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파도 파도 파도
이정록 지음, 윤정미 그림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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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동시가 지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이정록 시인의 다섯번째 동시집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하여 어린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하여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시인은 다양한 사회적 단면을 단백하면서도 비플어진 시선으로 포착하며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동심이 가진 힘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총 53편의 동시는 단순히 재미를 주는 것을 넘어서 어린이가 세상을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감정과 성장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동시에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메시지를 포함하는 교육적인 가치 또한 가지고 있어 참 좋다.


이 책에 실린 <강아지>는 시인의 유쾌한 동시 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인은 '손!'하면 '발'을 내미는 강아지의 행동을 단순한 웃음을 넘어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과 일상의 정서로 잘 포착해 내었다. 짧은 시 속에서 손발이 잘 맞는다는 익숙한 표현을 재치 있게 활용하며 동시만의 언어 유희와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어 읽을수록 더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이 책에 담긴 동시 모두가 재미있는 작품만을 담은 건 아니다. <중심>이라는 작품에서 시인은 가족 안에서의 중심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따라가며 존재와 부재의 의미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처음에 우리 가족의 중심은 나였다가 강아지 초코를 입양한 후 중심은 초코로 옮겨가고 초코의 감정과 상태에 따라 가족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초코가 아프면 눈물샘의 중심이 되고 초코가 꼬리치면 햇살도 춤을 춘다는 표현에서는 초코와의 일상이 얼마나 가족 깊숙이 스며들었는 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초코가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진 깨물어 놓은 리모컨이 빈집의 중심이 되었다는 마지막 구절은 단순한 사물하나로 상실의 공허함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시 전반에 흐르는 담담한 어투는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서도 초코의 부재로 인한 슬픔을 더욱 깊이 전달한다.


표제작인 <파도>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다. 시인은 파도를 통해 '바다, '땅', '책'이라는 외부 세계를 차례로 탐색하며 마지막에는 그 시선이 나에게 이른다. 이 흐름은 끊임없는 탐구 끝에 자아로 향하는 자기 성찰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반복되는 '파도 파도'라는 구절은 리듬감을 형성함과 동시에 어린이가 맞닥뜨리는 삶의 물결과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을 은유한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나는 / 끊임없이 / 파도를 넘는 수평선'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시적 화자가 단순히 파도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는 존재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수평선이라는 이미지는 끝없이 확장되는 가능성과 미래를 향한 의지를 상징하는 듯하다. 자기 안의 파도를 인식하고, 그 너머를 꿈꾸는 이 시는 이 책의 전체적인 주제인 어린이가 겪는 내면의 변화와 성장 를 강하게 드러낸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시인은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면서도 어린이 독자에게 부드럽고도 힘찬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결국 이 책은 시련과 혼란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어린이의 성장 이야기를 그려낸다. 표제작 <파도>처럼 어린이는 자기 안의 파도를 인식하고 이를 넘어서며 수평선 너머로 나아간다. 시인은 이러한 여정을 통해 어린이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내면의 단단함을 따뜻하게 응원한다. 또한 이 동시집은 가족, 친구, 동물, 자연 등 다양한 존재와의 연결 속에서 어린이가 어떻게 세상과 조화롭게 관계를 맺어가는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에 담긴 동시들이 유쾌하고 건강한 웃음을 잃지 않는 동심의 언어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어린이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따스하게 전하고,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동심과 따뜻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며 이 책을 읽는 모두를 웃음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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