인물들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내리는 판단이 곧 과학적 사고 과정이 되기 때문에 지식은 부담 없이 스며든다. 읽는 재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여 주는 이러한 구성은 이 시리즈만이 가지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개 속에서 2권은 모험의 범위를 더욱 넓혀 간다. 수용소 잠입 작전을 통해 스승 햄도사와 라이거를 구출한 뒤에도 고미호의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 개미 떼처럼 몰려드는 요괴들 앞에서 잠시 흔들리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며 구슬 속에 잠든 힘을 온전히 깨워 낸다. 이어지는 버닝 밸리의 사막, 미래 도시 네오 시티,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깊은 챌린저 해연까지 고미호의 무대는 끊임없이 확장된다. 북극곰 요괴, 인공지능 로봇, 플라스틱 쓰레기로 이루어진 대왕오징어 요괴와의 대결은 장면마다 다른 과학적 상황을 만들어 내며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구슬을 모으는 여정 속에서 독자들은 낙하 운동, 열의 이동, 빛의 성질, 배터리 충전 원리 등 다양한 물리학 퀴즈를 만나게 된다. 게다가 각 장 말미에 정리된 ‘햄도사의 수련 비법’은 본문에서 다룬 핵심 개념을 다시 한 번 정돈해 주어 과학적 지식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함께 높이고 있다. 특히 네오 시티에서 드러나는 인공지능의 편향 문제는 데이터가 항상 공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게 하며 위기 속에서 시민들이 연대해 고미호를 돕는 장면은 공동체의 힘을 보여 준다. 고미호가 보여 주는 다정한 용기는 단순한 힘의 과시가 아니라 타인을 향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제 남은 구슬은 세 개. 불개와의 본격적인 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지식과 용기를 겸비한 고미호의 다음 모험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벌써부터 다음 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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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야무진 경제 습관 1 - 용돈 도둑을 잡아라
연유진.석혜원 지음, 이나무 그림 / 다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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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이 처음으로 용돈을 관리하는 상황을 소재로 삼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경제 교육의 출발점을 제시하고 있다. 주인공 도도는 용돈을 받고 설레는 마음도 잠시, 어느새 사라져버린 돈의 행방을 추적하며 용돈 실종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언니 루루를 의심하고 함정을 설치하는 과정은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형성하여 다음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단순한 용돈 도둑을 잡는 추리이야기가 아니라 소비 습관을 점검하는 데 있다. 아이들은 도도의 행동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소비 방식과 돈의 흐름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책은 카드와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된 지금의 시대에 현금의 개념과 관리 경험이 왜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단순히 용돈 기입장을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절제와 계획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스스로 판단하는 소비 습관을 기르도록 돕는다. 또한 ‘화폐 단위 익히기’, ‘나만의 용돈 계획 세우기’, ‘소비 스타일 점검 활동’ 등 실천 중심의 부록을 제공하여 아이들이 집과 학교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어 더욱 유익하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프롤로그는 초등학생이 된 도도가 처음으로 용돈을 받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일상 속에서 간식 하나 자유롭게 사 먹기 어려웠던 도도에게 '스스로 쓸 수 있는 돈'이 생겼다는 사실은 분명한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손에 쥔 지폐를 바라보며 기뻐하는 모습은 용돈이 단순한 소비 수단이 아니라 선택과 책임을 동반하는 자원임을 드러내는 듯하다. 동시에 이러한 설렘이 이후 어떤 사건으로 이어질지 궁금증을 유발하며 독자로 하여금 용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는 어느 아침, 도도가 “내 돈이 모두 사라졌어!”라고 외치며 시작된다. 처음으로 받기 시작한 용돈 300원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도도는 방 안 곳곳을 샅샅이 뒤지며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지갑, 가방 주머니, 침대 밑까지 확인했지만 돈은 보이지 않고 언니 루루의 용돈은 그대로라는 사실에 의심은 더욱 커진다. 결국 도도는 언니를 범인으로 의심하며 잠을 자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번번이 잠에 빠져버린다. 이후 색종이를 붙이고, 방울을 달고 반짝이 가루를 뿌리는 등 여러 가지 함정을 설치하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한다.

도둑을 잡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도도는 결국 용돈을 베개 밑에 숨기는 방법을 택한다. 다음 날 아침 용돈이 그대로 있는 것을 확인하며 안도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명확히 해결되지 않는다. 과연 정말 도둑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반복되는 실종 사건 속에서 용돈 도둑의 정체가 누구인지 너무 궁금해지며 사건의 진짜 원인을 밝힐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대가 된다.

책은 단순히 사라진 용돈 도둑을 찾는 사건의 결말을 보여 주는 데 머무르지 않고 아이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소비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친구도 사니까 나도 사고 싶다거나 1+1이면 지금 사는 게 이익 아닐까? 라고 흔들리는 마음은 또래 아이들이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장면이다. 도도의 선택과 시행착오를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소비의 이유를 따져 보게 되고 지금 갖고 싶은 마음과 정말 필요한 것 사이를 구분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설명이나 충고를 앞세우기보다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드러난다.

또한 책은 디지털 결제가 일상화된 환경 속에서 실물 화폐를 직접 다루는 경험이 왜 필요한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돈을 손에 쥐고 세어 보며 사용하는 과정은 금액의 크기와 한계를 몸으로 이해하게 하고 자연스럽게 계획성과 절제력을 기르는 바탕이 된다.저자들의 교육적 경험과 이나무 작가의 친근한 그림이 어우러져 경제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생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누구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의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화폐 단위 설명, 용돈 계획 세우기, 소비 성향 점검 활동 등은 읽기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여 바로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어 더욱 유익하고 좋다.

게다가 곧이어 2권 <용돈 모으기>가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며 2권에서는 어떻게 쓸 것인 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모을 것인가를 다룰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지출과 저축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경제 습관이 어떻게 형성될지 도도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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