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조수필 지음 / 마음연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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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띠지 속의 "상실의 빈 곳을 채워주는 따뜻한 연대"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오면서 왠지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만 같은 기대를 들게 만든다. 이 책은 저마다의 이유로 한국을 떠나 프라하에 모이게 된 해국, 수빈, 지호, 단비, 4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국땅에 만난 한인 4명이 함께 연대하며 서로에게 따스함을 전달하고 그 따스함을 통해 조금씩 치유받는 이야기는 역시나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선사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수빈이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카렐교 한복판에 멈춰서서 주위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왠지 카렐교는 답을 줄 것만 같은 기대감에 수빈은 다시 한번 카렐교를 찾지만 휘몰아치는 추위에 수빈은 그 위력에 압도당할 뿐이다. 올해 가장 춥다는 예보대로 날이 무척이나 춥고, 주위를 감싸는 체코어들도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기 힘들지만 수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고 있다. 이혼 후 신혼 여행지인 프라하로 다시 돌아온 수빈은 여기서 모든 아픔과 기억을 털어버리고 딱 1인분의 몫만 가지고 싶다. 과연 프라하에서 수빈은 자신의 바램대로 이혼과 이별이라는 상처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먼저 언급하자면 이 책은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장면과 심리를 묘사하는 문장이 참 좋다. 섬세하면서도 생생한 묘사와 어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깊이감이 넘치는 문장들은 이 책의 이야기에 완전 폭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민카 식당에서 또 다른 주인공인 해국과 지호. 우선 마민카는 체코어로 '엄마'를 뜻하는 단어다. 이제 막 문을 연 마민카 식당은 한국에서 9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프라하로 건너온 해국이 연 한식 식당이다. 해국은 왜 낯선 프라하에서 한식 전문점을 열었을까? 그리고 마치 친형제와 같이 브로맨스가 넘치는 해국과 지호의 관계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그리고 해국의 마민카 식당을 찾은 수빈. 이후 수빈의 연락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뒤늦게 합류한 단비. 그렇게 마민카 식당에서 해국, 수빈, 지호와 다빈, 네사람이 마주하게 된다. 해국는 프라하에서 지갑을 잃어버려 당황하고 있을 때 지호가 해국을 도와줬고, 그 인연으로 해국과 지호는 마치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수빈과 다빈은 코로나 19로 좌석간에 거리를 두던 비행기 안에서 나란히 옆자리에 앉게 된 인연으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인연은 모두 낯선 땅에서 우연히 마주한 모국인이라는 것에서 시작된다. 한국인 4명이 프라하의 아주 작은 식당에서 모이게 되었으니 그 인연은 아주 깊을 수 밖에 없겠다. 그리고 남녀 4명을 모아둔 것만으로 이 책은 로맨스 소설로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남녀간의 관계에 포커싱을 두지 않고 이 네 사람이 지닌 상처와 아픔에 대해, 그리고 왜 이 네사람이 프라하에 오게 된 것인지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때론 둘이서 때론 넷이 함께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연대라는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치유되어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보통의 식당이나 음식점에서의 소설은 음식을 소재로 하여 일어난 에피소드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러한 양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독특하다 하겠다. 그렇기에 조금은 색다른 너무나 매력적이 넘치는 이 책의 프라하의 작은 한식 음식점인 마민카 식당에서 펼쳐지는 이 네사람의 따뜻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엄마를 잃고 엄마를 그리는 마음으로 낯선 땅에서 연 마민카 식당에서 한식을 요리하는 해국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따스한 지호, 이혼이라는 아픔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수빈, 그리고 MZ세대의 고충을 솔직하게 들어내 보여준 다빈까지. 낯선 땅에서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켜줌으로써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이들의 아픔은 딱 우리의 이야기라 더욱 공감하게 될 듯하다. 그리고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불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따뜻한 봄을 향해 나아가는 이 네사람의 이야기는 읽는 이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만든다. 그리고 부디 이 네사람 앞에 따뜻하면서도 눈부신 봄날이 빨리 찾아오길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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