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희 청소기
김보라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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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 속 아이의 모습이 굉장히 사랑스러운 책이다. 이 책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 방학에 학원과 숙제에 지진 초등학생 조용희가 늦잠을 자기 위해 만든 기발한 청소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쾌하고 산뜻한 색채와 통통 튀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조화를 이루며 학원과 숙제에 지친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맛보고 다정한 위로를 선사한다.


이 책의 주인공 조용희는 학교과 학원을 쳇바퀴 돌듯 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여덟살의 아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 방학 첫날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이제 여름 방학이니까 "엄마, 내일은 마음껏 잘게요!"라고 말하며 잠자리에 들어간다.


하지만 매미, 청소기, 초인공, 자동차, 강아지 등등 온갖 소음은 용희가 늦잠 자는 것을 방해하고, 용희는 졸린 눈으로 깨고야 만다. 딱 하루만 실컷 늦잠이 자고 싶었는데 말이다. 참다 못한 용희는 한 손에는 연필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가위를 들고서 세상 모든 소리를 빨아들이는 '조용희 청소기'를 발명한다.


조용희 청소기를 발명하고서 으쓱대는 용희.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우면서도 그 표정이 너무 재밌다. 그리고 용희는 조용희 청소기를 들고 나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빨아들인다. 과연 모든 소리를 빨아들인 조용희 청소기 덕분에 용희는 조용히 푹 잘 수 있었을까? 용희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학원과 숙제에 지친 아이들의 고단한 일상을 정말 현실감 넘치게 풀어내고 있다. 방학을 맞아서 단 하루만이라도 마음껏 자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 소원을 이루는 과정을 정말 발랄하면서도 재미난 상상으로 풀어내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만들기를 통해 아이다운 시선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용희를 따라가다 보면 답답하였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 시원한 웃음이 절로 나오게 된다. 늦잠을 자기 위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청소기로 빨아들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상상은 정말 아이들의 현실 그대로의 모습과 맞물리면서 몰입도를 높이며 더더 많은 공감을 얻게 될 듯 하다. 노는 게 제일 우선이 되어야 할 아이들이 오직 잠을 실컷 자기 위해 이 책과 같은 상상을 공감한다는 게 어른으로 씁쓸하다. 하지만 학원, 숙제로 너무나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하는 오늘날의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로움과 따뜻한 위로를 함께 선사 받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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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투자, 나쁜 투자, 이상한 투자 사회와 친해지는 책
권재원 저자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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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돈 없이 살 수 없다. 그냥 가만히 숨만 쉰다 하더라고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보니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가지길 원하고 투자에 있어 성공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과연 투자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책은 건강한 투자가 행복한 미래를 만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건강한 투자를 하기 위해 필수 경제 개념부터 올바른 투자 철학까지 아주 쉽고 재미있지만 명확하게 알려준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재원이가 어느 오후 3시, 다음날 벼룩 시장에 내다팔 물건을 챙기다가 먼지를 뒤집어쓴 코끼리 주전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재원이는 코끼리 주전자를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별게 없었기에 500원의 가격표를 붙인다. 그러자, 갑자기 코끼리 주전자가 화를 내기 시작한다. 자신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대신 투자를 하라면서 말이다. 재원이가 주전자에게 무슨 투자를 하냐며 자신은 돈도 없다고 말한다. 재원이의 말에 코끼리 주전자는 꼭 돈이 많아야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자신이 투자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이렇게 투자에 관한 이야기가 재밌게 시작된다. 


이 책은 제일 먼저 투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준다. 투자란 가치를 키우는 일로, 씨앗을 심고 키워서 열매를 맺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좋은 땅에 씨앗을 심고서 관심을 가지고 돌보면서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하듯이 투자한 결과는 생각만큼 금방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투자는 지금보다 더 큰 가치가 미래에 생겨나길 기대하면서 시간과 노력, 돈을 들이는 행동 모두를 말한다. 식당 메뉴를 연구하기 위해 샌드위치를 먹어보거나, 나중에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장난감을 사는 것 역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배가 고파서 샌드위치를 먹는 것이나 당장 가지기 놀기 위해 장난감을 사는 것은 투자가 아니다. 샌드위치를 먹고 장난감을 사는 똑같은 행위지만 어떤 목적을 두고 한 행동인지에 따라 투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투자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세한 사례를 들어서 정말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리고 과연 투자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도 함께 덧붙이고 있다. 그리고 투자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남들이 몰랐던 가치를 알아보는 투자에 대한 설명과 함께 투자는 경제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말한다. 이토록 성공적인 투자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소소한 것을 대단하게 키워내어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사회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투자가 성공적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듯이 모든 투자는 확실하지 않다. 그 누구도 100퍼센트 성공하는 투자는 없으며 사실, 100 퍼센트 확신하는 투자가 제일 위험한 투자다. 그리고 투자로 큰 이익을 본 사람들이 등장하면 떼를 지어 이들을 따라 하려는 무리가 생겨난다. 그러면 서로 더 큰 이익을 차지하려고 경쟁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질수로고 불안감은 더 커지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툴립 파동을 예를 들어 거품이 낀 투자의 위험성 또한 상세히 설명한다. 따라서 거품이 낀 투자는 위험하며 투자에는 늘 불확실성이 있음을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투자와 투기는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지만 이 책에서는 그 차이을 정말 쉽고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더 높은 가치를 기다리는 것은 투자이고, 더 높은 가격을 기다리는 것은 투기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높은 가치와 높은 가격이 함께하는 경우도 많아서 그 차이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투자는 위험 요소나 문제점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반면에 투기는 100퍼센트 성공할 것이라고 멋대로 믿어버리기 때문에 위험 요소를 무시하고, 눈앞의 현실도 받으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이 책을 읽다 보면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이 투자는 과연 정말 가치 있는 일인가?'를 질문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무엇이 투자이고, 무엇이 투자가 아닐까?', '100퍼센트 안전한 투자가 있을까?', '투자와 투기를 구분할 수 있을까?', '저축과 투자, 무엇을 선택할까?', '투자가 행복을 보장해줄까?'에 대한 답을 하나씩 찾아봄으로써 우리는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정말 어떤 투자가 좋은 투자인지, 나쁜 투자인지, 아니면 이상한 투자인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재원이와 코끼리 주전자의 재미난 이야기들와 그림은 이 모든 것들을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쉽고 재밌게 알려준다. 그리고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욕망과 만족스러운 안정감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가는 것이 행복한 투자의 본질임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필수적인 경제 개념부터 올바른 투자 철학까지 한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이 책, 경제와 투자가 궁금한다면 누구에게나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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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씨의 동물 직업 상담소 창비아동문고 329
안미란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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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살아가는 생물은 단지 인간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생물들 역시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데, 이 책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안위를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고양이 그냥씨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도시를 찾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새끼를 키우기 위해, 천적을 피해..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도시에 오지만 삶은 결코 녹록치 않다. 이들에게 친절하게 손을 내미는 그냥 씨의 이야기들을 통해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과 생각거리를 던진다. 기후위기와 야생동물의 삶, 동물권, 인간의 주거 문제, 이주 노동자의 노동권 등등.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 한번쯤 깊이 있게 생각해보면 좋을 듯 싶다.


이 책의 이야기는 그냥씨의 직업 상담소에 일본에서 온 곰 쿠마짱이 와서 직업을 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도시 동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있는 '그냥씨의동물 직업 상담소'의 주인장인 그냥씨는 도시 생활의 베테랑인 고양이다. 그냥씨는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게 없다. 그런 그냥씨의 상담소를 찾아온 일본에서 온 흑곰 쿠마짱. 이상 기후로 겨울잠을 자기 힘들어졌다는 쿠마짱의 이야기와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그냥씨의 이야기 등등. 곳곳에 담긴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현실 세계를 너무나 닮아 있다.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각각의 문제로 그냥씨를 찾아오는 동물들의 이야기들은 내가 인간이라는 게 자꾸만 부끄럽게 만든다. 


그냥씨의 상담소를 찾아오는 동물은 흑곰 쿠마짱 뿐만이 아니다. 녹아버린 빙하를 타고서 먹을 것을 찾아 떠나게 된 북극곰 폴라스키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그냥씨에게 직업을 구해달라고 한다. 쿠마짱과 폴라스키, 그리고 그냥씨의 이야기에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동물들의 생존에 위협적인 존재이며,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를 다시금 깨달는다. 먼저 선을 넘어온 인간이 인간이 사는 곳에 넘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유,해, 동,물로 만들어버리고, 선을 넘는 환경 파괴로 인해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을 심각한 수준으로 만들어 버리고.. 우리 인간이 저지른 잘못들이 얼마나 동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지를 이 책은 동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에게 전한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사실 자연 속에 있어야 할 동물들이 인간이 사는 주거지로 내려와 피해를 입히고 도망갔다는 뉴스를 종종 듣는다. 단지 인간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만으로 그 동물들은 모두 유해동물일까? 이 책은 과연 왜 동물들이 도시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았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도시 개발로 집을 잃은 비둘기와 황조롱이, 환경 파괴로 인한 생태 교란으로 굶주리는 너구리, 이상 기후로 겨울잠을 못자는 흑곰, 녹아내린 빙하를 타고 떠나게 된 북극곰까지. 동물들이 왜 도시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가보면 단지 이 책 속의 이야기가 동화로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 곳곳에는 혹독한 현실을 너무나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편히 휴식할 시간을 보장 받지 못하는 노동자 쿠마짱, 자신의 병과 근무 환경의 상관관계를 증명해야만 하는 폴라스키의 상황은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최저 시급보다 못한 급여를 받아도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도 없고, 아파도 쉽게 병원을 방문하기도 힘든 폴라스키의 모습은 이주 노동자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결코 길지 않은 분량의 동화이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아주 많은 질문을 던진다. 폴라스키는 왜 병원에서 문전박대를 받아야만 하는지? 황조롱이는 왜 도시로까지 와서 새끼를 낳고 키워야 하는 걸까? 아기 너구리는 왜 엄마를 잃고 홀로 남겨졌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만든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혹독한 도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며 굳세게 살아남는 동물들의 모습은 울컥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마지막 서로가 연대하여 새 생명 지켜가는 모습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낯설고 혹독한 도시에 적응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대견히 여기며 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가는 동물들의 모습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들은 서로 전혀 모르는 곳에서 태어났지만 한 데 모여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서로를 응원하며 새로운 삶을 이어나간다. 그런 그들을 보며 우리는 고난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렇듯 이 책은 명쾌하고 재미난 이야기 속에 수많은 질문들과 감동을 선사하며 오랫동안 기억될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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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여행 - 모두가 낯설고 유일한 세계에서
양주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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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곳에서 비로소 내가 된다. 

책 띠지 속 문구가 가슴에 콕 와 닿는다. 일상의 순간 속이 아닌 여행의 순간에서 발견하게 되는 나의 모습은 이제까지의 모습이 아니라 앞으로의 모습이 될 것 같아서 더 설레이게 다가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창작집단 unlock에서 활동 중인 양주안 작가의 첫 산문집으로 저자가 십여 년간 여행의 순간에서 만나온 사람들과 여행의 기록을 담은 여행 에세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파리의 에펠탑의 풍경이라던지, 밀라노 두오모 성당과 같은 명소에 대한 이야기는 실려 있지 않다. 대신 파리에서 만난 사랑을 찾는 청년들, 밀라노 게스트하우스의 가난한 여행자들, 멕시코시티에서 만난 거리의 선주민, 이스탄불 공항에 갇혀버린 시리아 남자, 어린 시절 일본에 정착한 한국인 가이드, 푸에르토 모렐로스에서 사랑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 등, 저자가 여행의 순간에서 만난 다양하고 다채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똑같은 세상은 그 어디에도 없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들은 게작각 다르지만 그럼에도 각각의 이야기들은 서로 맞닿아 있으며 얼마나 소중한 지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 본다. 그렇기에 이 책에 담긴 십여 년간 만나온 저자만의 고유한 여행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제목 그대로 '아주 사적인 여행'이며, 나는 가보지도 못한 장소이고,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이지만 그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오랜 여운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될 듯 싶다.


이 책에 담긴 여러 나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중 유독 인상적인 이야기는 바로 프랑스 몽페리에에서 D와의 이야기다. 수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D와의 대화를 미루고 있던 저자는 광장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D와 이야기를 나누고, 저자가 걱정했던 수어를 알고 모르고는 이 들 사이의 대화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이야기만을 할 수 있어 더 좋은 거라는 D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주말이면 멕시코시티 국립 인류학 박물관 앞 광장에서 열리는 전통 공연에서 전사의 춤을 보고서 느낀 저자의 글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꿈이 아니라 밥이며, 몸을 누일 방 한칸이며, 내 주위의 공간이라는 것을. 우리는 비록 위대한 위인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작아지는 몸으로 꿋꿋이 살아내는 사람이라는 게 왠지 뭉클하게 만든다. 삶을 연속하여 이어가는 것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라 우리를 살게 하는 아주 사소하고도 평범한 것들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평범하게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이어가는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칭찬 받아 마땅하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향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이게 하며 특별한 순간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여행의 순간이 더 특별할 수 있는 것은 다시 돌아와 맞이할 일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 속 담긴 저자가 만난 다양하고 다채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우리와 다르지만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모습과 그 안에 담긴 마음은 통하는 부분이 있기에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저자가 만난 많은 이들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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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홍선기 지음 / 모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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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굉장히 독특하여 읽게 된 책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지 않지만, 이 책의 주인공 케이시는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고 있다. 케이시는 20대에 1조원이 넘는 자산가가 된 벤처 사업가로 우연히 자신이 주최하는 파티에서 가즈키라는 대학생을 만나게 되고, 술을 한잔 하며 꾸준히 교류하며 친분을 쌓게 된다. 이 책은 케이시와 가즈키의 이야기를 두개의 골자로 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제목인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는 케이시가 가즈키에게 물어본 질 문이다. 케이시는 왜 가즈키에게 이러한 질문을 했을까?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케이시는 젊은 나이에 남부럽지 않은 환경을 가졌음에도 죽음을 늘 염두에 두고 사는 것일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제목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면서 그렇게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늦은 가을, 케이시와 가즈키는 케이시의 포르쉐를 타고 긴자의 레스토랑으로 향하다가 케이스가 급작스레 가즈키에게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라는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케이시는 왜 가즈키에게 죽음에 대한 질문을 하였을까? 사실 가즈키는 종교를 가지지도 않았고, 환생과 윤회, 천국도 지옥도 믿지 않았기에 영원불멸도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죽음 같은 것은 본인과는 영원히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평범한 삶을 살아온 가즈키는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가즈키는 케이시에게 자기처럼 죽음 같은 건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답을 바라며 케이시에게 케이시의 질문을 되물어 본다. 하지만 케이시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당연히 봄에 죽고 싶다고 답한다.


케이시는 20대의 아주 젊은 나이에 1조원의 자산가가 되었다. 그리고 케이시가 주최한 파티에서 참석하게 된 가즈키는 케이시와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 만남을 계기로 둘은 몇 년간 꾸준히 교류하며 친분을 쌓는다. 젋은 나이에 모든 걸 다 이루었지만 케이시는 매순간 삶의 허망함을 느낀다. 케이시에게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러한 태도로 삶을 사는 것일까?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책 서두에는 케이시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젊은 나이에 모든 것을 다 이루고 많은 것을 가진 케이시이지만 늘 허망한 태도를 유지하는 그가 안타까웠던 가즈키는 케이시가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추천한다. 하지만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는 가즈키와는 달리 케이시는 철저히 순간의 쾌락을 위한 데이트를 이어간다. 이 책의 이야기는 케이시와 가즈키의 시선을 교차로 하여 이어가는 데 둘의 상반되는 시선은 삶에 대한 상반된 태도를 지니고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키면서 그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게 만든다. 20대에 상상할 수 없는 재력을 가졌지만 삶에 대한 허망한 태도로 살아가는 케이시와 평범한 가즈키와의 친분이 어쩌면 소설적인 요소로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케이시가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나는 여성들 역시 다분히 소설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기에 가능한 다양하고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을 통해 이 책은 삶에 대해 어떤 시선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케이시가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삶에 대한 허망한 태도를 가지게 된 데에는 같이 입양된 동생의 '실족사'가 원인이었다. 정말 한 순간의 실수로 티없이 맑았던 16살 동생의 죽음을 케이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동생의 죽음 이후 동생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음을 알게 된 후 케이시 역시 우울증을 앓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케이시와 가즈키 뿐만 아니라 가즈키가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가즈키의 연인 하츠네, 그리고 케이시가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유메의 이야기도 첨가되면서 이 책의 이야기는 결핍과 상처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강렬한 제목과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만남, 그리고 결핍과 상처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는 이 책의 이야기들을 묘하게 궁금하게 만든다. 꽤 두꺼운 두께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 자리에서 다 읽게 된 것도 이 때문인 듯 싶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 부분이 다소 허망하였지만 어쩌면 우리네 삶이 이와 결코 다르지 않아서 오히려 케이시와 가즈키의 상반된 결론이 와닿는다. 제목부터 독특한 매력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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