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슬그림(김예슬) 지음 / 부크럼 / 2025년 9월
평점 :
제목만 읽어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책이다.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기 쉬운 순간들을 포착하여 기분 좋은 상상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짓게 만든다. 우리가 매일 걷는 길, 창밖으로 스며드는 햇살, 무심코 펼친 책장 속에서도 어쩌면 기분 좋은 상상과 에너지가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따뜻한 시선으로 독자들에게 익숙한 풍경 속에 감춰진 감각들을 다시 일깨운다. 고양이가 말을 걸고 커튼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며 책 속 물고기들이 잉크처럼 번지는 장면들은 이제는 없을 꺼라 생각했던 내 안의 상상력을 다시 흔들어 깨우는 듯하다. 바쁘고 지치는 일상 속에서 잠시 이 책을 펼쳐 그림과 짧은 글을 읽고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 책은 특별한 사건이나 변화 없이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충분히 괜찮은 하루를 만들 수 있음에 주목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평범한 하루 틈 사이에서 발견되는 작은 기쁨과 상상의 순간들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감각을 되살리고자 한다. 프롤로그에서 제시되는 집 앞, 산책길, 자주 찾는 카페, 책상 앞과 같은 장소는 너무나 일상적인 공간들이다. 이런 일상적인 공간과 익숙함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으며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 볼 때 고양이의 눈빛이나 커피 향, 택배 도착과 같은 소소한 순간들이 하루를 환하게 밝힐 수 있음을 일깨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잠시라도 상상의 세계로 건너가 봄으로써 익숙함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 소소함에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루의 기분을 색으로 표현한 이 짧은 글은 순정 만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감성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어우러지며 더욱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하늘빛의 자유로움, 연보랏빛의 고요함, 분홍빛의 설렘. 저자는 우리의 감정이 매일 조금씩 다른 빛으로 피어난다고 말하며 그 다채로움을 따뜻하게 포용한다. '꼭 마음에 드는 색이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문장은 특히나 좋다. 내 마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어쩌면 흐릿하거나 어두운 색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의 나를 감싸고 있는 이 감정이 가장 솔직한 진심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섬세하게 감정을 담아낸 문장과 따스한 느낌의 그림이 어우러져 단순한 위로를 넘어 시각과 감성 모두를 자극하며 더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 안에 자연스레 나의 하루를 투영하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본다.
책으로 가득 찬 방안에 누워 마음에 쏙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떠나는 소풍과 같은 시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서 이 장면의 그림과 글은 더 깊숙이 다가왔다. 그리고 책을 통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상상과 바람처럼 념겨지는 책장, 그 안에서 마주하는나만의 고요한 여유야말로 일상의 틈에서 나에게 크나큰 힐링의 시간이라 더더욱 이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은 거창한 위로나 메시지를 전하지는 않는다. 대신 늘 반복되는 일상, 지나치기 쉬운 감정, 그리고 평범한 공간 속에서 문득 피어나는 따뜻한 상상에 집중한다. 저자는 우리의 현실을 억지로 벗어나게 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조금 더 다정한 시선을 갖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책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기분이 나아지고 이유 없이도 웃음이 번지게 만든다. 책장을 덮고 나면 지금 이대로의 하루도 충분히 의미 있고 그 안에는 작고 부드러운 기쁨들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고 특별한 무대가 없어도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나니 오늘 하루는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