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안개초등학교 1 - 뻐끔뻐끔 연기 아이 쿵! 안개초등학교 1
보린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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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하고 기묘한 이야기들로 단숨에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쉿! 안개초등학교>의 3년 만에 새로 나온 후속작이다. 표지 그림에서도 안개초등학교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겨 이번 시리즈에서는 과연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게 만든다.


<쉿! 안개초등학교> 시리즈에서 콩까지 하나 든 콩 네 알처럼 환상의 콤비를 결성했던 '묘지우유조마조마또' 4인방은 이번 시리즈에서 시공간을 넘나들며, 무너진 세상에서 공포스러운 악인을 물리쳐 나갈 예정이다. 여름에 읽으면 더 재미있는 오싹하지만 왠지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4인방이 펼치는 시간여행 속 모험이야기는 누구라도 좋아할 듯 싶다.


이 책의 이야기는 체육 시간에 의자 자리 뺏기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의자는 열개가 다섯 개가 되고, 세 개가 되고, 한 개가 되었다. 마지막에 남게 된 조마구와 도래오. 승자는 도래오로 결정나고 화가 난 조마구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결국 조마루는 눈물까지 흘리고 쉬는 시간 종이 치지도 않았는데 강당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묘지은은 조마구를 찾아갔다. 조마구는 역시나 학교 뒷마당 그늘진 텃밭에 있었다. 그런데 언제 울었느냐는 등 신나는 표정의 조마구. 조마구는 왠 나무 의자에 앉아 발을 달랑달랑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의자라며 묘지은에게 자랑을 하는데, 의자는 척 보기에도 아주아주 오래 돼 보였다. 게다가 불에 탔는지 등받이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그런데도 조마구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다며 좋아라 하는데, 과연 그 의자의 정체는 무엇이며, 조마구는 과연 어디서 이 의자를 구해온 것일까?


그리고 조마구는 불탄 의자를 자기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선생님이 치우라고 해도 조마구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다. 결국 선생님도 포기를 하고 조마구는 그렇게 탄 의자를 애지중지하며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 조마구가 탄의자를 가져온 뒤로 교실에서는 매캐한 탄 냄새가 난다. 게다가 교실 바닥에는 연기까지 깔리게 되는데.. 이상한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묘지은의 등뒤에 사람 모양으로 뭉쳐진 연기, 연기아이가 달라붙은 것이다.


연기 아이는 아무리 해도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묘지은 등뒤에 딱 딸라붙은 연기 아이. 연기 아이는 묘지은 등에 붙어 묘지은 귀에 '돌아갈래....'라고 속삭였다. 과연 연기 아이는 정체는 무엇이며, 어디로 돌아간다는 것일까?


그리고 아이들은 과학 선생님을 찾아간다. 4인방은 선생님이 쥐여 준 나침반과 함께 학교 뒷마당에 있는'썩은 창고'로 향하고, 눈 깜작할 사이 1950년대의 안개초등학교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휑한 빈터에 건물 하나만 서 있고, 아파트 대신 초가집이 늘어선 그곳에서 아이들은 금동이와 개울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과연 이 아이들에게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일까? 무슨 연유에서 4인방 아이들은 시간여행을 통해 1950년대로 넘어가게 된 것일까? 그리고 드디어 조금씩 밝혀지는 조마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전 시리즈 <쉿! 안개초등학교> 시리즈가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을 담아내었다면 이번 시리즈 <쿵! 안개초등학교> 시리즈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과거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야기의 재미를 더 증가시킨다. 그리고 전쟁 때문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포도맛 사탕과 요거트를 나누어주고 다시 아이들이 갓난 아기를 위해 요거트를 챙기는 모습이 아이들만이 가진 선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리고 전쟁 중에도 배우고자 하는 개울이를 위해 다정하게 도와주는 모습 역시나 오싹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미소짓게 만든다.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지고, 학교의 지붕이 무너져도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조금씩 밝혀지는 조마구의 정체는 다음 2권을 더욱 기다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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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
달밑 지음 / 부크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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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제목을 한자씩 또박또박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전작 <모두를 이해하지 ㅇ낳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달밑 작가가 이 책에서는 주변에 선명히 존재하는 행복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썼다. 이 책에서는 저자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과 행복을 방해하는 것 제거하는 방법, 그리고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방법을 전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행복은 내가 나를 알아야만 비로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다독이며 써 내려간 기록들이라고 한다. 자신을 향한 글이라 사뭇 담담한 문체의 글 뒤에 있는 마음들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나도 저자처럼 '꽃마다 피는 계절이 각각 다르듯 사람도 저마다 찬란한 계절이 있다'는 말을 굉장히 좋아하고 믿는 편이다. 누구나 닥치게 되는 시련과 역경 앞에서 이 문장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주기에 힘겨울 때면 더 많이 속으로 되새겨 보곤 한다. 하지만 나의 제철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조급해지고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의 강인함을 한번 믿어보아야 겠다.


내가 지금 걸어야 하는지 아니면 뛰어야 하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가장 잘 아는 나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나만의 속도를 조절하는 일,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의 페이스로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상태와 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부류 중의 하나는 바로 무례함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어찌나 목소리도 크고 행동도 강한지. 그런데 이 책 속 '타인의 무례함을 일종의 병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라는 글귀를 읽고 나니 정말 마음이 편해졌다. 무례한 이들과 마주쳤을 때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인지 고민하곤 했는데 이제 답을 얻은 듯하다. 이제 경우 없는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며 무례함을 일삼는 이들을 보면 점점 더 혼자가 될 그 사람의 미래가 함께 떠올라 화가 나기보다 딱한 마음이 먼저 들 듯하다. 그렇게 그 사람보다 더 나은 인격체를 지닌 사람으로서 여유를 부려봐야지.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은 커다란 성공뒤에 성취되는 것들이 아니다. 편안하고 익숙하며 일상의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내 앞에 놓인 아주 소소하고도 작은 행복들, 늘 그 자리에 위치해 있었는데 미쳐 깨닫지 못했던 그러한 행복들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행복들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더 나은 미래의 행복으로 가까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을 가져다 준다. 길지 않고 짧은 글 들 사이에는 그러한 깨달음과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이 주는 위안이 가득하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다보니 나 그리고 당신, 우리 역시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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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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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 속 소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앨리스 E. 해로우의 데뷔작으로 이 책으로 휴고상, 네불러상, 로커스상, 월드판타지상에 최종 후보가 되었고, 아마존 편집자가 뽑은 최고의 판타지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리로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로스앤젤러스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재대기로 했다고 한다. 이토록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처음에는 압도 당할 수도 있으나. 주인공 재뉴어리의 모험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여 뒤에 가서는 오히려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쉬웠다.


주인공 재뉴어리는 W.C 로크 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골동품 협회 회장인 윌리엄 코닐리어스 로크의 저택에서 살고 있다. 로크씨의 말에 의하면 재뉴어리의 엄마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돌아가셨고, 그에게 고용된 재뉴어리의 아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보물을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재뉴어리는 아빠와 함께 하고 싶지만 자라나는 소녀에게 세계 각지를 돌아디니는 일은 위험하기에 아빠와 로크의 씨의 바람대로 재뉴어리는 로크씨의 집에서 로크씨와 함께 살고 있다. 늘 로크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재뉴어리는 로크씨의 보살핌과 보모 윌다 덕분에 부족하지 않은 생활을 누리고 있긴 하나 저택에 갇혀 있다 시피하는 생활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런 재뉴어리에게 친구는 마차로 식료품 배달 할 때 펄프 매거진인 <아거시 주간지>를 가져다 주는 지피아 식료품점 아들이 새뮤얼 뿐이다. 그리고 새뮤얼이 구해 가져다 준 강아지 배드 역시 재뉴어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마치 로크씨의 수집하고 보관해놓는 골동품처럼 저택에 갇힌 듯한 생활만 하던 재뉴어리는 로크씨의 말을 잘 듣겠다는 약속을 하고 로크씨와 더러 여행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푸른 문'을 발견하게 된다.


재뉴어리는 웃자란 풀이 무성하고 인적없는 들판에 서 있었다. 문은 머리 위 하늘은 마치 세상을 다 삼켜버릴 듯 깊고 영롱한 푸른색이었다. 그런 하늘 아래로 녹 같은 적갈색 풀들이 물결쳤고, 드문드문 솟아 있는 삼나무 몇 그루가 소용돌이치며 하늘로 뻗어 올라가고 있었다. '푸른 문'을 통과한 순간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게 되는데, 과연 이 '푸른 문'의 정체는 무엇일까? 제목 자체가 재뉴어리의 문이라고 하였기에 이 작품 속에서 '문'의 역할은 크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데, 우연히 발견하게 된 문의 존재와 재뉴어리가 어떻게 알아차리게 되고 이 문을 활용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인지가 바로 이 이야기의 흐름의 포인트가 된다.


그리고 로크씨를 통해 알게 된 아빠의 죽음, 아니 실종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걸까? 졸지에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재뉴어리에게 아빠에게 고용되었다며 제인이라는 여자가 찾아오는데, 과연 제인의 정체는 또 무엇일까?


그리고 어느 날 재뉴어리는 이집트 유물이 전시된 로크 하우스의 2층 파라오 룸에서 가죽으로 장정된 책 <일만 개의 문>을 발견한다. 그리고 책의 제목을 엄지로 훑었다. 책은 마치 풀과 밀랍 먹인 실로 만든 경첩이 달리고 가죽으로 정장된 작은 문처럼 열린다. 그리고 제인은 그 문으로 뛰어었고, 그렇게 재뉴어리의 모험은 시작된다. 그렇게 시작되는 재뉴어리의 환상의 여행도 시작된다. 과연 재뉴어리는 어떤 모험을 하게 되며 모험의 끝에서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 재뉴어리의 환상의 모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문'을 빼고는 이야기 자체를 할 수 없는 소설이다. 그렇기에 표지 밑 부분에 '글을 쓰자 문이 열렸다. 나는 그 문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이 소설의 일부였다'라는 문장을 써 놓음으로써 문의 중요성과 문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재뉴어리가 통과하는 문들을 통해 재뉴어리는 여러 세계를 넘나들게 되고, 그 여정의 끝에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문은 단지 재뉴어리만이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문은 다른 세상으로 가는 통로이자 미스테리한 경계로 문은 도전과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오면 그게 아무리 작고, 찰나라 하더라도 변화하게 된다. 이 책의 주요 인물이자 재뉴어리의 엄마 애들에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문을 발견한 이후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과 가족들을 떠나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위한 여행을 시작하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고 결국 그렇게 애들레이드는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재뉴어리의 아빠인 줄리언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문을 통해 전세계를 여행하고 그 문을 통해 자신이 놓쳐버린 애들에이드를 찾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의 딸 재뉴어리 역시 마찬가지로 문을 통한 여행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문을 통해 펼쳐지는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이들이 왜 문을 통과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시키는 동시에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러는 동안 애들에이드와 줄리언, 그리고 재뮤어리, 이 세 가족을 응원하게 된다. 마법과 환상의 세계 이야기는 이야기을 재미를 더하는 동시에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참 재밌고 흡입력 높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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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초록 창비아동문고 334
조은비 지음, 김지인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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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풋풋함이 좋아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미묘한 연애 감정, 다양한 사랑의 방식과 가족의 형태에 대한 고민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아낸 동화집이다. 난생 처음 겪게 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는 아이들의 설레임과 두려움, 고민들을 아주 생생하고도 섬세하게 담아내어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살 듯 싶다. 그리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초록'의 풋풋함이 참 좋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총 여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는데 각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른 봄 부터 한여름의 날들처럼 산뜻하면서도 치열하게 그리고 어린이다운 순수함과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제각각 너무나 다른 성격의 아이들은 연애 고민, 관계의 어려움, 사춘기와 함께 온 몸과 마음의 변화, 기후 위기와 재혼 가족에서 가족에 대한 고찰 등등 너무나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이 책 속 아이들과 현실의 아이들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진다.

여섯 편 중 인상 깊은 작품인 <우리반 캐릭터 카드>에서 주인공 오연우는 반에서 투명 인간 취급을 받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비한 친구다. 이에 반해 김채연은 어딜 가든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친구로 현관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는 그 짧은 시간에도 혼자일 틈이 없는 친구다. 연우는 늘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는 자신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언젠가부터 채연이 자기를 알아보는 게 좋았다. 채연이 덕분에 '투명 망토'라는 난생처음 별명이 생긴것도 그래서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우의 반에 전학생이 왔다. 그 아이의 이름은 우지민으로 지민은 연우 옆에 앉게 된다. 연우가 보니 지민은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였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일까 연우는 지민에서 먼저 인사를 하지는 못했고, 그냥 늘 그랬든 지민을 관찰하기만 했다.


지민 역시 연우처럼 존재감이 미비한 친구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연우에게 쓰던 투명 망토라는 단어를 지민에게도 썼고, 그 말을 듣고 모든 아이들은 웃었지만 연우는 웃을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했던 투명 망토라는 말을 지민에게 쓰는 게 연우는 결코 편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급 회의 시간 아무도 들고 싶지 않아하는 환경 미화부에 지민과 연우, 그리고 채연이 들게 된다. 채연의 제의로 반 아이들 캐릭터 카드를 만들기로 하는데, 아이들에게 공지하기로 한 채연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지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게시판을 완성하라고 하고 직접 공지를 올리자니 존재감 없는 자신의 메세지를 아이들이 다 무시할 것만 같다. 그렇게 연우가 고민하던 순간 지민은 캐릭터 카드를 자신이 그리겠다고 하고, 그렇게 지민은 아이들의 캐릭터를 그리고 그 밑에 한 줄 소개 문장은 연우가 쓰기로 한다.

그렇게 반 아이들 캐릭터 카드를 함께 만들게 된 연우와 지민. 연우는 지민과 함께 하면서 지민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더 단단한 친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함께 하면서 서로 서로의 장점을 다정하게 발견하게 되는 데.. 연우가 지민을, 지민을 연우를 소개하는 한 줄의 문장은 깊은 감동을 전한다.


이 책에는 이렇듯 아이들이 커다란 감정의 파도 한 가운데서 자신의 마음을 차근차근, 솔직하게 들여다 보는 과정의 이야기를 정말 섬세하고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사랑해>에서는 처음 느끼는 이성 친구에 대한 사랑을, <푸른 계절>에서는 동성 친구에 향한 사랑을 담아 사랑의 폭을 넓였다. 그리고 <몽글몽글, 가슴이>에서는 생에 처음 겪게 되는 사춘기 시절 신체 변화에 대한 솔직한 마음과 고민을, <우리반 캐릭터 카드>에서는친구의 장점을 발견하는 다정한 시선이 자기에서 되돌아오는 경험을 통해 한뼘 성장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에서는 기후 위기 속 지구에서 우리가 과연 어떻게 해야만 하는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잎새뜨기>에서는 재혼 가정에서 혈연관계는 아니라 할지라도 한 집에서 함께 살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게 진짜 가족이라는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듯 이 책 속 아이들은 생애 처음 겪게 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 감정, 고민들 앞에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데 이야기 하나 하나가 풋풋하면서도 따뜻함을 담고 있어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막 한 걸음을 떼어 놓는 아이들의 초록 초록한 마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지금보다 더 성장하며 더 단단하고 더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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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네일샵
김수정 지음 / 행복한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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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 속 '당신의 월요일을 삽니다'라는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광장동 어느 골목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네일샵의 단 하나뿐인 직원인 앨리스의 매주 화요일의 비밀 영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앨리스는 화요일의 손님들에게 어제 즉, 월요일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면 무료로 손님이 원하는 네일을 해주거나 아주 특별한 내일을 선물하는 데 과연 어떠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광장동 어느 골목길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의 1층에 위치하여 사계절 내내 영업 중인 <내일은 네일>. 사장과 직원 한 명. 단 둘이 운영하는 이 아담한 가게에는 사장님이 쉬는 매주 화요일, 하나뿐인 직원 앨리스의 비밀 영업이 시작된다. 앨리스는 화요일의 손님들의 어제, 즉 월요일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면 무료로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의 네일을 해주거나 아주 특별한 내일을 선물한다. 화요일의 손님들은 여느 사람들처럼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 지루가 피곤해서 하루만 지나도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너무 평범했다고 지난 주말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도 하나 앨리스는 한사코 손님들의 월요일의 이야기만을 고집한다. 과연 앨리스는 하필이면 월요일, 손님들의 평범하디 평범한 어제의 이야기만을 듣고자 하는 걸까?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프롤로그에 펼쳐지는 앨리스의 비밀영업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책의 제일 처음에 실린 이야기는 월요일 오후 <내일의 네일> 앞에 놓인 화분을 보고 걸음을 멈춘 남학생 희찬의 이야기다. 혹시 네일아트를 하지 않겠냐며 말을 걸어오는 앨리스에게 희찬은 돈이 없다고 답한다. 그러자 앨리스는 희찬의 월료일 어제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특별한 네일을 선물하겠다며 제안을 한다. 앨리스의 이야기에 네일샵으로 들어가게 된 희찬. 그리고 앨리스는 희찬의 손을 관리하기 시작하고, 희찬의 어제, 월요일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월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하는 희찬은 7시 45분이 넘어서야 일어난다. 전날 밤 이불 속에서 몰래 모바일 게임을 하다 늦잠을 잔 것이다. 희찬은 엄마에게 애교를 부리며 학교까지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고, 그런 희찬의 애교에 넘어간 희찬의 엄마는 희찬을 태워주기로 한다. 그렇게 엄마 차를 타고서 학교로 가게 된 희찬.


학교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중랑천의 윤슬을 보고서 예쁘다고 하는 엄마의 말에 '윤슬'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고 문득 자신이 따스한 풍경 속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무사히 학교에 가게 되었지만 지각을 한 희찬. 이게 바로 희찬의 월요일 이야기다. 그리고 희찬의 이야기가 끝나자 손관리도 끝이 나는데 앨리스는 희찬의 월요일 이야기에 대한 보답으로 희찬에게 아마 내일 학교에 가면 특별한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간 희찬은 네일샵 직원 앨리스의 말이 맴돌아 하루종일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희찬이가 몰래 좋아하는 서나가 희찬에게 손이 예쁘다며 말을 걸어오면서 희찬의 손을 잡는 게 아닌가. 이게 바로 앨리스가 말한 '특별한 내일'인 것일까? 평소 좋아하던 서나와 제법 긴 대화를 나누게 된 희찬은 네일샵으로 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며 누나 덕분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앨리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앨리스는 희찬에게 자신은 어제 '특별한 네일'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과연 희찬에게 일어난 일은 그냥 스쳐지나는 일이었을까?


이 책 속에서 담긴 앨리스의 네일샵을 찾은 손님들의 월요일 이야기들은 정말 특별할 것 없는 반복되는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그 안에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이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그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지 못한다. 지나간 평범한 어제의 행복을 앨리스에게 꺼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평범한 날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반짝임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이 책의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왜 앨리스는 평범하디 평범한 월요일의 이야기에 집착하는 것인지이다. 책을 읽다보면 들어나는 앨리스의 이야기. 앨리스가 왜 그토록 손님들의 평범한 어제의 이야기에 집착했는지 조금씩 깨닫게 되는데, 앨리스의 비밀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앨리스의 상처가 평범한 일상의 힘으로, 그 안에 담긴 소소한 행복들로 언젠가는 아물어지길 바라게 되면서 따스한 이 책의 이야기들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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