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에 곰이라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5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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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입니다. 전국의 사춘기 아이들이 동물로 변하고 있습니다!"


띠지 속 문구가 눈에 확 띄는 이 책은 <벙커>, <내 이름은 망고> 등으로 오랜기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추정경 작가의 신작이다. 정체불명의 현상으로 감작스럽게 곰, 하이에나, 기린, 비둘기, 들개 등 동물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우여곡절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곰이 된 태웅를 시작으로 하여 기린, 비둘기, 하이에나 등 제각기 다른 동물로 변한 아이들이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성격을 조금씩 품고 있는 동물로 변한 여덟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사춘기라는 격동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십 대들의 현실과 고민에 대해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곰으로 변한 태웅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수학 점수 56점을 받고서 식탁 위에서 누나에게 쉴새없는 잔소리 폭격을 듣던 태웅은 생애 처음으로 누나에게 소리를 지르고선 괜한 자존심에 "밥 안 먹어!"라고 말을 하고 저녁을 안먹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버린다. 태웅은 없는 자존심을 긁어모아 버럭 화를 내고 방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삼겹살 냄새로 가득찬 방안에 있자니 속상함과 속쓰림을 함께 느껴졌다. 새벽 2시가 넘어 조용히 거실로 나와 아이스크림 한통을 먹고서 다시 잠에 든 태웅은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이 곰으로 변한 것을 깨닫게 된다. 아빠에게만 자신의 변화에 대해 말하려 했으나 아빠는 비명을 지르고, 그 비명 소리에 온 가족이 깨고야 만다. 한바탕의 소동 후 태웅이 곰으로 변한 것을 눈치채고서 엄마는 태웅을 안고 울고 있는데, 동생 영웅은 태웅의 동물화를 핸드폰으로 실시간으로 중계하였고, 몇 시간 후 경찰특공대가 들이 닥쳤다. 이상한 실험실에서 전기충격을 당하고, 피를 뽑히고, 이상한 빛을 쏘이는 등등쉴새없는 괴롭힘을 당하던 태웅은 동물화된 아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어느 농장으로 보내지게 된다. 농장에서의 생활도 참혹하기 그지 없다. 앞으로 태웅은 어떻게 될까?


엄마와의 싸움 이후 비둘기로 변한 세희는 비둘기의 생활에 적응에 가면서 무리의 리더인 덩치 비둘기를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세희를 찾아온 엄마를 통해 조금씩 단단해지는 세희.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덩치 비둘기가 사라지고, 덩치의 사라짐은 세희를 성장하게 만든다.


이 책은 주인공 태웅을 비롯한 여러 아이들이 전과 없던 몸과 마음의 변하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동물화에 나름대로 대처하고 적응하면서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간다. 동물의 몸으로 어려 일을 겪으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새로운 감정을 깨우치기도 하고, 또 엇나간 행동들로 주위에 폐를 끼치기도 하고, 누군가를 도와주기도 하면서 전과는 다른 경험과 변화를 겪게 된다.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무조건 참기만 했던 태웅은 곰이 된 이후, 필요할 때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함을 배운다. 그리고 비둘기가 된 세희와 지훈은 각자 다른 고민을 안고 있지만 우연히 서로를 향한 감정이 싹트면서 성장한다. 자신의 작은 키를 콤플렉스로 여겼던 지후는 기린이 되어 체육대회 때 현수막과 관련된 일을 격으며 이를 극복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동물화를 통해 성장하고 극복해가고, 무언가를 깨닫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에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도 있다. 하이에나로 변한 상욱은 위협적인 모습으로 아이들을 협박하여 돈을 갈취한다. 산에서 살아가는 들개 패밀리는 인근 마을에서 귀중품을 훔치고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물어 죽이는 등 악렬한 일을 일삼기도 한다. 이렇듯 다채로운 아이들의 이야기들은 제각각 어울러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격동의 시기인 사춘기를 '동물화'라는 설정 자체가 가지는 흥미로움은 다채롭고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와 합쳐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아이들의 고민들과 솔직한 감정들은 십 대의 아이들이 마냥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아마 이 책은 사춘기라는 시절을 지나고 있는 십 대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사춘기라는 시절을 지나온 어른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전할 듯 싶다. 그렇기에 유쾌하고 재밌지만 따스한 위로까지 전하는 이 책, 십 대의 아이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에게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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