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서클 1
매기 십스테드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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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띠지 속 이 책에 대한 찬사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감을 더욱 부풀어 올려놓았다. 이 책은 세계일주 비행을 도전한 20세기 비행사와 그 역할을 하게 된 21세기 영화배우 두 여성의 삶의 궤적을 주축으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띠지 속 찬사 그대로 압도적 스케일에 읽는 재미를 더하면서 앞으로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세밀한 장면 묘사는 마치 대작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제각기 다르지만 매력 넘치는 두 명의 주인공을 따라가면 읽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에 폭 빠지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세계일주 비행에 도전한 비행사 메리언 그레이브스의 글로 시작된다. 책의 각주에서는 이 글이 <바다, 하늘, 그 사이의 새들: 메리언 그레이브스의 잃어버린 비행일지>에 실린 마지막 글 중 일부임을 밝히고 있다.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인 메리언 그레이브스가 실존하는 인물처럼 여겨지도록 만드는 이 글과 각주를 통해 자연스레 메리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책의 맨 처음에는 메리언의 비행 지도를 먼저 보여주고 난뒤 "나는 떠돌이가 될 운명을 타고 났다."라는 메리언의 고백과 메리언에게는 오직 비행기, 바람, 해안에 대한 생각 뿐임을 말하면서 그녀가 앞으로 지구를 큰 원을 그리며 지구 전체를 비행기로 한 바퀴를 돌았고, 그 원은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말은 그녀의 지난 생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바로 또 한 명의 주인공, 해들리 백스터의 이야기다. 해들리는 메리언의 생을 토대로 한 영화에 출연하게 되며 마지막 장면을 찍기 바로 전의 순간에 대하여 말하며 이 책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해들러는 자신이 어릴 적 읽었던 책을 통해 알게 된 메리언을 오랫동안 동경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어릴 적 부모님을 경비행기 추락사고로 잃고 삼촌 손에서 자랐다. 이는 메리언과 해들리의 공통점이기도 한데 해들리는 어릴 적 책에서 메리언이 삼촌 손에서 자랐다는 이야기를 읽고서부터 메리언에 매료되었고 <바다, 하늘, 그 사이의 새들: 메리언의 잃어버린 비행일지>를 탐독하기도 했다. 그 기억 때문이었을까. 해들리는 <대천사>라는 로맨스 판타지 영화 시리즈에 캐스팅 되어 스타가 되지만 인기의 정점에 휩쓸린 스캔들로 인해 배우로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을 때, 이웃에 살던 배우 겸 영화제작자 휴고가 비행사 메리언 그레이브스의 생애를 토대로 한 영화에서 메리언 역할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해들리는 이 영화로 자신이 다시 재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의 이야기는 20세기에 세계일주에 도전하는 메리언과 21세기에 영화배우로 메리언을 연기하는 해들러의 이야기를 교차로 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두 주인공 사이에는 부모님이 아닌 삼촌 손에서 자랐다는 공통점 외에 어찌보면 절망과 한계로 가득찬 삶의 순간에도 자유를 열망한다는 또 다른 공통점을 가졌다. 그리고 해들러가 메리언의 삶을 연기하기 때문에 메리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1권에는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메리언은 제이미와 쌍둥이로 태어났다. 하지만 어머니는 산후 우울증 때문에 메리언과 제이미를 유모에게 맡겨둔 채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아버지 로이드는 온 가족이 함께 로이드가 선장을 맡고 있는 조세피나이터나호에 오른다. 하지만 배가 불타고 침몰하게 되는 사고를 당하게 되는 이 사고로 인해 어머니는 실종되고 아버지는 선장으로 소임을 다하기 보다 쌍둥이 남매를 구하기 위해 구명보트에 오른 것으로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로 인해 메리언과 제이미는 화가인 삼촌 윌리스에게 맡겨져 자라게 된 것이다.

온화하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제이미와는 달리 메리언은 자유롭게 떠돌며 모험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였다. 메리언은 열 두살이 된 이후로 말을 타고 산을 오르내리곤 했는데 어느날 우연히 복엽기가 굉음을 내며 그녀가 손을 뻗으면 바퀴에 닿을 수 있을 만큼 아주 낮게 날아가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비행기를 직접 타게 된 후 메리언은 꼭 비행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후 메리언은 비행사가 되기 위한 교습비를 벌기 위해 배달 일을 하게 되고 그러다 밀주업자이자 대농장을 소유한 바클리와 마주하게 된다. 메리언도 바클리도 서로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는데 바클리는 메리언에게 비행 교습을 주선하면서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그녀를 소유하려 한다. 그녀는 바클리의 제안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행을 하고 싶은 열망에 바클리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바클리의 구속과 속박은 갈수록 심해져 간다.


메리언에게 비행은 아주 운명과도 같은 것이며 처음 공중회전을 했을 때 메리언이 느낀 감정을 제이미에게 이야기한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비행은 메리언을 우주의 중심으로 만들어주는, 그야말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다. 하지만 바클리는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메리언에 대한 집착과 구속을 더욱 심하게 옥죄려고만 한다. 과연 메리언은 비행사가 되고 싶은 꿈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책은 시대가 다른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며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으로 전 세계를 잡다 보니 굉장히 스케일이 크다. 그리고 나오는 인물 역시 두 주인공 뿐만 아니라 부모에서 시작하다보니 인물 역시 무척이나 다양하며 그들이 가진 이야기도 풍성하다. 각각의 인물이 가진 서사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양하면서도 탄탄한 이야기는 읽는 재미를 선사하며 두 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의 의미를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시대적 상황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억압에, 그 시대에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 아내 메리언을 소유하고자 하는 남편 바클리의 구속을 벗어나 과연 어떻게 메리언이 비행사로서 세계일주를 하게 될 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2010년 할리우드라는 끊임없는 경쟁과 수많은 대중들의 시선으로 인해 자유를 구속되고 스캔들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해들리가 과연 메리언의 일생을 연기하며 또다시 재기에 성공하고 자신의 일생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 역시 궁금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읽는 내내 두 주인공이 부디 온전한 자유를 찾고 꿈을 이룰 수 있길 응원하게 된다. 과연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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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4 - 세상 끝으로 창비아동문고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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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네번째 이야기다. 그동안 강원도, 부산에서 서울 그리고 제주도 한 바퀴에 이르기까지 수천 킬로미터의 길을 자전거로 달리며 자신만을 길과 이야기를 다져온 호진이가 이번에는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4권에서 중학생이 된 호진은 공부도 하기 싫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걱정이 하다. 그런 호진이에게 어느 날 할머니가 엄마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같이 걷자는 제안을 한다. 걷기 여행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학교에 안 갈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 호진은 제안을 승낙하고 엄마, 할머니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나게 되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셋은 가족이 가지는 끈끈한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되며, 이 책은 전편들보다 더 큰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중학생이 된 호진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난 여름에 회사에 잘린 후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아빠를 불러 주는 회사는 없었고, 결국 호진의 아빠는 밤에 택배 회사에서 트럭에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는 제품 홍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아빠, 엄마는 호진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라시지만 호진에게 공부는 너무 어렵기만 하다. 자전거여행으로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주목 받고 주인공이었던 6학년때가 그립지만 지금 호진은 교실에서 하나의 배경일 뿐이다.


공부는 하기 싫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한 호진에게 외할머니는 엄마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자는 제안을 한다. 걷기 여행은 죽어도 싫지만 한달 반 동안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생각에 호진은 엄마,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걷기 여행은 만만치 않다. 자전거 여행은 오르막길은 힘들지만 내리막길은 공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걷기는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힘이 든다. 그렇기에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호진도 다리가 너무 아팠다. 이렇게 한 달 반 동안 걸어야 한다는 사실에 첫날 호진은 불안감을 느낀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치열하게 싸우고 또 화해하며 호진, 엄마, 할머니는 뜨거운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스페인 중앙 평원 '메세타'에 진입하기 전, 할머니가 폐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호진과 엄마. 지금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엄마와는 달리, 할머니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서 순례여행을 계속하려는 의지를 꺽지 않는다. 하지만 도저히 걸어서는 여행을 계속할 수 없는 현실에서 호진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한국의 자전거 동오회 '여자친구'의 멤버인 만석 형과 희정 누나가 나타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할머니를 위한 아주 특별한 자전거를 만든다. 뒷자리에 커다란 소파가 달린 세발 자전거 덕분에 할머니는 편안히 앉아 메세타를 통과하고 그렇게 순례길에 오르게 되는데, 과연 호진과 엄마, 할머니느 무사히 순례길을 완주할 수 있을까?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전편처럼 이 책 역시 호진의 성장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학생이 되었지만 공부는 하기 싫고 불안한 미래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던 호진은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하는 순례여행을 통해 자신이 어떠한 것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그리고 호진, 엄마, 할머니가 제 각각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면서 감동적이다. 뿐만 아니라 세 사람이 순례길 위에서 서로 싸우고 화해하고 각자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키며 깨닫게 되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어린이 독자 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게서 공감을 자아낼 듯 싶다. 그리고 이 책이 독자들에게 남기는 메세지, '과정이 아름다우면 결과가 어떻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랫동안 가슴 속에 남아 희망의 에너지를 전달해 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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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점 반 - 20주년 기념 개정판 우리시 그림책 3
이영경 그림, 윤석중 글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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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 너무나 좋아해서 어림잡아 몇 백번은 읽었던 넉점반. 이 책을 다시 만나게 되니 어찌나 반갑던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소리내어 읽었던 그 시절이 소환되는 듯 했다.


이 책은 <넉점반>의 20주년 개정판으로 아이들의 순수한 놀이세계와 마음를 너무나 잘 표현하고 담아낸 그림책이다. 그렇기에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늘 아이들 곁에 머물며 책을 보는 즐거움과 재미를 알려주었다. 윤석중 시인의 시를 바탕으로, 그림책 작가 이영경님의 귀엽고도 한국적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그림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기에 우리 그림책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엄마 심부름을 하게 된 아이가 동네 점방(가게)에 시간을 묻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직 시계가 집집마다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점방에 시간을 물으러 가는 심부름을 하게 된 것이다. 아이는 아저씨로부터 "넉 점 반이다"라는 대답을 듣고는 잊어버리지 않고 엄마에게 전달하기 위해 "넉 점 반, 넉 점 반"을 계속 말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아저씨의 대답을 빨리 집으로 가 엄마에게 전해야 하지만 집으로 오는 길 아이의 눈에 잡힌 가게 앞 닭 한마리. 아이는 집으로 오다가 물 먹는 닭을 한참 구경하고, 또다시 "넉 점 반, 넉 점 반"을 중얼거리다 이번에는 줄지어가는 개미를 한참 앉아 구경한다. 그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잠자리도 아이의 눈에 놓쳐지지 않는다. 아이는 아저씨에게 물어 알게 된 지금 시간을 엄마에게 빨리 알려줘야 하지만 한참 아이만의 놀이에 빠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런 아이의 순수한 모습들을 보다보면 책을 보는 아이들 역시 자신의 모습과 너무 닮은 책 속 아이 모습에 공감하게 된다. 아이의 눈에 너무나 신기하고 놀 것들이 많은 세상. 그렇게 아이는 한참의 시간을 보낸다.


결국 아이는 해가 꼴딱 져 어스름해졌을 때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시간은 훌쩍 지났지만 엄마의 심부름은 잊지 않았던 아이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라고 말한다. 이 책의 가장 포인트가 되는 건 깜깜해진 밖의 풍경과는 아랑곳업이 지금 시간이 네시 반이라고 말하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장면을 우리집 아이들은 얼마나 재미있어 하였는지, 이 장면만 읽고 또 읽고 따라하곤 했었다. :)


우리 시와 그림이 만나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너무나 잘 표현해 낸 넉점반. 20주년 개정판인 이 책은 기존의 책보다는 판형이 조금 더 커져서 책을 즐기기에 더욱 좋게 변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답고 귀여운 아이의 모습과 이야기는 변하지않고 고스란히 담아내어 더 많은 아이들에게 책의 즐거움과 재미를 전하고 또 전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앞으로 30주년, 40주년 개정판이 계속해서 나올꺼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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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에 곰이라니 2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2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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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화'라는 흥미롭고도 인상적인 설정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열다섯에 곰이라니>의 후속편이다.


전편만한 후편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말을 부정이라도 하듯이 더 탄탄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지금 우리 아이들은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띠지 속 문장 '난 동물로 변한 지금이 좋아! 비로소 숨 쉬는 것 같거든.'에서 알 수 있듯이 사춘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짐이 얼마나 무거운 지를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는 사춘기.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다. 그렇기에 사춘기 아이들의 순식간에 변하는 감정과 마음들은 어떻게 표현하기도 힘들고, 알아채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힘듦을 이 책은 '동물화'라는 설정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1권에서의 동물화가 곰과 사자, 하이에나 등과 같은 땅 위 동물이었다면 2권의 동물화는 이보다 더 다양해졌다. 돌고래와 벌꿀오소리에 잣까마귀 등등. 산과 바다, 하늘을 넘나드는 다양한 동물화와 함께 되는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1권보다 더 깊이 있는 울림과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로 변한 청해의 이야기다.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로 동물화가 된 청해는 가족과 함께 아쿠아리움이나 수족관 혹은 돌고래 사육시설로 가기보다 넓은 바다로 혼자 나아가기로 한다. 돌고래로 변하고 나니 세상은 달라보였다. 어제까지 흐리게만 보이던 바다가 투명하고 맑게 보였으며 바다의 물길은 경부고속도를 능가하는 수십 개의 길로 이루어져있음을 알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돌고래의 몸으로 바닷속을 헤엄치다 보니 썰물과 밀물이 큰 길이 되고, 해류는 한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큰 길이 되고, 이 물살의 힘은 너무나 강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돌을 쌓아 만든 제주의 천연 어장 원담에서 돌돔과 감성돔으로 변한 남매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동물화가 되면 시간이 갈수록 동물 본성이 강해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청해는 돌돔과 감성돔의 남매를 자신이 잡아 먹을까봐 깊은 바다로 향한다. 그 때 청해의 곁을 머물며 돌고래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돌고래가 나타나는데, 바로 돌고래 씨돌이었다. 씨돌이 덕에 바다에 머물는 것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청해. 과연 청해는 이후 어떻게 될까? 바다에 잘 적응한 돌고래가 되었을까? 아니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시간을 대비하여 돌고래들과는 거리를 두고 지낼까?


그리고 이어지는 벌꿀오소리로 변했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영웅이 이야기. 영웅은 몸이 사람으로 변해 끝난 줄만 알았던 동물화는 끝이 난 것이 아니었고 영웅의 마음은 아직 사춘기의 한복판에 있었다. 결국 영웅이는 저녁 밥상에서 가족들에게 그동안 꾹꾹 눌려왔던 자신의 속마음을 쏟아 붓고, 엄마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말까지 퍼부고서 다시 벌꿀오소리로 변하고야 만다. 동물화는 한번인 줄 알았는데 사춘기가 한번에 끝나지 않듯이 동물화 역시 여러 번으로 진행되었다는 게 2권이 1권보다 현실을 더 반영한 부분이기도 하다. 벌꿀오소리로 변한 영웅은 결국 집을 나가고야 말고 며칠 후 엄마 역시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영웅의 엄마는 아들을 찾아 나섰다 엄마의 몸 역시 동물로 변했던 것이었다. 가슴 시린 아들의 울부짐을 짓고서 자신 역시 동물로 변한 엄마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영웅의 엄마가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해서 감동적이기도 하다. 함께 동물로 변한 영웅과 영웅의 엄마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사춘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해 성장하는 것처럼 아이들 곁을 지키는 부모 역시 성장하게 되는 것을 잘 반영시켜 더욱 공감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사춘기가 되면 대화는 불가능이니 남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밥만 잘 챙겨주라는 조언들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대화라곤 통하지 않는 마치 짐승과도 같은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 책은 너무 잘 녹아들여 현실감 있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동물화된 아이들의 감정들이 너무나 복잡미묘하며 아이들 역시 얼마나 힘든지를 잘 담아내어 많은 공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특히 띠지 속 동물화로 되었을 때 비로소 숨쉬는 것과 같다는 레서팬더로 변한 정훈과 부리만 잣까마귀로 변해 동물화가 되기 위해 애쓴 섬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아이들의 사춘기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 역시 깨닫게 만든다. 누군가가 전하는 어설픈 조언보다는 내 아이의 상태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부모로서 손을 내밀고 곁을 지키는 것이 바로 사춘기를 아주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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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나랑
린다 수 박 지음, 크리스 라쉬카 그림, 김겨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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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띠지의 '책과 독서에 관한 가장 사랑스러운 찬가!'라는 표현이 딱 맞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처럼 책과 아이들이 가진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고 있다. 제일 처음에 나오는 아이는 우산을 쓰고 장화를 신고 비옷을 입고 걸어가면서도 한 쪽 팔에 책을 끼고 있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어디에 가든지 늘 가지고 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아이는 자신의 책의 겉에는 어제 먹은 잼이 묻어 있다고 말한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책 안에는 어릴 때부터 쓰던 크레파스 자국도 남아있다고 한다. 이렇게 한 장 한 장 넘길 수록 책과 관련된 아이들의 다정하고도 즐거운 추억들에 관한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이토록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든다.


이 책 속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든 책을 읽는다. 소파 위에서도, 바닥에서도, 식탁에서도 책을 읽고 이 뿐만 아니라 화장실에서도 책을 읽는다. 그리고 현관에서도, 공원에서도, 벤치에서도, 나무 아래에서도,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요즘의 아이들은 손에는 책이 아닌 휴대폰이 들려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이 책 속 아이들은 마지막에 우리에게 좋아하는 책이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이 책의 아이들처럼 책을 사랑하냐고도 묻고 있다. 과연 우리는 책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가? 라는 질문에 나는 나의 인생 책은 무엇일까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어릴 적 나는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였다. 책은 늘 함께였고, 책은 나에게 때론 다정한 친구였고,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선생님이었으며, 동생과 함께 노는 놀이감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늘 내 곁을 머물던 책은 어른이 된 지금도 나의 곁을 머물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인생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은 참 쉽지 않았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나의 곁을 한 참 머물렀고, 결혼 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들이 나의 곁을 머물렀다. 그리고 몇 년 전까지 1호가 너무 좋아하는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와 <일생일문>이 한참 나의 책이었다가 지금은 클레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나의 책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딱 한 권을 고르기가 힘들 정도로 아주 많은 책들이 내 곁을 머물었고, 머물고 있으며 앞으로도 머물 것이다.


이 책 속 아이들은 제각각 너무 다르다. 인종도 생김새도 나이도 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모두 책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는 것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너무나 잘 아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책과 아이들이 쌓은 추억이야기. 책덕후라 칭해지는 나이기에 이런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진다. 게다가 아시아계 최초 뉴베리상 수상 작가 린다 수 박이 글을 쓰고, 칼데콧상을 세번이나 수상한 크리스 리쉬카가 그림을 그려 함께 만든 책이니 더더욱 좋다. 뿐만 아니라 애정으로 우리에게 책을 전하고 이야기하는 김겨울 작가의 번역으로 만나니 더더욱 좋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 책,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 강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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