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 2024 창비그림책상 수상작
포푸라기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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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 내리는 한 겨울, 창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이불 속에서 읽기에 딱 좋을 그림책이다. 표지 그림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책은 제2회 창비그림책 대상 수상작으로, 하얀 눈 밭위를 걷는 한 아이의 상상을 따라가며 읽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함박눈이 소복이 쌓인 길 위에 찍힌 새 발자국을 바라보며 펼쳐지는 아이의 자유로운 상상은 단순한 놀이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길 수록 더 깊은 의미를 품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되풀이해 읽을수록 조금씩 다르게 다가오는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어느 겨울날,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함박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에 이끌려 밖으로 나온 아이의 즐거운 얼굴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데굴 데굴 눈사람을 만들며 친구들을 기다리다가 흰 눈 위에 찍힌 새발자국을 보고서 아이는 발자국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뽀드득 뽀드득, 새를 따라가는 건 재미있었다. 계속해서 길게 나있는 새 발자국. 과연 어디로 가는 걸까?


새 발자국을 따라 가던 아이는 어지럽게 찍힌 발자국 무리에 도착하고 그 곳에서 한때 함께 놀았을 수많은 새들을 상상한다. 사박사박. 새처럼 함께 노는 아이. 한참을 놀다 발자국을 가만히 보니 새처럼 보인다. 


아이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새 발자국들이 하나 둘 살아나더니, 푸드덕 날아오른다. 그리고 훨훨 하늘을 자유롭게 누비는 새 발자국들. 아이도 새처럼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서 사뿐히 눈 위에 누웠더니 이내 붉은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과연 붉은 새가 된 아이의 하늘 비행은 어떠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아이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고정된 발자국에서 날아오르는 새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하는 역동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인공을 따라 독자는 땅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점차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신비로운 세계와 최소한의 선과 색으로 표현된 정제된 그림은 이 작품만의 고유한 집중력을 만들며 깊은 몰임감을 선사한다. 눈밭을 가볍게 딛는 아이의 발걸음과 먹구름을 닮은 군화 발자국이 땅을 무겁게 짓누르는 듯한 대조적인 표현은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도 강렬한 메세지를 전한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새 발작국의 형상은 평화와 반전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평화 기호'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에 바닥에 찍힌 알록달록한 새 발자국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땅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비상하는 희망과 평화의 발거름으로 보인다. 이는 전쟁화 평화의 의미를 함축하며 어린이의 순순한 상상력이 어른들의 세계와는 너무나 대비되는 또 하나의 길을 만들어 간다는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은 눈송이 하나가 제 손바닥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 아 없어집니다. 어쩌면 우리는 전쟁이 아픔을 손에 떨어진 눈성이처럼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아이들의 새하얀 세상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남기를 바랍니다. 하얀 눈 위의 아이들이 반갑다고 날갯짓을 하면, 우리도 다 같이 새처럼 날개를 펼쳐보아요. 

이 책은 "우리는 어디든 날아갈 수 있어요. 작지만 멋진 날개를 지녔으니까요"라고 말한다. 이 말은 단순한 상상의 이야기가 반복하여 읽을 수록 더욱 평화의 이야기로 들리게 만들며 더 깊은 울림을 남기게 한다. 그렇기에 주인공 아이는 자유를 잃은 아이로 볼 수도 있고, 어른들의 틀 속에 갇힌 아이로 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이 책 속 새 발자국은 어떻게 보이는 지를 묻는 듯하다. 어떤 답이든 정답은 없다. 왜냐면 자유로운 상상이 만들어 낸 답에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은 모든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여전히 꿈꾸고 상상하는 어른들에게 어디든 날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날개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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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뚱뚱하다 베틀북 고학년 문고
최승한 지음, 한태희 그림 / 베틀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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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살이 찌면 건강하지 못하다'거나 '날씬해야 아름답다'는 사회적 통념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시선은 어른들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먹는 것이 제일 행복한 아이, 문제방이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몸에 대한 사회적 기준과 그로 인해 아이들이 겪는 내면의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제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가지게 되었을 때 혹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끼곤 한다. 이 책의 주인공 제방이는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고, 다 먹고 난 뒤에 느껴지는 노곤함마져 좋아하는 아이다. 심지어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만 많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놓았는데 마음껏 먹지 못하고 죽는다면 얼마나 슬플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다. 어른들 역시 제방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선 칭찬해 주었기에 제방이는 자신의 식탐이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제방이는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여긴 적이 없었다. 조금 살이 쪘긴 했지만 그저 귀엽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 한 적도 없었다.


사실 제방이는 같은 반 친구 진아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머리결을 가진 진아는 제방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정작 진아는 제방이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운동장에서 넘어졌을 때 진짜 한심하다는 눈빛은 제방이의 마음에 작은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결정적인 사건은 체육 시간에 벌어진 '뜀틀 사건'이다. 온 힘을 다해 뜀틀을 넘었고, 아이들이 제방이가 뜀틀을 넘은 것만으로도 박수를 치며 격려를 한다. 하지만 진아는 제방이의 살이 출렁거리는 모습을 두고서 친구들에게 '돼지 한마리가 날고 있'는 것 같다고 말을 하고 화장실에 갔던 제방이는 진아의 그 말을 듣고야 만다. 그 순간 제방이는 창피함과 배신감, 수치심으로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역겨워지게 느끼게 된 제방은 구토까지 하게 된다. 결국 제방이는 그 사건을 계기로 인생 처음으로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먹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었던 제방이에게 다이어트는 결코 쉽지 않다. 식욕을 참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점점 커지고 마음처럼 살이 쉽게 빠지지도 않는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배고픔을 참는 것은 너무나 괴롭고 힘들었다. 배고 고프면 짜증이 나고, 지치고, 심지어 자신을 잃어버리는 기분마져 들었다. 무엇보다, 배고픔은 제방이의 눈에 세상을 다르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점점 변해가는 자신이 싫었던 제방이는 이제 배고픔을 참는 대신 몸을 움직이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운동이다. 배고픔은 견디기 어렵지만 힘들 것은 참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집 앞 내장산 등반에 도전한 제방이는 예상대로 엄청나게 고생을 한다. 오르막길은 가파르고 숨이 턱턱 막혔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산 정상에 올랐을때 그동안 흘린 땀을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몸을 움직여 얻어낸 성취감은 단순히 살을 빼야 된다는 강박과는 다른, 새로운 감정을 제방이에게 선물했다.


내장산 등반이라는 긴 하루를 보내고 난 뒤, 제방이는 변하기 시작한다. 그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그리고 진정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제방이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 본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외모는 중요한 관심사다. 제방이 역시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러나 내장산 등반을 통해 그는 뚱뚱한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몸도 마음도 건강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특히 자신은 여전히 뚱뚱하다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니라 즐겁게 먹고, 신나게 움직이며, 건강한 마음으로 성장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외모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다시 한번 깨달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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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5
김은영 지음, 메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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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집의 현관문과 창문이 모두 사라지고 집 안에 꼼작없이 갇히게 되었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보통 집이라고 하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로 여기는데 이 책의 설정처럼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책 거대한 상자처럼 변한다면 과연 어떨까?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공간이 순식간에 위험한 장소로 변하는 신선한 설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도, 창문도 사라진 집에 갇혀 버린 남매 해리와 해수는 처음에는 당황하고 절망하지만, 점차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선다. 너무나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비일상적인 재난,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긴장감과 몰입감을 동시에 성장하며 이야기 속을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여느 때와 달리 일찍 일어난 해수가 현관문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놀라 누나인 해리를 깨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게 어찌된 일인지, 현관문이 사라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집의 창문마져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전화도 되지 않고 인터넷, TV도 되지 않는다. 벽을 두드리고 휴대폰을 수십번 껐다 켜도 소용 없다. 또, 인터폰을 이것저것 눌러보아도 역시나 작동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이제 덩그러니 집에 남겨진 해수와 해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코로나 19라는 팬데믹을 겪은 우리에게 해리와 해수가 처한 상황은 결코 낯설지 않다. 집은 우리를 보호하든 둥지이자, 때로는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 될 수 있다. 외부와의 연락이 완전히 끊긴 채 문 없는 집에 갇힌 남매는 혼란스럽고 막막하지만 어린이다운 긍정과 유머로 현실을 헤쳐 나간다. "문이 없어서 못찾는 거 아니야"라며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집은 그대로 있잖아. 119 구조 대원들이 벽을 부수고 구출해줄 거야"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그럼 우리...... 오늘은 학교 못 가겠지?"라는 대화에서 예상치 못한 자유에 대한 은근한 기대마져 엿보인다.


가둬진 현실이 주는 공포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층간 소음을 걱정하며 까치발로 다니던 일상이 사라지고, 구조 요청을 위해 음악을 크게 틀며 신나게 뛰논다. 엄마의 금지령을 깨고 가스불을 켜서 직접 라면을 끓이며, 깨끗한 벽지에 낙서를 하는 순간, 절망적인 상황을 하나의 놀이로 변모시킨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고군분투가 너무나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러한 유쾌한 버티기는 온전하게 자유롭지만은 않다. 해수는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유일하게 접속 가능한 동영상 앱 '아이튜브'에 브이로그를 올리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돌아오는 반응은 따뜻한 응원만은 아니다. "딱 보니 주작", "조회 수 벌려고 꾸민 일"이라는 악플이 달리고 심지어 경찰마저 의심한다. 비극적인 상황조차 연출로 의심받는 현실,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이 고립감은 점점 깊어져간다. 이 장면들은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무관심한지, 그리고 타인의 고통조차 쉽게 의십하고 가볍게 소비하는 현실의 단면을 날카롭게 조명하게 만든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벌어진 예상치 못한 재난,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해리와 해수의 고군분투는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더욱 깊이 와닿는다. 과연 남매는 문과 창이 사라진 집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좁은 집 안에서 갇힌 채 점점 더 지쳐가던 해리와 해수에게, 유정란을 부화시키지는 해수의 장난 같은 제안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새로운 희망이 된다. 둘은 정성을 다해 알을 돌보며 작은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고, 마침내 병아리가 알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순간, 그 조그마한 투쟁이 아이들에게도 용기를 불어넣는다. 이제 그들은 구조만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문을 만들어내기로 결심한다. 두려워하던 어둠 속으로 한 발짝 내딛는 이들의 선택으 결국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짓는 것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이 책은 단순한 탈출 이야기만은 아니다. 무기력한 현실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상상을 하고 직접 시도해 보는 것의 가치를 일깨우는 이야기다. 또한, 만화와 그림책, 일러스트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메작가의 선명한 색감과 과감한 화면 구성으로 묘사된 그림은 해리와 해수의 모험을 아주 역동적으로 담아내며 이야기의 몰입감을 한층 높인다. 불시의 재난 속에서 하루하루를 긍정의 힘과 웃음을 잃지 않고 헤쳐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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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 : 한국 미술 우리학교 어린이 교양
이유리 지음, 허현경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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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작품들을 한데 모아 그 의미와 가치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어린이 예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던 <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의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단순히 미술 교과서 속의 지식 전달을 넘어, 예술이 지닌 깊은 의미와 가치를 어린이들이 쉽고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 미술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작품들의 배경과 예술적 특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 <수련>,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은 명화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고, 그 작품을 그린 화가나 작품의 의미까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몇몇 작품이 떠오르더라도 그 배경이나 의미까지 깊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이중섭의 <소>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작품이지만, 그가 왜 소를 그렸는지, 그의 삶이 작품이 어떻게 녹아있는지는 사람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이중섭의 <소>를 가장 먼저 소개하며, 그의 가난했던 삶과 그가 은박지에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한다.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고, 우리 민족의 강인한 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소를 그렸다. 그의 작품 속 소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힘든 삶 속에서도 꿋꿋이 나아가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중섭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통해 마치 들소처럼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를 바랬고, 그 마음이 담긴 <소>는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이 책은 각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후,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의 정보를 제공한다. QR 코드와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실생활에서 직접 작품을 찾아보고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이를 통해 한국 미술을 단순히 지식으로 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며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에서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작품은 정선의 <인왕제색도>이다. 정선 이전의 산수화는 실제 풍경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주로 화가의 상상 속에 탄생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정선보다 앞선 시대의 화가의 김명국의 산수화는 겨울 풍경을 상상하여 그린 것이며 그림 속 인물 역시 한복이 아닌 중국 옷을 입고 있어, 중국 당나라 시인 맹호연이 매화를 찾아 눈 덮인 산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 해석된다.

그러나, 정선은 실제로 금강산과 같은 우리나라의 경치를 보고 그렸고, 이를 '진경산수화'라고 부른다. 그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산천의 아름다움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인왕제색도>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닌 깊은 감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정신이 일흔여섯 살이 되던 1751년 5월에 그린 것으로, 당시 여든한 살이었던 그의 친구 이병연이 병석에 누워 있던 상황에서 탄생했다. 정선은 비구름이 걷힌 인왕산의 모습을 통해, 마치 이병연의 병이 씻은 듯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완성했다. <인왕제색도>가 더욱 특별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정선의 따뜻한 우정과 염원이 담긴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열한 가지 미술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미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조명한다. <금동반가사유상>, <빨래터>, <씨름>, <TV 부처> 등 익숙한 작품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민화 <까치 호랑이>와 <책거리>, 그리고 신사임당과 천경자의 작품까지 다루며 한국 미술의 깊이를 한층 더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작품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그림에 담긴 예술적 의미와 화가들의 삶을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내어 한국 미술이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뜨린다. 나아가, QR 코드를 활용하여 실제 미술관에서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책을 읽은 후에도 예술을 더욱 가까기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나라의 미술사와 대표 작품들을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미술을 더욱 깊이있는 시각으로 감상하며 예술적 교양을 넓히고 싶다면 이 책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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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 꼬리 6 - 검은 꼬리의 마법 위풍당당 여우 꼬리 6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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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출간 직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도록 일깨우는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위풍당당 여우꼬리>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다. 앞서 다섯 권에서 '방향의 꼬리', '우정의 꼬리', '용기의 꼬리', '불의 꼬리' 그리고 '멋의 꼬리'와 함께 한 뼘씩 성장해 온 주인공 손단비는 이번 책에서는 새카만 머리카락을 지닌 여섯 번째 꼬리, 즉 '검은 꼬리'를 마주하게 된다. 장편 소설 <아몬드>와 <튜브> 등을 통해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손원평 작가는 이번 책에서 '우울'이라는 감정으로 '검은 꼬리'로 형상화하며, 모든 것을 잃고 위기에 빠질 뻔 했던 단미의 극적인 활양을 환상적인 이야기로 풀어 담았다. 여기에 만물상 작가 만의 섬세하고 독창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져 단미의 혼란스러운 내면과 그녀를 뒤흔드는 존재인 도래와의 숨 막히는 대결을 더욱 생생하겨 그려내고 있다.


삶은 때때로 우리를 깊은 슬픔의 늪으로 밀어 넣곤 한다. 특히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상실과 무력감이 마음을 짓누를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소중한 존재를 잃었을 때 닥치는 우울과 무기력이라는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야기는 조용하고 쓸쓸해진 단미네 집을 비추며 '이 모든 게 니나의 죽음 이후 생기 일이다'라는 무거운 문장으로 시작되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반려동물 니나의 죽음. 그 상실 앞에서 단미의 아빠는 눈물을 흘리고, 단미 역시 깊은 허무감에 빠지게 된다. '언젠가 모든 게 사라져 버리는 거라면, 이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은 한 가지도 없는 게 아닐까?' 단미의 이 질문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삶의 의미에 대하 근본적이 회의로 이어진다. 니나의 죽음 이후 단미네 가족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해버리고, 단미 또한 우울과 무기력에 휩싸인채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그리고 한편 단미네 학교에서는 11월 마지막 주에 바자회를 열기로 하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무인 바자회 콘셉트로 열기로 한다. 다른 아이들은 바자회 이야기로 떠들썩하지만 단미의 기분은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래아는 단미에게 바자회에 내놓을 만한 물건이 있을꺼라는 말을 하고 웃는데 왠지 소름이 돋는다. 하교 후 집으로 가는 길 아빠를 마주친 단미는 반가운 마음에 아빠를 크게 불러보지만 듣지 못했는지 단미의 아빠는 어두운 얼굴로 땅만 보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 아빠를 보며 단미는 자신의 존재가 아빠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무기력과 우울감에 휩싸이는 데 그 순간 여섯 번째 꼬리가 나타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새롭게 나타난 여섯 번째 꼬리는 단미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근심을 머금은 듯 우울하고 소심해 보이는 꼬리는 지금 단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이미 방황하는 아빠를 위로해 주지도 못하고, 친구들에게 구미호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는 단미는 점점 옥죄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도래아의 교묘한 속삭임에 넘어거 여우 구술을 몸에서 떼어내서는 안된다는 엄마와의 약속 마져 어기게 된다. 과연 단미는 괜찮은 것일까?


하지만 단미의 엄마는 단미를 질책하는 대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지에 집중한다. 단미의 걱정을 간파하고 믿어주는 엄마의 조언 덕분에 단미는 스스로를 탓하며 방황하는 대신 여우 구술을 되찾는 목표로 곧장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 단미가 기대하지 않았던 여섯 번째 꼬리가 마침내 움직인다. 그것은 세상의 색과 소리를 지어 단미가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한편 반려동물 니나를 잃고서 한동안 말도 웃음도 잃어버렸던 단미의 아빠 역시,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사랑하는 가족에게로 돌아온다. 그는 단미에게 단단하고 든든한 양육자의 모델이 되어 주며 상실의 아픔을 딛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들은 이 책을 읽는 어른들 역시 단미의 아빠와 엄마처럼 아이의 일상과 고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나누며 따뜻한 지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은 우울과 상실을 극복해가는 과정 속에서 단미가 자신의 진정한 힘을 찾고 나아가 타인을 위로하는 존재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마법 판타지를 넘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며 깊은 감동을 느끼게 만든다. 이번 책 역시나 참 좋다. 다음 일곱번째 이야기에서 단미와 단미의 가족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벌써 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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