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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만두 한 판이요! ㅣ 창비아동문고 351
송혜수 지음, 란탄 그림 / 창비 / 2026년 2월
평점 :
제목과 표지 그림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바닷가 마을 시장에서 만둣집, 달인만두를 운영하던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만두 장인을 꿈꿔 온 열세 살 소년 황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복싱 선수를 꿈꾸다 집을 떠났던 아버지가 돌아와 가게를 이어받으면서 뜸이의 일상은 흔들리게 된다. 단골손님들은 예전과 달라진 만두 맛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할아버지가 남긴 비법 공책은 가장 중요한 마지막 장이 찢어진 채 발견된다. 위기에 놓인 달인만두를 지키기 위해 뜸이는 사라진 비법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는 단순히 요리 비법을 되찾는 문제를 넘어한 소년이 자신의 꿈을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 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시장 상인들의 다양한 사연과 먹거리 가득한 풍경은 바닷가 소도시의 활기를 생생하게 전하며 전통 시장이라는 공간이 지닌 공동체적 정서를 드러내고 있는 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특히 이번 책은 송혜수 작가 특유의 경쾌하고 익살스러운 문체는 서사의 리듬을 살리고 란탄 화가가 그린 만두 모양 머리의 뜸이는 인물의 개성을 또렷하게 부각하여 이야기 자체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이야기는 달인만두의 단골손님인 다포장 할머니가 만두를 맛본 뒤 고개를 젓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할아버지 생전에는 세 끼를 먹어도 질리지 않던 만두였지만, 이제는 “맛이 변했다”는 말이 이어진다. 복싱 선수를 꿈꾸다 뒤늦게 가게를 이어받은 아버지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지만, 오랜 단골들은 구체적인 설명 대신 예전 맛이 아니라는 반응만을 보인다. 정확히 짚어 말하기 어려운 이 미묘한 차이가 곧 달인만두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된다.
황뜸 역시 그 변화를 느끼고 있다. 짜거나 싱거운 문제가 아니라 분명히 어딘가 빠진 듯한 맛이다. 손님이 남기고 간 만두를 치우며 뜸이는 가게의 현실을 체감한다. 할아버지의 만두는 남는 법이 없었다는 기억과 지금의 상황이 대비되면서 위기는 더욱 또렷해진다. 할아버지의 비법 대로 만들었지만 달라진 만두 맛 앞에서 뜸이와 아버지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만두 맛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뜸이와 아버지는 가게 문을 일찍 닫고 다시 처음부터 만두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할아버지가 남긴 비법 공책을 펼쳐 놓고 재료의 비율과 숙성 과정, 반죽의 상태까지 하나하나 점검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두 사람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낸다. 비법 공책의 마지막 장이 찢겨 나가 있고, '제일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그게 뭐냐면……'이라는 문장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던 것이다. 가장 핵심이 될 부분이 통째로 사라진 상황에서 달인만두의 위기는 더욱 분명해지며 이야기에 완전 몰입하게 만든다.
설상가상으로 유언장을 통해 달인만두 2대 달인으로 할아버지가 자신이 아닌 아버지가 지목되었다는 것 역시 뜸이의 마음은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가게를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고민하던 끝에 뜸이는 비법 공책이 아닌 사람에게서 답을 찾기로 한다. 할아버지에게 직접 만두 빚는 법을 배운 이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떠올린 것이다. 그 인물은 바로 12년 동안 우정을 이어 온 친구 양자강의 아버지로 중식당, 양자강 중화요리를 운영하며 과거 할아버지에게 만두 기술을 배운 적이 있다. 사라진 마지막 장의 단서를 찾기 위해 뜸이는 결국 자강을 찾아 나서게 된다.
비법의 단서를 좇던 뜸이는 친구 자강과 함께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 나선다. 자강의 아버지가 과거 뜸이 할아버지와 인연이 있었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기대하지만 부모 몰래 장부를 확인하던 자강은 오히려 아버지가 감춰 온 사정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뜸이 또한 뚜렷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돌아선다. 시장의 변화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켜봐 온 두 아이에게 두 가게의 흔들림은 단순한 매출 감소가 아니라 가족과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문제로 다가온다.
이후 두 아이는 과거 할아버지와 함께 장사를 했던 작은 할아버지를 찾아 인천으로 향한다. 그러나 작은 할아버지는 수익과 효율을 중시하는 사업가적 태도를 보이며 뜸이 할아버지와는 다른 장사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만남은 뜸이로 하여금 자신이 지키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가게를 이어 온 힘은 특별한 기술 한 줄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성실함,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붙드는 태도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편 자강은 아버지와 화해하지만 뜸이와 아버지의 갈등은 오히려 깊어진다.
“나한테는 달인만두가 꿈이에요. 아빠처럼 억지로 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뜸이의 말은 두 사람 모두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질문과 마주하게 하는 순간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뜸이와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비법을 찾아 위기에 놓인 달인만두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책은 사라진 비법을 둘러싼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결국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특별한 한 줄의 비결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노력과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시도하는 용기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여기에 더해 작품은 ‘뜸’의 의미를 통해 메시지를 한층 분명하게 전한다. 음식을 익힌 뒤 바로 뚜껑을 열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처럼 인생 역시 서두르지 않고 제 몫의 시간을 견뎌야 비로소 속까지 단단히 익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두를 빚는 과정과 삶의 과정을 겹쳐 놓은 구성과 이야기들은 이러한 성장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만들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