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씨의 동물 직업 상담소 창비아동문고 329
안미란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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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살아가는 생물은 단지 인간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생물들 역시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데, 이 책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안위를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고양이 그냥씨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도시를 찾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새끼를 키우기 위해, 천적을 피해..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도시에 오지만 삶은 결코 녹록치 않다. 이들에게 친절하게 손을 내미는 그냥 씨의 이야기들을 통해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과 생각거리를 던진다. 기후위기와 야생동물의 삶, 동물권, 인간의 주거 문제, 이주 노동자의 노동권 등등.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 한번쯤 깊이 있게 생각해보면 좋을 듯 싶다.


이 책의 이야기는 그냥씨의 직업 상담소에 일본에서 온 곰 쿠마짱이 와서 직업을 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도시 동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있는 '그냥씨의동물 직업 상담소'의 주인장인 그냥씨는 도시 생활의 베테랑인 고양이다. 그냥씨는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게 없다. 그런 그냥씨의 상담소를 찾아온 일본에서 온 흑곰 쿠마짱. 이상 기후로 겨울잠을 자기 힘들어졌다는 쿠마짱의 이야기와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그냥씨의 이야기 등등. 곳곳에 담긴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현실 세계를 너무나 닮아 있다.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각각의 문제로 그냥씨를 찾아오는 동물들의 이야기들은 내가 인간이라는 게 자꾸만 부끄럽게 만든다. 


그냥씨의 상담소를 찾아오는 동물은 흑곰 쿠마짱 뿐만이 아니다. 녹아버린 빙하를 타고서 먹을 것을 찾아 떠나게 된 북극곰 폴라스키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그냥씨에게 직업을 구해달라고 한다. 쿠마짱과 폴라스키, 그리고 그냥씨의 이야기에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동물들의 생존에 위협적인 존재이며,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를 다시금 깨달는다. 먼저 선을 넘어온 인간이 인간이 사는 곳에 넘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유,해, 동,물로 만들어버리고, 선을 넘는 환경 파괴로 인해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을 심각한 수준으로 만들어 버리고.. 우리 인간이 저지른 잘못들이 얼마나 동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지를 이 책은 동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에게 전한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사실 자연 속에 있어야 할 동물들이 인간이 사는 주거지로 내려와 피해를 입히고 도망갔다는 뉴스를 종종 듣는다. 단지 인간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만으로 그 동물들은 모두 유해동물일까? 이 책은 과연 왜 동물들이 도시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았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도시 개발로 집을 잃은 비둘기와 황조롱이, 환경 파괴로 인한 생태 교란으로 굶주리는 너구리, 이상 기후로 겨울잠을 못자는 흑곰, 녹아내린 빙하를 타고 떠나게 된 북극곰까지. 동물들이 왜 도시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가보면 단지 이 책 속의 이야기가 동화로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 곳곳에는 혹독한 현실을 너무나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편히 휴식할 시간을 보장 받지 못하는 노동자 쿠마짱, 자신의 병과 근무 환경의 상관관계를 증명해야만 하는 폴라스키의 상황은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최저 시급보다 못한 급여를 받아도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도 없고, 아파도 쉽게 병원을 방문하기도 힘든 폴라스키의 모습은 이주 노동자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결코 길지 않은 분량의 동화이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아주 많은 질문을 던진다. 폴라스키는 왜 병원에서 문전박대를 받아야만 하는지? 황조롱이는 왜 도시로까지 와서 새끼를 낳고 키워야 하는 걸까? 아기 너구리는 왜 엄마를 잃고 홀로 남겨졌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만든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혹독한 도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며 굳세게 살아남는 동물들의 모습은 울컥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마지막 서로가 연대하여 새 생명 지켜가는 모습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낯설고 혹독한 도시에 적응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대견히 여기며 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가는 동물들의 모습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들은 서로 전혀 모르는 곳에서 태어났지만 한 데 모여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서로를 응원하며 새로운 삶을 이어나간다. 그런 그들을 보며 우리는 고난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렇듯 이 책은 명쾌하고 재미난 이야기 속에 수많은 질문들과 감동을 선사하며 오랫동안 기억될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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