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대한민국 -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가 들려주는 기후파국의 서막
남재작 지음 / 웨일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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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한다. 전 세계는 코로나 19로 인해 촉발된 위기를 아주 힘겹게 지나고 있다.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과다하게 발행한 화폐는 석유 가격 인상을 초래했고, 이는 물가 인상과 함께 식량 위기를 초래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식량 위기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과연, 우리나라는 이러한 식량위기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우리가 하나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지금 이 위기의 배후에 기후변화가 있다는 거다.

이 책의 저자,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이자 코이카 농업 ODA 전문가인 남재작 박사는 "탄소 중립과 식량 안보 없이는 더 나은 미래를 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은 한국은 이 위기에 가장 취햑함에도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도 경고한다. 이 책은 기후 변화와 식량을 함께 풀어내어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기후 위기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함께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을 모색해 간다. 저자는 10여 년동안 유엔 국제회의 참석, 코이가 농업 ODA 전문가 활동 등 다양한 국제 경헙에서 얻은 통찰을 토대로 1.5도의 상승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후변화로 일어날 식량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한국은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을 지 등 통찰력 있게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대안을 논의하고, 개인이 이 위기를 인식하고 변화한다면 아직은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야기하고, 지구 평균 기온 1.5도와 2도 상승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장에서는 우리가 기후 위기를 어떻게 초래했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식량난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히며, 3장에서는 한국의 탄소중립에 이르는 여장과 온실가스로 촉발된 생태계 붕괴를 벗어나는 방법을 살펴본다. 4장에서는 한국이 직면한 위기 앞에 식량 안보와 농럽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기후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유효한 대안을 제시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된다면 지구는 과연 어떻게 될까? 저자는 IPCC 평가보고서를 통해 지금 지구가 처한 위기를 인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늦어도 2040년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올라갈 것이라고 하니, 참 암담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과학자들의 이러한 경고들이 수치화하여 말을 해도 일반인이 우리는 체감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1.5도와 2도가 올랐을 때의 차이도 모호하다.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흔히 우리가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평균 기온이 1.5도가 오르면 우리나라도 1.5도 정도 기온이 오를 것이라고 착각하는 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IPCC 제6차 보고서에서 지구 기온이 1.1도 상승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이미 1.8도가 올랐다. 지구의 많은 지역 역시 1.5도 이상 상승했다. 그리고 지구가 더워지면 지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는 천천히 온도가 올라가는 반면에 육지는 빠르게 올라간다. 그러니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육지의 평균 기온이 IPCC가 예상한 지구 평균 기온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2도가 올라가면 도대체 1.5도와 올라갔을 때와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불과 0.5도의 차이지만 실제는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해양의 온도가 크게 상승하면서 육지의 평균 기온이 더 크게 오를 뿐만 아니라 극지방의 온도 상승도 더 커진다. 1.5도 상승할 때 폭염에 노출되는 사람의 비중은 14퍼센트인 반면, 2도가 상승하면 37퍼센트까지 늘어난다. 단지 1.5도에 비해 0.5도 올라갔을 뿐인데, 폭염에 노출되는 사람의 수는 2.6배나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2도가 올라가면 1.5도에 비해 폭염 피해를 겪을 대도시는 2배 이상 늘어난다고 하고 가뭄에 대한 피해에도 더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1.5도 정도에서 지구온난화를 안정화 할 수 있으면 지중해 지역에서 가뭄의 피해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2도에서는 도시에 거주하는 6100만 명이 추가적으로 심각한 가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단지 0.5도 차이일 뿐인데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이니 과학자들의 경고가 더 이상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인간은 전성기를 맞이하였으나 온실가스 증가라는 문제를 야기시켰다. 농업에서는 습지를 메우고 숲을 베어내면서 농경지를 확대하였고, 대규모 단일 재배 방식을 도입하여 늘어난 인구를 부양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지역은 극지방까지 확대되었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자연 보호 구역 정도로 줄어들었다.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코끼리 떼는 수시로 인근 농장을 침범하면서 농민들과 충돌하고, 인간의 손이 닿지 않던 열대우림 지역에는 팜 농장이 지어지고, 콩이 재배되면서 그곳에 살던 야생동물을 몰아내었다. 이 모든 것들에 의해 자연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물질의 순환이 곳곳에서 끊어졋고, 살던 곳에서 쫓겨난 생물들은 멸종의 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인간인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물이 멸종되었는 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동물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동물들이 사라짐으로써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그럼 과연 모른다고 위험은 사라질까? 저자는 기후 위기로 인해 초래된 생물 다양성의 위기 뿐만 아니라 식량 위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설사 탄소 중립을 이루어 기후가 다시 예전으로 회복된다고 해도 사라진 생물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다.

탄소 중립에 이르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다. 육식을 줄이고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줄이고, 물 사용량을 줄이는 등 개인의 양심과 실천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일자리와 경제가 탄소중립이라는 전환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린 만큼 탄소중립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이를 계속 강조하며 이에 대한 해법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기후 활동가들은 아직 우리에게는 되돌릴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행동할수록 우리가 치르게 될 비용은 더 크게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먼저 행동하는 일은 힘겹다. 그렇다고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예전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는 이제 우리 모두 실감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 나라의 정책이 바뀌듯이 우리는 계속해서 위기를 바라보고 미래에 어떻게 해야할 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더이상을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위기 앞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말이다. 이제 더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개인은 위기를 인식하고, 국가는 대안을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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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용맹이 1 - 용맹해지는 날 난 책읽기가 좋아
이현 지음, 국민지 그림 / 비룡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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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의 이현 작가의 신작이자, 유년동화 시리즈라는 것만으로도 믿고 볼 만한 책이다. 게다가 귀여운 표지의 그림은 더더욱 이 책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킨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강아지 용이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 책은 특이하게 사람이 아니라 개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용이는 아빠와 언니가 밖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을 데리고 산책을 나갈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신이 난 용이는 기쁨에 꼬리가 파르르 떨린다.

요즘 아빠가 무척 바빴고 비가 오는 날도 많아서 산책을 못 한지 오래 되었기에 용이는 너무나 기뻐한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분명히 산책을 갈꺼라고 생각했던 용이의 생각과는 달리 아빠와 언니는 자신을 두고서 둘만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리고 얼마 후,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 자신만 빼고 나간 아빠와 언니에게 화를 내려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만 발딱 일어나고야 만다. 서운했던 마음은 단숨에 잊어버리고선 반갑게 왈왈 짖으며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고야 만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외출을 나갔던 아빠와 언니는 둘이 나가더니 셋이 돌아왔다. 게다가 언니가 용이가 아닌 다른 개를 품에 안고 있다.

그렇게 용이와 맹이의 동거가 시작되면서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도 시작된다. 그런데, 용이의 집에 온 맹이는 적응을 전혀 하지 못하고 하울링을 하며 아침, 저녁 할 꺼 없이 계속 울어댄다. 밤중에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맹이 때문에 언니는 울타리 안에서 이불을 깔고 자고, 아빠는 울타리 옆 소파에서 자기까지 한다. 용이는 맹이 때문에 혼자 잤다. 언니 방 책상아래 몸을 둥글게 말고 쓸쓸히 혼자 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빠와 언니가 나가고도 계속 하울링을 하는 맹이.이 뿐만이 아니다. 울타리를 넘고 나와서는 여기저기에 오줌을 싸고 돌아다닌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아빠의 발소리. 용이는 반가워 폴짝 뛰어 아빠에게 가는데, 맹이의 오줌을 밟고야 만다. 집에 돌아온 아빠는 용이가 오줌을 쌌다고 생각하고 그 사이 맹이는 울타리에 벌써 들어가 있다. 이 오해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맹이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용이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썽들을 모두 자기가 한 것으로 오해받는다. 그렇게 맹이의 말썽을 다 뒤집어 쓰고 아빠와 언니에게 혼나게 되는 용이. 억울한 용이의 말 따위는 듣지도 않고 억울하고 분하고 서럽고 비참해진 용이. 과연 용이 이대로 괜찮을까? 용이와 맹이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사람이 아닌 강아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데, 너무나 생생하게 개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어서 읽자마자 이야기에 폭 빠져들게 만든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개들도 다양한 생김새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용이는 '개를 엄청 싫어하는 개'이기에 새로 집에 들어온 맹이가 절대 좋게 보일리가 없다. 그런데 인간인 아빠와 언니는 용이의 마음을 잘 알아주지 않는다. 홀로 집에 있어 외로운 용이에게 맹이가 가장 좋은 단짝이 될꺼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나 생각에 상관없이 함께 살게 된 용이와 맹이. 이 둘은 각자의 입장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용이가 맹이가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는 모습은 '개의 마음은 개가 알아 주는 법'이라는 본문 속 말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든다. 생생하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인 용이와 맹이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입장에서 개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개의 입장에서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게 될 것이다. 게다가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유쾌한 국민지 작가의 그림은 이현 작가의 생생한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만들고 용맹이의 매력에 퐁당 빠지게 만든다. 용맹이 시리즈의 1권인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용맹이의 다음 이야기는 어떠할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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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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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와 제목에서 이미 따스한 이야기일 꺼 같은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구원한다."

책 표지와 띠지에 있는 문장이 가슴에 콕 박힌다. 부디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이 문장이 이어지길 바래본다. 이 책은 2021년 서점 대상 2위에 오른 작가 아오야마 미치코의 데뷔작으로 마블 카페에서 한 잔의 코코아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도교와 호주의 시드니를 배경으로 각각 6편씩, 총 12편의 연작 단편을 담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야기에 딱 어울리는 제목과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나타내는 색깔, 그리고 배경이 되는 장소를 함께 수록하고 있다. 총 12편의 이야기가 실린 이 책에는 총 열두 가지 빛깔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셈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코코아씨라 불리는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마블 카페 직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마블 카페는 조용한 주택가의 구석에, 강변의 벚나무 가로수가 막 끝나는 지점에, 큰 나무 뒤에 숨듯이 있다. 테이블 석 세 개와 다섯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카운터 석, 멋없는 원목 테이블과 의자, 천장에 매달린 램프가 있는 작은 카페다. 마블 카페의 직원인 주인공 나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들려 코코아를 주문하는 한 아가씨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다. 그녀는 목요일 오후 3시가 지났을 즈음 문을 열고 들어와서 세 시간 정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대체로 긴 영문 편지를 읽거나 쓰고, 영자 신문을 읽거나 창문을 바라본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마블 카페를 들어온다. 녹초가 되어서 토트백을 맨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 그런데 하필 그녀가 늘 앉는, 좋아하는 자리에 손님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한복판 테이블에 앉는 그녀. 그리고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주인공 나는 보고야 만다.


홀로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하는 코코아씨를 위해 주인공 나는 얼른 그녀가 좋아하는 자리를 치우고서 말을 건넨다. 그렇다. 그만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과연 코코아씨와 주인공 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어지는 두번째 이야기는 노란색의 <참담한 달걀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아사미는 워킹맘으로 이태껏 남편이 전업으로 아이와 살림을 맡아주어서 원만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남편 테루야가 그린 그림이 인정을 받아 쿄토에서 열리는 전람회에 참석하게 되면 서 홀로 아이를 맡게 된다.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오고 케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아이의 도시락까지 쌓야 한다. 다음날 도시락을 위해 홀로 달걀말이를 연습하고 연습해보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달걀말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 우울해하던 아사미에게 남편은 전화로 프라이팬의 선택이 잘못 되었음을 알려주고, 위로의 말을 전한다.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려했던 아사미에게 멋진 엄마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위로의 말은 아사마의 마음을 풀어주고 자신감을 되찾게 하며 남편의 성공을 진심으로 빌 수 있게끔 해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번째 이야기, <자라나는 우리>에서는 관계의 따뜻함을 회복하는 유치원 교사의 이야기가, 네번째 <성자의 직진>에서는 오래된 친구 간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섯번째 <만남>에서는 사람을 사랑하는 재능을 발견해가는 신혼 부부의 이야기가, 여섯 번째 <반세기 로맨스>에서는 결혼 50주년을 맞은 부부의 로맨스 그레이가 펼쳐진다. 일곱 번째 <카운트다운>은 초록으로부터 구원 받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여덟 번째 <랄프 씨의 가장 좋은 하루>에서는 오렌지색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랄프 씨의 마법의 사랑이, 아홉 번째 <돌아온 마녀>에서는 오렌지 색 랄프 씨의 연인이기도 한 '타쿼이즈 블루'처럼 신비로운 신디의 마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열번 째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에서는 시드니에서 번역가로 사는 아스코의 삶이 충만한 이유가, 열한 번째 <삼색기의 약속>은 이 시대를 확실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러브 레터>는 첫번째 이야기의 코코아씨가 주인공으로 반전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 열두가지 색깔의 각각의 이야기에는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일까.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스함으로 가득 차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그래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를 읽어 따스함에 물들어 감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세상에도 이렇게 따스함으로 서로가 이어져 다정을 전하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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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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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띠지에 나와 있다시피 이 책은 프랑스에서 굉장히 인기를 많이 받은 책이다. 프랑스에서만 110만 부 이상이 팔렸고, 전 세계 45개국에 번역 출판되었으며, 2020년 공쿠르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내용이길래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을까? 우선 표지의 그림에 왠지 이 책에 관한 힌트가 있을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제목인 '아노말리'는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아노말리는 '이상', '변칙', '모순' 이라는 뜻으로, 주로 기상학이나 데이터 과학에서 '이상 현상', '차이 값'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과연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아노말리'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걸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일한 승객들을 태운 동일한 비행기가 두 번 착륙했다고요?"

(p187)

 

 이 책은 파리-뉴욕 간 여객기가 석달이라는 시간 차를 두고 도플갱어처럼 똑같은 사람들을 싣고 동일 지점에서 난기류를 겪은 전대 미문의 사건을 담고 있다. 2021년 3월 10일, 파리에서 출발하여 뉴욕으로 향하는 에어프랑스 여객기가 예고에 없던 난기류를 만나 위기를 겪은 후 무사히 착륙한다. 승객들은 공포로 가득했던 기억들을 뒤로 하고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단 한 사람, 프랑스 소설가인 빅토르 미젤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는 파리로 돌아가 [아노말리]라는 소설의 원고를 탈고한 후 편집자에게 보내고 발코니에 투신해서 죽는다. 그리고 세 달 뒤인 6월 24일, 동일한 여객기가 동일한 지점에서 난기류를 만나고, 동일한 착륙 지점을 향해 간다. 그런데, 여기서 기가 막힌 것은 이 두 비행기에 도플갱어처럼 똑같은 기장과 승무원, 승객들을 싣고 있다는 거다.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여객기를 뉴저지 공군 기지로 비상착륙 시키고 극비리에 과학자들을 소집한다. 911 테러 사건 이후 국가 비상 사태를 위해 개발한 수많은 프로토콜 중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고, 영영 실행 될 것 같지 않았던 '프로토콜 42'가 발효되게 된다. 과연 이러한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3월의 여객기와 6월의 여객기의 사람들은 모두 두 명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란 말인가?


 이 책은 문제의 비행이 있기 전 각각의 등장인물의 삶을 담은 1부 '하늘처럼 검은(2021년 3월 ~ 6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 후 미국 정부가 과학계, 종교계 및 세계 주요 정상들과 대책을 강구하고 미 공군 기지 격납고에 역류된 승객들이 겪는 사흘을 담은 2부 '삶은 한낱 꿈이라고들 하네(2021년 6월 24일 ~ 6월 26일), 그리고 그 이후의 변하게 된 등장인물들의 삶과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상을 담은 3부 '무의 노래(2021년 6월 26일 이후)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의 제목은 울리포 작가 레몽 크노의 시에서 따온 구절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성실한 가장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청부 살인 업자 블레이크다. 블레이크가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살인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그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 지,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어떻게 처리하는 지 등등 그가 청부 살인 업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에서 청부 살인업자로서의 일상을 너무나 세밀하고도 생생하게 담고 있어 읽자마자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등장인물은 바로 빅토르 미젤. 그는 작가로서 두 편의 소설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명성을 얻지 못하고 번역으로 먹고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주미 프랑스 대사관 문화 센터의 재정 후원을 받는 미국의 프랑스 관련 협회에서 번역 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어 3월의 비행기를 타게 도고 끔찍한 난기류를 만나게 된다. 두 번의 난기류를 겪으면서 그는 자신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나중엔 발버둥 치지도 않고 죽음을 기다리는 실험용 쥐처럼 모든 것을 포기한 체 몸을 받긴다. 그 후 파리로 돌아와 글쓰기에 몰입한 그는 작품을 마치자 마자 발코니 너머로 자신의 몸을 던져 자살한다.

 여객기에 탄 주요 인물들은 참 다양하다. 각 인물별로 생생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청부살인 업자, 소설가, 나이지리아 뮤지션, 어린 미국인 소녀, 비행기 기장, 미국인 변호사, 노년으로 접어든 건축 설계사와 그의 연인인 젊은 영화 편집인 등. 접점이 아예 없는 각각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펼쳐지며 이야기 속으로 몰입시킨다.

 석 달이라는 차를 두고서 3월의 여객기의 사람들과 6월의 여객기의 사람들은 자신의 '분신'을 대면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어떻게 자신의 분신을 받아들일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추천해본다. 속도감 있는 전개는 이야기 자체에 완전 몰입시키며, 다양한 등장 인물들의 자신의 분신에 대한 반응들은 깊은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시공간에 생긴 오류로 똑같은 사람들이 탄 똑같은 비행기가 착륙한다는 다소 황당하고 SF적인 이 이야기의 설정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과의 대면'이다. 그렇기에 정말 다양한 인종, 나이, 성별, 직업 등 모든 것들이 다른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분신을 대면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늙음에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이제 자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된 비밀에 자기 혐오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스스로 부인했던 정체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받아들인다. 석 달이라는 시간 동안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깊은 여운을 남기며 고민하게 만든다.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 나라고 말한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나와 모든 것을 공유하는 나라는 존재가 나타난다는 것만으로도 나 뿐만이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에게 혼란을 줄 듯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대면은 나를 성찰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하나의 분기점이 될 듯 싶다. 이 책의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독특한 결말은 정말 인상적이다. 이 소셜의 결말은 무슨 뜻인지 불확실한 글자들의 캘리그램으로 끝이 난다. 저자는 원래의 텍스트를 비밀에 부친 채 각국의 번역가들에게 알아서 텍스트를 창조하고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떨어지는 모양으로 글자를 지우고 해체한 후 '끝'이라는 글자만을 남겨 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너무나 충실한 결말은 정말 독특하다. 우리의 삶이 이토록 불확실성에 가득 차있음을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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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SF를 좋아해 - 김보영,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정세랑 | 오늘을 쓰는 한국의 SF 작가 인터뷰집
심완선 지음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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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면 대체로 장르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즘 특히 애정하는 장르는 단연 SF다. 그렇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의 작가들을 너무 좋아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그들에 대하여 좀 더 많이 알고 싶은 욕심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저술 활동, 비평, 해설,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SF 세계를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평론가 심완선님이 김보영,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정세랑, 여섯 작가를 만나 나눈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는 여섯 작가의 개개인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생활을 세밀하게 담은 인터뷰집인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한국 SF 세계에 좀 더 깊숙이 발을 들어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좋다.


저자는 책에는 정말 간편한 해답도 확실한 구원도 없지만 읽는 행위는 우리에게 아주 많은 삶과 세계를 불러온다고 말한다. 우리는 읽는 행위를 통해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한번도 가보지 않은 세계에 대해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하고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SF는 무척이나 혼란스럽지만 즐거운 장르라 할 수 있다. SF 장르에서는 삶과 세계의 가능성은 아주 폭넓게 펼쳐진다. SF에서는 종종 비인간은 비인간적으로, 인간은 우주적으로 확장되곤 한다. 게다가 아득하게 멀지만 곧 눈 앞에 도달할 듯한 세계가 묘사되기도 한다. 책이 그러하듯이 SF 세계에서도 뾰족한 해답이나 구원은 없다. SF는 현실의 빈틈과 가능성을 마주하는 공간이기에 더 즐겁고 더 혼란스럽다고 할까. 그렇기에 독자인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 다음 책을 읽을 것이다.


심보영 작가에게 SF를 쓰면서 과학적 또는 이론적 측면을 어떻게 채우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심보영 작가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심보영 작가는 한 문장을 위해서라 할지라도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중학교 교과서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 대학교 교과서로 확장하여 공부한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여서 "공부에는 자존심을 버리고 해야 해요."라는 말을 하였는데, 이렇게 공부 앞에 겸손함과 문장 하나의 소중함을 깨친 작가라면 앞으로를 더 기대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보영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에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김초엽 작가가 <지구 끝의 온실>에 대한 인터뷰 중 식물에 대해 말한 내용들은 꽤 인상적이다. 식물은 인간하고는 너무나 달리 개체성이 불문명하며 죽음에 대한 개념 자체도 다르다는 말이 신박하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것들을 인간의 입장에서만 바라봤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나의 취향을 조금 내려 놓으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는 김초엽 작가의 말. 너무 멋지고 너무 공감되는 말이라서 밑줄을 쫘악 긋고 기억하고 싶다. 어쩌면 취향이라 불리는 마음의 장벽 때문에 새로운 세걔를 새로운 작품들을 그동안 못 본 거라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물렁한 장벽을 가지는 일도 괜찮을 듯 싶다. 가보지 못한 길, 알지 못한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도 꽤 좋고 즐거우니까 말이다.


SF세계에서는 여느 소설보다 훨씬 쉽게 현실에서 일어나는 혐오나 차별이 자라지고, 장애 요인나 비정상이라고 여기는 요인들이 강점이 되곤 한다. '표준'이 바뀐 세상을 상상하며 작가들은 오늘의 빈틈과 문제를 마주하며 내일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곤 한다. 그렇다고 SF세계를 통해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세상이 유토피아나 이상세계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과는 달리 무언가 뒤바뀐 SF 세계를 통해 적어도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문제점과 고민에 좀 더 쉽게 다가서게 된다. 그리고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가면서 적어도 지금보다는 달라진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SF 세계가 여느 소설의 세계보다 더 매력적인 곳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이 책에 나오는 여섯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글을 쓴다. 작업 시간, 작업 공간과 이야기를 짜는 방식까지 모두 너무 다른다. 하지만 글을 쓰는 즐거움만큼은 모두가 누리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SF 장르는 공고히 자리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SF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여섯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와 생각, 고민,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가진 열정과 유대감들을 통틀어 볼때 앞으로 한국 SF는 좀 더 굳건히 그 자리를 매겨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그렇다. 우리는 SF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렇게 SF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정적으로 쓰고 있기에 앞으로 아주 많은 사람들이 SF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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