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페파민트>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백온유 작가의 신작이라 하여 가제본 서평단을 신청했는데, 운좋게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백온유 작가 답게 이번 작품 역시나 흡입력이 대단하다. <유원>에서 비극적인 사건의 생존자 유원이 겪는 윤리적 딜레마와 갈등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페퍼민트>에서는 돌봄과 죽음, 용서와 화해에 대하여 깊이있게 담아낸 저자는 이번 <경우 없는 세계>에서는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인수가 옥탑방에서 보내는 세번째 겨울 어느날, 한 소년, 이호와 함께 살게 되는장면으로 시작된다. 혼자 살던 인수는 어느 날 옥탑방에서 이호가 차에 일부러 치이는 장면을 보게 되고, 엄살과 협박이 넘나드는 아이의 말재주에 운전자는 아이에게 돈을 건네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 장면들을 보고 나서 주인공 인수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추위에 괴로운 밤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일주일 후 똑같은 장면을 목격하고 그는 아이가 운전자로부터 돈을 못 받도록 한 뒤 자기 집으로 아이를 거둔다. 그 후 함께 살게 된 이호와 인수. 개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이호의 팔에 든 멍을 보면서 인수는 A의 얼굴을 떠올린다. 이호처럼 일부러 차에 뛰어들어 돈을 벌던 A. 과연 A는 어떤 아이였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인수의 열일곱살 이야기들. 인수는 엄마에게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참지 못해 집을 나왔다. PC방에서 성연을 만나고 인수는 성연과 함께 어울리며 빌딩 화장실에서 잠을 자고 무료 급식소에서 밥을 얻어 먹거나, 훔친 지갑이나 물건으로 먹을 것을 떼우며 가출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게 된다.

틈만 나면 엄마를 폭행하는 아버지를 도저히 견딜 수 없던 인수는 어느 날 이러다 엄마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버지에게 맞서게 된다. 그동안 두렵기만 했던 아버지는 생각보다 맞설만 했고 인수와 몸싸움을 하던 아버지는 코뼈가 골절되어 119에 실려가게 된다. 그 후 인수와 아버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되고, 틈만 나면 인수의 방문을 부술 듯 벌컥 열고 들어와 뺨을 인정사정없이 후려치곤 하는 아버지와 폭행을 당하고도 그 다음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유지하는 엄마를 도저히 견딜 수 없던 인수는 집을 나오게 된다. 이 책 속 인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풍족한 가정환경을 인수에게 제공했을지 몰라도 인수에게 인간적인 정이나 안정을 느끼게는 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인수는 늘 주눅 들어 있었고, 그 누구에게도 정을 붙이지 못하고 상처를 안고서 살았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성연과 함께 무료급식소를 다니다가 인수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경우는 인수가 흔들리고 위태로웠던 지난 날 인수를 지탱해 준 친구이다. 경우는 여느 가출 청소년과는 다른 면이 있었다. 그 날을 연명하기 빠쁜 가출 청소년과 달리 경우는 자신들이 자는 곳을 청소하고 빨래를 했으며, 다른 아이들을 돌보기까지 했다. 그리고 경우는 예의발랐기 때문에 식당에서도 가출 청소년이 아닌 보통의 학생으로 취급받으며 일을 했다. 과연 경우에는 어떤 사연이 있기에 가출 청소년을 살면서도 바른 면을 가질 수 있었던 걸까?


이에 반해 성연은 경우와는 달리 모든 게 충동적이며 여느 가출 청소년들의 리더처럼 물건을 훔치는 일이나 지갑을 소매치기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성연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기에 성연은 이토록 대담하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걸까?


성연과 인수는 호프집에서 알바를 하며 사장 형을 알게 된다. 사장 형은 성연과 인수가 가출청소년이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안고가야 해서 시급의 반만 쳐주겠다고 한다. 대신 저녁 식사를 직접 챙겨줄 것이고 이 곳은 안전하게 가족적인 분위기로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후 그들의 관계는 참 씁쓸하다. 가출청소년이라는 약점을 이용하여 일만 시켜먹고 제대로 돈을 지불하지 않는 사장의 모습은 바로 지금 우리 어른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외에 가출 청소년들에게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정말 현실적인 모습이라 읽는 내내 씁쓸하다.


인수가 극한의 상황에 몰릴 때마다 나타났던 경우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보육원에서 자랐음에도 구김살 없고, 늘 바르게 살았던 경우. 자신만 챙기는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챙겼던 경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수가 지금 사는 세계는 '경우 없는 세계'다. 과연 인수와 경우, 성연에게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들은 결국 다 틀어지게 되었을까?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가출한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눈에는 어둡고 위험하게 보일 듯 싶다. 하지만 이들이 왜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주목하다 보면 이 아이들을 길로 내몬 것은 바로 우리 어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위험 속으로 모는 것도 욕심에 찌든 어른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는 어른이 된 인수는 가출팸 시절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한다. 하지만 이호라는 아이를 돌보며 자신의 과거를 다시 되돌아보게 되고, 그렇게 아르바이트와 소매치기를 거듭하며 길에서 떠돌던 시간들을 들여다보며 그 시절의 상처와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고, 경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호를 돌보며 인수는 조금씩 자신이 어른과 비슷한 존재가 되어가는 걸 느끼게 된다. 

그렇게 이호에게 경우가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지탱할 곳이 되어주는 인수는 지난 날의 상처와 잘못으로 괴롭던 추위에서 벗어나 조금씩 온기를 느끼게 된다. 부끄러운 어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어른으로 서기로 한 인수를 응원해본다. 그렇게 따스한 온기들에 익숙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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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부 과자라고? 이상한 나라의 쿠키 토끼 고래책빵 그림동화 25
카미오카 아사미 지음, 최신원 옮김, 하야시 유바 사진 / 고래책빵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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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가득한 과자들에 눈길이 절로 가는 책이다. 이 책은 명작 동화 속 장면을 전부 과자로 표현하고 있다. 어릴 적 한번쯤은 꿈꿨던 과자로 맛있게 만들어진 책을 현실로 표현해낸 책이라고 할까. 눈길이 절로 가게 맛있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은 아마 많은 아이들을 이 책을 좋아하게 만들 듯 싶다. 특히, '쿠키 토끼'와 함께 신비한 과자 나라로 떠나는 흥미진진한 모험은 이 책의 몰입감을 더한다. 


이 책은 이 책이 과자로 만들어진 그림책임을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넘길 때마다 쿠키 토끼와 함께 여러 가지 이야기 세계로 떠나는 여행임을 알려주면 말이다.

문은 쿠키, 지붕은 마카롱, 내리는 눈은 달콤한 설탕이고 구름은 폭신폭신한 솜사탕이다. 그리고 책 가득 과자로 만들어진 집들은 침을 꼴깍 넘어가게 만든다. 과자 집에 넋을 잃은 헨젤과 그레텔에게 한 할머니가 "뭐가 좋니? 한번 골라보렴."라며 말을 걸어온다. 헨젤은 비슷킷을, 그레텔은 초콜렛 쿠키를 골라 아삭아삭 야금야금 먹는다. 그런데 화면 밑에 있는 하얀 쿠키 토끼. 토끼는 독자들에게 따라오라 손짓을 한다. 그리고 오른쪽 귀퉁이에 있는 눈사람 쿠키를 찾으라는 문구는 단순히 읽고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좀 더 재밌게 즐기며 조게 만든다. 이렇게 이 책 모든 장면의 오른쪽 귀퉁이에는 그림 속에서 찾을 등장인물을 설정해줌으로써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책 속으로 더더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다음 장에는 빨간 모자와 늑대가 나타난다. 정말 디테일하게 표현된 그림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과연 빨간 모자는 늑대를 피해 할머니 집으로 무사히 찾아갈 수 있을까? 미로 찾기를 해보자. 그리고 이번 장에는 바쁘게 뛰어가는 작은 회색 토끼를 찾아야 한다. 과연 토끼는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은 유명한 파티시에인 저자가 기발한 상상력과 탁월한 제과 실력으로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그림으로 14편의 명작동화를 새롭게 만들어내었다. 아이들은 아마 각 장마다 침을 꼴깍 삼키며 책을 보게 될 듯 싶다. 그리고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재밌고 새로운 이야기와 함께 미로 찾기, 숨은 그림 찾기 등등을 통해 책이 주는 즐거움도 함께 느끼게 될 듯 싶다.


동화마다 등장하여 숨바꼭질하는 하얀 쿠키 토끼를 찾으며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고 달콤해지는 신비하고 환상적인 과자나라의 세계로 한번 빠져들면 어떨까? 아마 아이들은 저절로 책의 즐거움에 느끼게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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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윤미연 옮김 / 망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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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면서도 색감 좋은 표지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매너리즘에 빠진 작가가 상상하기 위해 현실로 뛰어들게 되면서 만나게 된 평범한 듯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리의 한 골목길, 영감을 잃어버린 작가인 주인공 '나'는 심장을 떨리게 하고 가슴을 설레게 할 놀라운 사건을 만나기 위해 우연을 기획한다. 하지만 다음에 만나는 사람을 자신이 쓸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겠다는 '소설적인 만남'은 길을 지나가는 한 할머니를 만나는 것으로 급격하게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지만 할머니의 가족, 프랑스에서 너무나 흔한 성인 마르탱네 가족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들으며 자극적인 소재만을 추구하였던 주인공 나는 마르탱네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그동안 뒤틀리고 억눌러있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문득 자신이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상황에 들어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이지만 비소설 같은 매력적인 이 책을 통해 무료하고 지루하며 반복적인 일상의 소중함을 우리는 깨닫게 될 듯 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작가인 주인공 '나'가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음을 고백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의 사인회 때 한 독자의 말을 회상하며 거리로 나가서 맨 처음 마주치는 사람을 멈춰 세우고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몇마디를 들려 달라고 하기로 하는 게 자신이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영감을 잃어버린 나는 파리의 한 골목길에 서서 미지의 여인을 만나는 소설적인 만남을 꿈꾸지만 그의 앞에 나타난 인물은 보라색 쇼핑카트를 끌면서 길을 건너고 있는 나이 지긋한 여인이었다. 



거리에서 처음 마주한 할머니에게 자신이 작가이며 그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다고 말하며 커피 한잔을 청하자 그녀는 지금 냉동실에 넣어야 할 물건이 있어 집으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몇 분 뒤, 나는 그녀의 거실에 있게 된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주인공 나와 '마들렌 트리코'. 그리고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 그리고 얼마 후, 마들렌의 집을 찾아온 딸 발레리의 이야기를 통해 마들렌에게 약한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발레리의 집에 저녁 식사에 초대되면서 나는 프랑스에서 너무나 흔한 성인 '마르탱'네 가족의 중심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책의 재미는 바로 작가인 나가 인물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쓸 책에 대해 고민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형식이다. 작가인 나의 시선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나의 생각과 고민들이 함께 담겨 이야기를 진행해가는 방식으로 인해 독자 역시 그들의 이야기에 주인공 나와 마찬가지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건 마르탱네.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이는 그들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은 주인공 나에게도 영향을 미쳐 나 또한 자신을 마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약한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는 할머니 마들렌, 남편과의 매너리즘에 빠져 권태를 느끼는 딸 발레리, 가족 간의 부족한 대화와 직장 상사의 압박을 힘겨워하고 있는 발레리의 남편 파트릭, SNS와 스포츠에만 관심이 있는 손자 제레미, 학교에 신경 쓰이는 남자가 있지만 말을 꺼낼 용기가 없는 손녀 룰라. 너무나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들은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렇게 서로 조금씩 변화할 용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마들렌의 이야기를 듣다 그녀의 첫사랑에 대해 알게 된 나는 그를 검색하고 그에게 연락을 취하여 마들렌이 그를 다시 만나고 싶어함을 전한다. 그리고 돌아온 마들렌의 첫사랑 제레미의 답장. 그리고 그저 평범한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 이야기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마들렌뿐만 아니라 그녀의 딸 발레리와 사위 파트릭, 손자와 손녀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일생이 그러하듯 말이다.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가족과 개인의 삶, 일상과 추억, 사랑과 같은 주제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작가이다 보니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고뇌에 이르기까지 아주 폭넓지만 한번쯤은 생각해보면 좋을 듯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연령층도 다양하다 보니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이 책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될 듯 싶다. 매너리즘에 빠져 근사한 표현을 생각할 수 없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엄살처럼 들릴 정도로 이 책의 이야기에는 우리의 인생에 대해 생생하면서도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너무나 평범해서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 속의 우리네 삶이 소설보다 더 소설적인 반짝이는 순간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너무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인생도 한 편의 책,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너무나 사소한 존재들의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깨닫게 해주는 이 책, 굉장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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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여성 경영인 강빈 여성 인물 도서관 2
박지숙 지음, 박미화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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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현세자의 짝이 된 강빈이 청나라의 볼모로 끌려가게 되지만 위기를 기회 삼아 조선 최초의 여성 경영인으로 거듭나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청나라가 쳐들어오며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삼전도에서의 치욕적인 항복 끝에 강빈과 소현세자는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게 된다. 강빈은 청나라에 무릎을 꿇은 슬픔을 이겨낼 새도 없이 낯선 땅 심양으로 끌려가게 된 비운의 조선의 세자빈이었다. 하지만 강빈은 평범한 세자빈으로서는 할 수 없는 행동들도 그 시대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다. '여인이라는 이유로, 세자빈이라는 이유로 절망하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p6)' 가 바로 강빈의 생각이었다. 볼모로 주저앉는 대신 청나라와 무역을 하고 농장을 운영했던 주체적인 조선 최초의 여성 경영인이자, 재물을 모아 조선 포로를 구하고 눈물을 흘리며 백성들을 챙겼던 당찬 세자빈이었던 강빈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꼭 한번 알아봤으면 좋겠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이 책은 강빈을 중심으로 한 인물관계도의 그녀의 연표를 실어 이야기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는 세자빈이 되기 전, 왕실 가마 행렬 속의 소현세자를 보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가기도 할 만큼 적극적이고 당찬 강소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병자호란 당시 김경징이라는 검찰사가 자신의 가족을 건너게 하기 위해 배를 모두 가져가 버리자, 나서서 호통을 쳤을 만큼 강빈은 배포가 크고 옳은 일에 있어서 망설임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소현세자와 함께 볼모로 끌려가 심양이라는 낯선 땅게 살게 되면서 조선인들의 참혹한 모습들을 직접 목격한 강빈은 심양관 대식구의 살림살이와 노예로 끌려온 백성들을 구할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 물품을 거래하고 싶다는 청나라 왕족의 편지를 받고서 강빈은 무역이라는 새로운 길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소현세자의 허락을 받고서 강빈은 조선과 청나라 간의 무역에 앞장선다. 그렇게 번 돈으로 조선인 포로를 구하고 농사도 직접 지어 새로운 조선을 꿈꾼다. 특히, 노예를 구하는 장면에서 삐적 마르고 노인과 아녀자부터 구하는 강빈의 속깊은 모습들은 진정 백성을 위하는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 속에 담긴 병자호란이후 볼모로 잡혀간 조선 백성들의 참혹한 모습들을 통해 아이들은 그 시절의 모습을 생생하게 알아갈 수 있을 듯 싶다. 하지만 이토록 배포가 크고 적극적인 강빈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인생은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그녀가 무역과 농사를 어떻게 시작하였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 당시 조선의 상황은 어떠하였는지, 볼모로 끌려간 조선인들은 과연 어떻게 다시 조선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등등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역사 속에 숨어있는 옛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여성 인물 도서관'의 두번째 책이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의 볼모가 되었지만 무역과 농장 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던 강빈의 이야기를 담은 인물, 역사 동화로 이를 통해 아마 아이들은 무역과 농사를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강빈의 도전 정신과 실천력, 옳은 일에 발벗고 나서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행동력을 배울 수 있을 듯 싶다.


이 뿐만 아니라 청어람주니어 독서의 독후 활동지는 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 다운 받을 수 있는데 이 독후 활동지를 통해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다.

* 청어람주니어 블로그: http://blog.naver.com/junior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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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 제3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최정원 지음 / 비룡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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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심사위원 100명이 선택한 2023년 틴 스토리킹 수상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길잃고 홀로 지구에 남겨진 외계인 아기 보보를 집으로 향하도록 길을 나선 원호와 선호, 두 아이의 모험과 따뜻한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주인공 원호가 학교에서 졸다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교 후 친구의 게임 제의로 거절한 채 원호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두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서 발걸음 가볍게 리듬을 타며 집으로 향한다. 드디어 오늘, 원호는 집으로 돌아가 자신이 작사 작곡한 천재적인 노래를 녹음할 계획이다. 원호는 온라인 크리에이터다. 채널명은 <송원호의 노래 만들기>로 구독자 수 7명에, 그중 두 명은 부모님이다. 모두에게 비웃음을 받아 왔지만 오늘 완성할 이 곡으로 뮤지선으로 자신의 천재성이 드디어 입증될 것이 분명하다. 원호는 그렇게 확신하며 기분 좋게 학교를 나섰다.


그리고 나래는 학원에 시간 맞춰 갈 생각으로 마음 속이 복잡하다. 계획에 없던 보충수업으로 하지 못한 학원 숙제에 이번에도 성적이 떨어지면 엄마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마음이 무겁다. 이번에도 엄마가 늘 말하듯이 생각이 너무 많고 느려 터진 자신이 문제다. 교문에 선 아이들과 늘 그러하듯 먼 거리를 유지한 채, 나래는 발걸음 무겁게 학교를 나섰다.


그렇게 교문을 나선 두 아이는 무지갯빛 눈동자를 지닌 아기를 발견하게 된다. 이름은 보보, 나이는 지구 보정으로 만 1세, 종족 명은 KMSRX-3. 아기의 이름표에 적인 주소와 메세지를 확인한 나래와 원호는 아기 보보를 주민센터로 데려다주기로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인간적인 선의로 '주인 잃은 곰 인형을 분실물 센터에 들고 가는 일' 정도로 시작했던 이 일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


5년 전, 이른바 <대방문의 날>이라고 교과서에 기록된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모행성의 기상이변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지구에 '이민 요청'을 해온 것이다. 그들이 지닌 과학기술이 지구에 이로울 것이라 판단한 지구인들은 그들을 나누어 이주민으로 받아들였고, 우리나라도 '미래 아파트'를 그들의 거주지로 내어주었다.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고, 외계어 사전이 서점 매대를 한가득 차지 할만큼 그들의 이주는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지만, 인간의 모습을 모사하며 그들만의 담장안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외계인들 덕분인지 대중의 관심은 금세 시들해진다. 그러나 지구를 마지막 종착지로 여기고 싶은 이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개인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BJ 찡가는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미래 아파트에 사는 이주민들을 막무가내로 찾아가 카메라를 들이민다.


한편 보보를 주민센터로 데려다 주기를 실패한 원호와 나래는 미래 아파트 보보네 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한다. 고군분투 끝에 겨우 겨우 보보의 집에 도착하지만 이미 '무지개'라 불리는 외계인들은 모두 지구를 떠나고 없다. 보보 혼자 지구에 남은 것이다. 이제 원호와 나래의 임무는 보보를 집에 데려다 주는 것에서 외계인 종족의 이주를 돕는 임무로 바뀌게 된다. 원호와 나래가 보보의 집을 찾는 동안 BJ 찡가는 무지개 종족이 가졌다는 빛의 놀라운 힘과 그것으로 만들어지는 엄청난 값어치의 보석에 대해 알게 되고, 그 비밀을 파헤치고자 미래 아파트 곳곳을 누비다가 그의 카메라 앵글에 무지개 아기를 안고 도망가는 두 명의 중학생 원호와 나래가 불쑥 잡히게 된다. 과연 원호와 나래는 찡가와 그의 무리들의 방해를 무릎쓰고 무사히 보보를 종족의 품에 데려다 줄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 속에서 음정, 박자 그 어느 것 하나 맞지 않는 지독한 음치이지만 학교 축제에서 자작곡을 자신감 넘치게 부르는 원호는 사람들의 눈에 타인의 시선 뛰는 상관하지 않는 뻔뻔한 아이로 비친다. 그리고 나래는 학교에서 규칙에 따라 교복 차람 하나 흐트러짐 없고 아이들과는 말 한번 섞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하는 보기에 좀 짜증나는 모법생으로 알려져 있다. 원호와 나래 역시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기에 둘이 만날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둘은 보보라는 존재를 함께 지켜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게 되며 서로의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길을 걷다가 무지개 종족의 아기를 만날 확률 만큼이나 서로를 알아 갈 일이 없었던 두 아이가 뜻하지 않는 여정을 통해 서로의 내면을 알아가고 서로를 응원해 가는 과정은 꽤 뭉클하고 따스하며 아름답다.


틴 스토링킹 수상작 답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여느 작품과는 다른 외계인 존재에 대한 신박한 상상력과 개성 넘치고 다채로운 인물들은 이 책의 이야기에 폭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무지개 족의 보안 프로그램을 통해 펼쳐지는 원호와 나래의 속 이야기는 현실의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를 세밀하게 담고 있어 아마도 많은 아이들이 원호와 나래의 모습에서 아주 많은 공감을 하게 될 듯 싶다. 그렇기에 원호와 나래가 그동안 결코 알지 못했던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들은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그렇기에 아마 많은 청소년 아이들이 이 책의 매력에 폭 빠졌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원호와 나래의 앞으로의 나날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진다.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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