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조선사 365 - 읽다보면 역사의 흐름이 트이는 조선 왕조 이야기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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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다가 보면 어느새 조선 역사에 대한 달인이 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1일 1페이지 조선사 365>는 조선 왕조 50년을 365개의 이야기로 한 권에 담은 책이다. 조선 27명의 왕을 중심으로 하여 주요 사건과 핵심 인물, 나라를 뒤바뀐 제도 뿐만 아니라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과 흥미로운 설화들을 시간 순으로 흥미롭게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중,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사이자 역사 기행문 작가로도 행보를 넓이고 있기에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조선 역사에 대한 이야기들만 꼭꼭 추려서 이 책에 담았다. 이 책 한 권이면 조선 역사에 대하여 통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대한민국 곳곳의 오랜 전설과 민중들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아는 조선 역사에 통달할 수 있을 듯 싶다.


먼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 책을 제대로 읽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의 왕 27명을 주제로 모든 사건을 시간 순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왕이 바뀔 때마다 왕의 기본 정보와 업적, 가계도를 가장 먼저 넣고 있다. 그리고 그 후 해당 왕으로부터 뻗어나온 사건, 인물, 제도, 설화를 카테고리 순이 아니라 시간 순으로 구성하고 있어서 조선사의 흐름을 파악하기 쉽도록 돕는다. 그리고 좀 더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제목 옆에 바로 해시태그를 수록하여 필수 키워드를 먼저 파악하고 난 뒤 내용을 수록하고 있으며 내용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 도표, 이미지 자료와 시구 또는 인용문 등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우리집 아이들이 어렸을 때 눈사람떡이라고 부르곤 했던 조랭이떡의 유래에 태조 이성계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조랭이떡이 조선에 대한 복수와 고려의 부활을 꿈꾸며 먹던 끝이 비틀어진 가래떡에서 기원되었다고 하니 무척 흥미로웠다. 또 하나의 조랭이떡의 유래는 개성 상인이 많은 돈을 벌게 해달라는 기원으로 먹던 엽전 꾸러미처럼 생긴 떡을 넣고 떡국에서 유래되었다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세종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제대로 나타난 세종의 복지제도는 세종이 얼마나 사회적 약사에 대한 배려를 적극적으로 시행했는지를 알 수 있다. 세종은 장애인 복지로 장애인과 그를 돕는 부양자에게는 부역과 잡역을 면제하였고, 장애인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복지 제도로 가난해서 결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친족이 돕도록 하고, 이마저 어려운 사람은 관청에서 곡식을 지급하여 결혼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출산에 있어서도 관청의 여종이 임신하면 출산 한 달전부터 일을 쉬게 하고 아이를 낳으면 100일 동안 휴가를 주었다. 남편에게도 30일의 휴가를 주어 산모를 도울 수 있도록 하고 여성이 세쌍둥이를 낳으면 1년 치에 해당하는 쌀과 콩을 지급하여 출산을 장려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세종은 죄인에 대한 복지와 부모가 없거나 버려진 아이들과 노인에 대한 복지에도 꼼꼼히 챙겼다고 하니, 세종은 역시 민본주이를 실천한 왕으로 장애인, 임산부, 죄인, 아동, 노인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토록 배려한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 책은 낮은 지위였음에도 자기다움을 잃지 않았던 조선 시대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수록하고 있는데, 황진이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책은 한양과 농촌 모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던 거리의 똥장수들, 건국부터 멸망까지 봇짐과 지게를 지고 정치, 경제 모두를 이끌었던 보부상들. 그리고 불리한 형세에도 적의 눈에 모래를 뿌리며 돌팔매와 맨몸으로 싸웠던 관군과 의병들 등. 저마다 자기의 자리에서 조선이라는 나라에 진심을 다했던 민중들의 이야기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 오로조 왕에만 집중되던 시선에서 벗어나 이제껏 소외되었던 일반 백성과 여성들의 이야기도 함께 수록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조와 정약용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수원 화성과 예로부터 난을 피할 수 있는 좋은 장소아 알려졌던 십승지, 그리고 조선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장소인 경복궁과 창덕궁에서 운현궁까지 궁궐 등과 같은 역사적인 장소 또한 함께 소개하여 단순히 이 책을 읽는 것에서 벗어나 이 책을 계기로 조선의 역사가 숨쉬는 장소에 한번즘은 가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365개의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길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하루 한장, 부담없이 쉽고 흥미로운 조선의 역사에 대해 읽다보면 우리는 이태껏 조각 조각 나있던 역사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선사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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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작가의 첫 어린이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아몬드> 뿐만 아니라 <프리즘>, <서른의 반격> 등 손원평 작가 작품 모두를 너무나 재밌게 읽었던 터라 손원평 작가가 이번엔 어린이 책을 그것도 시리즈로 발간했다는 소식을 듣자 무지 반갑고, 기대감이 듬뿍 생겼다. 

가제본 된 책의 표지에는 이름을 적을 수 있는 칸이 있고,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앙케이트를 작성할 수 있는 앙케이트가 속표지에 적혀져 있어서 자연스레 이 책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든다. 

시리즈 답게 책의 시작 전에는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그림과 함께  있어서 이 책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등장인물 소개에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비오는 날과 공상을 좋아하며 웹툰 작가가 꿈인 평범한 열한 살 소녀  손단미가 어느날 불청객과 같은 꼬리를 가지게 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되고, 이를 통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한단계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너무나 평범하기만 했던 초등학교 4학년 손단미에게 어느날 악몽과 같은 일이 생겨버렸다. 초여름의 어느 깊은 날 밤, 정확히 꼬리뼈와 연결된 등 아래쪽에서 무언가가 솟아난 것이다. 그건 바로 꼬리였다! 꼬리라니, 갑자기 평범한 열살 소녀의 몸에서 왜 꼬리가 생기게 된 것일까? 

 <위풍당당 여우> 시리즈의 1권의 시작은 단미가 77 앙케트를 작성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반 아이들이 서로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하는 게 이 앙케트의 목적이며 으스스 캠프때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으스스 캠프는 단비네 학교에만 있는 유서 깊은 축제로, 정식 명칭은 '교내 한마음 캠프'다.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캠프 때만 되면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 번개가 치는 데다 아주 희한한 일들이 꼭 하나씩 벌어져서 '으스스 캠프'라고 불린다. 

며칠 후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또 다시 단비에게서 꼬리가 나타났다. 살며시 거울을 비춰보니 자신의 몸에서 돋아난 꼬리가 보였다. 꼬리를 잡으려고 하니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얼굴과 키, 한쪽으로 작게 땋아내린 머리까지 꼭 닮았지만 짧고 푸른 단발에 착 가라앉은 눈빛이 어두었다. 그 아이는 누구냐고 묻는 단비에게 "난 너야. 너도 그걸 인정해야 해."라고 서늘하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라지만 단비의 꼬리는 이번에는 엄마의 차안에서 나타났다. 집에 도착한 뒤, 엄마의 고백. 단비의 엄마는 구미호였고, 단비는 인간인 아빠와 구미호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구미호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구미호인 엄마의 피가 흘러 단비에게 꼬리가 나타난 거라는 놀라운 비밀을 단비는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일까? 

<위풍당당 여우꼬리>의 1권에서 단비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꼬리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이야기는 으스스 캠프에 참여하면서 전개된다. 모둠 추첨의 날, 단비는 해골 사탕을 뽑았고, 단짝 두루미, 그리고 단비의 유치원 단짝이자 아쿠아마린의 또다른 멤버이자 단비에게 꼬리가 나타난 것을 목격하게 된 황지안, 단비가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담게 된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고고학자가 꿈인 고민재, 단비가 탐탐치 않게 생각하는 배윤나와 항상 혼자 다니는 소년 권재이가 단비와 같은 해골 사탕을 뽑아 단비와  같은 모둠이 된다. 

드디어 으스스 캠프의 날이 밝고, 단비를 비롯한 해골 사탕 모둠 아이들은 캠프의 미션을 함께 수행하게 된다. 다섯개의 팬턴트를 찾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 아이들은 과연 무사히 미션을 완료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다른 모듬보다 빨리 찾아 1등을 목표로 하지만 그 여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 여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나와 자신이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하나씩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한 걸음 성장하게 된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아이들과 으스스캠프 미션을 수행하게 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 단비. 단비는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다른 꼬리가 나타나게 될 거라는 암시를 남기며 1권의 이야기의 끝을 낸다. 과연 다음 책에서는 또 어떤 꼬리가 나타나며,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너무나 궁금하면서도 또 기대가 된다. 

손원평 작가답게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인 단비의 심리 묘사를 너무나 세밀하게 잘 표현하고 있어 이 책의 이야기 속으로 폭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싫기만 했던 자신의 꼬리를 위풍당당 여우 꼬리로 받아들이기 되는 단비의 모습을 통해 아마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함께 성장을 할 듯 싶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되는 <위풍당당 여우 꼬리>. 빨리 다음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창비 사전 평가단으로 선정되어 가제본판 책을 읽고서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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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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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님의 첫 에세이라는 것만으로도이 책을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이금이 작가는 70만 부 이상 판매된 <너도 하늘말나리야>, 뮤지컬로 각색되기도 한 <유진과 유진>,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준 <거기, 내가 가면 안되요?>, 최근에 너무나 재밌고 흥미롭게 읽은 <허구의 삶>  등 따뜻한 문체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38년 동안 주옥 같은 작품을 써와 어린이부터 성인 독자까지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작가이다. 

등단 이후 쭉 소설을 써온 이금이 작가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이탈리아로 떠나 한 달 동안 머문 시간들을 엮어서 에세이로 엮었다. 코로나 19 사태 이전에 '운 좋게'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다시 자유롭게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이 책에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절친한 친구들과 오래전부터 '환갑이 되기 전 긴 여행 다녀오기'를 버킷 리스트로 삼았었다고 한다. 아무리 인생은 60부터라 하고, '신중년'이라는 단어로 60대를 새롭게 칭해도, 저자가 느끼기에 60은 왠지 노년으로 들어가는 관문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즐겁게 60대를 맞이하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시간에 대한 보상 같은 걸 스스로 주고 싶어서 그렇게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일정이 안 맞는 친구들을 제외하고 보니 40년 넘은 친구 진과 단둘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탈리아'라고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관광지에서부터 시작해 눈여겨 보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마을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친구와 함께, 혹은 홀로 다니며 발견한 이탈리아 구석구석의 풍경과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이 책 가득 담고 있다.  

장편 소설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 저자와 절친과의 여행은 '쉰여덟 살 봄, 첫 문장을 쓰듯 우리는 떠났다'로 시작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시간이다. 아무리 40년 된 친구라 해도 단 둘이 딱 붙어서 한 달을 보낸다니. 떠나기 전부터 저자는 주변인들의 걱정을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 역시나, 걱정은 여행지에서 현실이 되고, 생각치 못한 상황은 여행지에서 계속해서 나타난다. 여행 계획을 아무리 잘 짜놓아아 인생이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처럼 여행지에서 계획했던 것들이 어긋나기도 하고, 예상하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두 여행자는 다양한 시련 앞에서 그때마다 지혜롭게 극복하고 느긋한 자세로 해결해하가는 모습은 인생 선배의 연륜을 느끼게 한다. 

여행 전부터 이번 여행의 테마를 '휴식'으로 정하였을 만큼 느슨하게 일정을 짰지만, 사람으 그리 쉽게 변하는 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느슨'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느슨'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왕 가는 거 제대로 보고 즐겨야 한다는 저자와 여유와 낭만을 즐기는 친구 진이 한 달 동안 느끼는 성격 차이, 그로 인한 갈등, 화해하는 과정도 사실 이 책을 보는 재미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행지 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이들의 여유와 지혜는 본받을 만하다. 

폼베이에서 화산으로 인해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저 화산이 지금 폭발한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저자. 그 생각은 '지금, 여기'에서의 자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된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르고 그저 흘러보낸다. 

저자는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이 장편소설 한 편을 준비하는 마음과 같다고 했다. 시작하기 전 구상하고 계획하는 과정이 그렇고, 소설과 여행 모두 기승전결이 존재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반대로 소설은 고쳐 쓸 수 있지만 시간과 함께 흘러가버린 여행은 고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여행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다.  한 번 살면 그 뿐인 인생과 닮았다.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여행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을 바탕으로 남은 인생을 더 잘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 또한 여행 후 자신이 많이 달라졌음을 이 책을 통해 고백하고 있다.   

퇴고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여행이라는 예행연습을 통해 인생을 좀 더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인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페르마타(페르마타는 이탈리아어로 '잠시 멈춘다'와 함께 '길게 늘이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에서의 시간은 페르마타로 연주하듯 여유롭게 보낸 시간을 통해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삶의 행간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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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1 - 정원사의 선물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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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이라는 제목과 표지의 커다랗고 무성한 잎들과 빨간 물고기가 날아다니는 신비한 숲 속을 들어가는 소녀의 뒷모습, 그리고 책 날개의 "한 달 안에 치료 약을 찾지 못하면 너의 심장은 내 것이다!"라는 문구가 과연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이 책은 기괴한 요괴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주인공 시아의 신비한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연히 발견한 고양이에게 이끌려 굴속으로 뛰어들게 된 시아. 그것은 모든 것을 달라지게 만들었고, 시아가 기괴한 요괴 레스토랑에 이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시아는 그렇게 고양이 루이에게 홀린 듯 따라가다가 '기괴한 레스토랑' 있는 요괴 마을에 들어가게 되고, 레스토랑 주인인 해돈에게 자신의 심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게 된다.


기괴한 레스토랑에 들어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괴한 요괴들을 보는 것도 기가 막힌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레스토랑 주인인 해돈을 위해 자신의 심장을 내놓아야 한다니. 시아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 요괴의 음식을 먹으면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을 떠올리고선 요괴의 음식을 다 먹어 이 자리에서 죽어버리겠다고 말을 한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모면한 시아는 한달 안에 레스토랑에서 머물며 식당일을 하면서 해돈 병을 나을 수 있는 다른 치료법을 찾기로 약속을 한다. 그렇게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해돈의 병을 낫게 해줄 약을 한 달안에 구해와야 하는 시아.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된 첫날부터 열여섯 살 시아에게는 감담하기 힘든 일들만 일어나게 된다.


게다가 시아는 해돈에게 병의 유일한 치료약이 인간의 심장이라고 말한 늙은 마녀 야콥의 지하실에서 야콥의 약 배달을 하는 소년, 쥬드와 같이 머물게 된다.

밀가루 방에서 만나게 된 긴 타원형의 분홍빛 얼굴에 누군가 칼로 뚫어 놓은 것 같이 뻥 뚫린 눈과 입을 가지고 있고 팔이 여섯개나 되는 이상한 괴짜. 이 이상하고 흉측한 요괴에게 시아는 쥬드를 대신하여 약을 배달하기도 하고, 에그타임마다 보이는 달걀들의 행렬을 보기도 한다. 게다가 이뿐만이 아니라 기괴하고 다양한 요괴들이 너무나 많은 이 곳에서 시아는 치료 약의 행방은 커녕 존재 여부 자체도 모른다. 게다가 모든 레스토랑의 요괴들이 입에 올리기 두려워하는 하츠라는 악마를 만나게 되기까지 한다. 하츠를 만나게 되며 시아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게 되는데.. 과연 시아는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해돈의 치료약을 찾아 자신의 심장을 지킬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


주인공 시아 이 책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참 다양한다. 밀가루 방에서의 밀가루 반죽을 하는 요괴와 달걀들, 그리고 술의 방에서 만나는 술꾼. 자신의 눈물로 만든 술에 취해, 그 술을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려야하고, 눈물을 흘리기 위해 과거에 갇혀있는 술꾼. 과거 때문에 울고 또 그 과거를 생각하며 위로를 받는 다는 술꾼의 모습이 왠지 우리를 너무 닮아 계속 보게 된다. 그리고 늙은 마녀 야콥,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게 억울하여 울기만 하고 같이 놀아달라고 보채는 꼬마 마녀 리디아, 차의 방에서 만난 떠들이 아주머니와 법석이 아주머니, 모든 요괴가 두려워하는 악마 리츠, 레스토랑의 주인 해돈 등등.. 기괴하고 신비로우며 독특한 인물들의 묘사는 이 책의 이야기에 폭 빠져들게 만든다.

<기괴한 레스토랑>은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1권은 주인공 시아가 기괴한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되며 닥치는 시련과 이를 이겨나기 위해 만나는 요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시아 뿐만 아니라 에페소드마다 등장하는 한 명 한명이 각자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판타지 가득한 장면 묘사와 각각의 인물이 지닌 특색들은 이야기 자체에 몰입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심, 행복 등과 같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나도 모르게 인물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같이 모험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그렇기에 4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의 책을 다 읽고서도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지게 되어 끝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과연 2권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너무 기대되고,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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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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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유퀴즈에서 유품정리사가 나와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는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한참 흘렸다. 이 책은 바로 유퀴즈에 나온 유품정리사 김새별님과 특수청소업무를 담당하시는 전애원님이 전하는 우리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25년 동안 천번이 훌쩍 넘는 죽음을 마주하였건만 아직도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고인을 만나게 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김새별님과 삶과 죽음의 한가운데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전애원님이 전하는 우리 이웃의 마지막 순간들을 모아 펴낸 책의 개정판이 바로 이 책이다. 유퀴즈를 통해 죽음에 대한 의미와 고찰을 전하기도 한 이 책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한다.


 김새별님은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삶과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친구의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예의를 다하는 모습에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아 장례지도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유적들의 요청으로 유품정리를 도와준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는 유품정리사로 15년째 살아가고 있다.

 세상을 떠난 이의 인생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일을 하는 저자들의 현실에서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일 자체가 주는 어려움과 힘듦에 더하는 사람들의 눈총들, 식당에 가서 냄새가 난다고 쫓겨나기 일쑤였으며 주차 되어 있는 차를 보고서도 재수없다며 빨리 차를 빼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고 한다. 가끔은 서럽고 힘들지만 그래도 저자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아무도 거두는 이 없는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흔적을 치우고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마주한 수많은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강렬하고도 누구도 잊어서는 안되는 메세지, 

 '당신과 나,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 으로도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다. 단지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신 앞에서 모두가 코를 막은 채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부모만은 그 사체를 끌어안고서 슬픔을 토해낸다. 부모에게는 살아있든, 죽었든, 부패했든 소중한 자식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 책 속에 나오는 부모의 시신 앞에서 오로지 돈에만 관심을 두는 자식들, 연락조차 하지 않는 자식들.. 참 못난 자식들이 너무 많다. 자식은 부모를 등지지만 부모는 절대 그러지 못한다는 걸, 내가 부모가 되고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이 책 속 죽음 앞에서 다시 깨닫는다. 부모의 그 깊은 사랑을..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그 어떤 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이미지는 아직도 부정적이다. 그렇기에 저자들은 고달프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들이 아마 하는 일보다 더 고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일에 대한 값어치를 알아주는 가족과 사람들이 있기에 오랜 세월 일을 지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라도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진다. 길을 잃어 무섭고 싫은 수많은 영혼들의 마지막을 잘 정리해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이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작은 집을 구해 사셨던 할머니의 죽음. 수의안 봉투에는 자식들이 돈봉투가 있었다. 집주인 할아버지에게 여기서 죽어도 괜찮냐고 물어보았다는 할머니에게 집주인 할아버지는 그래도 된다고 했다고 말하는 데에서 얼마나 울컥하던지. 자식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에게도 폐가 끼지고 싶지 않았던 할머니의 그 마음에 먹먹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책 속의 수많은 죽음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나의 작은 관심이 누구에게는 살아갈 수 있는 큰 희망과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죽음 앞에서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것은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이라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지금 이 순간 소중한 사람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안부 전화, 따스한 말 한마디를 먼저 전하며 살아야 겠다.


 그리고,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는 동안 저자는 마지막 순간을 평온하게 맞이하는 건 천 명 중 한 명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엄청난 행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계명'을 부록으로 첨부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7계명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이 책, 많은 사람들에게 오늘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희망을 전해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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