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홍선기 지음 / 모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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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굉장히 독특하여 읽게 된 책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지 않지만, 이 책의 주인공 케이시는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고 있다. 케이시는 20대에 1조원이 넘는 자산가가 된 벤처 사업가로 우연히 자신이 주최하는 파티에서 가즈키라는 대학생을 만나게 되고, 술을 한잔 하며 꾸준히 교류하며 친분을 쌓게 된다. 이 책은 케이시와 가즈키의 이야기를 두개의 골자로 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제목인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는 케이시가 가즈키에게 물어본 질 문이다. 케이시는 왜 가즈키에게 이러한 질문을 했을까?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케이시는 젊은 나이에 남부럽지 않은 환경을 가졌음에도 죽음을 늘 염두에 두고 사는 것일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제목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면서 그렇게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늦은 가을, 케이시와 가즈키는 케이시의 포르쉐를 타고 긴자의 레스토랑으로 향하다가 케이스가 급작스레 가즈키에게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라는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케이시는 왜 가즈키에게 죽음에 대한 질문을 하였을까? 사실 가즈키는 종교를 가지지도 않았고, 환생과 윤회, 천국도 지옥도 믿지 않았기에 영원불멸도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죽음 같은 것은 본인과는 영원히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평범한 삶을 살아온 가즈키는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가즈키는 케이시에게 자기처럼 죽음 같은 건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답을 바라며 케이시에게 케이시의 질문을 되물어 본다. 하지만 케이시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당연히 봄에 죽고 싶다고 답한다.


케이시는 20대의 아주 젊은 나이에 1조원의 자산가가 되었다. 그리고 케이시가 주최한 파티에서 참석하게 된 가즈키는 케이시와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 만남을 계기로 둘은 몇 년간 꾸준히 교류하며 친분을 쌓는다. 젋은 나이에 모든 걸 다 이루었지만 케이시는 매순간 삶의 허망함을 느낀다. 케이시에게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러한 태도로 삶을 사는 것일까?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책 서두에는 케이시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젊은 나이에 모든 것을 다 이루고 많은 것을 가진 케이시이지만 늘 허망한 태도를 유지하는 그가 안타까웠던 가즈키는 케이시가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추천한다. 하지만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는 가즈키와는 달리 케이시는 철저히 순간의 쾌락을 위한 데이트를 이어간다. 이 책의 이야기는 케이시와 가즈키의 시선을 교차로 하여 이어가는 데 둘의 상반되는 시선은 삶에 대한 상반된 태도를 지니고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키면서 그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게 만든다. 20대에 상상할 수 없는 재력을 가졌지만 삶에 대한 허망한 태도로 살아가는 케이시와 평범한 가즈키와의 친분이 어쩌면 소설적인 요소로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케이시가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나는 여성들 역시 다분히 소설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기에 가능한 다양하고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을 통해 이 책은 삶에 대해 어떤 시선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케이시가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삶에 대한 허망한 태도를 가지게 된 데에는 같이 입양된 동생의 '실족사'가 원인이었다. 정말 한 순간의 실수로 티없이 맑았던 16살 동생의 죽음을 케이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동생의 죽음 이후 동생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음을 알게 된 후 케이시 역시 우울증을 앓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케이시와 가즈키 뿐만 아니라 가즈키가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가즈키의 연인 하츠네, 그리고 케이시가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유메의 이야기도 첨가되면서 이 책의 이야기는 결핍과 상처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강렬한 제목과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만남, 그리고 결핍과 상처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는 이 책의 이야기들을 묘하게 궁금하게 만든다. 꽤 두꺼운 두께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 자리에서 다 읽게 된 것도 이 때문인 듯 싶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 부분이 다소 허망하였지만 어쩌면 우리네 삶이 이와 결코 다르지 않아서 오히려 케이시와 가즈키의 상반된 결론이 와닿는다. 제목부터 독특한 매력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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