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행복이 좋습니다
인썸 지음 / 부크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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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가만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좋아하고 바라는 마음만큼 순수한 마음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이 책은 수십만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인썸 작가가 담담하게 건네는 위로의 문장들을 담고 있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낄 수 있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 위로가 필요한 순간 이 책과 함께 한다면 참 좋을 듯 싶다.


나도 한 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그렇기에 늘 웃음 짓고 친절하게 다정하게 대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 모두에게 친절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친절하게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나를, 그리고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나에게도 나의 아이들에게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예전보다 나는 너무나 자유로와졌고,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모두에게 친절할 필요도, 모두와 친하게 지낼 필요도 없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된다.


바로 옆에 있지 않더라도, 어쩌면 지구 반대편에 있을지라도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힘이 나게 만든다. 나 역시 응원하는 마음을 마구 보내기에 가끔씩 연락해 안부를 물어도 거리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언젠가 아무 때고 안부를 물어도 자연스러운 관계. 그리고 늘 그 사람이 행복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은 그 사람도 나도 행복하게 만든다.


나를 소중히 대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큰 지름길이다. 나를 함부로 여기는 사람과의 1분은 저자의 말처럼 10분을 망치고 10분의 하루를, 아니 며칠의 시간을 망칠 수 있다. 그러니 나를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며 특별히 무언가를 주고 받지 않아도 이유 없이 아늑하고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니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 너무 가까워서 그 사람의 가치를 우리는 종종 잊기도 하니까.


저자는 이 책에서 사실이나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어도 마음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단 5분 정도의 시간을 주어도 삶이 행을 자연스럽게 알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모든 감정의 나에게로부터 시작되며 결국 나의 행복도 나에게 달려있다. 이처럼 행복은 간단하지만 어렵고, 어렵지만 간단한 것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아주 잠깐이라도 자신의 행복을 찾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마음의 쉼이 필요한 우리에게 쉼고 작은 행복을 선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차나 커피 한잔과 함께 이 책을 읽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된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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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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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보통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 혹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쓰여진 기록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은 강한자의 위세와 승자의 기체가 역사를 움직이는 와중에도 굴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이들은 강한 승자가 반드시 옳지는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한 목숨을 내던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강한 승자의 압도적인 힘에 굴복하지 않고자 전력적으로 그리고 지혜롭게 대처하였다. 혹은 일개 개인이 투철한 신념을 가지고 거대 조직, 국가, 시대의 불합리에 맞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강자를 상대로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언더독'들의 처절하고도 놀라운 이야기는 눈길을 사로 잡을 수 밖에 없고 드라마틱하여 더욱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거인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생족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련에 맞선 핀란드, 미국에 맞선 베트남, 수나라에 맞선 고구려 등이 이에 속한다. 2장은 역사를 바꾼 용기 있는 자들의 이야기로 아우슈비츠로 자진 입소한 비톨트 필레츠기, 3만의 중공군을 상대한 600명의 영국 글로스터 대대, 똥물을 뒤집어 쓴 동일 방직 여성 노동자들을 촬영한 이기복 사진사 님이 이에 속한다. 3장은 한목숨 바쳐 강자에 맞선 약자가 주인공으로 은혜를 갚으려 몽골과의 전투를 불사한 시씨 가문 사람들, 생을 걸고 민중을 격동시킨 혁명가 등이다. 4장은 지혜롭게 대처한 경우의 이야기로 재능도 재능지만 사람에 대한 태도 역시 남다른 칭기시칸, 국방력을 강화하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데티오피아의 메넬리크 2세 등이 이에 속한다. 5장은 신념을 지녀 밑어붙인 자들의 이야기다. 나치 고위 관계자들 앞에서 세러머니를 한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축구 스타, 간토 대학살 당시 조선인을 지키는 데 앞장섰던 일본인 경찰서장 등이다. 작은 힘으로 세상을 뒤집은 승리의 순간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다보면 가슴이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게 됨을 느끼게 된다.


스위스는 오늘날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나라잊만 유럽에서는 수백년 동안 가난한 나라로 손꼽히는 나라였다. 알프스 산맥의 첩첩산중에 자리잡아 농사나 장사를 하기도 힘들었던 스위치에서 '용병'은 일종의 특산품이었다. 불가사의한 전투력으로 휘황차란한 기사들을 압도하는 스위스 농민병을 주변국들은 눈여겨 보고 군대로 끌어쓰었다. 1527년 최절정기에 이른 합스부르크 가문의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 5세는 자신의 비위를 거스른 교황 클레멘스 7세를 응징하고자 군대를 일으켜 로마로 진격한다. 이때 교황을 호위하던 이들은 스위스 근위대였다. 스위스 근위대는 로마 방위전에서 수백명을 잃고 189명이 겨우 살아남아 클레멘스 7세는 용병들에게 너희들은 할만큼 했고 이만큼 해 준 것만도 고맙다며 살길을 찾으라고 한다. 이에 스위스 용병대는 "우리는 교황 성하를 지켜 드리겠다고 계약했고, 그 계약은 아직 유효하며 그 신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거절한다. 그리고 이 소수의 병사들은 구름처럼, 거인처럼 몰려드는 신성 로마 제국의 대군을 막어선다. 그 와중에 147명이 더 죽었지만 42명은 끝내 교황을 묘시고 탈출에 성공시킨다. 이렇게 신의를 지킨 스위스 용병대를 훗날 카를 5세는 보상금과 함께 로마 교황 근위대를 독일 용병으로 바꾸라고 강요하고 중간에 바뀌긴 했어도 로마 교황을 수호하는 이는 수백년간 스위스 용병이다. 이는 그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고용주를 배신하지 않고 신의를 끝까지 지켰기 때문이며 이러한 힘의 워천은 자존감이었다. 그 어떤 압제도 자신들을 굴복시킬 수 없으며, 돈을 받고 싸울지언정 한 치의 비겁이나 불신의 여지를 개입시키지 않겠다는 자존감 말이다.


아프리카의 에디오피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도록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96년 3월 1일 스스로를 골리앗 같은 거인이라 믿은 이탈리아 군은 다윗의 후예를 자처하는 에티오피아를 침격한다. 메델리크 2세의 에티오피아 군대는 서구 열강의 군대 만큼 근대적인 군대는 아니었지만 이탈리아의 군대를 맞서 싸우는데 이 때 메넬리크 2세는 자신의 무력 기반, 즉 향후 지방 세력을 위압하는 데 비장의 무기인 정예 근위대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져 이탈리아군을 물리쳐 낸다. 상호 수만 명의 병력을 동원한 회전에서 아프리카 흑인 군대가 서구 열강 군대를 격파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메넬리크 2세가 이탈리아를 격파한 시기에 조선의 왕 고종은 궁궐을 버리고 러시아 공사고나을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이 일어났었다. 시인 랭보를 바보로 만들었듯 서구 열강 앞에서 교활하게 이익을 챙길 줄 알았던 메넬리크 2세와 무기상들에게 밥 먹듯 사기를 당하고 국익보다는 왕실과 척신들의 이익을 먼저 챙겼던 대한제국의 지배자들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자국의 이익과 국민들의 안위를 위해 교활할만큼 영리하고 지혜로와야 함을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을 보면 강한 자들만이 남는 역사에서 약자, 언더독들이 자신만의 생존전략으로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교활할 정도로 지혜롭고 행동하여 강자를 물리쳤고, 그랬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역사 속에 남게 되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어차피 안 될 일이라 칭했던 것들을 해내었기에 이들은 역사 속에 자신의 이름과 행적을 남겼고, 그랬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을 사는우리에게까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들의 처절한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그 이야기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다면 더더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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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은 이사 중!
곽수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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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부터 유령을 연상하게 만들며 표지 그림은 과연 무슨 내용을 담았을 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은 함께 살 친구를 찾아 나선 겁쟁이 유령의 대모험을 담은 그림책이다. 완벽한 조건을 찾아 끝없이 이사를 반복하는 유령을 보며 우리는 가족과 집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인 겁쟁이 유령이 혼자 지내는 것은 너무 무서워서 함께 살 친구를 구해야 겠다고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함께 살 친구를 찾아 나선 겁쟁이 유령은 침대 밑에도 들어가보고 옷장에도 들어가보지만 유령을 자신을 싫어하는 듯한 아이들의 반응에 또 다른 곳을 향해 다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놀이공원의 유령의 집, 드라큘라의 성, 마녀의 집을 거쳐 해적선까지 곳곳을 누비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함께 살 친구를 구하지 못한 유령은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데.. 과연 이사를 거듭하며 함께 살 완벽한 친구를 구하고자 하는 유령은 자신에게 딱 맞는 친구를 찾았을까? 겁 많은 유령이 마침내 만나게 된 최고의 친구는 과연 누구일까? 친구를 찾아 끝없는 이사를 하고 있는 유령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자신에게 딱 맞는 친구를 찾기 위해 끝없는 이사를 반복하는 이 책 속 유령을 보다 보면 과연 집과 가족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집이란 위험을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보금자리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집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집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유령은 역시 여러 곳을 이사하다가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고양이들을 가족이라 느낀 것처럼 말이다. 내가 꿈꾸는 가족과 집도 밖에서 힘들고 지칠지라도 집에 오면, 가족과 함께라면 힘이 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그런 곳이 진정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편안한 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생활하며 행복을 쌓아가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그리고 이 책은 제목과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스러운 유령이 등장하는 그림책이다. 그렇기에 곧 다가올 할로윈 데이에 아이들과 함께 하면 더 좋을 듯 싶다. 비록 우리나라의 명절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축제처럼 느껴지는 할로윈에 함께 나누며 할로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참 좋을 듯 싶다. 그리고 아이들과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지,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떠한 집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눈다면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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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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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묘한 분위기의 표지 그림은 이 책의 내용을 무척이나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은 김성중 작가가 등단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편 소설로 무려 삼백년 이후 미래의 화성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삼백년 준 지구에서 미래의 화성에 쏘아 보낸 실험체는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던 각양각색의 존재들과 마주하게 된다. 말이 무척이 많은 수다쟁이 유령 개, 마음을 가진 만능 화성 탐사로봇, 눈꺼풀 제거형을 받고서 지구를 탈출한 소녀, 아득한 시가관과 아흔아홉 우주를 가로 질러 화성으로 날아온 정체불명의 존재까지.. 너무나 다른 정체성을 가진 비인간적 존재들이 서로의 곁을 지키며 연결되는 이야기들은 매혹적이면서 왠지 뭉클하다. 


이 책은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루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루의 딸 마야, 유령 개 라이카, 화성 탐사로봇 데이모스, 그리고 키나와 남자, 알리체를 거쳐 콜린스의 이야기로 끝이 난다. 먼저 이야기는 화성에 도착한 루가 의식을 찾게 되면서 시작된다. 루는 영하 270도의 액화 헬륨으로 냉동된 채 미래의 화성으로 발사된 열두 마리의 실험 동물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루는 왠 개가 짖는 소리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루를 향해 열심히 짖었던 개는 루보다 먼저 화성에 도착한 존재로 최초로 우주여행을 한 포유류이자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기념우표까지 만들어진 바로 그 라이키다. 지구를 벗어나는 순간 폭발로 목숨을 잃은 라이키는 그와 함께 죽은 네 마리의 유령 벼룩과 함께 우주를 떠돌다 이 곳 화성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삼백년이 지난 화성에 도착한 지 열흘이 지나고 나서야 루는 라이키를 안아볼 수 있게 되었고, 바로 그날 화성 탐사로봇인 데이모스를 처음 만난다. 그리고 루는 라이키를 통해 자신이 임신 상태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잊고 있던 기억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데이모스는 루의 피 한 방울로 루가 지금 임신 십이주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어느날 데이모스는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려주었다. 그 날 이후 루, 라이키, 데이모스는 곧 태어날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과연 루의 아이는 화성에서 무사히 잘 태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마야의 이야기. 마야의 이야기는 루가 마야를 놓다가 죽고 난 뒤 루의 배에서 나오라는 라이키와 엄마 포궁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옥신각신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최초로 우주로 간 개의 유령을 화성에 살고 있는 존재로 설정한 것도 너무나 신박하다 싶었는데, 엄마 포궁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다소 건방진 말투를 구사하는 마야의 모습도 꽤 신선한 장면이며 인상 깊었다. 삼백 년 동안 엄마의 배 속에서 우주를 가로지르는 동안 언어와 지식을 횝득한 마야는 사막이 전부인 화성에서, 그것도 엄마도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길 거부하며 라이키와 실랑이를 벌인다. 그러나 라이키와 데이모스의 노력으로 끝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자신이 볼품없는 여느 신생아처럼 울면서 태어나고야 만다고 표현하는 장면에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저자를 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꾼이라 칭하는지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설정과 각각의 인물들이 끌고 가는 이야기 속의 섬세하고도 생생한 장면 묘사에 있다고 본다. 마야는 아이로서의 천진난만함과 여러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클론 답게 속이 깊으면서 놀라운 어휘력과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마야를 죽은 루를 대신하여 마이키와 데이모스는 정말로 열심히 정성을 극진한 보살핌을 다해 마야를 키워낸다. 바로 이 마야가 '화성의 아이'이며 이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라이키가 배속의 마야에게 말한 것처럼 화성에는 물이 솟아나는 우물이 있었고 그것은 곧 우물로, 호수로 점차 크기가 커져간다. 그들은 루가 타고 온 우주선을 집으로 삼아 호숫가에서 삶을 이어나간다. 유령 개 라이키와 탐사로봇 데이모스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어느덧 마야는 십대 소녀로 자라게 된다. 더불어 마야가 어린 시절 발견한 미생물 표본을 바타응로 데이모스가 생명을 배양하여 호숫가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소금쟁이가 물 위를 걸으며 새들이 지저귀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그들 앞에 어느 날 눈꺼풀이 없는 어린 소녀가 쓰러진 채로 발견된다. 과연 이 소녀의 정체는 무엇이며 이 소녀로 인해 화성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등장인물 중 나의 마음을 가장 움직였던 것은 바로 최초로 우주여행을 한 포유류, 라이키다. 라이키의 이야기를 시작함에 있어 '내 삶은 인간을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 사이의 투쟁'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라이키는 한없이 다정한 캐릭터다. 그렇기에 루가 임신한 것을 알고 나선 누구보다 다정히 루를 보살폈고, 마야에게도 다정하기 짝이 없는 양육자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그런 라이키의 또다른 매력은 바로 늘 냉소적인 농담을 전지며 틈만 나면 니체와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라이키가 등장할 때면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게 된다.


이 책은 화성에서 태어난 아이 마야의 성장이야기라 할 수 있다. 우주 고아로 태어났지만 비인간적인 존재들의 다정한 보살핌과 그들과 함께 성장하며 삶과 사랑을 배워나가는 이야기들은 한없이 따뜻해서 참 좋다. 그리고 단지 한 사람으로 이야기를 서술하는 한 사람만의 서사만을 담은 게 아니라 여덟 개의 장으로 나눠 여덟 명의 등장인물들이 매번 다른 화자가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존재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게 만든다. 심지어 유령 개에 붙어 사는 유령벼룩까지 말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아니면 어떤가. 이 모든 존재들이 서로의 곁을 지키며 함께 한 발짝 나아가는 모습들은 한없이 따뜻하며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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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 달리기 클럽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임지형 지음, 이주미 그림 / 우리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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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형 작가의 신간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남과 는 조금 다른 가정환경과 작은 키, 소심한 성격으로 자존감이 너무나 낮았던 열 한살의 재민이가 우연히 시작한 달리기로 인해 한 걸음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재민이는 할머니와 함께 할머니가 하시는 식당 안에서 산다. 이 책의 이야기는 밤 아홉시가 되고 식당일을 끝낸 할머니가 재민이에게 냉장고에서 막걸리 한 병을 꺼내오라고 시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재민이는 태어날때부터 지금까지 쭉 친할머니와 살고 있다. 그리고 유일한 엄마의 피붙이이자 재민의 유일한 외가 식구인 소연 이모와도 작년부터 함께 살고 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가족을 가진 재민이가 평소와는 달리 이모에게 용돈을 좀 주면 안되냐고 묻는다. 평소와 달리 재민이가 돈을 달라고 하니 이모는 이유를 묻고, 재민이는 탕후루가 먹고 싶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자 이모는 탕후루를 만들어 주겠다며 다시 아랫층 주방으로 내려간다.


재민이가 돈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어제 오후 학교 앞에 새로 생긴 탕후루 가게에서 탕후루를 넋을 놓고 구경하다 가게에서 나오던 한 아이, 하태우와 부딪혀 하태우가 손에 쥐고 있던 샤인머스캣 탕후루를 떨어뜨리게 하였기 때문이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재민이에게 하태우는 오늘은 봐주겠지만 내일 탕후루 값 사천원을 들고 오라고 하고, 하여 재민이는 이모에게 용돈을 달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알 턱이 없는 이모는 냉동실에 있는 딸기로 재민이에게 딸기 탕후루를 만들어주고, 재민이는 이모가 만든 탕후루를 가지고 가면 되겠지하는 생각에 조금 안심하고 잠에 든다.


다음날 재민이는 이모가 만든 딸기 탕후루를 태우에게 전하고 재민이의 손에 있던 탕후루를 받아드는 태우를 보고 안심한다. 하지만 일 초도 지나않아 태우는 손에 있던 탕후루를 바닥에 패대기 쳐버렸다. 그리고 재민이를 '잼민이'이라고 칭하며 자신의 탕후루는 딸기 탕후루보다 비싼 샤인머스캣이었는데 이 따위 딸기 탕후루로 대신할 수 없다며 돈으로 갚던지 아니면 태우가 먹지도 않고 뜯어 놓기만 한 빵 몇 개를 내밀며 이걸 다 먹으면 용서해주겟다고 한다. 만약 빵 다섯 개를 다 먹지 않으면 탕후루 값을 두 배로 내야 한다는 태우의 말에 재민이는 꾸역꾸역 빵을 베어 먹는다.


재민이를 대하는 태우의 태도와 눈물을 글썽이며 태우가 던진 빵을 꾸역꾸역 먹는 재민이의 모습은 화를 나게 만드는 장면이다. 재민이가 힘들어 할 수록 태우는 기분이 좋아지는 듯했고 결국 재민이는 빵 하나는 제대로 먹지 못하고 쓰레기 통으로 가 입에 남은 빵을 토하고야 만다. 학교가 끝나고 평소보다 두 배는 늦게 집에 도착한 재민. 아침의 빵 사건 때문에 몸과 마음이 물 먹은 솜과 같다는 재민이의 말은 참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재민은 집에 와서도 자신의 일은 내색하지 않는다. 아무일 없다는 듯이 이발소에서 머리카락을 짜르고 머리를 자르는 값 대신 칼칼한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는는 이발소 할아버지의 말을 이모에게 전하고 애호박을 따기 위해 옥상으로 오른다. 그리고 옥상에서 옥탕방 형님을 마주하고 배가 고파보이는 옥탕방 형님을 위해 이모에게 애호박전이 먹고 싶다고 말한다. 재민이는 이렇듯 속이 아주 깊은 아이다. 누군가에에 무엇이 필요한 듯 보이면 다가가 손을 내미는 아이. 그리고 할머니와 이모의 쓸쓸한 마음을 헤아리는 아이. 그런 아이가 태우에게 괴롭힘을 당하니 더욱 안쓰럽고 이 아이가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지가 궁금해지면서 제발 이 아이에게도 좋은 일이 있길 응원하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태우의 괴롭힘은 그쳐지지 않는다. 탕후루 사건에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인 은하수의 게임 모임에 끼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재민은 괴롭힘을 당한다. 학교에 가는 것자체가 두려워진 재민이는 우연히 옥탑방 형님과 함께 달리기를 하게 된다.


옥탑방 형님의 달리기 예찬이 처음 달리기를 하는 재민이게는 사실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계속 달리기를 하다보니 괴롭힘에 맞서지 않고 도망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재민은 태우와 아이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재민이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의 주인공 재민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가족을 가졌다. 그리고 키와 덩치가 작고 내성적인 성격에 친구도 거의 없다. 하지만 재민이는 속이 깊고 다른 사람의 불편함이나 감정을 잘 읽어내는 섬세한 아이다. 우연히 시작한 달리기는 이런 재민이가 자신 앞의 고민이나 역경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하였고, 옥탑방 형님으로 인해 함께 읽게 된 책들은 재민이의 마음을 더욱 성장시키게 만들고 재민이에게 힘이 되어준다. 달리기를 통해 힘들어도 웃으면서 달리고 나면 덜 힘들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재민은 조금씩 성장하게 되고, 그런 재민의 성장은 더이상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힘들지 않아도 되게 한다. '푸하하 달리기 클럽'이라는 제목이 어찌보면 살짝 유치할 수도 있지만 달리기를 통해 진정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재민이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한번 달려볼까라는 생각이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 섬세하게 잘 담아내고 주인공 재민이 뿐만 아니라 읽는 이에게도 용기와 힘을 전하는 이 책, 완전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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