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의 쓸모 -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 쓸모 시리즈 3
김응빈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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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쓸모>를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이번 책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수학의 쓸모>와 <미적분의 쓸모>에 이어진 <생물학의 쓸모>로 이쯤되면 시리즈라고도 할 수 있을 듯 싶다. 전작들은 단순히 수학적 개념을 쉽게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개념들이 현재를 어떻게 만들고,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즉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어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 역시 생명체 구성요소의 기능, 즉 생물학을 쉽게 자세히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기능들이 연결된 각각의 시스템을 연구하고 그 지식을 활용하는 생물학의 최신 연구들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지금의 우리 삶에서 생물학이 얼마나 쓸모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생물학에서는 생물(생명체)를 일컫는 말로 오가니즘을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유기체로도 번역하는 이 단어의 어원은 '기관의 집합체'라는 뜻이다. 호흡기, 소화기, 순환기 같은 기관은 조직이 모인 것이다. 그리고 조직은 또다시 세포로 나눌 수 있다. 이처럼 오가니즘은 순차적으로 배열한 구성요소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어 기능한다. 한마디로 생명시스템인 것이다. 따라서 '생물=오가니즘=생명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학창 시절의 생물학과 시스템 생물학은 조금 차이가 있긴하다. 세포액, 세포막, 세포질 등 각각의 구조를 배우고, 동물 세포와 식물 세포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DNA의 구조를 외우는 것이 학창 시절의 생물학이었다. 이러한 환원적 분석법이 생명현상을 상당히 설명해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물은 부분들의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다. 생명은 세포에서 개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구성요소가 연결되어 작용하는 시스템이다. 만약 이 구성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규칙을 벗어나 작용하면 곧바로 전체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게 도니다. 21세기 생물학은 수많은 유전자와 단백질, 화합물 사이의 상호작용 네크워크를 규명함으로써 생명현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방법론이 바로 시스템 생물학인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시스템생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최소의 생명 시스템인 세포부터 호흡기관, DNA, 단세포 생물 등등 각각의 시스템을 살펴보고 그 시스템과 관련된 최신 연구를 풀어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즉, 오늘의 생물학은 시스템의 언어를 도입하고서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했다 하겠다. 생명체의 구성요소와 기능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기존의 관점으로는 생물학의 흐름, 더 나아가 생물학이 주도하는 세상의 변화를 다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최전선에서 이 세상을 움직이는 새로운 생물학을 만나보면 참 좋을 듯 싶다.


이 책에서는 세포에서 시작하여 호흡, DNA, 미생물과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현재 대두되고 있는 다양한 생물학적인 과제와 문제, 최신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관한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미생물학의 역사부터 시작하여 더 쉽고 재미나게 이해할 수 있는게 바로 이 책이 가진 매력이라 하겠다. 단순히 한가지 기술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게 아니라 이 기술은 어떻게 발전해왔고, 어떤 작용 원리로 기반으로 생겼는지, 그리고 그 기술에 대한 쉬운 설명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가게 될지 알아보다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크리프퍼 유전자 가위'도 너무나 쉽게 재밌게 이해가 된다.


우리는 지금 팬데믹의 시대를 거쳐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 시대에 있어 더이상은 생물학은 결코 단순한 소수만의 학문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코로나 백신은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과 감염병의 관계에서 규명된 것과 같이 국내 약 400만 명의 생명줄인 당뇨병 치료제 역시 대장균의 연구 덕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을 통해 박혀진 안간의 설계도는 암, 알츠하이머, 에이즈 등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각종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면서 의학과 약학에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의 미래를 열어주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생물학에 대해 이 책을 통해 한번쯤은 제대로 알아보면 어떨까? 이 세상의 최전선에서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새로운 생물학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참 흥미롭고 앞으로의 미래를 더더욱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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