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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에 곰이라니 2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2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8월
평점 :
'동물화'라는 흥미롭고도 인상적인 설정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열다섯에 곰이라니>의 후속편이다.
전편만한 후편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말을 부정이라도 하듯이 더 탄탄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지금 우리 아이들은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띠지 속 문장 '난 동물로 변한 지금이 좋아! 비로소 숨 쉬는 것 같거든.'에서 알 수 있듯이 사춘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짐이 얼마나 무거운 지를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는 사춘기.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다. 그렇기에 사춘기 아이들의 순식간에 변하는 감정과 마음들은 어떻게 표현하기도 힘들고, 알아채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힘듦을 이 책은 '동물화'라는 설정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1권에서의 동물화가 곰과 사자, 하이에나 등과 같은 땅 위 동물이었다면 2권의 동물화는 이보다 더 다양해졌다. 돌고래와 벌꿀오소리에 잣까마귀 등등. 산과 바다, 하늘을 넘나드는 다양한 동물화와 함께 되는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1권보다 더 깊이 있는 울림과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로 변한 청해의 이야기다.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로 동물화가 된 청해는 가족과 함께 아쿠아리움이나 수족관 혹은 돌고래 사육시설로 가기보다 넓은 바다로 혼자 나아가기로 한다. 돌고래로 변하고 나니 세상은 달라보였다. 어제까지 흐리게만 보이던 바다가 투명하고 맑게 보였으며 바다의 물길은 경부고속도를 능가하는 수십 개의 길로 이루어져있음을 알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돌고래의 몸으로 바닷속을 헤엄치다 보니 썰물과 밀물이 큰 길이 되고, 해류는 한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큰 길이 되고, 이 물살의 힘은 너무나 강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돌을 쌓아 만든 제주의 천연 어장 원담에서 돌돔과 감성돔으로 변한 남매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동물화가 되면 시간이 갈수록 동물 본성이 강해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청해는 돌돔과 감성돔의 남매를 자신이 잡아 먹을까봐 깊은 바다로 향한다. 그 때 청해의 곁을 머물며 돌고래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돌고래가 나타나는데, 바로 돌고래 씨돌이었다. 씨돌이 덕에 바다에 머물는 것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청해. 과연 청해는 이후 어떻게 될까? 바다에 잘 적응한 돌고래가 되었을까? 아니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시간을 대비하여 돌고래들과는 거리를 두고 지낼까?
그리고 이어지는 벌꿀오소리로 변했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영웅이 이야기. 영웅은 몸이 사람으로 변해 끝난 줄만 알았던 동물화는 끝이 난 것이 아니었고 영웅의 마음은 아직 사춘기의 한복판에 있었다. 결국 영웅이는 저녁 밥상에서 가족들에게 그동안 꾹꾹 눌려왔던 자신의 속마음을 쏟아 붓고, 엄마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말까지 퍼부고서 다시 벌꿀오소리로 변하고야 만다. 동물화는 한번인 줄 알았는데 사춘기가 한번에 끝나지 않듯이 동물화 역시 여러 번으로 진행되었다는 게 2권이 1권보다 현실을 더 반영한 부분이기도 하다. 벌꿀오소리로 변한 영웅은 결국 집을 나가고야 말고 며칠 후 엄마 역시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영웅의 엄마는 아들을 찾아 나섰다 엄마의 몸 역시 동물로 변했던 것이었다. 가슴 시린 아들의 울부짐을 짓고서 자신 역시 동물로 변한 엄마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영웅의 엄마가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해서 감동적이기도 하다. 함께 동물로 변한 영웅과 영웅의 엄마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사춘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해 성장하는 것처럼 아이들 곁을 지키는 부모 역시 성장하게 되는 것을 잘 반영시켜 더욱 공감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사춘기가 되면 대화는 불가능이니 남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밥만 잘 챙겨주라는 조언들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대화라곤 통하지 않는 마치 짐승과도 같은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 책은 너무 잘 녹아들여 현실감 있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동물화된 아이들의 감정들이 너무나 복잡미묘하며 아이들 역시 얼마나 힘든지를 잘 담아내어 많은 공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특히 띠지 속 동물화로 되었을 때 비로소 숨쉬는 것과 같다는 레서팬더로 변한 정훈과 부리만 잣까마귀로 변해 동물화가 되기 위해 애쓴 섬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아이들의 사춘기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 역시 깨닫게 만든다. 누군가가 전하는 어설픈 조언보다는 내 아이의 상태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부모로서 손을 내밀고 곁을 지키는 것이 바로 사춘기를 아주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