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식물처럼 삽니다 - 식물의 속도에서 배운 16가지 삶의 철학
마커스 브릿지워터 지음, 선영화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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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된 책이다. 그런데 띠지 속 글귀가 마음에 콕 박힌다.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싹을 틔울 준비 중입니다."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식물은 늘 똑같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다시 보았을 때 식물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성장을 하고 있음을 깨닫곤 한다. 우리 눈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 안을 살펴보면 자신만의 속도로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전 세계100만 명의 팔로워를 자랑하는 인기 정원사가 전하는 인생이라는 흙을 뚫고 마침내 꽃을 피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나를 북돋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 인생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방법 등에 관한 식물의 16가지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저자는 '성장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식물도, 사람도 모두 자라게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마다 고유의 의지가 있고 필요도 제각각 다른 식물과 사람은 공통적으로 성장을 '북돋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식물도 사람도 성장하는 속도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 자신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성장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기에 모든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성장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조언하고 있다. 성장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북돋울 때 비로서 시작되며, 그러려면 식물이든 사람이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새로운 식물을 들이게 되면 마음이 들떠서 빨리 자라기를, 혹은 빨리 꽃을 피우기를 바라곤한다. 그러다 보니 식물을 충분히 보살피고 있는 지 걱정이 되어 자꾸 물을 주거나 이리저리를 자리를 옮기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급한 태도는 오히려 식물에게 좋은 의도였지만 해가 되어 오히려 식물을 죽이게 되는 원인이 된다. 그렇기에 새로운 식물을 들이기 전에 기존의 정원을 먼저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물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면 정원을 조성할 공간의 기존 생태계와 햇빛, 기후 조건을 함께 고려해 보고 거기에 맞는 식물을 들이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우리네 삶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리가 살면서 습관을 바꾸거나 일과를 조정하고 싶다면 기존의 패턴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알아야 스스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식물을 통해 우리는 또 하나의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된다.


저자는 마약, 범죄, 폭력이 만연한 동네에서 선천적인 병과 피부색으로 인한 폭력과 차별을 겪으면서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에 피하지 않고 맞서 자랐다. 저자는 이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가 식물에서 배운 삶의 지혜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식물들 돌보며 깨닫게 된 삶의 지혜와 철학은 우리에게도 나아가 공감과 깨달음을 준다.


살다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게 된다. 아마 누구나 그럴 때면 막막하고 걱정과 불안이 앞설 것이다. 그럴 때 어떤 시련이 닥쳐도 성장을 포기하지 않는 식물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면 어떨까. 누군가와 다름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고유한 모습과 성장에만 집중하는 식물에게서 저자가 그러했던 것처럼 새로운 답과 해결방안을 찾게 되지 않을까.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식물처럼' 사는 것이 어쩌면 우리 자신으로서 성장하여 자신만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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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살고 싶지 않다면 당신이 옳은 겁니다
캐서린 모건 셰플러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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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라고 하면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자신이 완벽주의자 성향을 지녔더라도 구지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완벽주의자가 그리 나빠 보이지만은 않는다. 우선 책 제목에서부터 완벽주의자에 대한 위안을 전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분석해보면 그들은 그럭저럭 하기를 싫어하며 무엇이든 적당히 하는 법이 없다. 그들은 많은 것을 원하고 완벽하게 해내려는 의지를 가졌다. 목표에 따라 계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예민함과 강박적인 성향을 지닌, 완벽주의자들이 대부분인데, 이러한 성향은 앞서 말한 것처럼 왜곡되어 묘사되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완벽주의자들을 향한 오해와 편견이라고 이 책은 전한다. 이 책의 저자 캐서린 모건 셰플러는 굴지의 기업 CEO들과 일하며 '진정한 완벽주의자'들에 대하여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저자는 완벽주의란 '아주 강력한 에너지'라 말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자신을 괴롭힌 적이 있다면, 이는 그러한 성향을 자신이 가진 재능이자 힘이라고 인정하지 않은 채 고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선 자신에 대한 이해가 먼저 시행되어야 하므로, 이 책의 본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나의 테스트 결과는 역시나 '전형적인 완벽주의자'였다. 이 테스틀 먼저 하고서 이 책을 읽는다면 보다 유용한 정보와 조언을 얻을 수 있으므로 자신이 완벽주의자 적인 성향이 있다면 진지하게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참 좋을 듯 싶다. 그리고 이 책은 이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각 유형별 완벽주의자들의 특성과 단점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과연 '나는 어떤 완벽주의자'인지를 이 책을 통해 분석해보고 알아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이해에 아주 큰 도움이 될 듯 싶다.


이 책이 가장 큰 특징은 완벽주의자들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질을 꿰뚫고 초점을 조금 변화시키는 것으로 약점으로 여겼던 것들을 자신만의 강점으로 만들어준다. 자신의 완벽주의가 열병처럼 낫기를 바랐던 완벽주의자들은 평범해지라는 끔찍한 충고를 받곤 하는데, 이 방법들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완벽주의자들은 자기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는게 분명하다고 가정을 하고 시작하기에 효과도 없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자기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다.


이 책은 자기 안에 있는 걱정과 불안, 두려움을 성공의 뒷받침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을 상세히 담고 있다. 변수를 허용하지 않는 통제를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으로, 실패할 까봐 초조해하는 압박을 긍정적인 긴장감으로, 목표를 향한 과도학 욕심을 이상을 실현하는 야망으로, 순간적인 욕구에 흔들리는 충동을 미친듯이 불타오르는 추진력으로 변화시킨다. 이 모든 것들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설명되어져 있어 꽤 유용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신뢰하라는 메세지다. 이 메세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은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게 할 뿐만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사는 가장 큰 기반이 될 것이다. 제목 그대로 '그럭저럭 살고 싶지 않다면 당신이 옳은 것'임을 명심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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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호랑이 버스
국지승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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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호랑이 버스에 시선이 확 끌리는 책이다. 과연 아이가 아빠와 함께 호랑이 버스를 타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아이의 미소에 왠지 행복하고 재미난 이야기가 가득할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이 책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하는 국지승 작가의 신작으로 아빠와 아이가 호랑이를 보러 어린이 대공원에 가는 길에 생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바쁜 엄마 대신 아이의 밥을 먹이는 아빠와 엄마가 없어 기분이 좋지 않은 아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나는 엄마가 제일 좋은데..."라 말하는 아이, 선아는 자신이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아빠는 자신이 무슨 색을 좋아하는 지와 같이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게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뾰루뚱한 선아에게 호랑이를 보러 가자고 말하는 아빠. 아빠의 호랑이를 보러 가자는 제안에 엄마를 찾는 것도 잠시, 선아의 마음은 들뜨기 시작한다. 머리 묶기, 옷입기, 이빨 닦기와 같은 외출하기 위한 과정들을 거치고 아빠와 선아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를 기다리다 갑자기 똥이 마려운 선아. 어린이 대공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도 전에 아빠와 선아는 화장실에서 한바탕 씨름을 한다. 


겨우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은 아빠와 선아. 둘은 어느새 잠이 들고야 말고, 버스는 어느새 어린이 대공원에 도착한다. 잠이 빠진 둘은 어린이 대공원에서 내리지 못하고 계속 버스에 남게 되는데.. 이제부터 아빠와 선아의 진짜 외출이 시작된다. 


나른한 잠에서 깨고 보니 아뿔사, 버스 안에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동물들이 가득 타있다. 과연 이게 어찌된 일까? 그뿐만이 아니다. 버스 운전기사는 늑대이고, 버스는 어느새 호랑이 버스로 변해있다. 그리고 아빠와 선아가 내린 곳은 어린이 대공원은 아니지만 난생처음 보는 정말 신기하면서도 놀라운 곳이다. 과연 아빠와 선아 앞에는 어떤 장면과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서 선아는 익숙한 엄마를 더 좋아하는 아이다. 하지만 서툴지만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아이는 조금씩 아빠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조금 부족하고 서툴어도 자신을 사랑하는 눈빛과 손길을 가진 아빠를 보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선아. 그리고 선아가 좋아하는 걸 해주고 싶어하는 아빠의 사랑은 늑대 운전기사와 토끼, 여우, 돼지, 닭 등 다채로운 동물이 가득한 호랑이 버스로 이끈다. 깜빡 잠에 들어 가고 싶었던 어린이 대공원에서 내리지는 못했지만 아빠와 선아는 호랑이 결혼식에 초대받아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렇게 몽환적이면서도 따스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 아빠와 선아. 이 둘이 이토록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이끈 마법의 힘 덕분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스크림보다 호랑이보다 아빠가 좋다'는 선아의 말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선아의 '아빠 똥'은 다시 현실로 되돌아오게 만드는 마법의 말이라고 할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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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6 - 수사자 아산테 창비아동문고 331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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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간된 푸른 사자 와니니 6권이다. 와니니 6권에서는 와니니 무리에서 태어난 첫번째 수사자 '아산테'가 가족을 떠나 자기만의 길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아산테 아저씨'의 이름을 물려받은 수사자 아산테. 그는 어린 와니니를 지키기 위해 강한 상대에게 용기있게 맞서다 숨을 거둔 전설의 수사자다. 특별한 이름을 물려받았고 와니니 무리의 첫번째 수사자이기에 누구보다 당당한 수사자로 살아야 한다고 늘 생각했던 아산테는 자신이 생각보다 용기가 있지도 강하지도 않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무리를 떠나 동생 후루까지 챙겨야만 하는 현실 앞에서 과연 그는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이 책은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나아가는 아산테의 성장과 모험 이야기를 통해 두려움을 딛고 소중한 것을 지키는 일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아산테가 표범의 냄새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용감한 수사자가 되고 싶지만 아산테는 자신도 모르게 표범의 냄새 앞에서 몸이 굳어 버린다. 어릴 적 표범에 물려 죽어가는 형제의 모습이 그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일까. 아산테는 표범의 발톱 자국에도 놀라는 자신이 싫지만 표범에 대한 두려움은 쉽사리 없어지질 않았다. 그런 그가 표범과 단 둘이 맞서게 되었고, 그는 자신도 모르던 수사자의 힘으로 표범이 목덜미를 물어 숨을 끊게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아산테와 후루는 와니니 무리를 떠나 초원으로 나서게 된다. 초원으로 나서자마자 아산테와 후루는 다양한 동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신기하게 동물들은 아산테라는 이름만으로 놀랐다. 사실 아산테는 1권에서 어린 와니니를 위해 무투에 맞선 수사자로 초원에서 그 명성이 자자하여 전설의 수사자로 알려져 있었다. 인간의 총에 맞은 상처때문에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는 몸으로 무투와 세 아들에게 용감하게 맞섰던 수사자. 그는 어린 와니니가 새로운 무리를 이루도록 도왔고 그러고는 위대한 왕의 눈을 빛내며 홀로 초원으로 돌아갔다. 


아산테 역시 태어나 줄곧 아산테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고, 자신의 그 자랑스러운 이름은 특별한 선물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초원으로 나오자 아산테라는 이름은 제것이 아닌 것 같았다. 마치 남의 이름을 세우고 있는 듯 했다. '아산테'라는 이름의 무게, 그리고 동생 후루를 돌보아야 하는 것, 초원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아산테의 어깨를 더더욱 무겁게 했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보잘것 없게만 느꼈던 아산테는 우연히 만난 수사자들을 통해 자신이 어리숙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성장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암사자를 만나 정착해야 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할 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과연 아산테는 초원에서 자신의 무리를 이루어 정착할 수 있을까? 아산테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아산테라는 위대한 이름에 걸맞는 수사자가 못된다며 다른 동물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자신이 아산테 아저씨와 이름만 같을 뿐 덩치도 작고 힘도 약하다며 좌절했던 아산테는 우연히 만난 마이샤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수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워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강인함이란 나와 다른 존재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태도임을 배우고, 소중한 것을 지키위해 용기를 내는 성숙한 수사자로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아산테의 모습들은 새로운 곳을 향하여 나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큰 용기를 준다. 그렇게 이 책 속 아산테의 이야기는 강한 힘은 자신을 믿는 마음에서 비롯됨을 깨닫게 한다. 아산테를 통해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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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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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의 단요 작가의 신작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이라 하니 더더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사람들의 머리에 수레바퀴 모양의 원판이 생긴 이후 세계가 어떻게 변하였는지를 담아낸 소설이다. 그런데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는데도 왠지 우리가 사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사람들의 머리 위에 '운명의 수레바퀴'라 불리는 수레바퀴 모양의 원판이 떠오르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만질 수도 없고 과학으로 검증할 수 조차 없는 이 원판은 사람들의 정수리에서 50센티 가랑 떠올라 있으며 정의를 상징하는 청색과 부덕을 상징하는 적색 영역으로 이분되어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개개인의 청색 영역 비율은 어느 나라에서든 평균적으로 65 퍼센트 전후이고 주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조차 70 퍼센트를 넘기기 어렵다. 두 영역의 비율은 삶의 행적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데, 강도와 같은 중범죄는 초범의 경우 평균적으로 5에서 15퍼센트 사이의 변동을 보이고 살인은 그보다 더 크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적 없는 사람들의 수레바퀴의 적색 영역은 존재한다.


즉 수레바퀴는 환경과 동기를 참작하면서도 그걸 완전한 면죄부로 삼지 않으며, 부분적으로는 개인적인 실천 이상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선진국 시민에게는 구조적인 착취를 외면한 채 풍요를 만낀한 책임을, 독재국가 시민에게는 신념과 행위의 정당성을 묻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덕분에 수레바퀴의 출현은 진짜 바퀴의 발명 만큼이나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주인공 나는 이렇게 수레바퀴 이후 변화된 세계에 대하여 취재를 하고 있으며, 수레바퀴가 출현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바뀐 세상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다.


수레바퀴가 생기고 나서부터 사람들은 변하였다. 이전과는 달리 지금 당장 덜 쓰고 많이 나누는 것이 최선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도 생겼고, 이를 반대하는 이들도 당연히 생겼다. 그리고 이제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가 중요해지는, '누구를 믿느냐'보다 '어떻게 처신하느냐'로 옮겨갔고 그 결과 종교와 철학의 위치는 뒤집혀졌다. 오랫동안 재고로 남았던 규범윤리학 도서들이 하루만에 증쇄를 결정했고, 방송사들은 앞다퉈 철학 특집을 편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체험하게 된 직업을 이 책에서는 아이돌이라 말한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아이돌 산업은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총체적인 이미지를 판매하는 산업으로 완성되었고 이러한 변화를 이끈 것은 기획사가 아니라 팬덤이었다. 팬들은 나의 아이돌이 수레바퀴의 숫자가 높기를 바라게 된 것이다. 수레바퀴가 생기고 난 이후, 아이돌 문화는 가창력보다 인성이 더욱 팔리는 가치가 되었고 도덕주의를 향해 내달리게 되었다.


이렇게 이 책은 아이돌부터 시작하여 여러 직업군에서 수레바퀴 이후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수레바퀴 이후 변화를 맞이하게 된 다양한사람들의 반응과 의견을 아주 분석적으로 적어가고 있는 데, 이를 읽는 재미가 있다.


'디코덤'은 등장인물의 행동이 상황과 신분에 어울리는 것을 가리키는 문학 용어로 이 작품 속에서는 수레바퀴 이후 세계에 대한 적정률을 찾아주는 전문가 집단의 회사로 등장한다. 디코덤은 수레바퀴의 요구 사항을 개인적인 품성이 아니라 책무의 문제로 보는데, 이상적인 행동 양식이란 허상이고, 각자 직분과 영향력에 따른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즉 수레바퀴의 65 퍼센트는 개인이 충분히 도달가능한 목표이지만 나머지 35 퍼센트는 아주 복잡하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디코럼이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은 35퍼센트, 그 중에서도 전 지구적 불평등과 환경 문제로 수레바퀴가 던지는 난제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이다. 이처럼 생각보다 복잡한 수레바퀴의 영역에 대하여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세밀하게 담고 있는데, 왠지 이 책을 읽다보면 지금 우리의 현실과 작품 속 수레바퀴 이후를 자꾸만 비교하게 된다. 그리고 수레바퀴를 받아들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태도 역시 흥미롭다. 아쉽게도 이 책이 서평단을 위한 가제본 책이다 보니 1장과 2장만 있어서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2장 마지막 부분에 언급된 수레바퀴에 적대적인 '안티휠'의 입장은 과연 무엇인지 너무 궁금하다.


이 책의 설정에 의하면 '운명의 수레바퀴'가 인간의 정수리에 생기게 되면서 정의로운 행동에 대한 평가는 바로 직각적으로 보이게 된다. 과연 그렇게 된다면 이태껏 내면적인 가치로 여겨졌던 정의가 이제는 자신의 이익과 직결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다양한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서술하고 있다. 도입 부분에는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한 사회라서 이전 사회보다 훨씬 더 나은 세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안에서도 사람들의 입장은 복잡하게 얽혀있다. 운명에 따라 수레바퀴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따르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듯이 말이다. 신박한 설정 자체가 이야기 자체에 폭 빠져들게 만드는 이 책, 묘하게 매력적이다. 그리고 뒷 이야기가 너무 너무 궁금하면서 기대가 된다. 과연 세계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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