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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4 - 세상 끝으로 ㅣ 창비아동문고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4년 9월
평점 :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네번째 이야기다. 그동안 강원도, 부산에서 서울 그리고 제주도 한 바퀴에 이르기까지 수천 킬로미터의 길을 자전거로 달리며 자신만을 길과 이야기를 다져온 호진이가 이번에는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4권에서 중학생이 된 호진은 공부도 하기 싫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걱정이 하다. 그런 호진이에게 어느 날 할머니가 엄마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같이 걷자는 제안을 한다. 걷기 여행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학교에 안 갈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 호진은 제안을 승낙하고 엄마, 할머니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나게 되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셋은 가족이 가지는 끈끈한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되며, 이 책은 전편들보다 더 큰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중학생이 된 호진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난 여름에 회사에 잘린 후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아빠를 불러 주는 회사는 없었고, 결국 호진의 아빠는 밤에 택배 회사에서 트럭에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는 제품 홍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아빠, 엄마는 호진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라시지만 호진에게 공부는 너무 어렵기만 하다. 자전거여행으로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주목 받고 주인공이었던 6학년때가 그립지만 지금 호진은 교실에서 하나의 배경일 뿐이다.
공부는 하기 싫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한 호진에게 외할머니는 엄마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자는 제안을 한다. 걷기 여행은 죽어도 싫지만 한달 반 동안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생각에 호진은 엄마,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걷기 여행은 만만치 않다. 자전거 여행은 오르막길은 힘들지만 내리막길은 공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걷기는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힘이 든다. 그렇기에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호진도 다리가 너무 아팠다. 이렇게 한 달 반 동안 걸어야 한다는 사실에 첫날 호진은 불안감을 느낀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치열하게 싸우고 또 화해하며 호진, 엄마, 할머니는 뜨거운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스페인 중앙 평원 '메세타'에 진입하기 전, 할머니가 폐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호진과 엄마. 지금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엄마와는 달리, 할머니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서 순례여행을 계속하려는 의지를 꺽지 않는다. 하지만 도저히 걸어서는 여행을 계속할 수 없는 현실에서 호진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한국의 자전거 동오회 '여자친구'의 멤버인 만석 형과 희정 누나가 나타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할머니를 위한 아주 특별한 자전거를 만든다. 뒷자리에 커다란 소파가 달린 세발 자전거 덕분에 할머니는 편안히 앉아 메세타를 통과하고 그렇게 순례길에 오르게 되는데, 과연 호진과 엄마, 할머니느 무사히 순례길을 완주할 수 있을까?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전편처럼 이 책 역시 호진의 성장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학생이 되었지만 공부는 하기 싫고 불안한 미래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던 호진은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하는 순례여행을 통해 자신이 어떠한 것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그리고 호진, 엄마, 할머니가 제 각각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면서 감동적이다. 뿐만 아니라 세 사람이 순례길 위에서 서로 싸우고 화해하고 각자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키며 깨닫게 되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어린이 독자 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게서 공감을 자아낼 듯 싶다. 그리고 이 책이 독자들에게 남기는 메세지, '과정이 아름다우면 결과가 어떻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랫동안 가슴 속에 남아 희망의 에너지를 전달해 주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