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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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중독, 커피중독, 게임중독 등등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중독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쓴다. 그런데 중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갑자기 중독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던 찰나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약물, 술, 도박, SNS 등 중독의 문제에 있어 우리는 흔히 개개인의 의자 박약이나 타락한 도덕성을 원인이라 생각한다. 중독을 개인의 일탈로 여겼지 사회적 차원에서는 접근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중독에 대한 치료는 약물 처방, 심리 치료, 또는 도덕적 각성이나 상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2021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지금까지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이 책 <도파민네이션>에서는 인간이 중독에 빠지는 이유를 개인의 의지나 도덕성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쾌락과 고통을 지휘하는 신경물질인 도파민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중독성 물질, 자본주의, 디지털이 결합된 오늘날의 현실에서 중독은 더이상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받아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최신 뇌과학, 신경과학 연구와 저자 자신이 20년동안 만난 수 만 명의 임상사례를 통해 인간, 뇌, 중독 그리고 회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에 의존하기 보다는 도파민의 법칙을 이해하고 고통과 화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은 무엇이든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렇다 보니 그 누구도 중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과학자들은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척도로서 도파민을 활용한다. 뇌의 보상 경로에 도파민이 많을수록 경험의 중독성은 더 커진다.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지난 한 세기 동안 신경과학 분야에서의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는 바로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쾌락과 고통은 양 끝에 놓인 추와 같다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뇌가 쾌락과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처리하는 지를 신경과학과 뇌과학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쾌락과 고통 사이에서 더 좋은, 더 건강한 균형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뿐만 아니라 저자의 환자들의 실 사례를 통해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파민의 법칙을 보다 쉽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신경과학은 두 가지 획긱적인 발견을 한다.

 먼저 쾌락과 고통의 지휘자인 도파민의 발견이다. 도파민은 인간 뇌의 신경전달물질로 1975년에 처음 발견되었다. 스웨덴에서 아르비드 칼손과 영구의 캐슬린 몬터규. 두 명의 과학자는 도파민을 발견하였고, 칼손은 훗날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다.
 도파민은 보상 과정에 관여하는 유일한 신경전달물질은 아니지만, 신경과학자들 대부분은 도파민이 그중 가장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도파민은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으로 도파민을 만들 수 없게 된 쥐들은 음식을 찾지 못하고 음식이 코앞에 놓여 있어도 굶어 죽지만, 음식을 입안으로 바로 넣어주면 음식을 십어서 먹으며 그걸 즐기는 것처럼 반응한다.

 그리고 두번째 발견은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서로 맞은 편의 놓인 추처럼 작동한다. 우리의 뇌에 저울이 있다고 가정해 보면 중간에 지렛대 받침이 있는 저울이 될 것이다. 평소에는 수평을 이루지만 우리가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은 우리의 보상 경로에 분비되고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다. 우리의 저울이 더 많이, 더 빨리 기울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저울에 관한 중요한 속성이 하나 있다. 저울은 수평 상태, 즉 평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한쪽이나 다른 한쪽으로 오랫동안 기울어져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울이 쾌락 쪽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저울을 다시 수평 상태로 돌리려는 강력한 자기 조정 매커니즘이 작동한다. 이러한 자기 조절 매커니즘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다. 그저 반사 작용처럼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쾌락을 추구할수록 고통 또한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임계점이 넘으면 마약, 알코올, 포르노 등 어떤 강력한 자극을 주어도 뇌는 더이상 쾌락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기존의 약물 중심 치료법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미국은 이미 과도한 약물 처방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오늘날 의사들은 치료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기 위해 모든 고통을 없애려고만 한다. 그렇기에 고통은 어떤 형태로든 위험하고 여겨지고 있다. 아파서만이 아니라 회복 불가능한 신경 손상을 남겨서 완치를 해도 고통을 느끼도록 뇌를 자극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약물 처방은 중독의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이는 저자가 경험한 수많은 임상 사례를 통해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으며, 합법적인 처방이라는 가면 하에 벌어지는 미국의 약물 남용은 총기와 자동차 사고보다 더 많은 미국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수많은 죽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과 2017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새로 나타난 우울증 사례 수는 오히려 50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일수록 더 심하다고 한다. 최근 G2로 떠오른 중국에서도 항우울제의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사례를 정말 솔직하게 이 책에 서술하고 있다. 본인이 겪은 로맨스 소설에 대한 중독과 우울증에 대한 약물을 복용하였을 때와 약물 복용을 중지하였을 때를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저자의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솔직한 경험은 꽤 인상적이며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저자의 의견을 동의하게 만드는 데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한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저자는 약물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지금의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틀릭 한 번으로도 중독의 대상을 너무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에서 약물 치료는 불법 약물 확산으로 이어지거나, 약물을 대체하는 새로운 중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약물에서 술로, 약물에서 음식으로 그 자극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 중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과연 이에 대한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중독자들의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중독에서 벗어날 방법을 가르쳐줄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 중독을 몸소 체험한 중독자들이라는 거다. 이 책은 중독의 희생양이 되었다가 빠져나온 환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뇌의 균형과 삶의 중심을 찾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추천해 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중독은 개인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중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된다. 저자는 중독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바로 고통과 직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뇌에서 과연 어떠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지, 어떻게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의학적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추천하는 자신의 현재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DOPAMINE 7단계'와 공간, 시간, 의미를 제한하여 중독에서 벗어나는 3가지 자기 구속 전략은 꽤 유용할 듯 싶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의 고통 마주보기를 통하여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활력을 찾는 방법과 관계를 개산하는 있는 그대로 말하기 방법은 정말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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