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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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시키기>를 꽤 인상적으로 봤던 터라 제목만 보고 책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 이 책의 이야기는 나의 예상에 완전 빗나갔다. 하지만 이 책의 여는 글에서 저자는 <서재 결혼시키기>를 언급하고 있다. <서재 결혼시키기>의 저자 앤 페디먼은 남편과 서재를 합치며 진정으로 결혼을 완성했다고 썼다. 그들은 서로의 자아만이 아니라 서재를 결혼시키면서 살갗처럼 친숙한 책들과 두 존재의 지성적 결합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결혼 25년 만에 남편과 서재를 나누며 '닮음'의 열망 때문에 '다름'이라는 현실을 간과하고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느다. 그리고 이 책은 타인과 더불어 살지만 궁극적으로 자아를 잃지 않는 독립적인 삶에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독립적인 삶의 태도는 기질과 취향이 다른 영원한 타인인 배우자와의 결혼 생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과 독립을 겪으면서 따뜻한 애착의 습관, 정신적인 탯줄을 끊고 함께 성장해야 하는 부모에게도 필요하다. 그리고 나아가 단단하고 영리한 행복을 찾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미덕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야기를 이 책은 1장에서는 주로 결혼 생활에 대해, 2장은 아이들과의 이야기에 대해, 마지막 3장에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자신의 내면에 대해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배우자 올비, 자녀 단비와 현비, 부모, 그리고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따뜻하고 소소한 하루들을 통해 자신을 온전하게 발견하고 타인이 아닌 자신으로 채우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의 생일날마다 저자가 예약을 하고 나면 남편이 찾아오는 케이크를 먹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남편에게 올해부터는 남편이 퇴근 후 직접 생일 케이크를 파는 빵집을 찾아 사오도록 했는데, 그 날 먹은 생일 케이크가 제일 맛있었다며 상대의 우아한 배려나 변화를 기대하지 말고 충직하게 매일 싸우라는 저자의 조언에 웃음과 함께 공감이 마구 된다. 그렇다. 먼저 나부터 바뀌어야 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내용을 상대에게 충직하게 알려야 하며 이를 통해 변화를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나도 상대도 바뀌어 좀 더 행복에 근접할 수 있다. ㅋㅋ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고 살다보면 너무나 다른 취향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 저자의 말처럼 "왜?"라는 질문보다 "아!"라는 감탄사로 인정하는 태도로 취한다면 갈등의 요소는 줄어들 수 밖에 없으며 서로 다름에 대한 인정은 제각각 행복하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틀이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문장들에 공감이 되고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특히, '자식을 키우는 순수한 목적은 자식에게 더 이상 부모가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꼭 명심하고 싶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우리 식구들의 먹거리에 진심인 편이다. 그렇기에 나의 많은 시간을 식탁에 올릴 음식들에 쏟고 있다. 왜냐면 나 또한 저자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상을 차려준 엄마'로 기억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배우자와 부모, 자녀와 건강한 관계를 맺으면서 온전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한다. 그렇기에 관계로 인해 힘들고 지친 사람들, 혹은 자기 인생에서 '자기'가 빠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아가면서도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온전한 나만의 행복으로 꽉 채운 삶을 살아가는 법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에서 보면 이 책의 제목이 너무 한정적이라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단순이 서재를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꼭 갖추어야 할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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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마음 약국 -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책 처방전
이현아 지음, 소복이 그림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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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잡아낸 소복이 작가의 표지 그림이 눈길을 끌면서 이 책의 제목 대로 그림책이 아이들의 힘들고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14년 차 초등 교사, 좋아하는그림책연구회 대표 이현아 작가가 어린이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그림책 처방전을 책으로 담아내었다.


그림책 처방이란 아이들의 고민이나 사연을 듣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마음 약 편지와 그림책을 처방해 주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저자는 지난 7년 동안 교실 속 아이들의 '마음 약사'로 활동하며 '교실 우체통'을 만들어 아이들의 고민과 사연을 들어왔다고 한다. 오후 4시, 수업이 끝나고 난 뒤 저자는 교실 우체통을 열어 반 아이들의 사연을 읽고서 때로는 상담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편지를 써서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해왔다고 한다. 그에 더하여 증상별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만한 그림책을 추천해 주었는데 그림책은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오래가는 읽는 약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7년간 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한 마음 약국의 이야기를 모아 어린이 고민 유형별 그림책 처방전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본격적인 책의 이야기에 앞서 이 책은 '마음 건강 문진표'를 먼저 수록하여 아이들의 마음을 체크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 처방은 단지 아이들만에 국한되지는 않는 듯 싶다. 이 책을 읽는 모두가 함께 책 속의 문진표, 마음 약 편지, 처방전을 읽다 보면 어느 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책을 읽기 전보다 한결 가벼워진 걸 느끼게 된다. 그렇게 이 책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 위로를 선사한다고 할까.


이 책에 제일 먼저 실린 고민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자기 부정에 대한 고민이다. 이 책에는 먼저 아이들의 고민을 수록하고 그 고민에 대한 마음 약 편지를 덧붙이고 있는데, 각각의 아이들의 고민을 아이들의 표정을 정말 잘 잡아 담아내는 소복이 작가의 그림으로 표현해 내어 더더욱 책에 집중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들의 고민에 대한 마음 약 편지는 바로 '거울 대화법'이다. 거울 대화법을 하는 세세한 방법까지 수록하여 매일 거울 대화를 통하여 사랑과 용기를 흡수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꿀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림책 처방전. 자기 부정 고민에 대한 마음 약국 처방전은 바로 <이게 정말 나일까?>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쩜 이렇게 고민에 딱 맞는 처방을 내렸는지 감탄할 수 밖에 없는데, 지난 7년간의 경험과 그림책과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는 저자의 진심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 저자가 7년동안 겪은 아이들의 사연을 18개로 유형화하여 담아내고 있는데 이 책에 담긴 사연들은 아이들의 실제 사연과 온라인 공모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온 사연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각각의 사연은 더 공감이 되는데, 마음이 아픈 아이들의 사연들이 이토록 많고 다양하다는 것이 참 가슴 아팠다.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서 아픈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래본다.

 

그리고 이 책의 출간 기념으로 함께 온 '마음 약국 꾸러미'는 온라인 서점 구매시 선택하여 함께 구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이들의 각각의 고민별로 그림책 처방을 너무 잘 담아내고 있어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실제로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 그림책 처방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유독 아이의 표정이 안 좋은 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말해보라고 다그치는 것보다 이 책을 슬며시 건내 보면 어떨까. 아마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따스한 위로를 선사받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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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 - 평생을 수치심과 싸워온 우리의 이야기
로라 베이츠 지음, 황가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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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불편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야만 하는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여성들이 오랜 시간 동안 겪어야 했던 성차별에 대한 고백과 그 반복적인 일들이 사회제도적인 시스템의 의한 것이라는 고발을 담은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시작은 저자가 이태껏 당해온 성차별과 성추행에 관련된 목록을 나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저자가 목록들을 나열했던 것처럼 여성이라면 스스로 이런 목록을 적어보라고 추천하고 있다. 왜냐하면 목록에 제일 먼저 적게 되는 명백한 사건들, 즉 머리속에 바로 떠오르는 사건들을 겪으면서 당사자는 너무나 힘겨웠지만 다른 사람들이 유난 떨지 말라고, 오해하지 말라고 했던 일들, 사소한 일들, 상대방에게 악의가 없었음을 자신도 아는 일들, 자신 있게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일들이 과연 정말 유난을 떠는 거라고 확실할 수 있냐고 저자는 묻는다.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스스로 나의 잘못인가? 아니면 내가 그 일을 초래할 만한 행동을 했는가? 내가 상대방을 오해하게 만들었는가?를 스스로 되묻게 되지만 실은 그것은 여성의 잘못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적으로 매일, 지금도 여성들이 남성들에 의해 살해를 당하고 있다. 하지만 대개 우리는 그 여성들의 이름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뉴스나 언론에 기사화 되는 경우는 아주 극소수이고,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는 사회는 이를 '극히 드문' 혹은 '물 흐리는 미꾸라지가 저지른 비극적인' 일로 치부하고 사건들의 상호 연결성을 배제시켜버린다. 이렇다 보니 이 모든 사건들에 대한 시스템 차원의 해결책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건의 원인과 예방과 해결책은 또다시 여자의 몫이 되어버리고야 만다고 말하고 있다. 곰곰히 이 책에 나오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읽기에도 힘든 사건들을 하나씩 살펴보다보면 이 사건 모두가 연결되어 있지만 이태껏 우리는 각각의 사건으로 여겨왔고, 저자의 말처럼 그 모든 사건들의 원인과 예방, 해결책을 여자들의 책임으로 돌려졌음을 깨닫게 된다.


페미니스트 활동가, 작가, 강연가, 방송에서 남자 패널과 피 튀기며 토론을 하고,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여러 권의 페미니즘 책을 쓴 저자 역시 성차별을 겪은 순간들이 있었다. 아마 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그러한 순간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있었다'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 없을 만큼의 목록들이 우리 뒤를 따르고 있고, 지금도 어쩌면 생겨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비슷한 사건들을 연속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점과 점을 연결'하여 이 사건들이 우연히 벌어진 독립적인 사건이 아니라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간 일상에서 흔하게 겪었지만 무시하려 애썼던 목록을 떠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이 겪었던 공포, 학대, 괴롭힘, 차별들은 과연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가진 저자는 다른 여성들에게도 목록에 대해 물어보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런 질문 조차 받은 적이 없었고, 아무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해 본 적조차 없다고 말하였다. 왜냐, 그것이 여성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더이상 목록의 일들이 일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야기들이 모일 수록 다양한 억압의 형태간에 겹치는 부분이 있음은 명백해졌다. 여자들은 스스로를 믿지 않도록, 목록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도록 그동안 체계적으로 훈련받아왔다. 이것이 바로 아주 오랫동안 가부장으로 대표되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사회 시스템을 통해 구축해온 억압인 것이다.


그렇기에 문제는 여자들에게 있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있음을 여성 뿐만 아니라 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깨달다아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기는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그 사람이 짧은 치마를 입어서, 혹은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에 등과 같은 말로 안되는 원인을 더이상 찾아서는 안될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 속 사건들은 대한민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스토킹 범죄로 인한 살인 사건,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무차별 폭력 등등.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한 폭력은 살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참혹하고 처참 그 자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에게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시급한 저항의 행동은 우선 목록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차별은 없다고 말하는 누군가의 세계를 부수기 위해서, 연대하고 한 목소리를 내가 위해서 목록이 필요한 것이다. 떠올리기 힘들겠지만 나도 여러분도 한번 만들어 보시길, 생각보다 그 목록이 길고 생각보다 많은 사건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가슴 아프고 처참해진다. 이 책은 부디 보다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이 사회가 바뀔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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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 꼬리 4 - 붉은 여우의 속삭임 위풍당당 여우 꼬리 4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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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꼬리' 시리즈의 4권은 강렬한 빨강색의 표지와 '붉은 여우의 속삭임'이라는 소제목이 눈길을 잡아끈다. 손원평 작가의 첫 동화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위풍당당 여우꼬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도록 일깨워주는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고, 우리집 2호 역시나 4권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등장인물 소개는 이 책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이전 시리즈에서와는 달리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어 4권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프롤로그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시작되는 이 책.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다. '후회할 줄 알면서도 꼭 하게 되는 선택'. 떠올리기만 해도 골치 아프고 괴롭지만 그러한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내가 성장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과연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의 이야기와 어떤 꼬리가 나오게 될 것인지 프롤로그를 읽고 나니 더 궁금해진다. 1, 2, 3권에서느 '방향의 꼬리', '우정의 꼬리'와 '용기의 꼬리'와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멋진 한 해를 보냈던 주인공 단미는 이 책에서 5학년을 맞이함과 동시에 네 번째 꼬리를 만나게 된다. 새학기를 맞이하게 되는 단미의 어색함과 불안함은 과연 어떤 꼬리와 조우하게 만들까?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기는 모든 것이 낯설기에 누구에게나 어색하다. 게다가 단짝 루미와 다른 반이 된 단미는 홀로 외톨이가 된 것 같은 느낌마져 든다. 그렇다고 모르는 얼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아이들과 어울리기 힘든 단미. 그리고 급식실에서 한 여자아이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과연 이 아이는 누구이길래 단미를 계속해서 쳐다보고 묘한 미소까지 짓는 걸까?


하교길에 그 아이와 다시 마주치게 된 단미. 그 아이는 자신을 제주도서 전학온 도래아라며 먼저 말을 건다. 그리고 자신과 단미가 친구가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말을 하며 단미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말마져 한다. 전학온 아이가 도대체 어디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은 건지 의문스러운 단미.

게다가 집에 도착해보니 생각지도 못한 불청객이 단미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가 왠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를 안고 단미를 맞이한다. 놀라는 단미에게 엄마는 단미의 고모 딸, 아진이라며 소개를 하고 고모와 고모부가 며칠 동안 외국에 가게 되어 엄마, 아빠가 맡아주기도 했다며 아진이를 소개한다.


단미는 엄마가 인사도 하지 않고 자신의 안부에 대해는 묻지도 않고 오로지 아진이 이야기만 하고 아빠마져 아진이만 보는 것에 마음이 불편하다. 게다가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되감자 머리가 지끈지끈 쑤시더니 등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네 번째 꼬리가의 등장이 머지 않은 느낌이 드는 단미. 5학년 첫날부터 반갑지 않은 일투성이인데다가 새로 만나게 될 꼬리마져 단미를 괴롭힐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단미가 친해지고 싶은 민재와 시호는 너무나 이야기를 잘하고, 그림이라면 자신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깜짝 놀랄 만큼 그림을 잘 그리는 선유를 보니 단미의 얼굴이 빨개진다. 심지어 엄마 아빠는 낯선 아기를 돌보느라 단미에게 관심조차 없다. 이 모든 것들을 하나씩 생각하게 되자 뜨거운 소용돌이와 같은 것이 자신에게 끓어오르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네 번째 꼬리가 나올 것을 직감한 단미가 벌떡 일어나 무작정 달려 계단을 돌아 몸을 숨기는 순간, 펑! 새빨간 꼬리가 폭발하는 불꽃처럼 사납게 튀어나온다. 


단미에게 나타난 네 번째 꼬리는 바로 질투의 꼬리였다. 그리고 네 번째 꼬리는 강력한 힘을 휘두르며 단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과연 단미는 불타오르는 질투심을 극복하고, 네 번째 꼬리를 능숙히 다루는 데 성공하게 될까? 단미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질투'라는 감정은 과연 부정적이기만 하는 걸까? 우리는 보통 질투라는 감정은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드러내서 안되는 감정으로 여긴다. 하지만 우리 마음 속에 질투의 힘이 아예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질투라는 감정 자체가 아예 없어진다면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는 동력 마져 사라질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에서 단미는 자신이 관심있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가 가까워질까봐 흥미도 없는 모듬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자신보다 더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돋보일까봐 가시 돋친 말도 내뱉는다. 게다가 자신보다 훨씬 더 어린 사촌 동생에게도 질투를 느끼게 되는 데 이러한 단미의 모습들은 질투심으로 인해 괴롭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폭발할 것만 같은 단미의 모습들에게 무슨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되지만, 반대로 단미가 질투의 꼬리와 결별한 뒤 모든 의욕을 잃어가고 자기다움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면 질투가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질투가 지치고 주저앉고 싶을 때 나에게 힘을 북돋워 주는 감정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욕심을 내는 건 나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라는 것도 함께 깨닫게 된다. 그렇게 질투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 단미는 마지막에 네 번째 꼬리와 화해하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데 이 장면이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이다.


새로운 꼬리와 함께 자신다움을 찾아가는 단미의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인 '위풍당당 여우 꼬리' 시리즈. 다음 번에는 또 어떤 꼬리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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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내 친구 - 신나라 그림책
신나라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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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내 친구>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 책은 외로웠던 아이 앞에 나타난 유령 친구를 통해 긴장감과 공포감을 유발하여 재미를 끌어 올리면서도 또래 친구와 더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독특한 매력의 그림책이다. 표지에서 이미 눈치챌 수 있듯이 다가오는 할로윈쯤에 읽으면 더더 좋을 것 같다. 


얼마 전 어린이집을 전학한 주인공 지우는 얼마 전부터 오늘을 기다렸다. 오늘이 바로 전학 온 어린이집에서 맞는 첫 핼러윈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이사를 와서 새로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기에 지우는 아직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고, 그래서 가면을 쓴 채 누가 누구인지 모르고 놀 수 있는 핼러윈을 기다렸던 것이다. 오늘 지우는 무시무시하고 화난 고양이가 되었다. 


가면을 쓴 지우는 조용히 타서 스윽 앉던 평소와는 달리 "크아아앙! 나는 무시무시하고 화난 고양이다!"라며 으르렁거리면서 버스를 올라탔다. 그러자 친구들은 "와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핼러윈읻고, 가면을 쓰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왜냐면 가면을 쓴 지우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여 다 같이 사진을 찍고, 흥겨운 파티 시간 다같이 짝을 맞춰 춤을 추며 신나게 논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우만 혼자다. 분명히 짝이 맞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짝이 맞지 않았다. 다행히 드라큘라 친구가 불러주어 셋이서 춤을 추었고, 셋이서 추니 더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또 일어난다. 간식 시간에 지우만 간식이 없고, 바깥 놀이 시간 지우 신발만 없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간식이 없는 지우에게 친구들이 다 조금씩 간식을 나눠줘서 더 즐겁고 맛나게 먹고, 신나게 돌아오고 나니 지우의 신발이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이게 어찌된 된 일일까? 그리고도 이상한 일은 멈추질 않는다. 이날따라 자꾸 생기는 이상한 일. 과연 어찌된 일일까? 


급기야 전혀 모르는 아이와 단둘이 남게 된 지우. 과연 지우 앞에 있는 이 유령 친구는 누구일까?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과연 이 유령 친구의 정체가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해지면서 오싹해진다. 그리고 왠지 오싹하면서도 수상한 친구와 함께한 하루는 그동안 혼자 외롭기만 했던 지우에게 재밌고 특별한 하루를 선사한다. 오싹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 책의 이야기는 친구의 정체를 알아갈수록 더욱 오싹해지기에 핼로윈 시즌에 읽으면 더더 좋을 것 같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 핼로윈 행사를 앞두고 읽으면 재미가 더 배가 될 듯하여 추천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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