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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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수 작가의 신간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태어난 이후 안전한 집에서만 자라온 아이가 진짜 자신의 세상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태껏 지내온 안온하고 편안한 곳에서 벗어나 더 넓고 새로운 곳을 첫발을 내딛는 아이의 이야기는 성장과 독립의 의미를 깊이있게 생각하게 만드며 울컥한 감동을 선사한다.


우주에서 지구, 지구에서 도시,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작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시작된다. 쇠창살이 달린 창문이 하나가 있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신을 가로막는 벽이 있는 집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 때 아기 앞에 나타난 커다란 손. 커다란 손은 아기에게 먹을 것을 주고 다정하게 아이를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아기를 위해 책을 읽어주고, 아기와 함께 놀았다. 그렇게 아기와 커다란 손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커다란 손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아기는 자라 말을 하게 되고 아이로 자란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세상을 보게 된다. 아이는 커다란 손에게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세상에 대해 질문을 하자 커다란 손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바깥 세상임을 알려준다. 세상 밖을 궁금해하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커다란 손은 세상은 너무 위험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무서운 곳이기에 나갈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커다란 손의 말처럼 무섭지 않았다.


아이의 눈에 처음 보이는 풍경은 바로 너무나 아름다운 사슴이었다. 아이는 처음 마주하게 된 동물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사로잡혀 계속해서 바라보지만 아름다운 사슴은 커다란 손의 말처럼 무서운 늑대에게 쫓겨 달아나고야 만다. 그 모습에 세상의 무서움을 조금 알게 된 아이는 그날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그날 아이는 꿈 속에서 늑대에게 쫓기는 사슴을 보며 커다란 손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이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자꾸만 커져가고 벽의 틈으로 집 안과 밖으로 드나드는 생쥐를 보고, 그리고 창가에서 보았던 사슴이 죽은 자리에서 나타난 소녀를 보며 아이는 다시 세상으로 나갈 결심을 하게 된다.


커다란 손이 아닌 소녀와 마주하게 된 아이. 그 이후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이제 소년이 된다. 그리고 소년은 계속해서 자라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져만 간다. 그런 소년에게 커다란 손은 여전히 자신과 함께있는 집만이 안전한 곳이며 이 모든 것들이 너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자라 소년이 된 아이에게 커다란 손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을 향한 둘 사이의 간극은 둘 사이에 틈을 만들고 소년은 이제 더이상 커다란 손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커다란 손을 피해 세상으로 나아간 소년. 그렇게 소년은 새로운 세상에 나아가게 된다. 과연 새로운 세상으로 나간 소년의 앞날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은 아이를 떠나 보내는 부모의 마음과 세상을 향해 새로운 한 발을 내딛는 아이의 마음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부모는 이 책의 커다란 손처럼 자신의 품 안에서 따뜻하게 안전하게 아이를 품고 키우고 그 보호를 오랫동안 계속하고 싶어하지만 언젠가 아이들은 이 책의 아이처럼 자신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부모라면 아이가 행복하고 안전하길 바라기에 아이를 보호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언제까지 부모의 보호와 통제 안에 있으려고 하지 않으며 아이들이 그렇게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역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 모든 것이 당연한 일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이 내 품을 떠날 때 부모는 누구라도 흔들리며 울컥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눈물과 울컥함은 숨긴 채 아이들에게 이 책의 커다란 손처럼 "나의 사랑아, 잘 가렴, 너의 세상으로."라며 손을 흔들 것이다. 우리의 부모가 그랬고, 우리 역시 언젠가는 그럴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이 책에 깊이 공감하고 감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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