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없는 코끼리 알퐁소 꿈꾸는 씨앗
앙브르 라방디에 지음, 플로랑스 보겔 그림, 이정주 옮김 / 물주는아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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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라 하면 기다란 코와 커다란 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코끼리 뿐만 아니다. 다른 동물들과 각자에게 어울리는 귀를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 귀가 없는 코끼리가 있다. 그것도 대대손손 휼륭한 귀로 유명한 집안에 막내로 태어난 알퐁소. 알퐁소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코끼리와 다르게 귀가 없다. 과연 알퐁소는 다른 코끼리와는 너무나 다른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에 나오는 코끼리 마을의 코끼리들은 모두 자신의 귀를 자랑스러워 한다. 코끼리 마을의 코끼리들은 서로의 귀를 보며 비교하고, 감탄하고 칭찬하곤 하였다.

이 책의 주인공 알퐁소는 아주 멋진 귀를 가진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그런데 알퐁소는 다른 코끼리와 달리 귀가 없다. 귀가 없기에 알퐁소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집이 떠들썩하게 일어난 한바탕 소동도 알퐁소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알퐁소에게 세상은 고요하기만 했다. 알퐁소는 누나들의 귀가 부러웠다. 누나들은 매일매일 재밌게 보냈지만 알퐁소는 슬펐다.


아빠가 따뜻한 말로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알퐁소에게는 귀가 없으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누나들은 술래잡기놀이, 이빈후과 병원 놀이를 하고 노는데, 알퐁소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이 놀이를 하려면 반드시 귀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은 신나게 노느라 알퐁소가 온 줄도 몰랐다. 알퐁소는 너무 슬프고 외로웠다. 알퐁소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알퐁소는 속상한 마음을 달려래 홀로 길을 나선다.


혼자 속상한 마음을 달려래 산책을 나선 알퐁소는 천천히 걸어가며 이야기를 만들었다. 구불구불 굽은 오솔길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산을 오르며 계속해서 걸었다. 그런데 그렇게 홀로 걸어가던 알퐁소는 무언가에 '쿵!'하고 부딪힌다. 과연 알퐁소는 무엇에 부딪힌 것일까?

알퐁소가 부딪힌 것은 바로 '귀나무'였다. 귀나무는 아주아주 보기 힘든 나무로,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세상에 단 한그루밖에 없는 것이었다. 귀나무에는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귀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알퐁소는 표범 귀, 돼지 귀, 토끼 귀, 사람 귀 등을 순서대로 써본다. 각각의 귀에는 각각의 동물들이 내는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으로 알퐁소는 코끼리 귀를 써 본다. 그러자 멀리서 알퐁소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알퐁소. 과연 코끼리 귀를 쓰게 된 알퐁소는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알퐁소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추천해본다.


<귀없는 코끼리>는 따뜻한 색감과 개성 넘치는 그림으로 알퐁소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귀없는 코끼리와 귀나무라는 신박한 소재는 알퐁소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 알퐁소를 통해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달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이 책의 알퐁소처럼 외로움과 슬픔을 겪게 된다. 남들과는 달리 나만 혼자 못난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잘하고 있는데 나만 잘 못하는 것 같은, 다른 사람들은 행복한데 나만 슬프고, 세상에 나만 홀로 있는 듯한 그 마음을 누구나 한번쯤은 느끼게 된다. 남들과는 다른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다. 이 책의 알퐁소가 슬픔을 조금씩 잊고 행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들었던 남들과는 다른 나의 단점(혹은 컴플렉스)가 나만의 특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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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의 밤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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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신작이다. 오르한 파묵은 200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후에도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고 있고, 매번 더 뛰어난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35년 동안 전염병을 소재로 한 소설을 고민했고, 최근 5년 동안 이 작품을 집필하는 데 매진하였다고 한다. 그의 원고가 거의 완성되어 갈 무렵, 전 세계에 코로나 19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시간적 배경이 100년이 넘는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오늘날의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전세계가 동시에 팬데믹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 몰입하여 이 책을 읽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아주 두꺼운 책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으며 그 장대한 서사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이 책은 1901년 오스만 제국하의 민게르라는 가상의 섬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설 속의 배경이 되는 민게르섬은 천연으로 분홍색을 띠는 하얀 돌로 인해 멀리서도 오렌지 빛으로 따뜻하게 빛나는, 각종 여행서에 시적으로 묘사된 마법적인 풍경을 지닌 작고 평화로운 섬이다. 이 섬은 이슬람교와 그리스 정교회가 거의 같은 비율로 나눠어 있어서 정치적 긴장감이 늘 존재하고 있다.


당시 민게르섬에 정기 운항을 하는 배는 일주일에 한 번, 세 척 밖에 없었기에 그 섬에 들르는 배는 몇 척이 안되었다. 그런데 1901년 4월 22일 자정이 되기 두 시간 전 예정에 없는 배가 민게르섬에 다가오면서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요하고도 경외감 마져 도는 이 섬에 다가오는 배는 바로 파디샤(절대적 통치자)의 유람선 아지지예였다. 그 배에는 압뒬하미트 2세의 명령을 받아 매우 특별한 임무를 띠고 이스탄불에서 중국으로 가는 출중한 오스만 제국 사절단을 싣고 가는 중이었다. 종교인, 군인, 통역관, 관료로 이루어진 열일곱 명의 사절단 사이에 얼마 전 결혼시킨 압뒬하미트의 조카 파키제 술탄과 남편인 의사 누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지지예의 비밀스러운 승객 두 명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두사람은 바로 저명한 화학자이자 약사 본코프스키 파샤와 그의 조수이다. 본코프스키 파샤는 오스만 제국의 큰 항구 아즈미르에서 페스트의 유행을 6주만에 종식시킨 유능한 방역 전문가였다. 그런 그가 왜 이 아지지예에 비밀스럽게 오르게 된 것일까? 그리고 새로 온 두 승객은 조용하고 거리를 두었는데 이는 사절단 일행의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파타샤는 왜 오스만 제국에서 가장 으뜸가는 두 명의 페스트와 전염병 전문가를 같은 배에 태웠을까? 그들의 목적지는 바로 중국이 아니라 민게르섬이었다. 민게르섬에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민게르섬에 페스트가 창궐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즈미르에서 6주만에 페스트를 종식시킨 본코프스키 파샤와 조수, 의사 누리가 같이 민게르섬으로 가게 된 것이다. 민게르섬에서는 주로 무슬림 마을에서 페스트가 창궐했고, 벌써 열다섯 명이나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 누리는 방역 규칙을 따르도록 하는 일이 기독교인들보다 무슬림들에게 더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는 논쟁하지 않기로 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민게르섬에 발병한 페스트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민게르섬의 간수로 일하고 있는, 이 책에서 페스트로 제일 처음 죽음을 맞이하는 바이람 에펜디가 죽음을 앞두고 느낀 생각들과 감정들에 대한 묘사는 참 가슴 아프다. 갑작스레 다가온 죽음 앞에서 드는 부당함과 억울함, 그리고 이태껏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회귀 등에 대한 묘사가 오늘날의 내가 보기에도 공감될만큼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이 워낙에 장대한 서사이고, 민게르섬에 불어닥친 페스트로 인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등장인물들 각각의 서사와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펼쳐지고 있는데, 오르한 파묵은 각 인물의 서사와 감정,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참 잘 표현하고 있어서 인물들의 삶에 하나하나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지지예에서 비밀스럽게 내린 본코프스키 파샤와 그의 조수는 페스트와 관련하여 총독 파샤와 회의를 하며 페스트의 위험성을 알리고, 페스트를 종식시킬 방안을 찾고자 하지만 세계 모든 곳의 총독이나 군수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우리 도시에 결단코 전염병은 없소!" 라며 말이다. 그리고 방역을 실시하고 의사가 환자의 집을 드나들게 되면 주민들이 무척이나 불안해 할꺼라고 말이다. 이는 코로나 19가 처음 발병되었을때 오늘날의 우리가 보인 반응과 결코 다르지 않다. 이 책의 페스트는 바로 오늘날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되어 온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코로나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의 이야기에 수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밖에 없으며, 빠져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페스트를 종식시키기 위해 본코프스키 파샤는 방역에 힘쓰려하나 방역을 제대로 시행해보기도 전에 거리에서 그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발견된다. 이에 술탄 압뒬하미트는 이슬람교도 의사 누리를 파견한다. 그는 의사로서 엄격한 방역 조치를 시행할 것과 동시에 방역 전문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라는 명을 받아 부인인 파키제 술탄과 함께 민게르 섬에 입성한다. 그러나 행정부의 무능, 제재 조치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방역은 쉽지 않다. 과연 민게르섬은 어찌될까?

그런데 이 책의 이야기 중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술탄 압뒬하미트가 페스트로 위기에 봉착한 민게르섬에 구호선을 보내기는 커녕 서구 열강의 국제적인 압력에 못 이겨 민게르섬을 봉쇄한 것이다. 그러자 절망의 상황에 빠진 섬은 콜아아스를 위시로 하여 세상을 하여 민게르야가 독립 국가임을 선포하고, 이야기는 본격적인 흐름을 타게 된다. 이제 섬 스스로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전염병을 물리칠 방법을 찾게 되는데, 방역을 방해하는 세력과 본코프스키 파샤를 죽인 살인자는 누구이며 앞으로 민게르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서 페스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체념의 감정까지 가지게 되었을 때 이들은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비록 밖의 상황은 갈수록 절망적인 상황으로 빠질지라도 사랑하는 이와의 포옹은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는 이 장면이 나는 제일 인상적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아마 많은 이들이 힘들었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지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사랑, 그리고 따스한 위로가 우리에게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었던 것처럼 이 책의 사람들도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


요즘 우리가 처한 현실과 이 책의 현실은 전혀 다르지 않다. 전염병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죽고, 누군가는 절망에 빠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다시 일어날 힘을 얻기도 한다. 아마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들이 그때를 회상하며 자유를 꿈꾸고 그 자유에 대한 열망이 우리를 견디게 하였다고 한 것처럼, 우리는 지금을 회상하며 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지나쳐 왔다고 말하지 않을까. 비록 절망적인 상황과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아닌 원망을 쏟아붓는 시간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사랑과 위로, 그리고 서로에 대한 연대는 다시 인간을 살아가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우리 오늘을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따스한 위로와 사랑을 보내보자. 그리고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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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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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건에는 그 물건의 사용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담긴다. 그렇다보니 각각의 물건들에는 저마다 제각기 다른 사연이 있다. 이 책도 그렇다. 도심에서 떨어진 주택가 한 가운데 평범해 보이는 중고상점이 있다. 찾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구해주고, 출장 감정 서비스에 대량 매입까지하는 고객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하는 가게다. 개업한 지 2년 내내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이 중고상점을 운영하는 가사사기 점장과 히구라시 부점장에게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물건에 얽힌 사연을 해결하는 일이다.


누군가의 손때 묻은 물건들이 거래되는 이 곳에는 저마다 상처와 아픔을 지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가사사기와 히구라시는 가게를 찾아오는 낯선 손님들의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 고군분투하는데, 누가 보면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따스한 위로로 다가온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보다는 타인의 아픔과 고민에 진심으로 귀기울이고 공감하며 사려깊은 마음을 전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군가 쓰던 물건을 거래하는 가사사기 중고 상점은 아픔과 상처, 고민을 가진 누군가에게 위로와 환대의 공간이 되어간다.

이 책의 이야기는 히구라시가 주지 스님에게 장롱을 바가지를 쓰며 매입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히구라시가 보기에는 장롱이 대형 쓰레기처럼 보이는데 주지 스님은 광고지의 "뭐든지 매입합니다."를 근거로 사가길 강요하였고, 어쩔 수 없이 협상 끝에 히구라시는 별 쓸모 없어 보이는 장롱을 칠백엔에 사서 혼자 낑낑대며 미니 트럭 짐칸에 실고서 가게로 오게 된다. 가게에 도착 후 혼자 짐칸에서 내린 장롱을 창고까지 옮기려 시도는 해봤으나 혼자서는 역시 무리였다. 결국 장롱을 도로에 내버려 둔체 가게로 들어오게 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대 출신에 낡은 물건도 금세 수리하고 새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새 상품에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서 오래된 물건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동업 제안을 받아 부점장으로 일하고는 있지만 장사 수완이 별로 없어 매번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쓰곤 하는 히구라시. 그리고 사실 가게 운영에는 별 관심이 없고, 어던 사건에 휘말리기를 기대하며 엉뚱한 추리를 늘어 놓기 바쁜 점장 가사사기. 말 못한 사정으로 중고상점을 드나들며 이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어 이제는 가게의 어엿한 일원이 된 중학생 미나미. 바로 가사사기 중고상점을 지키는 세 명이자,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장롱을 가게 안으로 옮기는 가사사기와 히구라시 앞에 나타난 수상한 한 소년. 소년은 며칠 전에 가게 안에 손수건을 떨어뜨렸고, 그 손수건을 찾으러 왔다는데 어제까지 추웠기에 가게 안에서 땀을 닦다가 손수건을 떨어뜨렸다는 말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과연 이 소년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나미가 말하는 '청동상 방화 미수 사건'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 어딘가에서 소중히 간직되었을 물건들이 다시 중고상점으로 나오며 그 물건에 얽힌 사연들과 각자이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치유되어 가는 과정을 계절의 변화에 따라 그려내고 있다.


맨 처음에 실린 봄에 벌어진 <까치로 만든 다리>의 주요 사건은 바로 나미가 이야기한 '청동상 방화 미수 사건'이다. 며칠 전 밤에 누군가가 가사사기 중고상점이 침입을 했고, 누군가 창고에 있는 청동상을 불태웠다. 과연 누가 왜 중고상점 창고에 있는 수많은 물건 중 청동상만을 불태웠던 것일까. 이후 손수건을 찾겠다며 가게를 찾아온 소년으로 인해 청동상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게 된다.


수상한 소년으로 인해 가사사기, 히구라시, 미나미는 다시 창고로 내려가 불에 탄 청동상을 꼼꼼히 살피게 된다. 그리고 새처럼 생긴 청동상의 배부분 딱 한가운데 언저리가 마치 배꼽처럼 파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누가 청동상을 불태우고 그러한 흔적을 남긴 것일까.


그리고 그제서야 생각나는 지난 주에 걸려온 한 남자의 전화. 그 남자는 새 모양으로 된 청동상을 사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소년이 가고 나서 그 남자가 가게로 찾아온다. 그리고 그 남자는 상처가 난 청동상을 사가고, 히구라시는 그 남자를 미행한다. 과연 청동상에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청동상에 대한 사연과 나머지 계절에 중고상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하면서도 따뜻한 에피소드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추천한다.


책 속의 에피소드와 그 에피소드에 나오는 각자의 아픔을 가진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우리가 살면서 잊었던 소중한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소년과 자신이 쓸모와 능력치에 대해 고민이 많지만 그 누구에도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없었던 신입 목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여성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지만 하나같이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늘 사건에 대한 추리를 늘어놓는 가사사기. 히구라시는 가사시기 옆에서 그의 실수나 잘못된 추리를 하나씩 지적하기보다는 그의 추리가 진짜처럼 보이게 한느 증거를 꾸미거나 아무도 모르게 사건의 진상을 풀어낸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의 의도를 헤아리기도 하고, 일단 부탁받은 일이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해내기도 한다. 그런 그와 가사사기, 미나미가 한 팀처럼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사건을 진실을 밝히는 일이 곧 아픔을 털어내고 다시 희망을 꿈꾸게 하는 일이 되며 이는 비록 적자를 내더라고 또 다시 중고상점을 운영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늘 적자에 허덕이지만 누군가에게 위로와 행복, 따스함을 선물하는 수상한 중고 상점은 그렇기에 '오늘도 정상 영업중'일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유쾌하고도 가볍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 책은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당연하기에 잊었던 관계의 소중함, 순간의 동경으로 시작했지만 어떻게든 계속해온 일에 대한 열정 등 삶을 긍정하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선물한다.

책 띠지에 적인 "비싸세 사서 싸게 팝니다. 아픈 마음까지도 매입합니다"를 토대로 오늘도 활발히 정상 영업중인 수상한 중고상점에서 지치고 힘든 오늘의 고민은 잠시 잊고 한 걸음 쉬어가며 마음의 위안을 받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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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질문 - 나를 깨닫는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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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인생에서 단 하나의 질문만 남기고 싶다."


사람에 삶을 살면서 마지막 남기고 싶은 질문은 과연 무엇일까. 띠지의 적힌 문구를 보며 과연 그 질문은 무엇이 될지가 궁금해졌다. 다산 정약용은 그의 삶은 척박하고 고되었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삶의 가르침을 가르켜 주는 참 스승과 같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가 남긴 마지막 질문이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다산 정약용이 오십이 되어 왜 다시 <논어>를 꺼내었는지, 그는 어떻게 <논어>를 새롭게 해석했을지도 궁금했다.

이 책은 조윤제 작가의 베스트셀러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다산이 생의 마지막에서 나란히 읽었던 두 책, 유교 경전 가운데 가장 심오한 <<심경>>의 <다산의 마지막 공부>, 가장 쉬운 <<소학>>의 <다산의 마지막 습관>에 이어 다산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정리한 <<논어고금주>>를 오늘날에 맞추어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논어>는 공자와 제자들의 문답을 엮은 경전으로, 연속된 흐름으로 전개되지 않기에 매락을 살피기가 쉽지 않아 글 자체만 봐서는 온전한 해석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사서삼경 가운데 특히 읽기 까다로우며 가장 많은 해석이 붙고, 가장 많은 이견이 갈리는 경전이다. 동시에 피상적으로 접근하면 공자의 명언집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일상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기에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온고지신부터 과유불급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구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논어>가 동양 고전 가운데서도 한국인들에게 유독 사랑받는 까닭은 이처럼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렵다는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경전을 안내하는 이가 맥락을 잡아주면서 행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 또한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같은 주석이라도 누가 해석하는냐에 따라 전혀 다른 책이 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논어>에 대한 다산의 독창적이면서도 주체적인 해석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휘리릭 한번 읽기에는 다산의 통찰력과 가르침들을 그냥 지나치는 것과 같기에 너무나 아쉽다. 이 책은 하루에 한 구절씩 필사를 하면서 읽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논어의 구절을 적고 그에 대한 다산의 해석을 적어 나 자신에게도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며 읽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나또한 이 책을 하루에 한 구절씩 새기며 다시 읽고자 한다.

이 책은 <논어>에 제일 먼저 실린 구절 너무나 유명한 '학이'편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구성은 먼저 <논어>의 구절을 적고 이에 대한 다산의 해석을 적고 있는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말 친절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다산이 해석한 학이시습지에 대한 설명을 정말 오늘날의 관점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공부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그저 입시, 취업, 승진 등 무언가의 수단으로 하는 공부는 하는 자신에게도 바라보는 이에게도 괴로울 뿐이다. 하지만 다산이 말한 공부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고 하는 공부는 즐겁다. 무언가를 알아가는 즐거움, 그리고 내 삶에 바로 적용하는 노력들은 공부를 진정으로 즐겁게 만든다.


'학이'편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질문은 바로 "공부는 나에게 무엇인가?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가?"이다. 이에 대해 나만의 해답을 찾자면 나는 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40이 넘고 어른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나는 여러 문제 앞에서 망설이며 고민한다. 그렇기에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고, 깨달아야 할 것들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렇게 모자르고 부족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나는 과연 떳떳한가? 나는 항상 나에게 묻는다. 과연 나는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깨어 있는 어른이고 싶기 때문이다. 38페이지 마지막 문장이 와닿는다. 공부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깨달아 갈때 진정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듯 하다.


일상에 담긴 위대함을 강조했던 다산은 <<논어>>를 평생 곁에 두고 삶의 지침으로 삶았다. 그가 <<목민심서>>나 <<마괴회통>>과 같은 책을 집필하며 이웃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 이유도, 말년에 <<소학>>이라는 유학의 첫 경전과 <<심경>>이라는 마지막 경전을 나란히 읽으며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고, 그러기 위해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말한 것도 이에 있다. 그는 '남은 나와 다르지 않다'는 <<논어>> 의 서를 자신의 삶 속에 적용하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은 참 힘겨운 시기다. 코로나 19 이후 개개인의 삶만을 강조하다 보니 고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통과 공감의 부재는 누군가의 고통을 그저 뉴스거리 혹은 사회적인 이슈로만 바라보게 한다. 이렇게만 살아간다면 누구라도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이라면 남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소통하며, 어른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다산이 마지막까지 붙잡은 '마지막 질문' 속에는 인간으로 제대로 살기 위한 우리를 위한 질문들과 답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나부터 이 책의 구절을 다시 되새기면 읽고 깨우쳐 내 삶 속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것이다. 다산이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고 그의 영향력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진 것처럼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고 싶다. 다시금 나에게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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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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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중독, 커피중독, 게임중독 등등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중독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쓴다. 그런데 중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갑자기 중독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던 찰나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약물, 술, 도박, SNS 등 중독의 문제에 있어 우리는 흔히 개개인의 의자 박약이나 타락한 도덕성을 원인이라 생각한다. 중독을 개인의 일탈로 여겼지 사회적 차원에서는 접근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중독에 대한 치료는 약물 처방, 심리 치료, 또는 도덕적 각성이나 상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2021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지금까지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이 책 <도파민네이션>에서는 인간이 중독에 빠지는 이유를 개인의 의지나 도덕성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쾌락과 고통을 지휘하는 신경물질인 도파민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중독성 물질, 자본주의, 디지털이 결합된 오늘날의 현실에서 중독은 더이상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받아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최신 뇌과학, 신경과학 연구와 저자 자신이 20년동안 만난 수 만 명의 임상사례를 통해 인간, 뇌, 중독 그리고 회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에 의존하기 보다는 도파민의 법칙을 이해하고 고통과 화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은 무엇이든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렇다 보니 그 누구도 중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과학자들은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척도로서 도파민을 활용한다. 뇌의 보상 경로에 도파민이 많을수록 경험의 중독성은 더 커진다.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지난 한 세기 동안 신경과학 분야에서의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는 바로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쾌락과 고통은 양 끝에 놓인 추와 같다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뇌가 쾌락과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처리하는 지를 신경과학과 뇌과학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쾌락과 고통 사이에서 더 좋은, 더 건강한 균형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뿐만 아니라 저자의 환자들의 실 사례를 통해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파민의 법칙을 보다 쉽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신경과학은 두 가지 획긱적인 발견을 한다.

 먼저 쾌락과 고통의 지휘자인 도파민의 발견이다. 도파민은 인간 뇌의 신경전달물질로 1975년에 처음 발견되었다. 스웨덴에서 아르비드 칼손과 영구의 캐슬린 몬터규. 두 명의 과학자는 도파민을 발견하였고, 칼손은 훗날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다.
 도파민은 보상 과정에 관여하는 유일한 신경전달물질은 아니지만, 신경과학자들 대부분은 도파민이 그중 가장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도파민은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으로 도파민을 만들 수 없게 된 쥐들은 음식을 찾지 못하고 음식이 코앞에 놓여 있어도 굶어 죽지만, 음식을 입안으로 바로 넣어주면 음식을 십어서 먹으며 그걸 즐기는 것처럼 반응한다.

 그리고 두번째 발견은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서로 맞은 편의 놓인 추처럼 작동한다. 우리의 뇌에 저울이 있다고 가정해 보면 중간에 지렛대 받침이 있는 저울이 될 것이다. 평소에는 수평을 이루지만 우리가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은 우리의 보상 경로에 분비되고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다. 우리의 저울이 더 많이, 더 빨리 기울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저울에 관한 중요한 속성이 하나 있다. 저울은 수평 상태, 즉 평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한쪽이나 다른 한쪽으로 오랫동안 기울어져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울이 쾌락 쪽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저울을 다시 수평 상태로 돌리려는 강력한 자기 조정 매커니즘이 작동한다. 이러한 자기 조절 매커니즘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다. 그저 반사 작용처럼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쾌락을 추구할수록 고통 또한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임계점이 넘으면 마약, 알코올, 포르노 등 어떤 강력한 자극을 주어도 뇌는 더이상 쾌락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기존의 약물 중심 치료법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미국은 이미 과도한 약물 처방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오늘날 의사들은 치료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기 위해 모든 고통을 없애려고만 한다. 그렇기에 고통은 어떤 형태로든 위험하고 여겨지고 있다. 아파서만이 아니라 회복 불가능한 신경 손상을 남겨서 완치를 해도 고통을 느끼도록 뇌를 자극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약물 처방은 중독의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이는 저자가 경험한 수많은 임상 사례를 통해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으며, 합법적인 처방이라는 가면 하에 벌어지는 미국의 약물 남용은 총기와 자동차 사고보다 더 많은 미국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수많은 죽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과 2017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새로 나타난 우울증 사례 수는 오히려 50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일수록 더 심하다고 한다. 최근 G2로 떠오른 중국에서도 항우울제의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사례를 정말 솔직하게 이 책에 서술하고 있다. 본인이 겪은 로맨스 소설에 대한 중독과 우울증에 대한 약물을 복용하였을 때와 약물 복용을 중지하였을 때를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저자의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솔직한 경험은 꽤 인상적이며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저자의 의견을 동의하게 만드는 데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한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저자는 약물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지금의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틀릭 한 번으로도 중독의 대상을 너무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에서 약물 치료는 불법 약물 확산으로 이어지거나, 약물을 대체하는 새로운 중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약물에서 술로, 약물에서 음식으로 그 자극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 중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과연 이에 대한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중독자들의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중독에서 벗어날 방법을 가르쳐줄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 중독을 몸소 체험한 중독자들이라는 거다. 이 책은 중독의 희생양이 되었다가 빠져나온 환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뇌의 균형과 삶의 중심을 찾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추천해 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중독은 개인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중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된다. 저자는 중독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바로 고통과 직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뇌에서 과연 어떠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지, 어떻게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의학적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추천하는 자신의 현재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DOPAMINE 7단계'와 공간, 시간, 의미를 제한하여 중독에서 벗어나는 3가지 자기 구속 전략은 꽤 유용할 듯 싶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의 고통 마주보기를 통하여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활력을 찾는 방법과 관계를 개산하는 있는 그대로 말하기 방법은 정말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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