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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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투명한 정육면체 큐브에 갇혀 '채집'된 연우가 겪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이야기로 진짜 나를 찾아 나서는 여정의 이야기를 담은 SF 소설이다. 이야기의 설정부터 기묘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짜 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는 누구라도 공감할 듯 싶다.


이 책의 이야기는 강원도 고성의 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고3 남학생인 연우가 어느날 교실에 혼자 있다가 채집되어버린 장면으로 시작된다. 연우는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투명한 정육면체로 생긴 큐브에 갇혀 지구 둘레를 계속해서 돌고 있다. 밖으로 손을 뻗으면 손은 투명한 막에 막혀 더는 나아가지 못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잠이 쏟아졌다. 다시 깨어나면 밀려드는 허기로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으며 그런 연우의 상태를 예측이라도 한 듯이 연우 근처에 둔 종이가방에는 유부초밥이 도시락 안에 있었다. 그렇게 연우는 큐브에 갇힌 채 일정 주기로 강제로 자다 깨다 먹기를 계속했고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심리적, 신체적인 그리고 물리적인 상태가 리셋되었다. 과연 큐브의 정체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연우를 갇아둔 채 모든 것을 제어하며 리셋 시키는 걸까?


계속해서 시도하던 연우의 탈출 시도는 거듭 실패하곤 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갑자기 '항상성 붕괴..... 부적합.... 조사 종료....'라는 메세지가 뜨더니 모든 게 제자리로 돌려보내진다. 그렇게 다시 교실로 돌아오게 된 연우. 연우를 다시 보게 된 후배들과 선생님들 모두가 놀라는데, 연우가 1년 동안 행방불명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거라고 했다. 그리고 1년만에 다시 돌아온 연우는 경찰 조사를 받고서 마을에서 유명인사가 된다.


연우가 1년동안 큐브에 갇혀 있는 동안 친구들은 직장인이나 대학생, 재수생 등 연우와는 달리 각자 자신이 갈 길을 정해 변해있었다. 이제서야 현실로 돌아온 연우는 일상에 적응하고 앞으로의 진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채집으로 인해 가지게 된 '장치'와 복제된 자아, 그리고 이 장치의 항상성 시스템 덕분에 오히려 그것이 없어지면 생기는 불안과 외로움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전혀 모른채 매일 챗바퀴 돌아가듯 문제집과 공부에만 집착했던 고3 연우는 그렇게 진짜 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한편 전부터 좋아했던 해고니와의 만남과 연애, 헤어짐은 이러한 연우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게 하는데.. 과연 연우의 진짜 나 찾기는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까? 연우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유는 모르지만 큐브라는 공간에 채집되어 항상성을 유지한 채 채집되어 시간을 보낸다는 신박한 설정은 이 책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연우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다른 친구들은 다 각자 자신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데, 혼자서만 관찰자로 존재하여 겪게 되는 불안과 진로에 대한 결정에 대한 부담과 막막함은 누구라도 공감할 둣 싶다. 그리고 이 책에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채집되지만, 현실에서 우린 스스로를 채집하여 자신 만의 벽에 스스로를 가두기도 하기에 이 책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연우가 겪는 진짜 나 찾기의 여정에서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마주하며 고구분투하는 모습들은 결코 낯설지 않다. 이렇게 자신을 찾아가는 연우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는 반전으로 인해 더욱 소름끼치게 되는데, 아마 누구라도 이 책을 읽다가 마지막 반전에서 놀라면서 안도하는 복합적인 경험을 하게 될 듯하다. 뛰어난 몰입감과 신선한 SF적 설정에 반전까지 더해졌으니 누구라도 이 책에 폭 빠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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