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비밀 클럽 사과밭 문학 톡 3
유순희 지음, 박지윤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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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사이에서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공유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우정의 증거일까? 이 책의 주인공 은서는 소극적이며 예민한 아이로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우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성장하려고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은서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개하며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친구 관계의 고민에 대해 아주 섬세하게 담고 있다. 은서를 통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상처를 딛고서 성장하는 법과 친구의 내면을 사려 깊게 들여다 보며 진정한 우정을 쌓는 방법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의 주인공 은서는 다른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렇기에 새학년이 시작될 때면 은서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였다. 다른 아이들은 금세 친구들을 만들어 뭉쳐다니는데 은서는 급식실에서도 쉬는 시간에도 '교실 유령'처럼 있는 듯 없는 듯 홀로 외롭게 지낸다.

홀로 외로이 보내는 은서는 자신보다 그림도 잘 그리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는 예나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 끝나고 피아노 학원에 가는 길에 예나를 우연히 보게 되어 예나를 따라가보다가 예나가 옥상에서 뭔가를 던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예나가 옥상에서 던진 것은 혜지가 새로 산 핸드폰이었다. 예나는 왜 혜지의 새 핸드폰을 옥상에서 던졌던 걸까? 예나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예나가 던진 핸드폰을 주워 학교로 오지만 은서는 자신이 혹여 핸드폰 도둑으로 오해받을까봐 결국 학교 뒤뜰에 버리게 된다. 하지만 은서가 버린 혜지 핸드폰은 학교 경비 아저씨에 의해 발견되고 은서는 핸드폰 도둑으로 몰리게 된다. 선생님도 엄마도 은서의 말은 믿어주지 않는다. 외톨이가 된 은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아무도 은서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걸까?


사실 은서에게는 누구에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그건 바로 은서의 엄마가 새엄마라는 거다. 은서는 부모님이 이혼한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며 주의 시선을 의식하고 불안해 한다. 교실에서 유령처럼 지내는, 친구가 너무나 절실했던 은서는 반에서 인기 많은 예나의 잘못을 덮어주고, 예나가 주도하는 '우비 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과연 예나에게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고 예나가 만든 우비클럽에 들어감으로써 은서는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 있을까?

우비 클럽은 '우정과 비밀 클럽'의 약자로 우비 클럽에 속한 아이들은 서로의 비밀을 나누며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우비 클럽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끌벅적한 일상은 은서에게 활력을 가져다 주지만, 그 활력은 오래 가지 못한다. 맞지 않은 옷을 입고, 기분 좋은 척 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게 은서에게는 영 맞지 않는다. 그리고 서로를 신뢰하기 나누었던 비밀이 새어 나가게 되고, 누군가 그 비밀을 이용하여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서로 비밀을 나눠야만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원래의 내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맞추어진 모습으로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함부로 말하지 못했던 서로의 비밀을 나누었던 아이들은 오히려 그 비밀에 발목이 잡혀 상처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은서는 그러한 시간들을 통해 과연 진정한 우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씩 깨닫고 성장해가게 된다.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은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과 우정을 쌓기 위해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게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과연 우비 클럽의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은서는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은서가 예나를 통해 우정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가는 것이다. 모두가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자신만은 예나를 믿어주고, 친구로 남고자하는 마음. 먼저 이해의 손을 내미는 은서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정을 쌓기 위해 필요한 것은 친구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걸은 성장해 가는 은서의 모습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복잡하고 어려운 친구 관계에 대한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음 둘 곳이 없어 서로에게 비밀을 나누는 이 책의 아이들의 모습이 솔직히 어른으로 안타까웠다. 아픈 비밀을 나눔으로 상처를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만들려고 어두운 마음을 꺼내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들은 참 씁쓸한 현실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들에게 이토록 어두운 마음을 가지게 한 것은 바로 어른인 우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 어른인 우리는 아이들이 이렇게 어두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조차 모르고 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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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순서만 바꿔도 살이 빠진다 -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건강한 식습관
박민수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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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맛있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지. 모든 것들이, 특히 먹는 것이 너무나 풍족한 시대에 사는 우리는 어쩌면 평생을 다이어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듯 싶다. 그래서일까 다이어트의 종류도 얼마나 많고, 다이어트 관련 정보와 물품들도 넘쳐난다. 게다가 그 뿐인가 무리한 다이어트로 심하게는 목숨까지 잃은 이들에 관련한 뉴스도 간혹 들리곤 하는 그야 말로 다이어트와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정말 먹는 순서만 바꾸는 데 살이 빠지긴 하는 걸까?'였다. 아마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의문을 가지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보니 먹는 순서를 바꾸면 정말 살이 빠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말할 만큼 식사시 밥을 꼭 먹어야하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밥과 반찬 중심의 식사법은 살의 주된 원인이 되는 탄수화물의 과잉섭취를 막기 어렵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안하는 거꾸로 식사법에 따라 반찬을 두 가지로 분류하여 채소 반찬과 비 채소 반찬으로 나눠 두 가지를 밥보다 먼저 먹고, 그 다음에 밥을 먹으면 탄수화물 섭취를 자연스레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쁜 의사 생활과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저자에게도 40대 때 비만과 심각한 건강 이상이 찾아왔다고 한다. 효과 없이 몸만 축나는 다이어트와 요요의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나서 저자는 자신의 식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그동안 섬유질은 부족하고 탄수화물은 넘치는 식사, 식사라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지나치게 빨리 먹어치우는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식습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고안해낸 것이 바로 젓가락을 주로 사용하여 식사시간을 늦추고, 채소부터 먹어 섬유질의 섭취를 늘리는 '거꾸로 식사법'이다.


식사법을 바꾼 후 저자는 살이 빠짐과 동시에 여러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고, 거꾸로 식사법에 확신을 가지고 그 비법을 전파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수많은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였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의 실험을 통해 그 효과도 여러번 입증하게 된다. 이후 15년 동안의 체험과 임상을 토대로 한국인에게 맞는 '거꾸로 식사법'을 체계화하게 되었고, 이 책에는 바로 그 '거꾸로 식사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

본격적으로 거꾸로 식사법에 대한 설명을 하기 전에 이 책에는 왜 다이어트를 건강하게 해야하는 지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시중에 유행하고 있는 많은 다이어트 방법에는 건강을 해치지 않거나 건강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방법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다이어트들이 건강을 담보로 한 악성 다이어트이다. 그렇기에 다이어트를 하기 앞서 내가 하고자 하는 다이어트는 과연 건강에 지장에 없는 지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 실린 '내 몸을 망치는 악성 다이어트'의 표를 통해 각각의 다이어트가 지닌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거꾸로 식사법을 함으로써 저자와 많은 사람들이 겪은 놀라운 효과를 이 책은 11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이어트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 혈당이 떨어지고 수명이 연장된다. 피부가 맑아지고, 아토피, 비염, 천식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효전된다. 입맛인 날씬해지고 장이 튼튼해지며 집중력이 향상된다. 그리고 성격이 온화해지고, 기초 대사랑이 높아지고 성장이 촉진된다고 한다.


이렇게 놀라운 효과를 지닌 거꾸로 식사법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먼저 거꾸로 식사법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채소와 과일을 하루 권장량 만큼 섭취하는 것이다. 채소와 과일의 하루 권고 섭취 기준은 500그램이라고 하며 다이어트 중이라면 700그램 이상을 권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채소와 과일의 하루 권고량 이상을 섭취하는 비율이 2015냔 40.5%, 2017년 34.4%, 2019년 31.3%였으며, 2019년 20대의 경우 채소와 과일을 하루 500그램 이상 섭취하는 사람이 16.6%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 500그램 이상의 채소와 과일 섭취만 지켜도 다이어트는 너무나 쉬워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거꾸로 식사법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밥-반찬 순이 아니라 채소-반찬- 밥 순으로 순서를 바꿔서 먹는 것이다. 저자는 거꾸로 식사법을 습관으로 굳히기 위한 실천 방법을 정리하여 바로 실천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저자는 이 거꾸로 식사법이 습관으로 굳을 때까지 이런 의식적인 행동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꾸로 식사법의 원칙인 채소와 과일 섭취, 식사법 순서 바꾸기의 두가지만 지켜도 다이어트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거꾸로 식사법의 남은 세 원칙은 다음과 같다. 거꾸로 식사법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애피타이저는 먹되, 디저트는 과감히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비 탄수화물과 탄수화물 음식의 비율을 2:1로 지켜서 먹어야 한다. 마지막은 하루에 물을 2리터씩 마시는 거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거꾸로 식사법의 가장 뛰어난 장점은 다이어트에 문제가 되는 고통이자,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인 배고픔을 억지로 참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참는다고 해도 다른 다이어트의 반도 되지 않는 인내심이면 충분하며 누구나 따라하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 된다. 또한 식사량을 줄이지 않으니 다이어트 이후 요요에 대한 걱정으로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다. 식사량을 줄이지도 않고 운동을 무리하게 할 필요도 없으니 힘들 일이 없다. 힘들지 않으니 무엇보다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고, 그렇다보니 다이어트 효과도 오래가게 된다.


사실, 이 거꾸로 식사법을 친정엄마가 직접 실천하고 있다. 횟수로 거의 10년차가 다 되어가는 데 엄마 또한 이 거꾸로 식사법을 통해 살을 굉장히 많이 뺐고, 건강 또한 훨씬 좋아지셨다. 그렇기에 지금도 지속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나온 세밀한 방법을 좀 더 알려드릴 예정이다. 이 거꾸로 식사법을 직접 옆에서 보고 겪어본 사람으로 이만큼 쉽고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사실 나는 다이어트가 필요한 몸무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을 위해 채소와 과일 하루 권장량 섭취, 거꾸로 식사법, 하루 2리터 마시기, 7천보 이상 걷기 등등 이 책에서 권하는 방법을 습관화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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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로운 식탁 - 우리가 놓친 먹거리 속 기후위기 문제
윤지로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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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 현상이 더이상은 남일이 아니게 된 지금, 기후 위기의 해결책이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식탁에 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기후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을 알려면 식탁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탄소 중립과 먹거리를 엮어 취재한 최초의 책이기에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그 누구보다 먹는데 진심인 사람들이지만 먹거리와 기후의 연관성에는 무심한 우리에게 기후위기를 만드는 먹거리의 여정과 식량 시스템을 낱낱이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 대표 환경 기자로 농업, 어업, 축산업 등 각 부문에서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를 제시하고 더 나아가 데이터에 누락된 실제 사건과 현장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먹거리가 기후위기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기후위기를 더 폭넓게 바라보게 될 듯 하다.


갈수록 심해가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이상 기후의 현상은 장마와 산불, 그리고 유례없이 빨리 녹는 빙하 등등 여러 지역에서 재난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체감하지는 못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심지어 탄소중립의 '탄소'가 이산화탄소를 말한다는 사실 조차 모른고 대기 속에 고작 0.0415퍼센트의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뜨겁게 만든다는 사실이나 급격한 온실 가스 상승의 원인이 인류라는 것도 무시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기후위기 문제는 무관심과 자본에 밀려 정책의 우선순위에서조차 바닥을 차지하고 있다. 수많은 환경 과학서가 쏟아지고 과학자들이 말하는 우리의 미래는 참담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후위기 불신론까지 생긴 것이 사실이다. 이럴 수록 저자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교훈을 되새기며 제대로 알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농업, 어업, 축산업 현장의 이야기와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의 20%가 먹거리를 키우는 일에서 나온다고 한다. 미국의 농업 경제학자이자 기후학자인 신시아 로젠즈윅 등은 2020년 2월 <네이처>에서 발행하는 '네이처 푸드'에 "식량 시스템은 IPCC나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온실가스 인벤토리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공급망, 소비 활동 등 '농장 밖' 배출량까지 감안하면 음식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 차지 하는 비중은 21 ~37%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고작 3%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우리 정부가 고의로 일부 항목을 누락해 농업 부문 먹거리를 축소 발표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에서 농업의 비중이 작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낮은 수준이라 다양한 식료품이 해외로부터 들어오면서 상당한 탄소발자국을 남기지만 '농업 부문'에는 잡히지 않아서 통계에 빠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먹고 살기위해 이태껏 뿜어낸 온실가스의 역습에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구를 우리 모두가 고기를 끊고 비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기후변화를 걱정하며 먹거리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면 고기냐 채소냐를 선택할 게 아니라 고기든 생선이든 과일이든 곡식이든 '어떻게 시스템 자체를 탄소 중립으로 바꿔나갈까'를 고민하는 게 좀 더 현실적인 질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점진적으로 강조하기 보다는 먹거리가 기후변화의 피해자가 되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한 기후변화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후변화 문제에 새롭게 접근하는 길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유기농 농산물은 건강과 환경에도 좋은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예쁜 농산물을 찾는 소비성향은 유기농 농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사과를 광내기 위해 농약을 치고 정작 유기농 식품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등 일련의 활동이 무수한 탄소를 발생시키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이밖에도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논을 갈아 엎는 동안 묻혀 있던 탄소를 일깨운다. 어업도 마찬가지다. 고기를 잡기 위해 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이 지구를 돌면서 기름을 쓰고, 그래도 물고기를 잡지 못해 양식업을 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전기를 낭비하고 탄소를 발생시킨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식량 시스템은 결국은 기후변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무심코 먹었던 수많은 먹거리들에 탄소 발자국이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됨에 따라 그동안 놓쳤던 많은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한다.


우리 개인들이 아무리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절반도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기사를 보고서 크게 실망하고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기후변화의 해결책들은 모두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다. 개인이 텀블러를 쓰는 것, 제철 채소를 먹는 것,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하는 것, 비닐 대신 장바구니를 드는 것 등등 이 모든 행동이 탄소를 저감하는 중요한 행동이며 꼭 필요한 행동이다. 하지만 개인이 모두를 해결할 수도 없으며 책임을 지울 수도 없다. 우리 개인은 지구를 생각하여 행동하는 데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본의 아니게 기후 악당이 되는 마는 게 현실인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기후위기를 제대로 인식하며 정부와 사회에 더 많은 정보와 움직임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상기후에 대한 대책 중 근본적이고 가리어진 문제들에 대한 깨달음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았다. 우리의 먹거리들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 지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정말 제로 탄소 식탁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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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없는 코끼리 알퐁소 꿈꾸는 씨앗
앙브르 라방디에 지음, 플로랑스 보겔 그림, 이정주 옮김 / 물주는아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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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라 하면 기다란 코와 커다란 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코끼리 뿐만 아니다. 다른 동물들과 각자에게 어울리는 귀를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 귀가 없는 코끼리가 있다. 그것도 대대손손 휼륭한 귀로 유명한 집안에 막내로 태어난 알퐁소. 알퐁소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코끼리와 다르게 귀가 없다. 과연 알퐁소는 다른 코끼리와는 너무나 다른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에 나오는 코끼리 마을의 코끼리들은 모두 자신의 귀를 자랑스러워 한다. 코끼리 마을의 코끼리들은 서로의 귀를 보며 비교하고, 감탄하고 칭찬하곤 하였다.

이 책의 주인공 알퐁소는 아주 멋진 귀를 가진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그런데 알퐁소는 다른 코끼리와 달리 귀가 없다. 귀가 없기에 알퐁소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집이 떠들썩하게 일어난 한바탕 소동도 알퐁소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알퐁소에게 세상은 고요하기만 했다. 알퐁소는 누나들의 귀가 부러웠다. 누나들은 매일매일 재밌게 보냈지만 알퐁소는 슬펐다.


아빠가 따뜻한 말로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알퐁소에게는 귀가 없으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누나들은 술래잡기놀이, 이빈후과 병원 놀이를 하고 노는데, 알퐁소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이 놀이를 하려면 반드시 귀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은 신나게 노느라 알퐁소가 온 줄도 몰랐다. 알퐁소는 너무 슬프고 외로웠다. 알퐁소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알퐁소는 속상한 마음을 달려래 홀로 길을 나선다.


혼자 속상한 마음을 달려래 산책을 나선 알퐁소는 천천히 걸어가며 이야기를 만들었다. 구불구불 굽은 오솔길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산을 오르며 계속해서 걸었다. 그런데 그렇게 홀로 걸어가던 알퐁소는 무언가에 '쿵!'하고 부딪힌다. 과연 알퐁소는 무엇에 부딪힌 것일까?

알퐁소가 부딪힌 것은 바로 '귀나무'였다. 귀나무는 아주아주 보기 힘든 나무로,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세상에 단 한그루밖에 없는 것이었다. 귀나무에는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귀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알퐁소는 표범 귀, 돼지 귀, 토끼 귀, 사람 귀 등을 순서대로 써본다. 각각의 귀에는 각각의 동물들이 내는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으로 알퐁소는 코끼리 귀를 써 본다. 그러자 멀리서 알퐁소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알퐁소. 과연 코끼리 귀를 쓰게 된 알퐁소는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알퐁소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추천해본다.


<귀없는 코끼리>는 따뜻한 색감과 개성 넘치는 그림으로 알퐁소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귀없는 코끼리와 귀나무라는 신박한 소재는 알퐁소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 알퐁소를 통해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달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이 책의 알퐁소처럼 외로움과 슬픔을 겪게 된다. 남들과는 달리 나만 혼자 못난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잘하고 있는데 나만 잘 못하는 것 같은, 다른 사람들은 행복한데 나만 슬프고, 세상에 나만 홀로 있는 듯한 그 마음을 누구나 한번쯤은 느끼게 된다. 남들과는 다른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다. 이 책의 알퐁소가 슬픔을 조금씩 잊고 행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들었던 남들과는 다른 나의 단점(혹은 컴플렉스)가 나만의 특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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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의 밤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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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신작이다. 오르한 파묵은 200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후에도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고 있고, 매번 더 뛰어난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35년 동안 전염병을 소재로 한 소설을 고민했고, 최근 5년 동안 이 작품을 집필하는 데 매진하였다고 한다. 그의 원고가 거의 완성되어 갈 무렵, 전 세계에 코로나 19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시간적 배경이 100년이 넘는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오늘날의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전세계가 동시에 팬데믹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 몰입하여 이 책을 읽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아주 두꺼운 책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으며 그 장대한 서사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이 책은 1901년 오스만 제국하의 민게르라는 가상의 섬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설 속의 배경이 되는 민게르섬은 천연으로 분홍색을 띠는 하얀 돌로 인해 멀리서도 오렌지 빛으로 따뜻하게 빛나는, 각종 여행서에 시적으로 묘사된 마법적인 풍경을 지닌 작고 평화로운 섬이다. 이 섬은 이슬람교와 그리스 정교회가 거의 같은 비율로 나눠어 있어서 정치적 긴장감이 늘 존재하고 있다.


당시 민게르섬에 정기 운항을 하는 배는 일주일에 한 번, 세 척 밖에 없었기에 그 섬에 들르는 배는 몇 척이 안되었다. 그런데 1901년 4월 22일 자정이 되기 두 시간 전 예정에 없는 배가 민게르섬에 다가오면서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요하고도 경외감 마져 도는 이 섬에 다가오는 배는 바로 파디샤(절대적 통치자)의 유람선 아지지예였다. 그 배에는 압뒬하미트 2세의 명령을 받아 매우 특별한 임무를 띠고 이스탄불에서 중국으로 가는 출중한 오스만 제국 사절단을 싣고 가는 중이었다. 종교인, 군인, 통역관, 관료로 이루어진 열일곱 명의 사절단 사이에 얼마 전 결혼시킨 압뒬하미트의 조카 파키제 술탄과 남편인 의사 누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지지예의 비밀스러운 승객 두 명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두사람은 바로 저명한 화학자이자 약사 본코프스키 파샤와 그의 조수이다. 본코프스키 파샤는 오스만 제국의 큰 항구 아즈미르에서 페스트의 유행을 6주만에 종식시킨 유능한 방역 전문가였다. 그런 그가 왜 이 아지지예에 비밀스럽게 오르게 된 것일까? 그리고 새로 온 두 승객은 조용하고 거리를 두었는데 이는 사절단 일행의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파타샤는 왜 오스만 제국에서 가장 으뜸가는 두 명의 페스트와 전염병 전문가를 같은 배에 태웠을까? 그들의 목적지는 바로 중국이 아니라 민게르섬이었다. 민게르섬에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민게르섬에 페스트가 창궐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즈미르에서 6주만에 페스트를 종식시킨 본코프스키 파샤와 조수, 의사 누리가 같이 민게르섬으로 가게 된 것이다. 민게르섬에서는 주로 무슬림 마을에서 페스트가 창궐했고, 벌써 열다섯 명이나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 누리는 방역 규칙을 따르도록 하는 일이 기독교인들보다 무슬림들에게 더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는 논쟁하지 않기로 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민게르섬에 발병한 페스트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민게르섬의 간수로 일하고 있는, 이 책에서 페스트로 제일 처음 죽음을 맞이하는 바이람 에펜디가 죽음을 앞두고 느낀 생각들과 감정들에 대한 묘사는 참 가슴 아프다. 갑작스레 다가온 죽음 앞에서 드는 부당함과 억울함, 그리고 이태껏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회귀 등에 대한 묘사가 오늘날의 내가 보기에도 공감될만큼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이 워낙에 장대한 서사이고, 민게르섬에 불어닥친 페스트로 인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등장인물들 각각의 서사와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펼쳐지고 있는데, 오르한 파묵은 각 인물의 서사와 감정,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참 잘 표현하고 있어서 인물들의 삶에 하나하나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지지예에서 비밀스럽게 내린 본코프스키 파샤와 그의 조수는 페스트와 관련하여 총독 파샤와 회의를 하며 페스트의 위험성을 알리고, 페스트를 종식시킬 방안을 찾고자 하지만 세계 모든 곳의 총독이나 군수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우리 도시에 결단코 전염병은 없소!" 라며 말이다. 그리고 방역을 실시하고 의사가 환자의 집을 드나들게 되면 주민들이 무척이나 불안해 할꺼라고 말이다. 이는 코로나 19가 처음 발병되었을때 오늘날의 우리가 보인 반응과 결코 다르지 않다. 이 책의 페스트는 바로 오늘날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되어 온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코로나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의 이야기에 수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밖에 없으며, 빠져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페스트를 종식시키기 위해 본코프스키 파샤는 방역에 힘쓰려하나 방역을 제대로 시행해보기도 전에 거리에서 그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발견된다. 이에 술탄 압뒬하미트는 이슬람교도 의사 누리를 파견한다. 그는 의사로서 엄격한 방역 조치를 시행할 것과 동시에 방역 전문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라는 명을 받아 부인인 파키제 술탄과 함께 민게르 섬에 입성한다. 그러나 행정부의 무능, 제재 조치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방역은 쉽지 않다. 과연 민게르섬은 어찌될까?

그런데 이 책의 이야기 중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술탄 압뒬하미트가 페스트로 위기에 봉착한 민게르섬에 구호선을 보내기는 커녕 서구 열강의 국제적인 압력에 못 이겨 민게르섬을 봉쇄한 것이다. 그러자 절망의 상황에 빠진 섬은 콜아아스를 위시로 하여 세상을 하여 민게르야가 독립 국가임을 선포하고, 이야기는 본격적인 흐름을 타게 된다. 이제 섬 스스로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전염병을 물리칠 방법을 찾게 되는데, 방역을 방해하는 세력과 본코프스키 파샤를 죽인 살인자는 누구이며 앞으로 민게르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서 페스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체념의 감정까지 가지게 되었을 때 이들은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비록 밖의 상황은 갈수록 절망적인 상황으로 빠질지라도 사랑하는 이와의 포옹은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는 이 장면이 나는 제일 인상적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아마 많은 이들이 힘들었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지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사랑, 그리고 따스한 위로가 우리에게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었던 것처럼 이 책의 사람들도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


요즘 우리가 처한 현실과 이 책의 현실은 전혀 다르지 않다. 전염병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죽고, 누군가는 절망에 빠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다시 일어날 힘을 얻기도 한다. 아마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들이 그때를 회상하며 자유를 꿈꾸고 그 자유에 대한 열망이 우리를 견디게 하였다고 한 것처럼, 우리는 지금을 회상하며 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지나쳐 왔다고 말하지 않을까. 비록 절망적인 상황과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아닌 원망을 쏟아붓는 시간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사랑과 위로, 그리고 서로에 대한 연대는 다시 인간을 살아가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우리 오늘을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따스한 위로와 사랑을 보내보자. 그리고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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