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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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투명한 정육면체 큐브에 갇혀 '채집'된 연우가 겪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이야기로 진짜 나를 찾아 나서는 여정의 이야기를 담은 SF 소설이다. 이야기의 설정부터 기묘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짜 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는 누구라도 공감할 듯 싶다.


이 책의 이야기는 강원도 고성의 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고3 남학생인 연우가 어느날 교실에 혼자 있다가 채집되어버린 장면으로 시작된다. 연우는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투명한 정육면체로 생긴 큐브에 갇혀 지구 둘레를 계속해서 돌고 있다. 밖으로 손을 뻗으면 손은 투명한 막에 막혀 더는 나아가지 못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잠이 쏟아졌다. 다시 깨어나면 밀려드는 허기로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으며 그런 연우의 상태를 예측이라도 한 듯이 연우 근처에 둔 종이가방에는 유부초밥이 도시락 안에 있었다. 그렇게 연우는 큐브에 갇힌 채 일정 주기로 강제로 자다 깨다 먹기를 계속했고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심리적, 신체적인 그리고 물리적인 상태가 리셋되었다. 과연 큐브의 정체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연우를 갇아둔 채 모든 것을 제어하며 리셋 시키는 걸까?


계속해서 시도하던 연우의 탈출 시도는 거듭 실패하곤 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갑자기 '항상성 붕괴..... 부적합.... 조사 종료....'라는 메세지가 뜨더니 모든 게 제자리로 돌려보내진다. 그렇게 다시 교실로 돌아오게 된 연우. 연우를 다시 보게 된 후배들과 선생님들 모두가 놀라는데, 연우가 1년 동안 행방불명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거라고 했다. 그리고 1년만에 다시 돌아온 연우는 경찰 조사를 받고서 마을에서 유명인사가 된다.


연우가 1년동안 큐브에 갇혀 있는 동안 친구들은 직장인이나 대학생, 재수생 등 연우와는 달리 각자 자신이 갈 길을 정해 변해있었다. 이제서야 현실로 돌아온 연우는 일상에 적응하고 앞으로의 진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채집으로 인해 가지게 된 '장치'와 복제된 자아, 그리고 이 장치의 항상성 시스템 덕분에 오히려 그것이 없어지면 생기는 불안과 외로움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전혀 모른채 매일 챗바퀴 돌아가듯 문제집과 공부에만 집착했던 고3 연우는 그렇게 진짜 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한편 전부터 좋아했던 해고니와의 만남과 연애, 헤어짐은 이러한 연우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게 하는데.. 과연 연우의 진짜 나 찾기는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까? 연우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유는 모르지만 큐브라는 공간에 채집되어 항상성을 유지한 채 채집되어 시간을 보낸다는 신박한 설정은 이 책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연우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다른 친구들은 다 각자 자신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데, 혼자서만 관찰자로 존재하여 겪게 되는 불안과 진로에 대한 결정에 대한 부담과 막막함은 누구라도 공감할 둣 싶다. 그리고 이 책에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채집되지만, 현실에서 우린 스스로를 채집하여 자신 만의 벽에 스스로를 가두기도 하기에 이 책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연우가 겪는 진짜 나 찾기의 여정에서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마주하며 고구분투하는 모습들은 결코 낯설지 않다. 이렇게 자신을 찾아가는 연우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는 반전으로 인해 더욱 소름끼치게 되는데, 아마 누구라도 이 책을 읽다가 마지막 반전에서 놀라면서 안도하는 복합적인 경험을 하게 될 듯하다. 뛰어난 몰입감과 신선한 SF적 설정에 반전까지 더해졌으니 누구라도 이 책에 폭 빠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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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 창비아동문고 340
채은하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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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유일한 여성 실학자인 빙허각에 대한 궁금증으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가난한 양반의 딸인 주인공 덕주가 훗날 조선에서 유일한 여성 실학자로 불리는 '빙허각'과 함께 최초의 한글 실용 백과사전인 <규합총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 동화다. 조선시대에 여인으로 태어났지만 글을 쓰고 공부하는 빙허각을 통해 주인공인 덕주 역시 남몰래 간직했던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왠 나그네가 손수 만든 국화주를 무덤 앞에 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한 선비. 선비는 바로 빙허각의 시동생이며, 나그네는 바로 빙허각의 제자이자 주인공 덕주다. 돌아가신 빙허각을 그리워하는 덕주에게 선비가 들려주는 둘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 주인공 덕주는 매일 세벽, 일렁이는 마음을 안고 언덕에 올라 강 저편의 세상을 궁금해했다. 그리고 덕주가 우연히 마주하게 된 이웃집 할머니가 바로 빙허각이었다. 빙허각은 첫 만남에 덕주의 눈에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꿈을 향한 불이 가득했음을 알아챘고, 자기답지 않았지만 덕주를 자신의 제자로 맞이했다. 과연 빙허각과 덕주에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덕주는 이토록 빙허각을 그리워하며 빙허각 역시 덕주를 이야기 할 때면 즐거워했던 것일까?


주인공 덕주는 넓은 세상이 궁금하여 매일 새벽이면 언덕에 올라 마을 어귀를 내다보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할머니인 빙허각을 마주하게 되었고, 아버지의 권유로 살림을 배우러 간 곳에서 다시 빙허각과 마주하게 된다. 그 시대만 해도 여성은 기꺼이 자신을 낮추고 희생해야만 했었다. 그랬기에 돈벌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생계를 책임지는 덕주의 어머니를 아버지는 못 마땅하게 여겼고, 딸인 덕주가 어머니로부터 제대로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서울서 내려왔다는 빙허각에게 자신의 딸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했던 것이다. 이는 어찌보면 사대부의 도리만을 중요시하던 그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처럼 보였던 덕주의 아버지의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자 그 시대의 여성에게 주어진 수많은 책임과 한계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하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누군가를 가르치는 걸 망설였던 빙허각은 덕주 아버지의 청을 거절하지만 덕주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 마음을 바꿔 덕주 아버지에게 덕주가 자신을 도와주면 어떠냐고 청하게 된다. 그렇게 빙허각의 집에 정기적으로 가게 된 덕주. 그렇게 덕주와 빙허각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혼자서 처음 빙허각의 집에 가게 된 덕주는 여인이 공부를 하고 글을 쓰는 모습을 보고서 놀란다. 하지만 이내 빙허각에 적어놓은 글귀에 마음을 빼기게 된다. 그런 덕주에게 빙허각은 "여인이 먹고사는 일에 관한 책을 쓴다면 어떨 것 같으냐?" 고 묻는다. 하지만 온종일 일하느라 한문을 익힐 시간이 없었던 덕주는 "백성의 삶을 이롭게 하는 책이람녀서 왜 어려운 글자로 쓰나요? 이렇게 써 놓으면 정작 백성들은 읽을 수가 없잖아요."라고 반문한다. 그렇게 책을 언문으로 쓸 것인지, 아니면 한문으로 쓸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부딪히게 되는 두 여인의 눈에는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어떤 어려움일 있어도 자기의 뜻을 꿋꿋이 펼쳐 나가려는 뜨거운 불씨가 있다는 것이다. 서로 너무나 닮은 두 여인은 그렇게 합심하여 <규합총서>를 만들어가는데.. 그 과정 속의 이야기들이 참 감동적이면서 좋다.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꼭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조선시대에 여성 실학자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실 그 시대에 여성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기에 여성 실학자만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엿보기가 힘들다. 이 책은 현재 유일한 여성 실학자로 알려진 빙허각과 주인공 덕주가 함께 <규합총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조선 후기 여성들의 생활상을 아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온갖 물건이 가득한 빙허각의 안채를 묘사하는 부분과 덕주의 어머니를 비롯한 마을의 여러 아줌마들의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들은 이 책의 읽는 재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참 좋다. 그리고 빙허각을 통해 덕주는 자신만의 책을 쓰겠다는 꿈을 키우고 다져나가는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누구라도 꿈꿀 수 있으며 그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 준다. 그렇기에 단순히 역사를 알아가는 것 뿐만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심어주는 이 책, 누구에게라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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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조수필 지음 / 마음연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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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띠지 속의 "상실의 빈 곳을 채워주는 따뜻한 연대"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오면서 왠지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만 같은 기대를 들게 만든다. 이 책은 저마다의 이유로 한국을 떠나 프라하에 모이게 된 해국, 수빈, 지호, 단비, 4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국땅에 만난 한인 4명이 함께 연대하며 서로에게 따스함을 전달하고 그 따스함을 통해 조금씩 치유받는 이야기는 역시나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선사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수빈이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카렐교 한복판에 멈춰서서 주위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왠지 카렐교는 답을 줄 것만 같은 기대감에 수빈은 다시 한번 카렐교를 찾지만 휘몰아치는 추위에 수빈은 그 위력에 압도당할 뿐이다. 올해 가장 춥다는 예보대로 날이 무척이나 춥고, 주위를 감싸는 체코어들도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기 힘들지만 수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고 있다. 이혼 후 신혼 여행지인 프라하로 다시 돌아온 수빈은 여기서 모든 아픔과 기억을 털어버리고 딱 1인분의 몫만 가지고 싶다. 과연 프라하에서 수빈은 자신의 바램대로 이혼과 이별이라는 상처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먼저 언급하자면 이 책은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장면과 심리를 묘사하는 문장이 참 좋다. 섬세하면서도 생생한 묘사와 어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깊이감이 넘치는 문장들은 이 책의 이야기에 완전 폭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민카 식당에서 또 다른 주인공인 해국과 지호. 우선 마민카는 체코어로 '엄마'를 뜻하는 단어다. 이제 막 문을 연 마민카 식당은 한국에서 9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프라하로 건너온 해국이 연 한식 식당이다. 해국은 왜 낯선 프라하에서 한식 전문점을 열었을까? 그리고 마치 친형제와 같이 브로맨스가 넘치는 해국과 지호의 관계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그리고 해국의 마민카 식당을 찾은 수빈. 이후 수빈의 연락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뒤늦게 합류한 단비. 그렇게 마민카 식당에서 해국, 수빈, 지호와 다빈, 네사람이 마주하게 된다. 해국는 프라하에서 지갑을 잃어버려 당황하고 있을 때 지호가 해국을 도와줬고, 그 인연으로 해국과 지호는 마치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수빈과 다빈은 코로나 19로 좌석간에 거리를 두던 비행기 안에서 나란히 옆자리에 앉게 된 인연으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인연은 모두 낯선 땅에서 우연히 마주한 모국인이라는 것에서 시작된다. 한국인 4명이 프라하의 아주 작은 식당에서 모이게 되었으니 그 인연은 아주 깊을 수 밖에 없겠다. 그리고 남녀 4명을 모아둔 것만으로 이 책은 로맨스 소설로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남녀간의 관계에 포커싱을 두지 않고 이 네 사람이 지닌 상처와 아픔에 대해, 그리고 왜 이 네사람이 프라하에 오게 된 것인지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때론 둘이서 때론 넷이 함께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연대라는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치유되어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보통의 식당이나 음식점에서의 소설은 음식을 소재로 하여 일어난 에피소드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러한 양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독특하다 하겠다. 그렇기에 조금은 색다른 너무나 매력적이 넘치는 이 책의 프라하의 작은 한식 음식점인 마민카 식당에서 펼쳐지는 이 네사람의 따뜻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엄마를 잃고 엄마를 그리는 마음으로 낯선 땅에서 연 마민카 식당에서 한식을 요리하는 해국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따스한 지호, 이혼이라는 아픔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수빈, 그리고 MZ세대의 고충을 솔직하게 들어내 보여준 다빈까지. 낯선 땅에서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켜줌으로써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이들의 아픔은 딱 우리의 이야기라 더욱 공감하게 될 듯하다. 그리고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불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따뜻한 봄을 향해 나아가는 이 네사람의 이야기는 읽는 이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만든다. 그리고 부디 이 네사람 앞에 따뜻하면서도 눈부신 봄날이 빨리 찾아오길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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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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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수 작가의 신간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태어난 이후 안전한 집에서만 자라온 아이가 진짜 자신의 세상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태껏 지내온 안온하고 편안한 곳에서 벗어나 더 넓고 새로운 곳을 첫발을 내딛는 아이의 이야기는 성장과 독립의 의미를 깊이있게 생각하게 만드며 울컥한 감동을 선사한다.


우주에서 지구, 지구에서 도시,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작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시작된다. 쇠창살이 달린 창문이 하나가 있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신을 가로막는 벽이 있는 집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 때 아기 앞에 나타난 커다란 손. 커다란 손은 아기에게 먹을 것을 주고 다정하게 아이를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아기를 위해 책을 읽어주고, 아기와 함께 놀았다. 그렇게 아기와 커다란 손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커다란 손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아기는 자라 말을 하게 되고 아이로 자란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세상을 보게 된다. 아이는 커다란 손에게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세상에 대해 질문을 하자 커다란 손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바깥 세상임을 알려준다. 세상 밖을 궁금해하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커다란 손은 세상은 너무 위험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무서운 곳이기에 나갈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커다란 손의 말처럼 무섭지 않았다.


아이의 눈에 처음 보이는 풍경은 바로 너무나 아름다운 사슴이었다. 아이는 처음 마주하게 된 동물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사로잡혀 계속해서 바라보지만 아름다운 사슴은 커다란 손의 말처럼 무서운 늑대에게 쫓겨 달아나고야 만다. 그 모습에 세상의 무서움을 조금 알게 된 아이는 그날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그날 아이는 꿈 속에서 늑대에게 쫓기는 사슴을 보며 커다란 손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이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자꾸만 커져가고 벽의 틈으로 집 안과 밖으로 드나드는 생쥐를 보고, 그리고 창가에서 보았던 사슴이 죽은 자리에서 나타난 소녀를 보며 아이는 다시 세상으로 나갈 결심을 하게 된다.


커다란 손이 아닌 소녀와 마주하게 된 아이. 그 이후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이제 소년이 된다. 그리고 소년은 계속해서 자라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져만 간다. 그런 소년에게 커다란 손은 여전히 자신과 함께있는 집만이 안전한 곳이며 이 모든 것들이 너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자라 소년이 된 아이에게 커다란 손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을 향한 둘 사이의 간극은 둘 사이에 틈을 만들고 소년은 이제 더이상 커다란 손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커다란 손을 피해 세상으로 나아간 소년. 그렇게 소년은 새로운 세상에 나아가게 된다. 과연 새로운 세상으로 나간 소년의 앞날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은 아이를 떠나 보내는 부모의 마음과 세상을 향해 새로운 한 발을 내딛는 아이의 마음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부모는 이 책의 커다란 손처럼 자신의 품 안에서 따뜻하게 안전하게 아이를 품고 키우고 그 보호를 오랫동안 계속하고 싶어하지만 언젠가 아이들은 이 책의 아이처럼 자신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부모라면 아이가 행복하고 안전하길 바라기에 아이를 보호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언제까지 부모의 보호와 통제 안에 있으려고 하지 않으며 아이들이 그렇게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역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 모든 것이 당연한 일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이 내 품을 떠날 때 부모는 누구라도 흔들리며 울컥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눈물과 울컥함은 숨긴 채 아이들에게 이 책의 커다란 손처럼 "나의 사랑아, 잘 가렴, 너의 세상으로."라며 손을 흔들 것이다. 우리의 부모가 그랬고, 우리 역시 언젠가는 그럴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이 책에 깊이 공감하고 감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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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아이돌 타라 - 취미는 수학, 무대는 운명
김리나 지음, 김래현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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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저학년을 위한 수학동화라는 점에서 관심이 갔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수학 교과서 개념 읽기'와 '도전 ! 수학 플레이어' 시리즈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수학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오랫동안 애써온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수학 교육가인 김리나 작가의 저학년을 위한 새로운 수학동화다. 이 책은 아이돌을 꿈꾸는 흑표범 '타라'가 꿈의 무대 '생방송 뮤직필즈'에 서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 친숙한 소재인 아이돌을 소재로 하여 초등 교과서 속 곱셈의 원리와 활용을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담아내어 수학의 흥미와 재미를 이끌어낸다.


이 책은 주인공 타라가 어떤 아이인지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반 친구들이 새로 나온 아이돌 체리버니의 포토카드로 떠들썩할 때에도 타라는 속으로 '휴, 너무 시끄러워서 오늘은 수학 공부 못 하겠네'라고 생각하는 아침마다 수학문제 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다. 타라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냈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을 너무나 좋아한다. 이런 타라를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게 여긴다. 다들 수학은 재미없는 과목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사실 타라가 오늘 아침 수학 문제에 온전히 집중을 못하는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내일이 타라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오디션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타라의 취미는 수학 문제 풀기이지만 진정한 타라의 꿈은 바로 아이돌이 되는 거다.


피오가 넘어지면서 바닥에 와르르 떨어지고야 만 포토카드로 인한 소동에서 타라는 곱셈의 원리를 이용하여 바닥에 흩어진 포토카드의 수를 손쉽게 계산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에피소드 하나가 끝날 쯤에 타라가 어떻게 곱셈의 원리를 이용하였는지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자세히 설명하여 부록으로 첨부하여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수학적 원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사실 곱셈은 덧셈보다 추상적인 개념이라 아이들이 처음 배울 때 이해하기 어렵다.하지만 이 책을 통해 타라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곱셈을 이해하고 그 사용법을 터득해 보다 보면 곱셈도 수학도 조금은 쉽고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다시 타라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타라는 기대하던 오디션에서 실력이 아니라 흑표범이라는 이유만으로 떨어지고야 만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육지 동물들의 세상인 '엘리시움'에서 토끼나 다람쥐처럼 조그맣고 앙증맞은 동물들이 아이돌로 인기를 끄는 곳에서 과연 흑표범 타라는 무대 위에 설 수 있을까? 타라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저학년을 위한 수학동화로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곱셈의 개념에 대하여 아주 쉽고 재미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흑표범인 타라가 아이돌이 되어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도 함께 담고 있다. '무대는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하지만 흑표범인 타라가 무대에 서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무대에 서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타라의 이야기는 아주 감동적이면서 많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수학적 능력을 활용하여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주면서 자신을 그대로 사랑해주는 이들을 만나 아이돌로 성장해가는 타라의 이야기는 어른인 내가 읽어도 너무 재미도 있고 감동적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매력적인 타라의 이야기들이 계속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너무나 특별한 흑표범 타라의 다음 이야기가 시리즈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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