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로운 식탁 - 우리가 놓친 먹거리 속 기후위기 문제
윤지로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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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 현상이 더이상은 남일이 아니게 된 지금, 기후 위기의 해결책이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식탁에 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기후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을 알려면 식탁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탄소 중립과 먹거리를 엮어 취재한 최초의 책이기에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그 누구보다 먹는데 진심인 사람들이지만 먹거리와 기후의 연관성에는 무심한 우리에게 기후위기를 만드는 먹거리의 여정과 식량 시스템을 낱낱이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 대표 환경 기자로 농업, 어업, 축산업 등 각 부문에서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를 제시하고 더 나아가 데이터에 누락된 실제 사건과 현장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먹거리가 기후위기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기후위기를 더 폭넓게 바라보게 될 듯 하다.


갈수록 심해가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이상 기후의 현상은 장마와 산불, 그리고 유례없이 빨리 녹는 빙하 등등 여러 지역에서 재난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체감하지는 못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심지어 탄소중립의 '탄소'가 이산화탄소를 말한다는 사실 조차 모른고 대기 속에 고작 0.0415퍼센트의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뜨겁게 만든다는 사실이나 급격한 온실 가스 상승의 원인이 인류라는 것도 무시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기후위기 문제는 무관심과 자본에 밀려 정책의 우선순위에서조차 바닥을 차지하고 있다. 수많은 환경 과학서가 쏟아지고 과학자들이 말하는 우리의 미래는 참담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후위기 불신론까지 생긴 것이 사실이다. 이럴 수록 저자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교훈을 되새기며 제대로 알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농업, 어업, 축산업 현장의 이야기와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의 20%가 먹거리를 키우는 일에서 나온다고 한다. 미국의 농업 경제학자이자 기후학자인 신시아 로젠즈윅 등은 2020년 2월 <네이처>에서 발행하는 '네이처 푸드'에 "식량 시스템은 IPCC나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온실가스 인벤토리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공급망, 소비 활동 등 '농장 밖' 배출량까지 감안하면 음식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 차지 하는 비중은 21 ~37%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고작 3%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우리 정부가 고의로 일부 항목을 누락해 농업 부문 먹거리를 축소 발표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에서 농업의 비중이 작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낮은 수준이라 다양한 식료품이 해외로부터 들어오면서 상당한 탄소발자국을 남기지만 '농업 부문'에는 잡히지 않아서 통계에 빠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먹고 살기위해 이태껏 뿜어낸 온실가스의 역습에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구를 우리 모두가 고기를 끊고 비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기후변화를 걱정하며 먹거리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면 고기냐 채소냐를 선택할 게 아니라 고기든 생선이든 과일이든 곡식이든 '어떻게 시스템 자체를 탄소 중립으로 바꿔나갈까'를 고민하는 게 좀 더 현실적인 질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점진적으로 강조하기 보다는 먹거리가 기후변화의 피해자가 되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한 기후변화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후변화 문제에 새롭게 접근하는 길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유기농 농산물은 건강과 환경에도 좋은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예쁜 농산물을 찾는 소비성향은 유기농 농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사과를 광내기 위해 농약을 치고 정작 유기농 식품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등 일련의 활동이 무수한 탄소를 발생시키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이밖에도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논을 갈아 엎는 동안 묻혀 있던 탄소를 일깨운다. 어업도 마찬가지다. 고기를 잡기 위해 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이 지구를 돌면서 기름을 쓰고, 그래도 물고기를 잡지 못해 양식업을 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전기를 낭비하고 탄소를 발생시킨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식량 시스템은 결국은 기후변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무심코 먹었던 수많은 먹거리들에 탄소 발자국이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됨에 따라 그동안 놓쳤던 많은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한다.


우리 개인들이 아무리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절반도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기사를 보고서 크게 실망하고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기후변화의 해결책들은 모두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다. 개인이 텀블러를 쓰는 것, 제철 채소를 먹는 것,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하는 것, 비닐 대신 장바구니를 드는 것 등등 이 모든 행동이 탄소를 저감하는 중요한 행동이며 꼭 필요한 행동이다. 하지만 개인이 모두를 해결할 수도 없으며 책임을 지울 수도 없다. 우리 개인은 지구를 생각하여 행동하는 데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본의 아니게 기후 악당이 되는 마는 게 현실인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기후위기를 제대로 인식하며 정부와 사회에 더 많은 정보와 움직임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상기후에 대한 대책 중 근본적이고 가리어진 문제들에 대한 깨달음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았다. 우리의 먹거리들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 지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정말 제로 탄소 식탁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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