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의 날개
아사히나 아스카 지음, 최윤영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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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 입시 못지 않게 치열한 경쟁률과 엄청난 사교육을 동반한다는 일본의 사립 명문 중학교 입시. 일본의 중고등학교 입시 시험에 저자의 소설이 독해력 지문으로 가장 자주 출제되면서 '국어시험 단골 작가'라고 불리는 그녀가 이 책에서는 입시에 매몰되어 가는 한 가족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출간 1개원 만에 일본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을 울렸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지금 우리나의 모습들이 굉장히 많이 오버랩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시험 삼아 전국 경시대회를 본 8살의 아들 츠바사를 기다리는 마도카의 모습을 그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마도카는 학원 설명회에서 들은 것처럼 시험을 치고 나온 아이에게 "잘 봤어?"와 같은 결과를 묻는 질문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휴일에도 시험을 보느라 수고한 아들에게"츠바사, 고생했어. 잘했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험이 쉬었다며 의기양양한 아들을 보는 마도카는 너무나 행복한 마음에 젖어들게 된다. 마도카는 원래 남편 신지와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으나 육아 문제로 인해 전업 주부가 되었다. 이제는 그녀의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초등학교 2학년 아들 츠바사. 기대했던 것과 같이 이 날 본 전국 경시대회에서 츠바사는 우수한 성적을 얻은 것을 계기로 대형 입시 학원 '에이치'에 들어가게 된다. 


시험을 잘 본 것을 계기로 대형 입시 학원 '에이치'에 들어가 명문 중학교 입학 시험에 도전하는 입시 준비반에 들어가게 된 츠바사. 츠바사에게 현재의 생활과 다른 입시반에 들어갈 것인지를 묻는 마도카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너무 많이 닮았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혀 열심히 공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모. 딱 그 모습이 바로 마도카이다. 물론 마도카도 처음에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마도카도 츠바사도 공부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가족들의 지나친 관심과 간섭,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선은 이 둘을 더욱 휘둘리게 만들었고, 마도카와 츠바사 그리고 마도카의 남편인 신지마져 입시와 공부에 완젼 저당잡히게 된다.



중학교 입시를 위해 8살때 부터 입시대비반에 들어가게 된 츠바사. 물론 좋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 시간은 흘러 6학년이 된 츠바사. 츠바사와 마도카, 신지의 모습은 처음의 모습과 너무나 달라 있다. 특히 중국에 있던 신지가 일본으로 들어오며 츠바사의 공부를 봐주기 시작하며 상황은 너무나 좋지 않다. 누가봐도 기형적인 관계. 츠바사의 공부를 봐주며 소리지르고 급기야 폭력까지 행사한 신지. 그리고 그런 모습이 기형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라도 츠바사의 점수가 1점이라도 오르길 바라는 마도카. 그리고 자신을 어찌할 수 없는 츠바사. 이 들의 모습은 입시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아이들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 과연 이 모든 것들이 아이를 위한 것일까?


이 책의 이야기는 중학교 입시라서 아이들에게 더 가혹적으로 느껴진다. 너무나 어린 아이가 중학교 입시에 휘둘리며 오로지 성적에만 집착하는 모습이 그래서 더 가학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의 지나친 간섭과 기대,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더더욱 성적에 매달리게 되는 모습은 오늘날 입시에 치중하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초등학생 3학년이 되면 대형 학원 수학을 시작해야 대한민국 입시 수학을 따라갈 수 있다고 여기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들의 모습과 이 책 속의 모습을 누가 다르다 하겠는가. 맘카페에서 학원 정보와 공부 정보를 주고 받는 모습마져도 어쩜 이리도 같은지.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주 불편했다. 제발 츠바사가 누군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기가 필요한 공부를 하게 되길 바라며 끝까지 읽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중학교 입시를 직접 경험하며서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초조함이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을 할퀴는 사나운 말로 바뀌는 순간을 수도 없이 경험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쓰는 내내 힘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여러 소설을 써왔지만 이렇게 쓰고 싶은 마음과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대립한 이야기는 처음이라는 작가의 말이 오롯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 그 결과에 상관없이 세상을 향해 작은 날개를 펼치는 츠바사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츠바사들도 함께 힘을 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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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 드링크 - 인류사 뒤편에 존재했던 위대한 여성 술꾼들의 연대기
맬러리 오마라 지음, 정영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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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곳곳에 여성에 대한 편견은 존재한다. 특히 '술'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곳이 우리나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술에 대한 억압이 세계 곳곳에서,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고대 수메르 맥주 여신부터 세계 최초 여성 바텐더까지, 최초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지만 인류사 뒤편에 존재했던 여성 술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인류 역사상 술, 여자, 주류 업계가 만들어낸 아주 흥미로운 비화들을 가득 담고 있는 최초의 역사책이기도 하다. 알코올을 발견한 첫 순간부터 술을 만들고, 팔고, 마시고 때로는 비밀리에 들이부었던 거의 모든 여성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가부장적인 사회와 맞물려 유구한 술의 역사 뒷편에서 가장 낮은 술상을 차지해야만 했던 그녀들의 이야기들이 흥미롭고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스키니 마가리타, 애플타니, 코스모 폴리탄, 케이크나 휘핑크림처럼 달콤한 칵테일, 또는 새빨간 체리와 고운 빛깔의 우산 장식이 올라간 칵테일 등등.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러한 술들은 소위 여자들이나 마시는 술로 분류되고 맥주나 위스키야 말로 남자들이 마시는 진짜 술로 추앙받아왔다. 역사학자이자 애주가인 저자는 '특정 유형의 술에 분홍색 리본을 붙이고 여자들이나 마시는 술이라고 깔보기 시작한 때는 언제부터일까? 애초에 여성스러운 술이라는 분류 자체가 왜 부정적인 의미를 지녀야 할까?'와 같은 의문을 품고 술과 관련된 여성들의 역사를 되집어보는 작업에 돌입힌다. 하지만 여자, 술, 역사라는 이 세가지 키워드를 가진 책은 찾을 수 없었고, 결국 본인이 직접 써 내려가기로 결심하면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이 책은 열다섯 개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각기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 살았던 여성들이 자신이 살았던 시대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들 중에는 클레오파트라나 예카테리나 2세처럼 유명한 인물도 있고, 서니 선드나 거트루드 리스코 같이 일부러 세간의 주목을 피했던, 그 결과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 보면 여성의 음주를 허용하는 문화와 여성의 자유를 허용하는 문화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여성 음주의 역사 뿐만 아니라 그 음주가 언제 어떤 이유로 금지되었는지도 알게 된다. 가부장적인 억압과 여성 혐오적인 사회의 기대가 여성의 음주 문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술을 마시는 여성이 직면하는 이중 잣대는 여성을 통제하려는 남성의 욕구와 그리고 소유물이 아니라 인간으로 행동하려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중세 초기 유럽에서 여성은 처녀, 아내, 과부의 딱 세가지 분류로만 구분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러하였지만 이에 해당되지 않는 네번째 분류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수녀였다. 수녀였던 힐데가르트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에 의해 인근 디지보덴베르크의 베네딕트 수도원에 맡겨졌다. 그 당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에서 딸을 수도원에 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힐데가르트는 훗날 유명한 수도원장이 되었고, 수많은 책을 내기도 하였으며 예언가이자 과학자, 그리고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특히 맥주를 너무나도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저서인 <자연학>에서 남긴 홉에 관한 생각은 오늘날 보아도 정확한 견해를 지녔다고 하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그리고 중세 시대에 수녀원에는 들어가고 싶지는 않지만 조금이나마 자율성을 누리고 싶은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이는 바로 맥주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맥주가 아닌 에일이라고 불렸다. 에일은 보통 보리, 밀, 귀리 또는 이 세가지 곡물을 조합하여 만들었고, 이를 만드는 여성을 에일와이프라고 불렀다. 모든 마을에는 에일와이프가 있었고, 에일을 만들고 간판을 달면 누구나 에일와이프로서 에일하우스를 열수 있었다고 한다.


여성들은 대부분 집에서 마실 용도로 에일을 양조했고, 남으면 빗자루를 내걸고 팔았다고 한다. 에일하우스의 시초는 말 그대로 에일을 마시는 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훗날 에일와이프들은 마녀로 취급되어 탄압을 받게 되니, 참으로 여성의 음주 역사에는 억울한 일들이 많다.


여하튼 힐데가르트는 홉을 통해 에일의 짧은 유통기한을 해결했고, 홉은 에일을 맥주로 만들어주었다. 힐데가르트는 독일에서 계속하여 글을 썼고, 그녀의 저서는 점점 더 많은 독자들이 찾았다고 한다. 아홉권으로 구성된 <자연학>은 유럽 전혁에서 읽는 책이 되었고, 그녀의 권위와 영향력 덕분에 맥주의 보존성을 높이는 홉에 관한 지식은 유럽 전역에 전파되었다. 이렇게 힐데가르트는 술의 역사상 대혁명을 불러오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총 500페이지에 달하는 굉장히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무한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수천 년이 넘는 알코올의 역사와 유서 싶은 여러 술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여성들의 에피소드는 굉장히 흥미로워서 결코 이 책의 두께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인류사 전체를 시기별로 훑으면서 거의 모든 종류의 주류의 탄생과 절정기를 소개하고 그 시대에 가장 위대했던 여성 술꾼들을 소환하다보니 읽는 재미가 있다. '흉내 낼 수 없는 간'이라는 이름을 붙인 음주 모임을 가졌던 클레오파트라, '보드카 무한 지급'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으로 혁명을 이끌어낸 에카테리나 2세의 이야기도 아주 흥미롭다. 그리고 중세 시대 자신들이 일용할 양식으로 맥주와 와인을 만들엇던 수녀, 세계 3대 샴페인 중 하나인 뵈브 클리코의 탄생 비화 등 인류사 뒷편이 잊혀진 위대한 여성들의 이야기들은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한 여성으로서 위소영 작가의 추천의 말이 가슴에 콕 박힌다. 우리가 오늘날 마시는 '이 한잔의 술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오늘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편견의 세월과 투쟁이 있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수천년 동안 음주할 자유와 권리를 되찾기까지 결코 포기하거나 꺾이지 않았던 수많은 여성들의 투쟁기를 보며 왠지 먹먹해진다고 할까. 언제 어디서 어떻게든 기어이 술을 만들고 팔고 마셔댄 대범한 그녀들의 연대와 투쟁이 존재했기에 오늘의 자유로운 술 한잔이 내 앞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역사와 술을 좋아시는 분이라면 굉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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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 여성 인물 도서관 3
김경옥 지음, 안혜란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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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휼륭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기억하고 그를 본받아 배우는 것은 후손으로 참 자랑스러운 일일 듯 싶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 역사적인 인물들은 남자들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하더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특히 조선시대에는 더더욱 그랬다. 이러한 아쉬움을 담아 청어람주니어에서는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옛 여성들의 이야기인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이 책은 '여성 인물 도서관'의 세번째 책으로 왜란, 호란, 기근 등 힘든 일이 너무나 많았던 조선 후기에 춥고 배고픈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은 조선의 여중군자 장계향의 이야기를 담은 인물, 역사 동화이다. 




인물, 역사 동화이다 보니 이 책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인물에 대한 소개부터 먼저 수록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물 관계도와 연표도 연이어 수록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살펴본 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집어주면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 듯 싶다.


경당가 그리고 금계마을이 오래 기다려 온 끝에 태어난 계향은 그림도 잘 그리고, 시도 잘 짓고, 붓글씨도 잘 쓰는 아주 총명한 여자아이로 자란다. 장계향은 아버지 장흥효에게 <소학>을 배운다. 그리고 평생 학문을 닦고 제자를 길러 온 아버지의 지혜와 겸손을 보고 배우며 또래보다 의젓하고 총명하게 자랐다. 하지만 어린 장계향이 초서를 쓰고 시를 짓고, 그림까지 그리며 비범함을 드러내자 장계향의 부모는 딸이 너무 똑똑하고 능력이 많은 것을 걱정한다. 조선 시대에는 여자가 많이 배우고 똑똑한 것이 흠이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하지만 계향은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장계향은 때가 되자 시서화를 접고서 <예기>를 읽으며 살림을 배우는 등 여자로서 덕을 쌓는 데만 집중한다. 장계향의 작품으로 호랑이를 생생하게 묘사한 <맹효도>와 <성인음>, <학발시>, <경신음>, <소소음> 등의 시가 있다. 초소로 쓴 <학발시>는 <학발첩>으로 남아 있고, <성인음>과 <소소음>은 남편 이시명이 글을 쓰고 며느리가 수를 놓아 <전가보첩>으로 만들어 재령 이씨 집안에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계향의 비범함은 혼인 문제에서도 들어난다. 오로지 인물만을 보고서 남들이 기피하는 재취에 전처 아이까지 있는 자리로 혼인을 하기로 결심한 점이다.


그리고 장계향의 시댁 충효당은 존경받는 가문이었다. 계향은 충효당의 며느리다운 넉넉한 품으로 가난한 사람들으 결코 그냥 보내지 않았다. 계향은 오후가 되면 아예 마당에 커다란 가마솥을 두개 걸고 죽을 쑤어 사람들에게 대접했다. 쌀과 나물 또는 곡식 가루를 넣거나 주어 놓은 도토리로 가루를 만들어 두었다가 끓인 죽이었다. 이러한 충효당의 인심은 소문이 나 굶주리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단지 음식만을 나누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위로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누어 줄 때에도 깨끗한 주머니에 담아 건네며 예를 다했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너무나 힘든 조선 후기에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 이 늘어가자 계향은 한 끼의 식사 대신 사람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빈민 구제 계획을 세우기로 마음 먹는다. 계향은 여기저기 버려진 땅을 찾아내 농사지을 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뒷산에는 도토리를 심어 도토리나무 숲도 가꾸었다. 산기슭을 일궈 콩, 메밀 등을 심는가 하면 여러 가지 음식 재료로 활용되는 동아도 심었다.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따뜻하게 품은 그녀의 업적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배워야 할 것이다.


장계향의 업적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음식디미방>은 조선시대 양반 가문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음식 조리서이다. 동아시아 최초로 여성이 쓴 요리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는 더 이른 시기에 쓰인 다른 요리책들도 발견되었지만 <음식디미방>은 조선 시대 여성이 순 한글로 음식을 설명하는 단행본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가치 있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장계향의 아버지 장흥효와 시아버지 이함 모두 학자였기 때문에 집에는 늘 유생이나 제자 등 많은 사람들이 오가곤 했다. 그래서 계절과 손님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야만 했다. <음식디미방>에는 1백 46가지의 음식이 설명되어 있다. 장계향이 음식을 만드는 지식을 그동안 얼마나 쌓아왔는지, 때에 맞춰 재료를 구하고 보관하고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그때 그 사건'으로 임진왜란과 경신 대기근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역사적인 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하도록 이끌고 있으며, 그 뒤의 인물 키워드에서는 '여중군자'로서의 장계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뒤, 조선 시대 또 다른 여성군자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의 독후 활동지를 내려 받을 수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뒤 독후 활동지를 통해 인물관계도, 낱말퍼즐, 독서퀴즈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다시 장계향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참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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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쓸모 -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 쓸모 시리즈 3
김응빈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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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쓸모>를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이번 책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수학의 쓸모>와 <미적분의 쓸모>에 이어진 <생물학의 쓸모>로 이쯤되면 시리즈라고도 할 수 있을 듯 싶다. 전작들은 단순히 수학적 개념을 쉽게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개념들이 현재를 어떻게 만들고,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즉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어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 역시 생명체 구성요소의 기능, 즉 생물학을 쉽게 자세히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기능들이 연결된 각각의 시스템을 연구하고 그 지식을 활용하는 생물학의 최신 연구들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지금의 우리 삶에서 생물학이 얼마나 쓸모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생물학에서는 생물(생명체)를 일컫는 말로 오가니즘을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유기체로도 번역하는 이 단어의 어원은 '기관의 집합체'라는 뜻이다. 호흡기, 소화기, 순환기 같은 기관은 조직이 모인 것이다. 그리고 조직은 또다시 세포로 나눌 수 있다. 이처럼 오가니즘은 순차적으로 배열한 구성요소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어 기능한다. 한마디로 생명시스템인 것이다. 따라서 '생물=오가니즘=생명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학창 시절의 생물학과 시스템 생물학은 조금 차이가 있긴하다. 세포액, 세포막, 세포질 등 각각의 구조를 배우고, 동물 세포와 식물 세포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DNA의 구조를 외우는 것이 학창 시절의 생물학이었다. 이러한 환원적 분석법이 생명현상을 상당히 설명해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물은 부분들의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다. 생명은 세포에서 개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구성요소가 연결되어 작용하는 시스템이다. 만약 이 구성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규칙을 벗어나 작용하면 곧바로 전체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게 도니다. 21세기 생물학은 수많은 유전자와 단백질, 화합물 사이의 상호작용 네크워크를 규명함으로써 생명현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방법론이 바로 시스템 생물학인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시스템생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최소의 생명 시스템인 세포부터 호흡기관, DNA, 단세포 생물 등등 각각의 시스템을 살펴보고 그 시스템과 관련된 최신 연구를 풀어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즉, 오늘의 생물학은 시스템의 언어를 도입하고서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했다 하겠다. 생명체의 구성요소와 기능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기존의 관점으로는 생물학의 흐름, 더 나아가 생물학이 주도하는 세상의 변화를 다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최전선에서 이 세상을 움직이는 새로운 생물학을 만나보면 참 좋을 듯 싶다.


이 책에서는 세포에서 시작하여 호흡, DNA, 미생물과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현재 대두되고 있는 다양한 생물학적인 과제와 문제, 최신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관한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미생물학의 역사부터 시작하여 더 쉽고 재미나게 이해할 수 있는게 바로 이 책이 가진 매력이라 하겠다. 단순히 한가지 기술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게 아니라 이 기술은 어떻게 발전해왔고, 어떤 작용 원리로 기반으로 생겼는지, 그리고 그 기술에 대한 쉬운 설명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가게 될지 알아보다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크리프퍼 유전자 가위'도 너무나 쉽게 재밌게 이해가 된다.


우리는 지금 팬데믹의 시대를 거쳐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 시대에 있어 더이상은 생물학은 결코 단순한 소수만의 학문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코로나 백신은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과 감염병의 관계에서 규명된 것과 같이 국내 약 400만 명의 생명줄인 당뇨병 치료제 역시 대장균의 연구 덕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을 통해 박혀진 안간의 설계도는 암, 알츠하이머, 에이즈 등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각종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면서 의학과 약학에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의 미래를 열어주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생물학에 대해 이 책을 통해 한번쯤은 제대로 알아보면 어떨까? 이 세상의 최전선에서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새로운 생물학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참 흥미롭고 앞으로의 미래를 더더욱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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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짭짤 코파츄 1 달콤 짭짤 코파츄 1
다영 지음, 밤코 그림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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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 봐도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다. 이 책은 반전 매력이 가득한 코퍄츄와 함께하는 과학 동화다. 이 책의 주인공 코파츄는 구독자 100만명의 초특급 과학 스타로 번뜩이는 과학 지식과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바람마을의 별별 사건을 해결하는 과학 크리에이터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 버니는 로켓처럼 손이 빠르고, 센스가 뛰어난 피디로 코파츄와 함께 '달콤 짜짤한 과학'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달콤 짭짤 코파츄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 이 책에서는 먼저 코파츄와 버니가 함께 바람해수욕장에 덩그러니 놓인 알들의 부모를 찾아주며 동물의 한살이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엉망이 된 바람마을 주민 대표 선발 대회를 바로 잡기 위해 동물의 특징을 비교하며 분류 기준에 대해 알아보고, 바람마을을 하루 아침에 사막으로 만들어버린 선인장 마법사 까사레나를 찾기 위해 먹이 사슬과 생태계를 탐구하는 등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대소동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담아내었다.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그림체의 그림과 동화와 만화의 결합으로 읽자마자 아마 많은 아이들이 코파츄의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며, 코파츄의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흥미로운 과학 지식의 습득은 이 책이 주는 덤이다.


이 책의 시작은 달콤 짭짤한 과학 채널에 영상을 다 올리고서 기분 좋아진 버니와 책을 보다 살짝 잠든 코파츄의 코믹한 모습으로 시작된다. 둘은 물놀이에 관한 과학 영상을 찍기 위해 바람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바람해수욕장에 가까워지면서 버니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다. 가까이 가보니 주민들이 무언가를 빙 둘러싼채 웅성거리고 있다. 주민들을 심란하게 만든 것은 바로 모래 사장 한가운데에 정체불명의 알들이었다. 과연 누가 모래사장에 알들을 남겨두고 사라진 것일까? 


버니가 알들의 부모를 찾아 취재를 하자는 말을 하자 코파츄는 서류가방에서 세련된 코트와 신사 모자를 꺼내 노란 체육복 위에 코트를 덧입고, 모자를 눌러 쓴다. "자고로 멋쟁이는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입을 줄 아는 법!"이라는 말과 함께 꾀죄죄한 코파츄에서 근사한 크리에이터가 된 코파츄. 바로 이런 게 코파츄의 반전 매력이다. 취재 혹은 사건 해결이 시작되면 꾀죄죄하고 별볼일 없던 코파츄가 갑자기 급변하면서 멋진 크리에이터로 변신하며 사건을 척척 해결해가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급 진행시키며 코파츄의 반전 매력을 가득 담다 보니 이 책은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취재를 시작한 코파츄는 해변 지킴이 갈끼룩을 통해 어제 알들이 놓인 곳을 지난 주민이 지지배배 씨, 꼬북 씨, 엉엉웅 씨와 펭구 씨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코파츄는 먼저 네 명의 주인 중 알을 낳지 않는 주민을 찾는다. 바다표범은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낳는다는 지식을 토대로 엉엉웅 씨는 알의 부모에서 제외된다. 이렇게 코파츄의 추리와 취재는 모두 과학 지식을 근거로 한다. 그렇다보니 코파츄의 추리와 취재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학 지식을 재밌고 쉽게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드디어 알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아낸 코파츄. 과연 알의 부모는 누구일까? 코파츄의 흥미진진한 과학 추리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코퍄츄의 세가지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각각의 에피소드 끝에는 달콥 짭짤한 과학 채널의 한 페이지를 수록하여 마치 유튜브 화면을 보는 듯한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옆에 나열된 동영상 소개 화면들은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게 될지에 대한 기대를 저절로 하게 만든다.


그리고 에피소드에서 코파츄와 알아본 과학 지식은 다시 부록으로 '버니의 편집 후기'를 통해 실어놓아 과학 지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더한다.


현직교사이자 EBS 교재 집필진인 저자는 독서 활동 시간에 통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직접 만화보다 더 재밌는 읽기책을 써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그 생각의 끝에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과학 동화, '달콤 짭짤 코파츄' 시리즈인 것이다. 양쪽 콧구멍에 각각 리코더를 꽂고서 콧바람으로 리코더를 부는 코파츄의 코믹한 모습을 보고서 아마 웃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재미난 이야기 속에 현생 교과서 속 과학 지식을 녹여내어 유튜브나 만화를 보듯이 재미나게 과학의 매력에 빠지게 만든다. 하여, 다음 2권이 더욱 기대되는 달콤짭짤한 코파츄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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