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자의 차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6
연여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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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당대 한국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 하는 <현대문학 핀 장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으로 2021년 <SF어워드>,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예스24 독자 선정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에 선정되어 기대를 모은 연여름 작가의 신작 SF 소설이다. 상상은 금지되고 꿈은 병증이 되며 감정조차 오류로 치부되어진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류가 무엇을 버리고 포기하였는지를 짚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2692년 8월 23일, 생애한도가 연장될 수도 있다는 소문에 대해 두 실무자, 나오미와 이폴이 세인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원리 원칙을 제대로 지켜 무결점 실무자인 세인은 나오미와 이폴이 불문명한 소문 확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경고하는데, 생애한도 유예에 대한 이야기는 모세를 통해 중재자의 1차 제안이 내려왔다고 한다. 알고보니 세인의 모세가 고장나 세인만 중재자의 1차 제안을 듣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2692년 중재도시에는 지난 일주일 사이 일어난 오류사건으로 인해 204명의 실무자가 사망하였고, 이로 인해 부족해진 인구와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생애한도를 1년이나 연장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2692년과 중재도시는 어떤 곳이고, 생애한도란 또 무엇일까. 친절하게도 이 책은 쓰여진 계기와 배경이 되는 중재도시, 그리고 중재자의 기원 등등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부적격작의 차트이며 그렇기에 기존의 차트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세상에 대하여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22세기 말 인간과 동일한 생애주기를 가진 반려동물이 '리누트'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탄생했다. 리누트는 인간과 더욱 깊은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동반자로 자리 잡으며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 혁신적인 발명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구는 이상 기후와 다섯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큰 변화를 겪었고, 인류는 점점 더 위축되어 갔다. 초기에는 리누트를 철저히 통제된 환경에서 기르는 것이 권장되었으나, 사회의 붕괴와 함께 많은 리누트가 자연으로 방치되었다. 자연에 풀려난 리누트들은 인간이 예측하지 못한 재앙의 워인 되었다. 그들의 배설물에서 치사율 100%에 이르는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인류는 스스로 초래한 쟁앙으로 멸종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 정점인 24세기 어느 날, 오래전 멈춰 있었던 인공지능 '모세'가 전류 오작동으로 인해 우연히 재가동되게 된다. 모세는 공동 자살을 논의하던 한 무리의 인간을 발견하고 인류가 최대한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모세는 생존을 위해 인간 사회에 새로운 규칙을 제시했다. 한 사람당 적정한 '생애한도'를 설정하고 이 한도를 초과하면 존엄한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는 '존엄 소거'를 시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상상, 꿈, 허구와 같은 비합리적인 활동을 금했으며 이를 7회 어길 경우 '부적격 소거'로 생명을 박탈하는 엄격한 규칙을 만들었다.


이 모든 시스템은 철저한 합리성을 바탕으로 설계되었다. 모세는 스스로를 단순한 권력자가 아니라 '중재자'로 정의하며, 인간의 생존과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동시에 인간들에게는 '실무자'로서 이 시스템 속에서 복무하며 안정적인 공동체를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중재도시'라는 새로운 사회가 구축되게 된 것이다. '중제도시'는 인간 생존을 위한 합리와 통제가 극대화된 공간으로 불확실성과 혼란을 철저히 배제했다.


인류는 다수의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인다. 이 스스템에서는 각 개인에게 정해진 생애 한도가 주어지며 이를 다 채운 후에는 존엄 소거, 즉 안락사를 통해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규칙은 인류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더 많은 사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절받한 합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지만 너무나 섬뜩하다. 그 후 인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 들이고 세계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요소로 간주된 상상과 꿈을 엄격히 금지했다.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인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창조적인 표현이 공익의 이유로 인해 철저히 억압되는 사회라니. 게다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소중히 여기는 감정조차 불필요한 갈등과 비효율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배제되어진 사회라니. 생존을 위해 인간성의 본질적인 부분이라 여긴 모든 것을이 배제된 사회에서 인간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의 초반부에서 상세하게 설명되는 부분들은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중재도시가 설정되고 난 뒤 아홉세대가 흐른 시점에서 시작된다. 27세기 생애한도가 연장되어 아무도 존엄 소거되지 않게 된 지 몇 달이 지나고 사람들은 새로운 현실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었다. 소거되는 이의 마지막 차트를 기록하는 일을 하는 세인은 낙상 사고로 입워한 환자, 레드를 만나게 된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오랜 세월 동안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합리적이라 여겨져 온 인공지능 모세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레드. 레드와의 만남은 세인의 내면에 깊은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처음에는 상상도 꿈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세인이었지만 레드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숨겨준 모순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과연 세인은 레드와의 만남을 통해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인간다움이 배제된 디스포비아적 세상에서 세인은 레드를 통해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할지, 아니면 오로지 생존만을 위한 중재도시에 적응한 채 살아갈지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태껏 정해진 대로 순응적인 삶을 살아온 세인에게 레드는 반기를 들며 단호히 말한다. "내 최후의 차트는 아무게도 맡기지 않아. 나의 선택은 이 벽 너머로 나가는 거야." 단호하면서도 충격적인 레드의 목소리는 단순한 생존 그 자체를 넘어 인간으로서 진정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상기시키며 강렬한 메세지로 가슴 속 깊숙이 자리잡는다. 현실에서의 우리의 삶이 과연 책 속 실무자들의 삶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해 우리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적인 가치를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고서 무작정 앞만 바라보면 달려왔던 것은 아닐까? 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생존이 아닌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떠한 삶을 말하는 것일까? 이 책이 던지는 이 질문들은 내 안의 깊숙한 목소리들과 질문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화두로 남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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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도감 - 학교생활 잘하는 법
김원아 지음, 주쓰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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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예비 초등학생 및 초등 저학년을 위한 학교생활 가이드라고 칭하면 딱인 듯하다. 이 책은 주인공 조아라가 친구들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친구 도감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어 초등학생의 하루 시간표를 따라 학교의 다양한 공간에서 친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었다. 어린이 독자는 이 책에 담긴 학교의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제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우게 될 듯 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조아라'가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책은 친구들의 다양한 성격과 행동을 관찰하며 관계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라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활발한 소녀로, 더 많은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서 친구들의 행동과 특징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기록을 남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라는 친구들의 각기 다른 면모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다양한 성격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제일 먼저 실린 발표시간에만 봐도 너무나 다양한 친구들이 존재한다. 자신있게 손을 드는 친구도 있고, 손을 들까 말까 망설이는 친구,목소리가 큰 친구와 목소리가 작은 친구, 앉아서 대답하는 친구, 일단 손부터 드는 친구,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친구, 속으로만 하는 친구 등등. 너무나 다양한 모습과 성격을 지닌 친구를 한 명씩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 책은 독자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더하기 위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친구의 모습이 자신의 주변에도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두었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은 아라의 관찰을 따라가며 자신과 친구들의 다양한 모습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함께 어울리는 관계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친구를 소개하는 친구 도감이지만 단순히 친구에 관한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게 아니다. 아라의 하루 시간표를 따라가며 다양한 친구들을 소개하고 각 시간이 끝나고 나면 꼭 기억해야 할 점들을 부록으로 덧붙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발표시간 뒤에는 발표시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발표하는 자세, 발표를 듣는 자세와 더불어 다양한 발표 형태까지 함께 상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책은 앞서 말한 것처럼 초등학생의 하루 시간표를 바탕으로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 내어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하고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북으로 활용해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예를 들어, 교실은 친구들과 대화하며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는 장소이고, 보건실은 아프거나 힘들 때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치유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학교의 모든 공간은 친구들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깊게 만들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임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현직 선생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생활에서 알아야할 노하우와 규칙을 세밀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아 아이들에게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리고 학교라는 장소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꼭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부터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배울 수 있어, 학교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단순한 이야기로 끝이 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친구들과 조화롭게 지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기까지 하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거나 저학년 아이들에게 완전 추천하고 싶다.

 

#김원아 #주쓰 #내친구도감 #학교생활잘하는법 #창비 #나는3학년7반2번애벌레 #학교생활가이드 #초등학교생활 #어린이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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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 백은별 장편소설
백은별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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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우울과 방황의 경계에 선 사춘기 청소년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성장 소설이다. 15살의 시선으로 그려낸 청소년의 우울증과 자살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아주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담담한 어투가 더욱 가슴 아프게 파고드는 소설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모두가 잠들었을 꼭두새벽, 깨어 있던 주인공 수아에게 도착한 문자와 사진에 놀라 학교로 뛰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마구 뛰어간 옥상에는 잘못 보았다면 좋았을, 윤서가 있었다. 윤서는 수아를 기다렸던 건지, "진짜 와줬네."라는 말을 남긴 책 옥상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그 모든 장면을 목격한 수아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된다. 첫 장면부터 너무나 극단적인 이 책, 담담한 어투로 담아낸 청소년의 우울증, 자살, 그리고 자해, 따돌림 등의 이야기는 사실 너무 극단적이며 충격적이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이토록 힘들고 아프게 지내고 있는데 어른인 우리는 너무 아이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떨치기가 힘들어 가슴 아팠다.


이 후 이 책은 윤서가 죽음을 선택하게 된 그 날 이전 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윤서와 수아와 어떻게 절친이 되었고, 윤서를 따돌리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주현, 윤서와 함께한 파자마 파티, 주현이 전학간 후 다시 친하게 된 선유와 정아와의 에피소드 등. 정말 평범한 일상들을 하나씩 풀어 놓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아이들의 우울증과 감정의 상태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15살인 저자가 담아서일까. 정말 이렇게까지 라고 싶을 정도로 솔직하다. 죽고 싶다는 친구를 달래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너무나 귀찮다고 고백하는 장면 역시 15살의 저자가 아니라면 담을 수 없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주인공 수아는 윤서의 죽음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한 이후, 자신도 윤서를 따라 죽기로 결심한다. 딱 1년 뒤 윤서가 죽은 날 죽을 것을 결심하며 그렇게 자발적인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게 되고 그 시간 동안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자발적 시한부의 삶을 살기로 하고 마음의 문을 꼭꼭 닫은 채 시간이 가길 바라는 수아의 앞에 한 아이가 나타난다. 여느 아이와는 달리 수아의 곁을 지키며 다가오는 성민. 성민은 무슨 사연이 있기에 수아의 곁을 지키려 하는 걸까. 그리고 과연 수아는 자발적 시한부의 삶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날 자살로 마무리 지었을까? 수아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생각보다 요즘 아이들의 우울의 정도는 깊고 심각하다고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1년째 청소년 사명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이다보니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청소년 우울'과 '청소년 자살', 그리고 '자해' 와 같은 단어와 너무나 가까이 살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소재가 너무 민감하고 극단적이라고 그 안에 이야기들 역시 너무나 충격적이라 이 책을 과연 아이들에게 추천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자발적 시한부를 선택하였지만 결국 이 책의 주인공 수아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죽음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 간절히 수아가 제발 살아내기를 바라며 읽게 되었다. 그리고 윤서의 죽음 이후 1년이라는 시간동안 수아가 겪고 토해낸 모든 감정들은 우리에게 감정을 숨기기 보다 이를 인정하고 표현해 낼 때 비로소 그 감정과 아픔, 상처로부터 치유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바로 그 현장의 한 가운데에 살고 있는 15살 저자의 시선으로 전하는 날 것 그 자체의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이 책을 통해 부디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고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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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의 선택 신나는 책읽기 67
이정란 지음, 지문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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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사랑스런 강아지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두번이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유기견 '버찌'가 신비한 콩알을 삼킨 후 사람처럼 말을 하게 되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새 주인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주인에게 버림받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은 발랄하고 당찬 버찌가 마법의 콩을 먹고 사람처럼 말을 하게 된다는 설정 자체도 신박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만나는 여정 속의 이야기도 재미가 있어 이야기 속에 쏙 빠져들게 만든다. 기존의 개념에서 벗어나 새 주인을 찾아나서는 버찌의 유쾌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주인에서 버림받게 된 버찌가 아무도 없는 공워에서 왜 자신이 버려졌는지를 생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버찌는 자신이 왜 버려지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털도 보드랍고, 주인 말도 잘 듣고, 똑똑한데다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절대음감 강아지인 자신이 왜 두 번이나 버려지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할 수록 버찌는 분했다. 생각 끝에 버찌는 보란 듯이 멋지게 살가라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사람처럼 말을 하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하늘에 떠 있는 달님에게 소원을 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버찌 눈 앞에 마법처럼 분홍색의 커다란 콩이 나타난 것이다. 버찌는 그 콩을 날름 입에 넣어 삼키는데 목에 딱 걸린 콩은 아무리 애를 써도 다시 나오진 않았고, 결국 버찌는 스르르 잠들고야 만다.


그리고 다음날, 새로운 주인이 자신 앞에 나타나길 바라는 버찌는 자신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버찌 앞에 나타난 월래 할머니. 처음 만났지만 배고파하는 버찌를 안쓰럽게 여긴 월래 할머니는 버찌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라면을 끓여주고 버찌는 맛있게 먹는다.


월래 할머니가 끓여준 라면에 폭 빠진 버찌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다정한 원래 할머니가 마음에 든 버찌는 할머니의 집을 살펴보고선 새 주인으로 마음에 들었지만 할머니의 연세와 아픈 몸을 보고선 다른 주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과연 버찌는 자신에게 딱 맞는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 유기견 버찌의 주인찾기 여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는 유기견 버찌의 새 주인 후보로 세 명의 사람이 나온다. 한 명은 공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다정한 월래 할머니이고 그 다음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어린이 우동찬, 그리고 뜻밖에도 다시 버찌를 찾아온 예전 주인이 바로 세 후보다. 늘 인간에게 선택을 받기만 하던 동물이 반대로 새 주인을 선택한다는 신박한 설정이 눈길을 잡아끄는 동시에 우리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버찌 앞에 나타난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은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첫번째로 버찌 앞에 나타난 나원래 할머니는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버찌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워 쉬게 해준다. 마음씨도 따뜻하고 말도 잘 통하는 할머니를 주인으로 선택하고 싶지만 할머니의 나이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며 선택을 망설이게 된다. 그리고 두번째 후보인 우동찬은 좋아하는 친구에게 용기를 내어 고백하지만 거절 당한다. 우연히 그 장면을 보게 된 버찌는 동찬에게 위로를 하지만 동찬은 오히려 "누군가의 마음은 누군가의 것이지, 내 것은 아니"라며 친구의 선택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동찬을 통해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성숙하게 관계 맺는 법을 배우게 된 버찌는 이후 자신 앞에 나타난 옛 주인의 잔인한 말과 행동에 당차게 대응한다. 그리고 이 과정들을 통해 버찌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조금도 그리워하지말 말고 자신을 존중해 줄 수 있는 가족을 찾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렇게 새로운 주인을 선택하게 된 버찌의 모습에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과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법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사랑스러운 외모와 절대음감을 가진 비상한 강아지 버찌의 유쾌한 이야기들은 우리로 하여금 책읽는 재미를 일깨우기도 하지만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고 진정한 관계를 맺는 법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보게 하면서 마음 속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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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싸웠던 외상외과의 1분 1초
허윤정 지음 / 시공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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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제목인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과 소제목의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싸웠던 외상외과의 1분 1초'만 보아도 외상외과에서의 시간이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병원 내에서도 가장 죽음과 가까운 곳,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바닥을 가장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는 외상센터에서 의사로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단국대학교 권역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외상외과 의사이다. 이 책은 먼저 외상센터는 사실 책이나 쓸 정도로 한가한 곳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사고가 끊이지 않고 늘 인력이 부족한 곳이다. 그런 곳이기에 혹자는 책 쓸 시간에 환자나 한 명 더 살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맡았던 환자의 마지막 순간과 그 때의 감정, 그리고 그들의 인생을 모나게 했던 풍파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다보니 의사 중에서 가장 극한의 멘털과 체력이 필요한 곳에서 저자를 버티게 한 것은 바로 환자를 향한 지독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오로지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순간 순간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자꾸 목이 메어온다. 그리고 환자를 향한 그 지독한 사랑과 진심이 너무나 생생하게 전해진다.


외상센터에 있다보면 죽음을 자주 목도할 수 밖에 없다. 그곳은 CPR이 일상적인 곳이다. 사실 CPR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외상 환자의 경우 손상 이후 경과한 시간과 그 손상의 정도에 따라 중단의 여부가 결정된다. 권역 밖에서 이미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온 할머니 환자의 CPR의 중단 여부를 보호자에게 물으러 간 저자는 제발 CPR을 멈추지 말아달라는 보호자의 부탁을 저버릴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가 5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CPR을 그만해 달라고 한 자신을 5년간 미친듯이 후회했다는 말에 그러한 결정을 내렸던 거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지만 남겨진 유족의 마음을 헤아려 멈추지 않고 더 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위로의 말을 건네는 장면은 다시 울컥하게 만든다. 그리고 의사는 단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인건의 존엄과 감정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함을 다시금 깨달아본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 그러한 사람이 이토록 많거늘 우리는 너무나 차가운 시선을 그들에게 던졌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1분 1초를 다투어 어렵사리 살려낸 환자가 "저를 왜 살리셨어요."라고 말하였을 때 저자는 그 어떤 메스보다 더 깊고 예리하게 가슴을 후벼파는 듯했다는 사연에서 자살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말을 한 환자를 향해 "당신이 열두 번 실려 와도, 또다시 살려 낼 겁니다."라고 말할꺼라는 저자의 말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동안 우리는 의사를 단순한 생명의 연장을 위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고 여긴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끝까지 생명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긴 저자의 답에 인간의 생명이 지니는 가치와 존엄을 다시 깨닫게 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절망을 마주할 때 우리는 판단보다는 이해와 지지로 다가가야 함을 배우게 된다.


저자는 두 가지 이유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먼저 말한 바와 같이 자신을 거쳐간 환자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의료 대란 이후 힘겹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필수 의료 종사자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부탁하기 위해서이다. 처음 외상외과 의사가 되고자 했던 그 소중한 마음들이 지쳐 사라지고 있다는 저자의 고백에 의료 대란 이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기에 앞서 당장의 불편함만을 보고 얼마나 날카롭고 차가운 시선 보냈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기에 이 책 가득 담긴 저자의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가 그들에게 내어야 목소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그들을 응원하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마지막에 부록으로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법'을 통해 저자는 외상 사고를 피하고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그 방법들을 하나씩 읽다보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외상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모든 사고는 예고편은 없지만 일상 생활 속의 많은 부분에서 조심하고 부록에 실린 안전을 위한 방법들을 지킨다면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생생하게 담긴 사람이 죽고 사는 이야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 의사로서의 사명감 등 솔직한 고백들을 들려줘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또 다시 살리고 싶어서' 의료 현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그들의 진심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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