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용맹이 2 - 기다려는 어려워! 난 책읽기가 좋아
이현 지음, 국민지 그림 / 비룡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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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상 아너리스트이자 <푸른 사자 와니니>의 이현 작가의 유년동화 시리즈 <오늘도 용맹이>의 두번째 책이다. <오늘도 용맹이 1>은 한 집에 살게 된 두 강아지 용이와 맹이가 서로를 알아가고 또 인간과 한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늘도 용맹이>는 개들의 시선과 입장으로 이야기를 진행하여 기존의 다른 동화와는 조금은 달라 더 매력적이며, 이 책에서도 역시 두 주인공 용이와 맹이의 시선으로 배려와 기다림을 인간이 아닌 개들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아랫집 201호 아줌마가 용이와 맹이의 소리가 시끄럽다면서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201호에는 태어난 지 석달밖에 안된 아기가 있는데, 아기가 용이와 맹이 짖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다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용이랑 맹이만 시끄러운 건 아닌데 말이다. 1층부터 5층까지 집집마다 온종일 시끌시끌한데 용이와 맹이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시끄러운 건 용이와 맹이의 짖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아마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용이와 맹이에게는 그 소리가 다 들린다. 하지만 아빠도 언니도 아무것도 모르고 용이랑 맹이 탓만 한다. 조용한 빌라에서 용이랑 맹이가 시끄럽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용이랑 맹이는 아빠와 언니가 좋다. 왜냐면 아빠랑 언니는 용이와 맹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산책을 함께 해주기 때문이다. 


비록 목줄을 해야지만 가능한 산책이지만 용이와 맹이는 즐겁다. 어제도 그제도 맡았던 냄새도 있지만 매일매일 달라지는 냄새도 있다. 냄새 하나하나 용이랑 맹이에겐 즐겁다. 세상에는 똑같은 냄새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개들 냄새도 많다. 용이가 아는 개도 있고, 처음 냄새를 맡아 보는 개도 있다. 첫냄새부터 마음에 쏙 드는 친구도 있고, 어쩐지 친해지기 어려운 냄새도 있다. 용이도 뒷다리 하나를 번쩍 들고 오줌을 뉜다. 이렇게 하는 건 '난 용이다!'라는 뜻의 냄새를 남기기 위해서다. 


신나는 산책길이지만 용이는 초록 대문 집이 가까워지면 발걸음이 느려진다. 그 이유는 바로 초록 대문 집에서 괴물딱지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어째, 언니와 아빠가 한 눈 판 사이 툭 끊어진 산책줄을 뒤로 하고 맹이가 그 초록 대문 집으로 들어가고야 말았다. 

맹이가 들어가자 '컹커어엉! 커어엉!' 괴물딱지가 천둥 같은 소리로 짖어댔다. 그리고 맹이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아빠는 그제서야 초록 대문 집에 큰 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맹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커피 가게 사장님 말씀에 의해 초록 대문집에 사는 큰 개는 다행이 안내견으로 일하다 은퇴한 리트리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빠와 언니는 겨우 안심한 얼굴이 되었고 맹이보고 나오라고 하지만 도저히 대문 아래로 맹이는 나올 수가 없다.


결국 초록 대문 집주인에게 부탁하려 하지만 아까 그 집 주인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차를 타고 나가셨단다. 언제 들어오질지도 모르고, 전화 번호도 모른다. 이제 꼼짝없이 집주인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언제쯤 맹이는 다시 아빠와 언니, 용이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집 안에서만 오롯이 지내야 하는 요즘의 반려견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숙명이기도 하다. 주인이 돌아와서 함께 나가 주어야만 반려견들은 산책을 할 수 있고, 함께 있을 수 있다. 그 시간이 올 때까지 반려견들에게는 대부분의 시간이 기다림의 연속이다. 이 책에서는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용이와 맹이의 상황을 오히려 아빠와 언니가 반려견들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바꾸어서 역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기다림의 끝에는 달콤한 만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나게 된 용맹이 가족은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오늘도 새롭게 용맹해지는 비법을 또 하나 알아간다. 사람의 입장이 아닌 강아지의 입장에서 강아지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이야기들은 이렇게 우리에게 기다림에 대해 역지사지의 입장이 되어보게 만든다. 그리고 귀엽고 코믹한 그림은 이러한 용이와 맹이의 이야기 속에 쏙 빠지게 만든다. 다음에 이어질 용이와 맹이의 이야기는 또 어떤 것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오늘도 더 용맹해져가는 용이와 맹이의 다음 이야기를 또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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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현장에 서 있습니다 - 안전유도원의 꾸깃꾸깃 일기
가시와 고이치 지음, 김현화 옮김 / 로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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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전유도원에 대해서는 이 책의 제목과 표지는 궁금증을 줄러 일으키게 한다. 이 책은 전직 영화감독, 사장, 철강 브로커 등 고령의 나이에 현장을 뛰는 안전유도원들의 현실과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안전유도원은 공사현장이나 축제와 같이 안전 지도가 필요한 현장에서 보행자나 작업자, 혹은 운전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이 안전 유도원은 일본의 전국에 대략 55만 명이 넘게 있는 경비원 가운데 약 40퍼센트를 이룩고 있다. 이토록 도로안전유도원은 많지만 그 실태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출판 프로덕션을 설립하여 약 40년을 출판업자로 일한 저자는 파산 지경에 이른 회사를 정리하고 당장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안전유도원을 하며 투잡을 뛴다. 그의 나이 이미 70이 넘은 때였다. 저자는 자신의 본업을 십분 발휘하여 직접 겪은 안전유도원의 실태를 비롯하여 스스로의 현실을 정말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다. 안전유도원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밑바닥 직업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그 저변에는 어떤 직업이든 업무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애로사항을 별반 다르지 않으며 이 책의 배경은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차이가 거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안전'이다. 우리는 이태껏 안타까운 목숨들을 생각치도 못한 사고로 너무 많이 잃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안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책임져 주는 존재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미 50년 전부터 '교통유도 경비업무'를 도입했다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경비업체를 통해 공사 현장이나 행사장 등 안전이 필요한 곳에는 안전유도원을 체계적으로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안전유도원을 전기, 가스, 수도, 도로 정비 등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말단에서 공헌하는 존재라고 소개한다. 그만큼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고, 안전에 가장 근접한 곳에서 일하는 존재라 하겠다. 그렇지만 그 말단에서 일하는 이에 대한 존중은 심각하게 배려되지 않는 듯 싶다.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불만을 고스란히 받는 존재가 바로 도로안전유도원으로 불만부터 욕까지 별의별 말을 다 듣고 근무를 해도 감독마져 그런 모든 수난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무심함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도로안전을 책임지고 안전유도를 하는 이들에게 가장 많은 불만을 쏟아 붓는 게 바로 가혹한 현실이 아닐까.


정말 안전유도원으로 일하는 게 부끄러운 일일까. 어느날 저자의 아내가 "당신은 대학씩이나 나와서 안전유도원 일을 하는게 부끄럽지도 않아?"라고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질문에 "부끄럽다든가 부끄럽지 않다든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라고 답하자 아내는 "그럴 줄 알았어. 요컨대 당신은 자존심이라는 게 없다는 소리네"라고 더한 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정말 자존심이 없는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다만 자존심을 다 세우고선 안전유도원 일을 잘 해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저자가 자신의 자존심은 젖혀놓고 일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도로 안전유도일을 하면서 저자세로 "죄송합니다"나 "실례했습니다"라고 말을 하는게 훨씬 더 빨리 상황을 종결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사로 인한 우회에 대한 불만은 대부분 안전유도원에게로 쏟아지고, 안전유도원은 묵묵히 듣고 있거나 사과를 하는 게 가장 빠른 상황 해결 방안이니까 말이다. 이 얼마나 씁쓸한 현실인가.


이 책에서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의 한 사회인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너무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잘 나가는 출판업자였지만 일흔이 넘은 지금은 출판편집 겸 작가 본업을 뒤로 하고 안전유도원으로 투잡을 하고 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작업자들의 반말과 고함을 유연하게 넘기고, 공사 현장 주변의 주민들 혹은 도로 위 운전자들의 불평을 좋은 말로 설득해야 한다. 이런 일에 있어 자신이 젊은 사람에 비해 능력 면에서는 뒤떨어지는 일이 많지만 커뮤니케이션 면에서는 고령자라서 더더욱 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보다 어린 상사를 대하는 노하우와 진상 고객을 대처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바로 고참 사회인이기 때문에 발휘되는 고령자들의 능력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일본만큼 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고,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고령의 사회인들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안전유도원의 일상을 생생하게 봄으로써 인력 부족이나 업무 방식의 개선, 처우 개선 등의 문제 제기와 개선방안을 담아냄으로써 안전유도원이라는 존재에 대해 자세히 인지하게 되는데, 이렇게 사회 가장 밑바닥의 직업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인식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시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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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걀입니다 zebra 6
시오타니 마미코 지음, 송태욱 옮김 / 비룡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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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기묘하고도 신비로운 분위기의 달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누워만 있던 달걀이 처음으로 눈을 뜨고, 생각하고, 말하고, 친구를 사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고도 감각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부엌에서 오랫동안 그저 가만히 누워만 있었던 달걀이 어느날 눈을 뜨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째서 나는 이렇게 계속 누워만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달걀은 일어나 깡충깡충 뛰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아보기도 한다. 달걀은 뛰면서 기분이 좋았고, 돌아보니 느낌이 굉장하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그리고 다른 달걀을 깨워 자신이 경험한 느낌을 나눠 주려고 친구들 얼굴을 두드려 보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억지로 깨워보려고 했더니 한 녀석이 낮게 울리는 소리를 내며 굴러 가더니 벽에 탁 부딪히며 깨지고야 만다. 달걀은 딱딱한데 깨지기도 쉬워 곤란하니 달걀은 그냥 마시멜로에게 가기로 한다. 마시멜로라면 폭신폭신하고 무척 말랑하니 괜찮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시멜로도 역시나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달걀은 부엌갈로 봉지를 찢은 다음 마시멜로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간졀여 보지만 역시나 아무 소용이 없다.


더는 해볼 만한 일도 없어진 달걀은 어쩔 수 없이 마시멜로 위에 잠시 드러누워 있는다. 마시멜로 속에서 기분이 좋아진 달걀은 달콤한 마시멜로를 한 입 베어물었다.


그러자 마시멜로가 눈으 번쩍뜨며 "왜 날 베어 무는 거니?"라고 물었다. 마시멜로가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달걀은 깨닫는다. 자신이 아직까지 한 번도 말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마시멜로를 통해 깨닫게 되는 달걀. 그렇게 달걀과 마시멜로는 함께 다니게 된다.


그리고 무척이나 심심했던 달걀과 마시멜로는 어느 날 함께 부엌 바깥으로 나가보기로 한다. 둘이 같이 만든 모자를 쓰고 부엌을 멋어나 산책을 나가는 달걀과 마시멜로. 이들의 여정에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총 3부작으로 나뉜 옴니버스 구성으로 목차가 있다. 그리고 판형은 동화책처럼 작고 글밥이 좀 있는 편이란 그림책과 이야기 책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 여느 그림책과 조금 다르다. 달걀과 마시멜로가 친구가 된 날, 산책길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소동들, 또 견과류들의 싸움을 중재하며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은 세 에피소드들은 재밌기도 하지만 깨달음과 함께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처음으로 걷게 된 마시멜로에게 엄청 기분이 좋지 않냐고 묻는 달걀을 향해 마시멜로가 "너, 너무 강요하는 거 아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왠지 뜨끔하게 되기도 하였다. 자신의 기분을 강요하는 달걀의 모습에 내 모습이 오버랩 되어 보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식물이라서 부엌에만 있어야 한다는 다른 물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엌을 벗어나는 달걀과 마시멜로의 모습은 기존의 편견과 장벽을 뛰어넘는 듯하여 통쾌하기도 하다.


저자는 달걀의 친구로 마시멜로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마시멜로의 재료에 '달걀흰자'가 들어가는데,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부분이 있으니 두 친구가 가끔은 마음이 맞지 않을까라는 재미있는 설정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매력은 바로 달걀과 마시멜로의 티키타카다. 그리고 독특한 글들에 어울리는 감각적인 그림은 자꾸만 이 책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지금까지 단 한번 들어본 적이 없는 너무나 독특하고 매력넘치는 달걀의 이야기에 이번 설 연휴에 한번 빠져보면 어떨까? 아마 어른들도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함께 웃을 수 있고, 이 책을 통해 아이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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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에 곰이라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5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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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입니다. 전국의 사춘기 아이들이 동물로 변하고 있습니다!"


띠지 속 문구가 눈에 확 띄는 이 책은 <벙커>, <내 이름은 망고> 등으로 오랜기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추정경 작가의 신작이다. 정체불명의 현상으로 감작스럽게 곰, 하이에나, 기린, 비둘기, 들개 등 동물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우여곡절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곰이 된 태웅를 시작으로 하여 기린, 비둘기, 하이에나 등 제각기 다른 동물로 변한 아이들이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성격을 조금씩 품고 있는 동물로 변한 여덟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사춘기라는 격동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십 대들의 현실과 고민에 대해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곰으로 변한 태웅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수학 점수 56점을 받고서 식탁 위에서 누나에게 쉴새없는 잔소리 폭격을 듣던 태웅은 생애 처음으로 누나에게 소리를 지르고선 괜한 자존심에 "밥 안 먹어!"라고 말을 하고 저녁을 안먹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버린다. 태웅은 없는 자존심을 긁어모아 버럭 화를 내고 방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삼겹살 냄새로 가득찬 방안에 있자니 속상함과 속쓰림을 함께 느껴졌다. 새벽 2시가 넘어 조용히 거실로 나와 아이스크림 한통을 먹고서 다시 잠에 든 태웅은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이 곰으로 변한 것을 깨닫게 된다. 아빠에게만 자신의 변화에 대해 말하려 했으나 아빠는 비명을 지르고, 그 비명 소리에 온 가족이 깨고야 만다. 한바탕의 소동 후 태웅이 곰으로 변한 것을 눈치채고서 엄마는 태웅을 안고 울고 있는데, 동생 영웅은 태웅의 동물화를 핸드폰으로 실시간으로 중계하였고, 몇 시간 후 경찰특공대가 들이 닥쳤다. 이상한 실험실에서 전기충격을 당하고, 피를 뽑히고, 이상한 빛을 쏘이는 등등쉴새없는 괴롭힘을 당하던 태웅은 동물화된 아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어느 농장으로 보내지게 된다. 농장에서의 생활도 참혹하기 그지 없다. 앞으로 태웅은 어떻게 될까?


엄마와의 싸움 이후 비둘기로 변한 세희는 비둘기의 생활에 적응에 가면서 무리의 리더인 덩치 비둘기를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세희를 찾아온 엄마를 통해 조금씩 단단해지는 세희.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덩치 비둘기가 사라지고, 덩치의 사라짐은 세희를 성장하게 만든다.


이 책은 주인공 태웅을 비롯한 여러 아이들이 전과 없던 몸과 마음의 변하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동물화에 나름대로 대처하고 적응하면서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간다. 동물의 몸으로 어려 일을 겪으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새로운 감정을 깨우치기도 하고, 또 엇나간 행동들로 주위에 폐를 끼치기도 하고, 누군가를 도와주기도 하면서 전과는 다른 경험과 변화를 겪게 된다.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무조건 참기만 했던 태웅은 곰이 된 이후, 필요할 때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함을 배운다. 그리고 비둘기가 된 세희와 지훈은 각자 다른 고민을 안고 있지만 우연히 서로를 향한 감정이 싹트면서 성장한다. 자신의 작은 키를 콤플렉스로 여겼던 지후는 기린이 되어 체육대회 때 현수막과 관련된 일을 격으며 이를 극복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동물화를 통해 성장하고 극복해가고, 무언가를 깨닫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에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도 있다. 하이에나로 변한 상욱은 위협적인 모습으로 아이들을 협박하여 돈을 갈취한다. 산에서 살아가는 들개 패밀리는 인근 마을에서 귀중품을 훔치고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물어 죽이는 등 악렬한 일을 일삼기도 한다. 이렇듯 다채로운 아이들의 이야기들은 제각각 어울러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격동의 시기인 사춘기를 '동물화'라는 설정 자체가 가지는 흥미로움은 다채롭고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와 합쳐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아이들의 고민들과 솔직한 감정들은 십 대의 아이들이 마냥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아마 이 책은 사춘기라는 시절을 지나고 있는 십 대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사춘기라는 시절을 지나온 어른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전할 듯 싶다. 그렇기에 유쾌하고 재밌지만 따스한 위로까지 전하는 이 책, 십 대의 아이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에게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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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세상의 현상과 법칙 -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전은지 지음, 박동현 그림 / 봄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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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뉴스를 보다 보면 정말 이런 일들이 대체 왜 생기는 지 궁금할 때가 있고 가정, 학교, 학원, 등등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저 사람은 왜 그러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다. 내가 직접 겪은 적은 없지만 황당하기 그지 없는 사건과 사고들. 이런 세상 모든 일들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다만,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이 책은 효과, 법칙, 콤플렉스, 증후군 등 다양한 이름으로 전해지는 신기하고 놀라운 일들, 우리가 '현상'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먼저 주요 등장 인물인 댕구, 하루, 불가사리를 소개한다. 그리고 달아난 현상을 다시 수집하는 임무를 맡은 신입 수집 요원인 하루가 오랜 옛날, 현상들을 수집하여 봉인한 전설의 수집 요원 댕구를 찾아오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댕구가 수집하여 봉인한 '현상'들이 모두 달아나 전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니. 어찌된 일일까? 싫은 듯 하지만 은근히 현상을 수집하는 댕구의 모습에서 앞으로 이들 앞에 나타날 다양한 '현상'과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든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흩어진 현상을 찾으러 가기 전에 법칙, 효과, 증후군, 콤플렉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여 아이들이 다음으로 나올 내용에 대한 이해가 쉽도록 돕고 있다. 


이 책이 가진 큰 매력인 바로 중간 중간에 만화 형식으로 삽입된 그림이라 하겠다. 중간 중간에 삽입된 재미난 만화 형식의 그림은 이야기를 좀 더 재밌게 만들고 설명 자체를 쉽게 만들어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고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이 책에 폭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에 제일 처음에 실린 이야기는 바로 '파레토의 법칙'을 이용하여 방화범을 잡은 경찰의 이야기이다. 파레토의 법칙은 전체 결과의 80%가 20%의 원인으로 일어난다는 신기한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약 20%의 방화범이 전체 방화 사건의 80%을 일으키기 때문에, 모든 방화범이 계속 불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불을 낸 사람이 또 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경찰도 이전의 방화범을 먼저 찾았고 그렇게 범인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파레토의 법칙은 방화 뿐만 아니라 범죄 사건, 교통사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뉴스, 옷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파레토의 법칙은 1800년 이탈리아 출신의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가 정원에 완두콩을 심고 추수를 해보니 좋은 콩깍지에서 나온 소수의 콩알이 수학량에서 대부분을 차지한 것을 보고 발견한 법칙이다. 파레토에 콩알에 그치지 않고 땅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조사했고 인구의 20%가 전체 땅의 80%를 가지고 있음을 알아낸다. 뿐만 아니라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가졌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이렇게 알아낸 사실을 파레토는 논문으로 썼고 그렇게 파레토의 법칙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파레토의 법칙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파레토의 법칙을 이용해 전기를 아끼는 방법과 마케팅에 사용되는 실제적인 예까지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반대로 중요하지 않은 다수(80%)가 중요한 소수(20%)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데 이처럼 파레토의 법칙과 완전히 반대인 경우는 '롱테일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수집요원들과 불가사리가 수집한 현상들이 숨은 사건은 20가지로 사건마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20가지 사건이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점이다. 머피의 법칙, 리플리 증후군, 가스라이팅, 나비 효과 등과 같이 한번쯤은 들어보고 흔히 사용되는 현상에 관한 이야기에서 스톡홀름 증후군, 가르시아 효과, 레밍 효과 등 다소 낯선 용어의 현상까지 실 생활에서 많은 사용되는 20가지 현상에 대하여 모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재밌고 쉬우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사건 이야기 뒤에는 꼭 알아야 할 현상들의 이름과 뜻, 발견한 사람, 비슷한 현상 표현까지 두루두루 소개하고 있어 유익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아이들이 현상을 접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 현상을 받아들이는 태도, 현상에서 생각해 봐야 할 점들도 수록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통해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보는 것도 참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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