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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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전 유퀴즈에서 유품정리사가 나와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는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한참 흘렸다. 이 책은 바로 유퀴즈에 나온 유품정리사 김새별님과 특수청소업무를 담당하시는 전애원님이 전하는 우리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25년 동안 천번이 훌쩍 넘는 죽음을 마주하였건만 아직도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고인을 만나게 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김새별님과 삶과 죽음의 한가운데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전애원님이 전하는 우리 이웃의 마지막 순간들을 모아 펴낸 책의 개정판이 바로 이 책이다. 유퀴즈를 통해 죽음에 대한 의미와 고찰을 전하기도 한 이 책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한다.


 김새별님은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삶과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친구의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예의를 다하는 모습에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아 장례지도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유적들의 요청으로 유품정리를 도와준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는 유품정리사로 15년째 살아가고 있다.

 세상을 떠난 이의 인생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일을 하는 저자들의 현실에서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일 자체가 주는 어려움과 힘듦에 더하는 사람들의 눈총들, 식당에 가서 냄새가 난다고 쫓겨나기 일쑤였으며 주차 되어 있는 차를 보고서도 재수없다며 빨리 차를 빼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고 한다. 가끔은 서럽고 힘들지만 그래도 저자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아무도 거두는 이 없는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흔적을 치우고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마주한 수많은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강렬하고도 누구도 잊어서는 안되는 메세지, 

 '당신과 나,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 으로도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다. 단지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신 앞에서 모두가 코를 막은 채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부모만은 그 사체를 끌어안고서 슬픔을 토해낸다. 부모에게는 살아있든, 죽었든, 부패했든 소중한 자식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 책 속에 나오는 부모의 시신 앞에서 오로지 돈에만 관심을 두는 자식들, 연락조차 하지 않는 자식들.. 참 못난 자식들이 너무 많다. 자식은 부모를 등지지만 부모는 절대 그러지 못한다는 걸, 내가 부모가 되고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이 책 속 죽음 앞에서 다시 깨닫는다. 부모의 그 깊은 사랑을..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그 어떤 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이미지는 아직도 부정적이다. 그렇기에 저자들은 고달프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들이 아마 하는 일보다 더 고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일에 대한 값어치를 알아주는 가족과 사람들이 있기에 오랜 세월 일을 지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라도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진다. 길을 잃어 무섭고 싫은 수많은 영혼들의 마지막을 잘 정리해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이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작은 집을 구해 사셨던 할머니의 죽음. 수의안 봉투에는 자식들이 돈봉투가 있었다. 집주인 할아버지에게 여기서 죽어도 괜찮냐고 물어보았다는 할머니에게 집주인 할아버지는 그래도 된다고 했다고 말하는 데에서 얼마나 울컥하던지. 자식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에게도 폐가 끼지고 싶지 않았던 할머니의 그 마음에 먹먹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책 속의 수많은 죽음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나의 작은 관심이 누구에게는 살아갈 수 있는 큰 희망과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죽음 앞에서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것은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이라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지금 이 순간 소중한 사람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안부 전화, 따스한 말 한마디를 먼저 전하며 살아야 겠다.


 그리고,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는 동안 저자는 마지막 순간을 평온하게 맞이하는 건 천 명 중 한 명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엄청난 행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계명'을 부록으로 첨부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7계명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이 책, 많은 사람들에게 오늘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희망을 전해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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