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의 날개
아사히나 아스카 지음, 최윤영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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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 입시 못지 않게 치열한 경쟁률과 엄청난 사교육을 동반한다는 일본의 사립 명문 중학교 입시. 일본의 중고등학교 입시 시험에 저자의 소설이 독해력 지문으로 가장 자주 출제되면서 '국어시험 단골 작가'라고 불리는 그녀가 이 책에서는 입시에 매몰되어 가는 한 가족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출간 1개원 만에 일본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을 울렸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지금 우리나의 모습들이 굉장히 많이 오버랩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시험 삼아 전국 경시대회를 본 8살의 아들 츠바사를 기다리는 마도카의 모습을 그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마도카는 학원 설명회에서 들은 것처럼 시험을 치고 나온 아이에게 "잘 봤어?"와 같은 결과를 묻는 질문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휴일에도 시험을 보느라 수고한 아들에게"츠바사, 고생했어. 잘했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험이 쉬었다며 의기양양한 아들을 보는 마도카는 너무나 행복한 마음에 젖어들게 된다. 마도카는 원래 남편 신지와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으나 육아 문제로 인해 전업 주부가 되었다. 이제는 그녀의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초등학교 2학년 아들 츠바사. 기대했던 것과 같이 이 날 본 전국 경시대회에서 츠바사는 우수한 성적을 얻은 것을 계기로 대형 입시 학원 '에이치'에 들어가게 된다. 


시험을 잘 본 것을 계기로 대형 입시 학원 '에이치'에 들어가 명문 중학교 입학 시험에 도전하는 입시 준비반에 들어가게 된 츠바사. 츠바사에게 현재의 생활과 다른 입시반에 들어갈 것인지를 묻는 마도카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너무 많이 닮았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혀 열심히 공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모. 딱 그 모습이 바로 마도카이다. 물론 마도카도 처음에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마도카도 츠바사도 공부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가족들의 지나친 관심과 간섭,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선은 이 둘을 더욱 휘둘리게 만들었고, 마도카와 츠바사 그리고 마도카의 남편인 신지마져 입시와 공부에 완젼 저당잡히게 된다.



중학교 입시를 위해 8살때 부터 입시대비반에 들어가게 된 츠바사. 물론 좋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 시간은 흘러 6학년이 된 츠바사. 츠바사와 마도카, 신지의 모습은 처음의 모습과 너무나 달라 있다. 특히 중국에 있던 신지가 일본으로 들어오며 츠바사의 공부를 봐주기 시작하며 상황은 너무나 좋지 않다. 누가봐도 기형적인 관계. 츠바사의 공부를 봐주며 소리지르고 급기야 폭력까지 행사한 신지. 그리고 그런 모습이 기형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라도 츠바사의 점수가 1점이라도 오르길 바라는 마도카. 그리고 자신을 어찌할 수 없는 츠바사. 이 들의 모습은 입시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아이들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 과연 이 모든 것들이 아이를 위한 것일까?


이 책의 이야기는 중학교 입시라서 아이들에게 더 가혹적으로 느껴진다. 너무나 어린 아이가 중학교 입시에 휘둘리며 오로지 성적에만 집착하는 모습이 그래서 더 가학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의 지나친 간섭과 기대,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더더욱 성적에 매달리게 되는 모습은 오늘날 입시에 치중하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초등학생 3학년이 되면 대형 학원 수학을 시작해야 대한민국 입시 수학을 따라갈 수 있다고 여기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들의 모습과 이 책 속의 모습을 누가 다르다 하겠는가. 맘카페에서 학원 정보와 공부 정보를 주고 받는 모습마져도 어쩜 이리도 같은지.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주 불편했다. 제발 츠바사가 누군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기가 필요한 공부를 하게 되길 바라며 끝까지 읽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중학교 입시를 직접 경험하며서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초조함이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을 할퀴는 사나운 말로 바뀌는 순간을 수도 없이 경험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쓰는 내내 힘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여러 소설을 써왔지만 이렇게 쓰고 싶은 마음과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대립한 이야기는 처음이라는 작가의 말이 오롯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 그 결과에 상관없이 세상을 향해 작은 날개를 펼치는 츠바사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츠바사들도 함께 힘을 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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