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작가의 첫 어린이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아몬드> 뿐만 아니라 <프리즘>, <서른의 반격> 등 손원평 작가 작품 모두를 너무나 재밌게 읽었던 터라 손원평 작가가 이번엔 어린이 책을 그것도 시리즈로 발간했다는 소식을 듣자 무지 반갑고, 기대감이 듬뿍 생겼다. 

가제본 된 책의 표지에는 이름을 적을 수 있는 칸이 있고,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앙케이트를 작성할 수 있는 앙케이트가 속표지에 적혀져 있어서 자연스레 이 책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든다. 

시리즈 답게 책의 시작 전에는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그림과 함께  있어서 이 책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등장인물 소개에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비오는 날과 공상을 좋아하며 웹툰 작가가 꿈인 평범한 열한 살 소녀  손단미가 어느날 불청객과 같은 꼬리를 가지게 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되고, 이를 통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한단계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너무나 평범하기만 했던 초등학교 4학년 손단미에게 어느날 악몽과 같은 일이 생겨버렸다. 초여름의 어느 깊은 날 밤, 정확히 꼬리뼈와 연결된 등 아래쪽에서 무언가가 솟아난 것이다. 그건 바로 꼬리였다! 꼬리라니, 갑자기 평범한 열살 소녀의 몸에서 왜 꼬리가 생기게 된 것일까? 

 <위풍당당 여우> 시리즈의 1권의 시작은 단미가 77 앙케트를 작성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반 아이들이 서로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하는 게 이 앙케트의 목적이며 으스스 캠프때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으스스 캠프는 단비네 학교에만 있는 유서 깊은 축제로, 정식 명칭은 '교내 한마음 캠프'다.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캠프 때만 되면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 번개가 치는 데다 아주 희한한 일들이 꼭 하나씩 벌어져서 '으스스 캠프'라고 불린다. 

며칠 후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또 다시 단비에게서 꼬리가 나타났다. 살며시 거울을 비춰보니 자신의 몸에서 돋아난 꼬리가 보였다. 꼬리를 잡으려고 하니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얼굴과 키, 한쪽으로 작게 땋아내린 머리까지 꼭 닮았지만 짧고 푸른 단발에 착 가라앉은 눈빛이 어두었다. 그 아이는 누구냐고 묻는 단비에게 "난 너야. 너도 그걸 인정해야 해."라고 서늘하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라지만 단비의 꼬리는 이번에는 엄마의 차안에서 나타났다. 집에 도착한 뒤, 엄마의 고백. 단비의 엄마는 구미호였고, 단비는 인간인 아빠와 구미호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구미호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구미호인 엄마의 피가 흘러 단비에게 꼬리가 나타난 거라는 놀라운 비밀을 단비는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일까? 

<위풍당당 여우꼬리>의 1권에서 단비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꼬리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이야기는 으스스 캠프에 참여하면서 전개된다. 모둠 추첨의 날, 단비는 해골 사탕을 뽑았고, 단짝 두루미, 그리고 단비의 유치원 단짝이자 아쿠아마린의 또다른 멤버이자 단비에게 꼬리가 나타난 것을 목격하게 된 황지안, 단비가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담게 된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고고학자가 꿈인 고민재, 단비가 탐탐치 않게 생각하는 배윤나와 항상 혼자 다니는 소년 권재이가 단비와 같은 해골 사탕을 뽑아 단비와  같은 모둠이 된다. 

드디어 으스스 캠프의 날이 밝고, 단비를 비롯한 해골 사탕 모둠 아이들은 캠프의 미션을 함께 수행하게 된다. 다섯개의 팬턴트를 찾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 아이들은 과연 무사히 미션을 완료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다른 모듬보다 빨리 찾아 1등을 목표로 하지만 그 여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 여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나와 자신이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하나씩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한 걸음 성장하게 된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아이들과 으스스캠프 미션을 수행하게 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 단비. 단비는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다른 꼬리가 나타나게 될 거라는 암시를 남기며 1권의 이야기의 끝을 낸다. 과연 다음 책에서는 또 어떤 꼬리가 나타나며,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너무나 궁금하면서도 또 기대가 된다. 

손원평 작가답게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인 단비의 심리 묘사를 너무나 세밀하게 잘 표현하고 있어 이 책의 이야기 속으로 폭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싫기만 했던 자신의 꼬리를 위풍당당 여우 꼬리로 받아들이기 되는 단비의 모습을 통해 아마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함께 성장을 할 듯 싶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되는 <위풍당당 여우 꼬리>. 빨리 다음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창비 사전 평가단으로 선정되어 가제본판 책을 읽고서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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